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원고에 대한 법무법인 C 작성의 2020년 제910호 집행력 있는 공정증서정본 에 기한 강제집행은 2억 원을 초과하는 범위에서는 이를 불허한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이 법원 2022카정5075호 강제집행정지 신청사건에 관하여 이 법원이 2022. 4. 7.한 강제집행정지결정은 제1항에서 강제집행을 불허한 부분에 한하여 이를 인가한다.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3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약 25년간 D(주)에서 근무하다 피고 측의 제의로 2020. 11. 2.부터 피고 소속 보험설계사로 근무 중이고, 피고는 보험 대리 및 중개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사업가형 설계사 점포장 위촉계약의 체결
피고는 2020.경 원고 및 소외 E<1>에게 피고의 F사업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의 공동점포장을 맡아줄 것을 제의하며 위촉계약체결금 6억 원을 제안하였다.
원·피고는 2020. 11. 2. 위촉계약체결금 6억 원을 5회에 걸쳐 분할지급(2020. 11. 2억 원, 2021. 11. 1억 원, 2022. 11. 1억 원, 2023. 11. 1억 원, 2024. 11. 1억 원)하기로 하되, 아래와 같은 내용의 '사업가형 설계사 점포장 위촉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및 '위촉계약 부속약정'(이하 이 사건 부속약정이라 한다)을 각 체결하였다.
원고는 2020. 11. 2.경 피고에게 이 사건 부속약정 제2조 제7항에 따라 4억 원의 약속어음을 작성·교부해주고, 2020. 11. 17.경 이 사건 약속어음에 관하여 법무법인 C 작성의 2020년 제910호 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였다.
원고와 소외 E의 불륜
원고(기혼)는 2021. 12.경 E(기혼)과 다음과 같은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2>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계약해지 통보 등
피고는 2022. 3.경 이 사건 공정증서에 기하여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G로 원고 소유의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에 관하여 강제경매를 신청하여 2022. 3. 4. 강제경매개시결정(이하 '이 사건 강제경매개시결정'이라 한다)을 받았다.
피고는 2022. 3. 8. 원고에게 "원고가 E과 부적절한 이성관계를 유지하여 이 사건 계약 제12조 제1항 제9호에 따라 이 사건 계약에 대한 해지를 통보하는 바이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이에 이 사건 부속약정 제2조 제5항에 따라 기지급된 위촉계약 체결금 3억 원(2020. 11. 3. 지급된 2억 원 + 2021. 11. 26. 지급된 1억 원 + 위약벌 2억 원을 모두 더한 총 5억 원을 지급하라."며 계약해지 및 5억 원의 지급요구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 2, 4 내지 6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 전 항변
피고 항변 요지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부속약정 제2조 제6항의 부제소 합의를 위반하여 제기된 것으로 부적법하다.
판단
앞서 본 이 사건 부속약정 제2조 제6항에는 "위촉계약금에 대한 반환 및 손해베상욕무(위약벌)에 대해 그 어떤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 민·형사상의 법적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불분명하다면,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권리의무의 주체인 당사자 간에서의 부제소합의라도 그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게 된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부속약정 작성 당시 이 사건 계약 제12조에는 포괄적 해지사유가 규정되어 있어 원고에게 어떠한 해지사유가 발생될지는 불분명한 상황이었을 뿐만 아니라(당시 원고와 E의 부적절한 관계가 알려진 상황도 아니었다) 원고가 지급받을 위촉계약체결금 역시 분할지급이 예정되어 있고, 이 사건 계약 해지시 발생되는 손해배상의 범위 등에서도 다툼이 생길 경우 소송 등을 통하여 법적으로 시비를 가릴 필요성도 전제되어 있으므로, 피고가 인용하고 있는 위 조항의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부속약정과 관련된 일체의 소 제기 권리를 포기하였다고 해석하기 어렵다. 설령부제소합의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당사자들이 구체적인 분쟁이 생기기 전에 재판청구권을 미리 일률적으로 포기한 것에 해당하여 부제소합의 제도의 취지에 반하여 무효이다(위 대법원 2017다217151 판결 등 참조).
이 부분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계약상 해지조항의 유효 여부
원고 주장 요지
정조의무 또는 일정한 수준의 명예를 유지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는 연예인 등과 달리, 이 사건 계약은 '보험설계사'의 위촉을 목적으로 한 계약인데, 이 사건 계약 중 제12조 제1항 제9호 '원고의 부적절한 이성관계'를 사유로 한 해지조항은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관련 법리
법률행위의 일방 당사자가 그의 독점적 지위 내지 우월한 지위를 악용하여 자기는 부당한 이득을 얻고 상대방에게 과도한 반대급부 내지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이를 강제하는 것이 사회적 타당성이 없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 반사회질서 행위에 해당하여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로 된다. 이와 같이 계약 등 법률행위의 내용이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계약 등의 실질을 살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34432 판결, 대법원 2023. 2. 23. 선고 2022다287383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25년간의 보험설계사 업무를 수행한 경력과 그 능력을 인정받아 피고 측으로부터 6억 원이라는 거액의 위촉계약체결금 제의를 받고 피고 측 보험설계사로 이 적하게 된 점, ②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게 될 수수료는 5년간 최소 18억 원{= 위촉계약체결금 6억 원 + 12억 원(= 2,000만 원 × 60개 월)}에 이르는 점, ③ 원고가 '연예인'이 아닌 '보험설계사'라 하더라도, '불륜하지 않을 것'을 요구받는 것이 이 사회가 규정한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④ 특히 사내불륜의 경우 자칫 사무실 분위기가 흐려질 우려가 존재함은 부정할 수 없는 점 등에다가 이 사건 계약 체결 과정 및 그 내용 등을 모두 종합해보면, 원고에게 '부적절한 이성관계'를 맺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위 준수사항을 위반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위 해지조항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판단되지 않는다.
