광주지방법원판결

광주지방법원 2011. 11. 9. 선고 2011도565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들은 회사의 출입금지 조치에 반하여 무단으로 공장에 진입한 점, 피고인들이 진입한 이후 기계에 고장이 발생하였는데 피고인들이 조합원 20여명과 함께 주요 업무시설인 와인더 룸을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거한 후 근로를 제공하고 있던 F 등에게 욕설을 하며 위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즉시 기계를 수리하지 못하여 결국 공장가동이 중단되는 상황에 이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위력으로 피해자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함과 동시에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비조합원 및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조합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방법으로 쟁의행위를 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직권파기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가 당심에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아래 2.의 나.항 기재와 같이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음에도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변경된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A은 G 노동조합 지회장이고, 피고인 B은 위 노동조합 사무장이며, 피고인 C과 피고인 D는 위 노동조합 대의원이다.

위 노동조합은 2009. 12. 31. 08:00경부터 2010. 1. 1. 08:00경 사이 "2007년 임금협상교섭" 및 "단체협약해지"와 관련하여 쟁의행위를 하였고, 피해자 G 유한회사는 위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함에 따라 그 시간 동안 공장가동이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무직 직원 및 자발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노동조합 조합원을 투입하여 위 쟁의행위에 참석한 조합원의 공장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공장 출입문을 시정한 채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었다.

한편, 피해자 G 유한회사는 폐지를 재활용하여 신문용지를 생산하는 회사로서, 생산공정은 원료투입 - 해리 - 탈묵 - 표백 - 초조 - 압착 - 건조 - 광택 - 권취 - 포장 - 출하 등 복잡한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위 공정 중에서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제품을 생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장 가동을 전면적으로 중지하여야 하는 일관 생산 체제였고, 피고인들도 이러한 공정의 특성을 알고 있었다.

피고인 C은 2009. 12. 31. 14:30경 전남 영암군 H 소재 피해자 회사의 공장동에서, 피고인 B에게 전화하여 "일부 조합원들이 공장 가동에 참여하고 있다, 공장 출입문을 열어주겠다"고 말한 다음 시정된 공장 출입문을 열어주었고, 그 순간 공장 출입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피고인 A, 피고인 B, 피고인 D 등 노동조합 조합원 10여 명은 공장 내부로 들어가 그곳에 있는 와인더 룸(Winder Room, 위 생산공정 중 '권취' 공정에 해당함)을 무단 점거하였다.

피고인 A은 위 와인더 룸에서 근로를 하고 있던 노동조합 조합원 F과 I에게 "밖으로 나가자, 여기서 뭐하냐, 동참하라"라고 말하여 파업동참을 요구하였고, 피고인 B도 위 F에게 "우리 이런 사이가 아니지 않느냐, 이래도 되느냐, 이러지 말자"고 말하여 파업 동참을 요구하였으며, 피고인 D는 위 와인더 룸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있던 노동조합 조합원 J에게 "미친 놈아, 너 뭐하냐, 씹할"이라는 욕설을 하였다.

계속하여 피고인 A은 피고인 B에게 노동조합 조합원을 집결토록 지시하였고, 이에 피고인 B은 조합원들에게 "긴급지침, 즉시 노동조합 집결, 사측과 대치 중, 현재 I, J, F 공장기계 가동 중"이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고, 위 문자메시지를 받은 조합원 10여 명이 추가로 위 공장 와인더 룸(Winder Room)으로 들어왔으며, 피고인들 등 약 20여 명의 성명 불상의 조합원들은 피해자 회사의 퇴거요구에도 불구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위 공장 와인더 룸(Winder Room)을 무단 점거하고 자발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조합원 및 사무원들에게 욕설을 하여, 약 1시간 동안 위 와인더 룸에서 나이프 교체작업 등이 이루어 질 수 없도록 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가 공장가동을 중단하자 비로소 위 와인더 룸에서 퇴거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위력으로 피해자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를 약 1시간 동안 방해함과 동시에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비조합원 및 근로를 제공하고자하는 조합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방법으로 쟁의행위를 하였다.

다.

판단

(1)

와인더룸 '무단점거'와 관련하여

(가)

사용자의 직장폐쇄는 노사간의 교섭태도, 경과, 근로자측 쟁의행위의 태양, 그로 인하여 사용자측이 받는 타격의 정도 등에 관한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형평의 견지에서 근로자측의 쟁의행위에 대한 대항, 방위 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정당한 쟁의행위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할 것인데(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9307 판결 등 참조), 사용자의 적법한 직장폐쇄 조치가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원심 증인 K, 당심 증인 L 등은 과거 공장을 가동하고 있을 때 파업을 하면 문제가 많이 생겼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2010. 1. 1. 08:00까지 쟁의행위를 연장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분쟁이 생길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문에 출입금지 공고문을 붙인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을 뿐이다), 피고인들이 시정된 공장 출입문을 열고 그 내부로 들어갔다고 하여 이를 위법한 업무방해행위로 볼 수는 없다.

