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자재 대금을 납품받기 이전부터 여러 거래업체들에 자재 대금을 미납하였고 그로 인해 C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이 가압류되었던 점, 임금 체불로 인해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처벌받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와 납품 약정을 체결하였을 당시 자재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원심은, ① 주식회사 B(이하 ‘B’이라 한다)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2016년 1월경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과 ‘D 아파트 신축공사 중 형틀철근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5,805,000,000원에 하도급받는 내용의 공사계약(이하 ‘이 사건 공사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② 피고인이 2016. 12. 31.까지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지출한 노임은 3,220,457,794원, 자재비 등은 1,859,073,447원 합계 5,079,531,241원(= 3,220,457,794원 + 1,859,073,447원)이었고, 2016. 12. 31.을 기준으로 C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기성금은 725,468,759원이었던 점(= 5,805,000,000원 – 5,079,531,241원), ③ 한편 외부적 사정변경으로 인해 이 사건 공사기간이 2017. 5. 30.로 연장되었고, 당시 C의 이 사건 공사 현장소장 M은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공사대금 지급을 약속하였던 점, ④ 이 사건 공사대금 채권에 대해 피고인 거래 업체의 가압류결정이 이루어지거나 피고인의 노임 지급이 연체된 것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자재 등을 납품받은 이후에 발생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편취의 고의에 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실 및 사정들에 의하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당초 예정된 이 사건 공사기간은 2016년 1월부터 12월까지 약 12개월이었으나, 이 사건 공사현장 부지 내 매입대상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한 조사, 주택 매입 지연이라는 외부적 변수로 인해 B의 공사기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피고인이 운영하던 B은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2017년경 많은 인부를 투입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 노임을 지불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2016년 12월경 남아있던 기성금 725,468,759원이 2017년에 이르러 직불노임으로 모두 지급되게 되었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와 납품계약을 체결한 2016년 12월경 이를 예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검사는 피고인의 근로기준법위반 전력에 의하면 납품계약 체결 당시 이미 상당한 노임(1억 3,400만 원)을 체불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나, 그 근로기준법위반 전력은 2017년 3월 내지 6월 사이의 미지급 노임에 관한 것이다(증거기록 제371쪽 이하 참조).
각 업체 대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2016년 12월경을 기준으로 H의 미수금은 2,000만 원(증거기록 제341쪽 참조), I의 미수금은 약 1억 원(증거기록 제344쪽 참조), W은 2억 4,000만 원(증거기록 제156쪽, W의 대표 AG은 당시 미수금이 3억 4,000만원이라고 진술하였으나, 그 이후 사용료 청구 소송에서 2억 원으로 사용료가 조정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금액에 관한 진술은 믿기 어렵다), J는 52,922,693원, U은37,200,000원이었다. 이에 더해 D 공사현장 K의 미지급 노임은 612만 원, L의 미지급 임금은 51만 원이다. 피고인의 2016년경 기지출 노임과 자재비 합계는 앞서 본 것과 같이 5,079,531,241원이고, 위 미지급 자재비와 노임의 합계는 456,752,693원(= 20,000,000원 + 100,000,000원 + 240,000,000원 + 52,922,693원 + 37,200,000원 + 6,120,000원 + 510,000원)이다. 남은 기성금 725,468,759원에서 위 미지급 자재비와 노임 합계 456,752,693원을 제하더라도 268,716,066원(= 725,468,759원 - 456,752,693원)이 남으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2016년 12월경 채무초과상태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심재현(재판장) 김동희 김창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