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판결

광주지방법원 2022. 8. 24. 선고 2020가단546809 판결

주문

1.

피고의 원고에 대한 광주지방법원 2020차전686호 부당이득금반환 사건의 지급명령에 기한 강제집행은 ‘58,115,300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이를 불허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9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

피고는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진료와 중상이자(重傷痍者)에 대한 의학적, 정신적 재활 및 직업 재활을 행하여 그 자립정착을 도모하고 복지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법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으로 산하에 지역별 보훈병원과 요양원을 두고 있다.

○

피고는 산하 보훈병원의 경영효율화 계획에 따라 급식 업무를 외부 업체에 도급하면서 영양실 직원들로부터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고, 2011. 7. 13. B노동조합 C지부와 사이에 외주업체로 고용승계를 희망하는 명예퇴직자에게 3년간 임금보전 및 고용보장을 하기로 합의하였다.

○

원고는 1991. 12. 6.부터 피고 소속 D병원의 영양실에서 근무하다가 2011. 12. 6. 명예퇴직을 하면서 피고로부터 80,410,500원의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았다.

○

원고는 2013. 1. 1.부터 피고의 용역업체인 주식회사 E 소속 직원으로 피고 산하 F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다가 2018. 9. 1. 피고의 정규직으로 전환되었고, 2019. 12. 31. 퇴직하였다.

○

피고의 인사규정 중 이 사건 관련 규정은 아래와 같다(이하 제44조의2 제4항을 ‘이 사건 환수규정’이라 한다).

○

피고는 이 사건 환수규정에 근거하여 원고를 상대로 광주지방법원 2020차전686호로 원고에게 지급한 명예퇴직수당 중 보수규정에 따라 산정한 환수액 66,115,300원에 대한 지급명령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2020. 4. 22. “원고는 피고에게 66,115,3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4. 1.부터 이 사건 지급명령 정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 및 독촉절차비용을 지급하라’는 지급명령을 하였으며(이하 ‘이 사건 지급명령’이라 한다), 이 사건 지급명령은 2020. 5. 9. 확정되었다.

○

이후 원고는 2020. 4. 29.경 피고에게 ‘환수액 66,115,300원을 2020. 8. 1.부터 10개월간 매월 6,611,530원씩 분할하여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이행각서를 작성하여 주는 한편, 피고에게 2020. 5. 26. 3,000,000원, 2020. 9. 16. 5,000,000원을 각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호증(이하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을 제1 내지 6, 9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원고는 공공부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계획이라는 국가시책에 따라 피고의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되었는바, 이러한 경우에도 이 사건 환수규정을 적용한다면 이미 지급받은 명예퇴직수당을 반납할 자력이 없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 전환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보호라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의 취지의 반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이 사건 환수규정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나.

또한 피고는 2003. 10. 31. 이 사건 환수규정을 신설하였는바, 이는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함에도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의 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환수규정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다.

나아가 이 사건 환수규정의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위 규정은 근로자에게 채무를 부담시키는 규정으로서 그 효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또는 노조와 개별합의가 필요하나, 그러한 개별합의가 없었으므로 원고에게 명예퇴직수당 환수의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라.

마지막으로 설령 원고에게 명예퇴직수당의 환수의무가 인정되다 하더라도, 환수에 대한 피고의 고지 또는 원고와의 합의가 없었던 점, 정규직 전환 후 7년이 지난 이후에야 그 반환을 요청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원고에게 명예퇴직수당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신의칙 위반으로 허용 될 수 없다.

마.

따라서 원고에게 명예퇴직수당 환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발령된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한 강제집행은 불허되어 한다.

3.

판단

가.

