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8. 12.부터 2018. 5. 15.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60%는 피고가, 나머지는 원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B지역본부 총책임자인 본부장 C을 직원으로 고용한 법인이고, 원고는 피고의 B지역본부의 파견계약직원으로 2014. 3. 5. 피고에 입사하여 C의 비서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원고는 2015. 7. 1.경 피고의 고충처리위원회에 'C이 여러 차례에 걸쳐 원고와 저녁식사를 하자고 하면서 식사 도중에 신체 접촉을 시도하고 휴일에 만남을 요구하였으며, 2014. 9. 14. 경에는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여 갔더니 원고 의사에 반하여 원고의 하반신을 촬영하고 신체접촉을 하였으며 근무시간에도 원고의 신체를 만져 원고를 성희롱하였다'는 이유로 고충처리신고서를 제출하였다.
원고의 성희롱고충처리신고를 받고 피고 고충처리위원회가 원고와 C에 대해 상담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 피고 고충처리위원회는 2015. 7. 29. C에 대하여 성희롱 사실이 인정되어 '해임'으로 징계함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에 해임 징계의 견을 피고 중앙인사위원회에 제출하였다.
원고는 C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으로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를 제기하였다가, 2015. 8. 18. C로부터 합의금 4,000만 원을 지급받고 민사소송과 형사고소사건을 모두 취하하기로 합의하였다.
한편 고충처리위원회 징계심의요청에 따라 피고의 중앙인사위원회가 개최되었는데, 이에 위 인사위원회는 2015. 8. 26. C과 원고가 합의하고 원고가 고충처리신고를 취하한 점을 참작하여 C에 대하여 정직 3개월의 징계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2015. 8. 초순 내지 중순 무렵 원고와 C의 인적사항과 원고의 고충처리신고내용, 고충처리위원회의 고충상담조사서, 원고가 제출한 증빙자료가 담긴 징계심의안, 중앙인사위원회의 심의자료가 피고의 내부전산망을 통해 유출되어 피고 임직원들이 모두 볼 수 있는 상태로 공개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인터넷뉴스 기자 D 2015. 8. 12. 원고가 피고 고충처리위원회에 신고한 성희롱 행위 내용, 상담 및 조사 내용을 상세히 기재한 기사를 인터넷뉴스에 보도하여 그 내용이 공개되었다.
원고는 2015. 9. 4. 피고에서 퇴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6호증, 을1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모두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 취지
원고의 청구원인
피고에서 B지역본부장으로 근무하던 소외 C은 자신이 원고의 직장상사의 지위에 있음을 이용하여 2014. 6.경부터 같은 해 9.경까지 사이에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접촉을 하여 추행하고 2014. 9. 4.경 원고 몰래 원고의 하반신을 디지털카메라로 촬영 하고 먼저 일어나려는 원고를 강제로 껴안는 등의 행위를 하였는바, 이는 C이 피고의 사무집행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저지른 불법행위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C의 사용자로서 위자료 5,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채무를 진다 할 것인데, C이 4,0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하였으므로 나머지 1,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원고의 성희롱 고충처리 신고와 관련하여 업무를 처리하는 피고에 근무하는 성명불상의 직원이 2015. 8.경 원고의 고충처리신고서, 고충처리위원회에서 조사한 내용 등이 상세히 담긴 자료를 기자에게 유출하고 피고의 내부전산망에 업로드하여 피고 임직원들이 모두 볼 수 있는 상태에 노출시켜 원고의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되고 명예가 훼손되는 피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위 직원의 사용자로서 원고에게 위자료 4,000만 원의 손해배상의무가 있다.
C의 성희롱 행위에 대한 피고의 사용자책임
살피건대, 을1호증의 1 기재 및 변론 전체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C이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를 촬영하는 등의 행위로 스트레스에 시달려 화장실에서 혼자 울다가 다른 직원이 발견하고 사유를 물었으나 원고는 당시 이유를 말하지 않은 채 혼자 고민하였던 사실, 그 무렵 원고는 친한 직원에게 C에게서 성희롱을 당한다고 고민을 토로하기도 한 사실, 원고가 2014. 9. 29.에 국가위원회에 C의 성희롱 사실과 관련한 상담을 받기도 한 사실, C이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고 나서 2015. 2.경 자신의 아버지에게 피해사실을 알리고 2015. 3.경 민사소송과 형사고소를 하였으며 2015. 7. 1.경 피고회사에 성희롱 고충신고서를 제출한 사실, 원고가 C에게 직접 성희롱 사실에 대해 항의하자 C이 원고에게 돈 200만 원을 주며 '아버지에게 이야기해서 무슨 소용이냐, 네가 애냐'라는 말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사실에서 나타난 원고가 피고 고충처리위원회에 성희롱고충처리신고를 하기까지에 이르게 된 경위, 원고가 C에게 자신이 당한 일에 대해 항의하자 C이 취한 행동 및 앞서 든 증거들을 종합하면, C은 원고에게 근무 외 시간인 저녁식사시간에 따로 만날 것을 제의하여 2014. 9. 4. 원고와 저녁식사를 같이 한 자리에서, 원고의 하반신 부위를 몰래 찍으려고 식탁 밑에 카메라를 쥔 채손을 내려 카메라 셔터를 눌러 원고의 하반신을 찍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한편 C이 원고에게 합의금 4,000만 원을 지급한 사실, 원고는 합의금을지급받은 후 C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를 취하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바, 위 4,000만 원은 C이 원고에게 성희롱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로 변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위 4,000만 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성희롱 행위에 대한 위자료에 상당한 액수라고 인정되므로, 성희롱행위와 관련한 손해배상채무는 C에 의하여 전액 변제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C의 성희롱 행위에 대하여 피고의 사용자 책임을 주장하는 원고의 청구 부분은 나머지 점에 대해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피고의 비밀누설 금지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피고의 비밀누설 금지의무 위반 여부
헌법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제10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제17조)고 정하고 있다. 형법은 개인의 비밀과 평온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정한 개인의 비밀을 침해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제316조, 제317조).