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제선, 제강 및 압연재의 생산과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피고는 2021. 1. 7.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여 시정지시(이하 ‘이 사건 시정지시’라 한다)를 하였다.
피고는 2021. 1. 26. 원고의 시정기한의 연기요청을 승인하였는데(2021. 3. 31.까지, 이하 ‘이 사건 연기승인’이라 한다), 이 사건 연기승인시 발송한 공문에는 ‘아울러 연기승인기한까지 보고하지 아니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행․사법조치됨을 알려드리오니 사업주께서는 불이익을 받지 아니하도록 업무에 만전을 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이하 ‘이 사건 문구’라 한다)가 기재되어 있다.
피고는 2021. 4. 15. 원고의 시정기한의 연기요청을 재승인하였는데(2021. 8. 31.까지, 이하 ‘이 사건 연기재승인’이라 하고, 이 사건 연기승인 및 연기재승인을 통틀어 ‘이 사건 각 승인’이라 한다), 이 사건 연기재승인시 발송한 공문에도 이 사건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9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각 승인은 그 공문에 이 사건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등 시정명령으로 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처분성이 인정되는 행정처분으로 보아야 하는바, 이 사건 공정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제118조 제1항의 제조 또는 사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공정에서 발생하는 Crude COG은 허가대상물질이 아니며, 실제 이 사건 공정에서 발생하는 Crude COG에 콜타르피치 휘발물이 함유되어 있지 않고 원고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이 사건 공정에서 근로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건강장해 예방조치를 이미 취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공정과 관련하여 콜타르피치 휘발물에 대한 제조허가를 받도록 하는 이 사건 각 승인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직권 판단
직권으로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이 사건 시정지시의 법적 성격
이 사건 각 승인의 처분성을 살펴보기에 앞서 이 사건 시정지시의 법적 성격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고용노동부 훈령인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보건, 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 제16조 제1항 본문은 ‘근로감독관은 감독결과 산안법 위반사항을 확인한 경우에는 별표 2에 따라 범죄인지 보고 또는 과태료 부과 등의 범죄인지 보고 또는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감독관은 감독결과 산안법 위반사항이 제1항에 범죄인지 또는 과태료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별지 제5호 서식의 시정지시 또는 제6장 제3절에 의한 명령 등 행정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며, 이 사건 규정 제17조 제1항은 감독관은 제16조 제2항에 따른 시정지시 등 행정조치에 대하여 사업장으로부터 시정결과보고서를 받은 경우에는 우선 서류에 따른 시정여부를 확인하여야 하며, 서류에 따른 확인이 불가능한 사항은 사업장에 출장하여 직접 확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제53조 제1항은 고용노동부장관은 사업주가 기계ㆍ설비등에 대하여 안전 및 보건에 관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근로자에게 현저한 유해ㆍ위험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해당 기계ㆍ설비등에 대하여 사용중지ㆍ대체ㆍ제거 또는 시설의 개선, 그 밖에 안전 및 보건에 관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살피건대, 관계 법령의 문언 및 취지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규명령 어디에도 근로감독관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제118조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범죄인지에 앞서 우선적으로 시정지시를 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 점, ② 피고가 원고가 이 사건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면 사실상 원고에게 그에 따를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되나, 관계 법령 어디에도 원고가 이 사건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만을 이유로 원고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은 존재하지 않는 점(이와 달리 산업안전보건법 제169조 제2호는 제53조 제1항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시정지시는 행정청이 일정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사인 등 상대방에게 지도․권고‧조언 등의 방법으로 일정한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비권력적 사실행위로서 그 자체로 일정한 법적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다만 상대방의 임의적인 협력을 통하여 사실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지도(행정절차법 제2조 제3호)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각 승인의 처분성 여부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 당해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과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행정청 내부에서의 행위나 알선, 권유, 사실상의 통지 등과 같이 상대방 또는 기타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니다(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4두43974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1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시정지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행정지도에 불과한바, 이 사건 시정지시의 연장선상에서 추가적인 법적 근거나 사유가 제시되지 않은 이 사건 각 승인도 행정지도의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이 사건 시정지시에 처분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 승인은 이 사건 시정지시에 따른 시정기한만을 연장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 시정지시와 독립한 처분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② 비록 이 사건 각 승인의 공문에 이 사건 시정지시의 공문과 달리 이 사건 문구가 기재되기는 하였으나, 이는 원고의 임의적인 협력을 전제로 만약 시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안내를 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보이므로(이와 달리 시정명령서에는 구체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제53조 제1항 위반으로 행․사법조치 된다는 내용이 기재된다), 이 사건 문구를 들어 이 사건 각 승인이 이 사건 시정지시와는 별개로 처분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③ 유해물질 제조 등의 허가를 받아야할 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18조 제1항에 의하여 곧바로 발생하는 것인바(산업안전보건법 제168조 제1호는 제118조 제1항을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 사건 시정지시나 이 사건 각 승인에 처분성을 인정한다고 하여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각 승인은 모두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박 현
판사 김준영 이주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