위 해지조항은 유효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위약벌 약정의 유효 여부
원고 주장 요지
이 사건 부속약정 중 2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예정액'의 지급은 '보험설계사위촉계약'이라는 이 사건 계약의 목적과 내용,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거래 관행 및 당사자의 경제상태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감액되어야 마땅하다. 가사 위 2억 원을 '위약벌'로 보더라도 위 '위약벌'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이다.
판단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하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 없고, 다만 의무의 강제로 얻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된다. 그런데 당사자가 약정한 위약벌의 액수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계약의 구체적 내용에 개입하여 약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로 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 될 수 있고, 스스로가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겠다며 계약의 구속력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자제하여야 한다. 이러한 견지에서, 위약벌 약정이 공서양속에 반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당사자 일방이 독점적 지위 내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체결한 것인지 등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 위약벌 약정을 하게 된 동기와 경위, 계약 위반 과정 등을 고려하는 등 신중을 기하여야 하고, 단순히 위약벌 액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무효라고 판단할 일은 아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
앞서 본 '2억 원'은 약정상 기재된 대로 '위약벌'로 보아야 하고(원고는, 2022. 3.경 피고의 요청으로 '손해배상' 단어를 지우고 '위약벌'로 수정하여 날인한 사실은 있으나, 수정계약서 사본을 교부받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수정사항에 대한 당사자간 합의가 없었으므로 변경사항은 무효이므로, 위 조항은 여전히 변경 전 내용대로 '손해배상' 즉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다투나, 원고 스스로 위 '위약벌' 문구 수정에 응한 사실을 진술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정된 문구 마다 원고의 도장이 각 날인되어 있어 문서의 진정성립이 추정되고 위 추정을 뒤집을 반증이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앞서본 법리에 비추어 위 위약벌 조항이 무효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7, 8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계약상 '부적절한 이성관계 등'이 계약해지사유로 명확히 규정되어 있어 원고의 불륜관계가 드러날 경우 계약해지만으로도 사내질서 유지 등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위 부속약정에는 계약해지 시 위촉계약체결금을 반환 받을 규정도 명시되어 있어 피고로서는 원고의 불륜으로 인하여 발생될 수 있는 손해 등을 보전 받을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점, ② 피고는 "원고와 E이 공동점포장임에도 불륜관계에 있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피고 회사의 명예, 이미지 등을 실추시켰으며 이 사건 사업장 직원들이 원고와 E의 지시를 거부하는 등 사업장이 와해될 위기가 초래되는 영업 방해받았고, 피고의 물질적 피해도 상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실제 원고와 E의 불륜관계가 이 사건 영업점의 매출 및 영업수익 등에 어떠한 영향을 끼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점, ③ 원고와 E의 불륜관계로 인해 피고의 명예·신용이 훼손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피고가 제출한 사실확인서 등은 그 작성자와 피고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그대로 믿기는 어렵고, 달리 위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④ 원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할 계약금 및 기간연봉에 대한 부담을 느껴 해고를 위해 계획적으로 준비해왔다'고 주장하는데, 피고 측이 원고와 E의 불륜관계 증거를 입수한 과정이 적절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피고 측 소속 직원 H이 E의 노트북 컴퓨터에 설치된 PC 카카오톡 메시지를 불법으로 열람하여 그 내용을 파일로 다운받은 후 피고 측에 전달하였고, 이로 인해 원고로부터 형사고소도 당하였다), 피고가 주장하는 물질적 피해를 알 수 있는 자료도 제출되어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위 2억 원의 위약벌 조항은 의무의 강제로 얻는 피고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원고에게 과도하게 무거운 때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
위 위약벌(2억 원) 조항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 공정증서가 무효인지 여부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일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하나, 그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아니하는바(민법 제137조), 앞서 본 바에 의해 알 수 있는 이 사건 공정증서의 작성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부속약정 중 2억 원의 위약벌과 관련되어 일부 무효 부분이 있더라도, 이는 원고가 이 사건 계약과 관련하여 피고에게 반환할 위촉계약체결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과 분리가능하고, 원고와 피고는 해당 내용이 없더라도 이 사건 부속약정과 공정증서를 작성하였을 것으로 보이므로, 일부 무효 부분과 관계없이 나머지 부속약정 내용 및 공정증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약벌(2억 원)을 초과하는 위촉계약체결반환금(2억 원<3>)을 내용으로 하는 부분에 한해서는 여전히 위 공정증서는 유효이다.
상계 주장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피고의 부당해고<4> 로 인하여 받지 못한 3억 8천만 원{= 2022. 11. 위촉계약체결금 1억 원 + 임금 2억 8천만 원(=월 2천만 원 × 14개월)}을 자동채권으로 상계를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약상 '부적절한 이성관계'를 이유로 한 계약 해지는 적법·유효한바,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소결
이 사건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은 2억 원을 초과하는 범위에서는 이를 불허해야 한다.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소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