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는 택시여객 자동차 운송사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여 1980. 3. 24. 설립된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피고 회사소유의 택시를 운전하는 업무에 종사한 근로자이거나 근로자였던 사람들이다.
피고 회사의 임금지급방식
원고들은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전체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만 사납금 명목으로 피고 회사에게 납부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자신들의 수입으로 하면서 피고 회사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이른바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최저임금법의 특례조항 신설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은 제6조 제5항에서 '일반택시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으로 한다.'는 조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을 신설하였다. 이에 따라 2009. 6. 26. 개정된 같은 법 시행령 제5조의2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임금'이란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에 정해진 지급조건과 지급률에 따라 매월 1회 이상 지급하는 임금'으로 정하면서도 '소정근로시간 또는 소정의 근로일에 대하여 지급하는 임금 외의 임금' 등은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도록 하였다. 위와 같이 개정된 최저임금법과 시행령은 피고 회사가 소재한 광주광역시의 경우 2009. 7. 1.부터 시행되었다.
이 사건 연도별 임금협정의 주요 내용
피고 회사의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은 피고 회사와 사이에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수차례 임금협정(이하 '이 사건 연도별 임금협정'이라 하되, 개별 임금협정은 적용년도를 기준으로 특정하기로 한다)을 체결하여 근무형태, 1일 운행시간(소정근로시간), 통상임금의 구성내역(기본급, 근속수당, 승무수당, 상여금) 등에 관하여 합의를 해왔다. 소정근로시간과 통상시급에 관한 주요 합의내용은 아래 [표1]의 기재와 같다. [표1]
최저임금법상 법정 최저임금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단위는 원이다)은 아래 [표2]의 기재와 같다.
[표2]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2, 4, 5, 을1 내지 12(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및 변 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피고 회사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자 2018년 임금협정을 통해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로형태 등에 변경이 없는데도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1일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 57분으로 단축하였다(2013년 임금협정 당시는 1일 소정근로시간이 6시간 44분이었다). 이러한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이다. 따라서 단축합의 이전의 소정근로시간(2013년도 기준 1일 6시간 44분)과 법정 최저임금을 곱하여 산정된 금액과 이 사건 연도별 임금협정에 첨부된 임금 산출표에 따라 산정된 원고들의 임금(25일 만근 기준, 2018년 4월부터 2021년 4월까지)의 차액을 별지 목록 원고별 '청구금액'으로 산정하였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별지 목록 원고별 '청구금액' 란 기재 각 미지급 임금 합계액 및 그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 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명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 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한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특히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판 단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연도별 임금협정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하는 합의로서 위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였다는 사정은 원고들에게 주장· 증명 책임이 있다. 그런데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 이 사건 연도별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위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는 다음의 사정에 의해 뒷받침된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의 택시를 운행하면서 이른바 정액사납금제에 따라 정해진 노선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운행시간과 장소, 운행여부 등을 결정하는 형태로 근무를 하고, 승객들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액(사납금)만 피고 회사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은 원고들이 갖는 방식으로 근무하여 왔다. 이러한 경우 사용자인 피고 회사로서는 원고들의 운행시간 중 근무 여부나 운행형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원고들과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수년간에 걸쳐 노사합의를 통해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를 해온 것은 위와 같은 택시운수업의 특성 등을 반영한 것으로 이 사건 연도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단순히 노동관계법령 등을 잠탈할 의도로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사건 특례조항은 총수입 중 고정급 비율을 높여 택시운전근로자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고자 마련된 것이지,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을 증가시키는 것을 직접적인 입법 취지로 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위 특례조항의 시행으로 초과운송수입금이 최저임금 산정에서 제외됨에 따라 사용자로서는 고정급을 상승시키기 위해 고정급의 주요 재원이 되는 사납금을 증액할 필요가 생기는 반면, 정액사납금제 택시운전근로자로서는 고정급이 어느 정도 인상되더라도 사납금이 증액되면 초과운송수입금의 감소로 이어져 반드시 총수입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 결과 사용자와 택시운전근로자 양측에 택시운전근로자의 임금 중 고정급 비율을 높이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려는 유인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 다수의 자발적인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임금협정을 체결한 것은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고정급과 사납금을 함께 인상하는 대신에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고,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입장에서는 고정급 인상에 따른 사납금 인상을 바라지 않아 사용자의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동의한 것이 된다. 