이 사건 환수규정의 적용 여부

살피건대, 을 제2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불안정성 개선 및 처우 개선을 위한 국가의 공공부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시책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원고에게 침익적 조치라고 할 수 없을 뿐더러 강제적 조치라고도 할 수 없는 점, ② 공무원의 명예퇴직 수당제도는 정년 이전에 퇴직하는 공무원에게 정년 이전의 퇴직으로 받게 되는 불이익, 즉 계속 근로로 받을 수 있는 수입의 상실이나 새로운 직업을 얻기 위한 비용지출 등에 대한 보상으로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정년 이전의 퇴직을 유도하여 조직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고 명예퇴직하였던 공무원이 다시 경력직 공무원으로 재임용된다면,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하였던 본래의 취지가 몰각되므로 기지급된 명예퇴직수당을 환수할 필요가 있다는 법리(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5다24646 판결 등 참조)는 공법인인 피고 소속 근로자에게도 적용되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환수규정의 적용이 배제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환수규정의 효력 유무

(1)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려면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아니하는 등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므로,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 전후를 비교하여 취업규칙의 변경 내용 자체로 인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대상) 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취업규칙 변경에 따라 발생할 경쟁력 강화 등 사용자 측의 이익 증대 또는 손실 감소를 장기적으로 근로자들도 함께 향유할 수 있는지에 관한 해당 기업의 경영행태,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변경 전후의 문언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음이 명백하다면, 취업규칙의 내용 이외의 사정이나 상황을 근거로 하여 그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이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2다43522 판결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갑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2003. 10. 31. 피고의 인사규정이 개정되면서 명예퇴직제도가 신설되었고, 명예퇴직에 관한 규정에 이 사건 환수규정이 포함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을 제3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명예퇴직 제도는 정년 이전의 퇴직을 유도하여 조직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로서 공기업, 사기업을 불문하고 많은 기업들이 노사합의를 통하여 채택하고 있는 제도인 점, 피고의 노동조합과 피고 역시 명예퇴직제도가 적법하게 도입되었음을 전제로 이와 관련하여 구체적 요건 및 기준에 대하여 합의를 하여온 점, 그 밖의 피고의 명예퇴직제도의 채택 필요성 및 피고의 명예퇴직 규정의 상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 여부를 불문하고 위 규정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

나아가 원고는 최소한 이 사건 환수규정의 신설은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은 명예퇴직제도의 취지 및 이 사건 환수규정의 상당성 및 필요성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예퇴직제도 관련 규정 중 이 사건 환수규정만을 떼어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고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이나 강화된 복무규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3)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원고와의 개별합의 요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환수규정이 원고에게 적용되는 이상 원고와 피고 사이의 명예퇴직수당 환수에 대한 합의 유무는 원고의 명예퇴직수당 환수의무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라.

신의칙 위반 여부

(1)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다219928 판결 참조).

(2)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에 대한 명예퇴직수당 환수에 원고의 동의가 필요하지 아니한 점, 원고에게 지급된 명예퇴직수당이 환수되어야 함은 이 사건 환수규정의 해석상 의문의 여지가 없으므로, 피고가 상당기간 명예퇴직수당 환수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것만으로 원고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원고가 신의를 가짐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나아가 피고가 지급한 명예퇴직수당을 원고가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된 이후 환수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조치라고도 보기 어려운 점에 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게 명예퇴직 수당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그러므로 원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마.

이 사건 지급명령의 범위

(1)

원고가 이 사건 지급명령 발령 이후인 2020. 4. 29.경 피고에게 ‘환수액 66,115,300원을 분할납부하겠다’는 내용의 이행각서를 작성하여 준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피고 역시 위와 같은 각서의 내용대로 변제할 것에 동의하여 위 각서를 수령한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이 사건 지급명령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면제하는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추인함이 상당하다.

(2)

또한 원고가 피고에게 2020. 5. 26. 3,000,000원, 2020. 9. 16. 5,000,000원을 각 지급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결국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한 강제집행은 최초 청구금액인 66,115,300원에서 위 8,000,000원을 뺀 58,115,300원의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바.

소결론

그러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한 강제집행은 ‘58,115,300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이를 불허되어야 한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이혜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