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원고(이하 ‘원고 회사’라 한다)는 대전 유성구 C지구 소재 오피스텔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발주한 시행사이고, 원고 회사의 자회사인 주식회사 D(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은 이 사건 공사의 시공사이다.
원고 회사는 2022년 3월 말경 기술자격증 등을 보유한 피고를 원고 회사의 자회사인 소외 회사의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피고로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의 사실확인서(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와 원고 회사를 피고에 대한 채권자로 하여 5,000만 원 상당의 채권에 관한 공정증서를 작성할 권한을 부여하는 취지의 위임장(이하 ‘이 사건 위임장’이라 한다)을 각 징구하였다.
피고는 2022. 4. 1.부터 2022. 6. 30.까지 3개월 동안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으로 근무하였고, 이에 따른 급여는 원고 회사(4월, 5월 급여) 및 소외 회사(6월 급여)로부터 매월 400만 원씩 합계 1,200만 원을 각 지급받았다.
그 후 원고 회사는 2022. 6. 30. 피고에게 7월 급여 400만 원을 먼저 지급하여 주었으나, 피고는 2022. 7. 1.부터 같은 달 14.까지 이 사건 공사현장에 출근하지 않다가 같은 달 15.부터 위 공사현장으로 복귀하여 약 1개월 동안 근로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내지 3, 10, 을1 내지 4(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회사의 주장
피고는 원고 회사로부터 2022년 7월 급여까지 지급받고도 근무시간에 술을 마시는 등 근무를 게을리 하고 과음으로 2022. 7. 1.부터 같은 달 14.까지 무단결근하는 등 원고 회사에 큰 피해를 주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 회사에게 이 사건 확인서에서 약정한 위약금인 1억 원(= 5,000만 원의 배액)을 지급해야 하고(설령 위와 같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과다하더라도 위 확인서에 기재된 5,000만 원은 위약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원고 회사로부터 먼저 지급받은 2022년 7월 급여 400만 원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 회사에게 1억 400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피고는 소외 회사의 직원으로 채용되었으므로, 원고 회사와 피고 사이에 작성된 이 사건 확인서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20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피고의 주장
이 사건 확인서는 근로계약의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한 것이므로,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에 따라 무효이다. 더욱이 피고는 음주나 건강관리의 잘못으로 이 사건 공사현장에 관한 업무공백을 초래하거나 원고 회사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았고, 2022년 7월 급여와 관련하여 피고가 2022. 7. 14. 위 공사현장에 복귀하여 같은 해 8. 17.까지 1개월 3일 동안 근로를 제공한 이상 원고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2022년 7월 급여 400만 원은 피고가 정당하게 이를 보유할 수 있다.
판 단
이 사건 확인서에 따른 위약금 약정이 무효인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서 더 나아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는 데에 위 규정의 취지가 있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대법원 1996. 12. 6. 선고 95다24944, 24951 판결 등 참조). 나아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판 단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위 인정사실을 살펴보면 다음의 사정을 알 수 있다.
원고 회사는 피고를 이 사건 공사현장에 현장소장으로 근로하도록 하면서 피고로부터 피고의 급여조건(월 400만 원), 근로기간(향후 10년) 등을 명시한 이 사건 확인서를 징구하였고, 피고가 소외 회사의 소속 근로자로 채용된 이후에도 피고의 급여 대부분[4개월 중 3개월분(4월, 5월, 7월)]을 원고 회사가 직접 피고에게 지급하였으며, 소외 회사는 원고 회사가 발주한 이 사건 공사를 담당한 시공사로서 원고 회사와 상당한 정도의 인적, 자본적 결합관계가 존재하는 자회사이다. 따라서 피고가 형식적으로 소외 회사 소속으로 되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원고 회사의 사업장이기도 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피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로 원고 회사에게 근로를 제공해온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사용자인 원고 회사와 근로자인 피고 사이에 작성된 이 사건 확인서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20조가 적용된다.
이 사건 확인서에는 피고가 ‘음주 등 본인 건강관리를 하지 못하여 업무에 공백이 발생하면 원고 회사를 기망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위약금 5,000만 원의 배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고, 원고 회사는 피고에 대한 위약금(5,000만 원) 채권의 확보를 위해 피고로부터 해당 금액에 관한 공정증서를 작성할 권한을 부여하는 취지의 이 사건 위임장(갑2)까지 징구하였다. 이는 사용자인 원고 회사가 근로자인 피고의 근로계약 불이행 또는 근로해태에 따른 위약금 또는 그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에 해당함이 분명하므로, 위 확인서에 따른 위약금 지급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 반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 회사가 무효인 이 사건 확인서에 근거하여 피고를 상대로 구하는 위약금(1억 원 또는 5,000만 원)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가 2022년 7월분 급여(400만 원)를 원고 회사에게 반환해야 하는지 여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 회사와의 근로계약이 유지되고 있던 2022. 7. 1.부터 같은 달 14.까지 이 사건 공사현장에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 후 2022. 7. 15.부터 위 공사현장에 복귀하여 약 1개월 정도 근로를 제공하였고 그 중간에 원고 회사가 피고에 대한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등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피고가 원고 회사로부터 2022년 7월분 급여로 받은 400만 원을 부당이득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소외 회사 명의로 작성되어 근로복지공단 광산지사장에게 발송된 통지문(갑6)에도 피고의 근로관계는 2022. 9. 17.에야 종료(퇴사 처리)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위 2022년 7월분 급여에 상응하는 피고의 위와 같은 근로제공은 원고 회사와의 근로관계가 존속하는 중에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고 회사의 피고에 대한 위 급여 반환 청구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소 결
결국 원고 회사가 피고를 상대로 구하는 위약금 청구 및 부당이득 반환 청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 론
원고 회사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정영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