따라서 이는 위 특례규정의 입법취지를 직접적으로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노사 양쪽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단지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하여 곧바로 위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할 목적이 있다거나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피고 회사의 경우 앞서 [표1]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신설되기 이전에도 소정근로시간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임금협정을 체결해온 것으로 보이고(2002년 : 7시간 20분, 2005년 : 6시간 57분, 2009년 : 6시간 30분), 그 과정에서 통상시급[= 각 임금협정에 첨부된 임금 산출표의 통상임금 합계액을 월 단위 소정근로시간(주휴시간 포함)으로 나눈 금액]은 줄어들거나 고정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음을 알 수 있다(2002년 : 3,544원, 2005년 : 4,016원, 2009년 : 4,569원).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신설된 이후에는 오히려 2011년 소정근로시간이 2009년에 비해 소폭 늘어나 2013년까지 유지되다가(2009년 : 6시간 30분, 2011년 및 2013년 : 6시간 44분) 2016년부터 다시 점진적으로 줄어들었으나(2016년 : 6시간 18분, 2017년 : 5시간 49분, 2018년 : 4시간 57분, 2019년 : 4시간 25분) 그 감소폭은 매년 적게는 26분, 많게는 52분 정도에 불과하고, 통상시급 역시 소정근로시간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이처럼 위 특례조항의 시행을 전후하여 소정근로시간의 일관된 감소추세나 변동의 정도, 이에 따른 통상시급의 증가 여부나 그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사용자인 피고 회사가 단지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형식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를 해왔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때인 2009. 7. 1.을 기준으로 이 사건 연도별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은 약 10년 동안 전체적으로 약 2시간 정도(2009년 : 6시간 30분, 2019년 : 4시간 25분) 단축되었으나, 그 기간 동안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환경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으므로, 피고 회사가 근로시간이나 근로형태 등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실제로 광주광역시 택시요금은 2013년도에 중형택시 기준 2,200원에서 2,800원으로 약 27% 인상되었고, 2019년에도 같은 기준 2,800원에서 3,300원으로 약 18% 인상되었던 반면, 피고 회사의 사납금은 2013년도 임금협정에서 1일 기준운송수입금(사납금)을 '99,000원 + 소요연료비'(이는 1개월 25일 만근 기준으로 2,475,000원 + 소요연료비에 해당한다, 2인 1차 기준)로 정하고 나서 2016년까지 위 기준을 유지하다가(갑4, 을5 참조), 2017년도 임금협정에서는 월 기준운송수입금을 2,975,000원(이는 1개월 25일 만근 기준으로 1일 119,000원이 된다, 2인 1차 기준)으로 변경하여 2019년도까지 위 기준을 유지하였는데(을 6, 7 참조), 2017년도를 기준으로 사납금이 일부 증가(1일 기준운송금의 경우 2만 원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기존의 사납금 고정액(99,000원)에는 소요연료비(1일 기준 약 1,000원 내외)가 가산되었던 사정 등을 고려하면, 위 기간 동안 사납금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위 기간 중 H 등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택시의 이용비율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2015년 4월 처음 도입된 H의 경우 2021년경까지 6년 동안 월평균 6.5%의 급격한 증가율을 보여 2021년 8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가 전국적으로 1,016만 명에 이르고, 택시이용 방식<1> 가운데 플랫폼 택시를 이용하는 비율도 2021년도에 51.5%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을11 참조) 택시운전근로자들이 승객을 탑승시키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도 상당히 감소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택시요금의 인상이나 사납금의 불변, 플랫폼 택시 이용자수의 급격한 증가 등으로 인해 택시운전근로자들은 종전과 동일한 시간을 근로할 경우 종전보다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고 반대로 종전보다 적은 시간을 근로하더라도 종전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근무환경에서 일하게 되었으므로, 이는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 등에도 일정한 변화를 가져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소 결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연도별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무효의 합의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합의가 무효임을 전제로 하여 단축합의 이전의 소정근로시간과 법정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된 금액과 원고들이 이미 지급받은 임금의 차액에 대한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청구는 나머지 쟁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결 론
원고들의 피고 회사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정영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