(나)

나아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인들이 점거하였다는 와인더 룸은 제어장치가 있는 컨트롤 룸과 사물함, 식수대, 공구대가 있는 부속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부속 공간은 와인더 룸 전체 면적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컨트롤 룸과 부속공간 사이에는 일정한 간격이 있어 공간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 점, 피고인들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부속공간에 머물렀을 뿐 제어장치가 있는 컨트롤 룸에 머물러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근로를 제공한 조합원 및 사무직 직원들은 주로 컨트롤 룸에서 제어장치를 조작하고 있었던 점[F은 지회장(피고인 A)과 사무국장(피고인 B)은 컨트롤 룸 안쪽까지 왔다 갔다 했고 다른 조합원들은 휴게공간에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반면, 계속 컨트롤 룸에 있었던 I는 조합원 중에 제어장치 쪽으로 온 사람은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과 조합원들은 근로를 제공하고 있던 조합원과 사무직 직원들의 출입을 저지하거나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기 위하여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한 바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가 회사의 생산 기타 주요 업무시설을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거함으로써 사용자 측의 출입이나 관리 지배를 배제하는 정도에 이르는 직장 점거라고 보기도 어려워 이를 위법한 업무방해행위로 볼 수 없다.

(2)

피고인들의 발언 등과 관련하여

(가)

피고인 A, B의 공소사실 기재 발언은 발언의 경위와 그 내용, 이에 대한 F, I의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피케팅의 한계 내에 있는 행위로 보일 뿐만 아니라, 비록 피고인 D가 나이프 교체작업을 하고 있던 J에게 욕설을 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D가 그와 같은 발언을 하게 된 경위와 그 내용, D와 J의 친분 관계, J는 D의 욕설로 인하여 업무를 방해받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D가 J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욕설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나)

나아가 F, M 등은 피고인들과 함께 온 조합원들이 욕설을 하여 욕설을 하여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였다는 취지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으나, 누가, 어떠한 내용의 욕설을 하였는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진술 없이 막연히 조합원들이 욕설을 하였다고만 주장하고 있어 이들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들을 비롯한 20여명의 조합원들이 위력으로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3)

나이프 교체작업 방해로 인한 공장가동 중단과 관련하여

피해자 회사는 이 사건 당시 핵심적으로 방해받은 작업은 컨트롤 룸에서의 제어작업이 아니라 부속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와인더 나이프 교체작업으로, 피고인들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와인더 룸 부속공간을 점거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속공간에서 신속하게 이루어졌어야 할 나이프 교체작업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여 공장가동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및 당심 증인 L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2009. 12. 31 와인더룸 1, 2호기 운전현황표에 의하면, 와인더 기계는 피고인들이 와인더 룸에 진입할 무렵인 14:30경 이전부터 이미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되는 점, 피해자 회사는 수사기관에서는 물론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들의 행위로 부속공간에서의 나이프 교체작업을 방해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전혀 하지 않다가 당심에 이르러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는 점, L는 당심에서 "와인더 1호기의 나이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교체하려고 하였으나 조합원들이 작업대를 점거하고 있는 바람에 교체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변경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하고 있으나, L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진술서에서는 "와인더 설비를 재가동하는 과정에서 와인더 드럼에 묻어있는 풀이 지절발생의 원인이 되어 지절로 인한 파지를 제거한 후 재 가동 전 현장 설비 중 2층을 점검하고 와인더 컨트롤 룸으로 올라왔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뿐 나이프 교체작업에 관한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 F은 경찰 대질조사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부속공간에 있어 나이프를 교체하기 어려웠다. 조합원들 때문에 조합원들로 인해 작업이 중단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F은 이 사건 당시 나이프 교체작업을 하였던 것이 아니라 와인더 룸 밖에서 파지제거 작업을 하다가 뒤늦게 와인더 컨트롤 룸으로 들어와 와 함께 모니터 작업을 하고 있었으므로 이를 선뜻 믿기 어려운 점, J는 정작 "와인더 룸 밖에서 나이프 교체작업(와인더 2호기의 나이프를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을 하였다. 교체한 나이프를 안에 놓기 위하여 와인더 룸에 들어갔을 때 이미 피고인 A이 그 안에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의 점거행위로 인하여 근로를 제공한 조합원과 사무직 직원들이 제때 나이프 교체작업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공장 가동이 중단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소결론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위력으로 피해자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함과 동시에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비조합원 및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조합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방법으로 쟁의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무죄 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의 나.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2. 다. 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황병헌(재판장) 이재민 권영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