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고 한다)에는 명문의 규정이 없지만, 개정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 본문은 직장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 받은 사람 또는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이하 '조사참여자'라 한다)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여 조사참여자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위 개정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도 개인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 위 헌법 규정, 직장 내 성희롱의 예방과 피해근로자 등을 보호하고자 하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 취지와 직장 내 성희롱의 특성 등에 비추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 조사참여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밀을 엄격하게 지키고 공정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조사참여자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언동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위와 같은 언동으로 말미암아 피해근로자 등에게 추가적인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결국 피해근로자 등으로 하여금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하는 것조차 단념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조사참여자에게 위와 같은 의무를 준수하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 함은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피용자가 고의로 다른 사람에게 성희롱 등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고 피용자의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나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외형적·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아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 이때 사용자가 위험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하여 부가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다44457, 44464 판결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보건대, 앞서 본 증거들에 갑7호증의 1 내지 11, 갑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 취지에 의하여 나타나는 사정, 즉 고충처리위원회의 고충처리상담조사서와 원고가 고충처리신고 당시 제출한 증빙자료들은 피고 소속 고충처리위원 등 고충처리업무를 담당하거나 이와 관련하여 그 자료를 보관하거나 열람할 수 있는 피고 근무 직원만이 접근할 수 있는 자료들인 점, 인터넷뉴스를 보도한 기자 D은 제보자로부터 제보를 받은 후 성희롱고충처리위원회의 고충처리상담조사서, 원고가 제출한 메신저 대화 내용 등 증빙자료(이하 위 자료들을 모두 일컬어 '이 사건 자료'라고 한다)를 입수하여 2015. 8. 12. 그 내용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하였다고 보도하였는바(다만, D은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을 당시 취재원 보호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제보자의 인적사항을 밝히지 아니하였다), 원고의 성희롱 신고 사실을 알고 있고 이 사건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은 1차적으로 피고에 근무하는 직원임이 분명하므로 그 직원으로부터 제보를 받고 그를 통해 위 자료들을 입수한 것으로 추측되는 점, 피고의 회사 내부 전산망은 피고에 근무하는 직원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전산망으로서 피고에 근무하는 직원이어야 자료를 업로드할 수 있는 시스템인 점, 위 자료들이 유출된 시점이 원고의 성희롱 신고로 인해 성희롱 고충처리심의위원회와 중앙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기간 도중이었던 점을 종합하면, 그 구체적인 유출경로가 어떠하였든지 간에 피고에 근무하는 직원이 업무상 이 사건 자료를 입수하여 보관하는 기회에 기자에게 이를 유출하고 피고 내부 전산망에 임직원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업로드한 사실을 추인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에 근무하는 직원은 성희롱 피해자의 비밀을 준수할 의무를 위반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는 피고의 사무집행과 관련성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는 위 직원의 비밀유출행위에 대하여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
손해배상책임 및 범위
앞서 본 바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의 위와 같은 비밀누설 금지의무 위반행위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성희롱에 관한 고충처리와 관련된 비밀을 준수하여야 할 사업주의 의무는 피해자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의 비밀을 지킬 권리를 보호하는 데에 법익이 있고 또한 성희롱 사실을 밝히기 어려운 여건에 있는 직장 내 피해자가 행위자의 성희롱 사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고충처리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성희롱 행위에 대한 제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근간이 되는 것으로서 매우 중요한 의무인 점, 그런데 피고 소속 직원이 위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이 사건 자료의 내용이 상세하게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고, 피고 회사 내부 전산망을 통해 이 사건 자료가 피고 회사 임직원들이 모두 열람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되어 전파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점, 이 사건 자료 안에는 원고가 성희롱 사실을 상세하게 진술한 내용과 그간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는 경위, 고충처리위원회가 원고와 C을 조사한 내용이 상세하게 담겨 있어 원고가 드러나길 결코 원하지 않는 사적인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점, 원고는 이 사건 자료 유출로 인해 원고의 정신적 충격이 극심하게 가중되었을 것임은 넉넉히 추인되는 점, 이로 인하여 원고는 정상적인 직장생활이 힘들어 결국 원고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2015. 9. 4. 경 피고에서 퇴사하였는바, 사회초년생이라 할 수 있는 원고에게 미치는 정신적 악영향이 컸을 것인 점,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자료가 피고 회사 내부 전산망에 유출된 사실을 알고도 사후에 비밀유출경위에 대해 최소한의 사실관계조차 조사하지 아니하고 재발방지대책에 대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피고는 위 정보유출사실에 대해 수사기관이 수사를 하고 있어 이에 대한 내부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수사기관이 관련사실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는 사정이 피고가 내부감사를 실시하여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하는 데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결코 될 수 없다), 피고의 이러한 사후조치의 미흡은 피해자인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임은 경험칙상 추인되는 점, 그 밖에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보면,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 액수는 30,000,000원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비밀유출 불법행위일인 2015. 8. 12.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8. 5. 15.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에서 인정한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박근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