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판결

광주지방법원 2025. 1. 23. 선고 2023가합53718 판결

주문

1.

원고가 2022. 12. 29. 피고와 체결한 C 공사에 관한 계약번호 B 배전공사 전문회사 계약에 관하여 계약자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는 강원도 철원군 C에 소재한 전기공사업, 통신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배전공사 전문회사이다.

(2)

피고는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전력자원의 개발과 전기사업의 합리적 운영 등을 위해 정부가 자본금의 51% 이상을 출자하여 설립한 공기업이다(한국전력공사법 제1조, 제4조 참조).

나.

이 사건 계약의 체결과 그 주요내용

(1)

피고는 2022. 11. 4. ‘C 공사’에 관하여 ‘D 입찰공고’를 하였다.

(2)

원고는 낙찰자로 선정된 후인 2022. 12. 29. 피고의 강원본부와 사이에 ‘C 공사’에 관하여 담당지역을 철원군 E 및 같은 군 F, 계약기간을 2023. 1. 1.부터 2024. 12. 31.까지, 계약단가를 70,001,314원, 추정계약금액을 5,044,833,400원으로 하는 계약번호 B 배전공사 전문회사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계약에는 ‘B 계약규정, 공사계약일반조건, 배전공사 전문회사 계약특수조건, 배전공사 전문회사 업무처리기준 등의 모든 조건이 이 사건 계약의 일부가 됨을 수락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었다.

(3)

위와 같이 이 사건 계약의 일부가 된 공사계약일반조건 및 배전공사 전문회사 업무처리기준 중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

이 사건 사고의 발생 및 피고의 이 사건 계약해지 통보

(1)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2023년 1월경부터 ‘G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수행하였다.

(2)

원고는 2023. 3. 16. 08:30경 ‘착공 전 안전회의 및 위험성 평가’를 시행하고 이 사건 공사를 수행하였는데, 같은 날 15:55경 원고 소속 근로자가 배선활선작업<1>을 마친 다음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주차되어 있는 고소작업차<2>(이하 ‘이 사건 사고차량’이라 한다) 뒤에서 고임목을 제거한 후 다른 장소를 주시하던 중 후진하던 이 사건 사고차량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3)

피고는 2023. 5. 3.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조사결과 ① 이 사건 사고는 도로교통법이 적용되는 사고라 하더라도 위 공사에 사용된 공사차량 및 장비에 의한 교통사고이므로 산업안전보건법령에서 정한 산업재해에 해당하고, ② 이 사건 사고 발생에 대하여 원고의 안전관리에 관한 귀책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의 해지(예정) 및 200만 원의 위약벌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4)

피고는 2023. 6. 2. 원고에게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을 이유로 아래와 같이 계약해지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계약해지’라 하고, 배전공사 전문회사 업무처리기준 중 위 계약해지의 근거규정을 ‘이 사건 업무처리기준’이라 한다).

라.

선행 가처분 사건의 경과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광주지방법원 2023카합50282호로 계약해지금지 등 가처분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2023. 7. 21. 원고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가 항고를 제기하였고, 항고심(광주고등법원 2023라1092호)은 2023. 11. 7. 제1심 결정을 취소하고 본안사건에 대한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원고가 2022. 12. 29. 피고와 체결한 이 사건 계약에서 계약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하면서 피고가 2023. 6. 2.에 한 이 사건 계약해지의 효력도 함께 정지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가 재항고하였으나, 2024. 9. 10. 재항고가 기각되어 그 무렵 항고심 결정이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문맥에 따라 ‘선행 가처분 사건’ 또는 ‘선행 가처분 결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내지 6, 11, 을5 내지 7, 10 내지 15(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업무처리기준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사고로 1명이 사망해도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고의 내용 및 귀책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피고의 일방적인 판단만으로 위와 같은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계약 상대방인 원고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업무처리기준은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이하 ‘공기업 계약사무규칙’이라 한다) 및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라 한다)에 반하거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 한다)이 금지하는 불공정한 약관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설령 이 사건 업무처리기준이 유효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사고차량의 고유 작업이 모두 종료된 상태에서 차량운전자가 후진으로 운행하던 중 발생하였으므로, 원고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피고의 주장

(1)

본안 전 항변

이 사건 계약은 2024. 12. 31. 계약기간이 만료되었고, 원고는 선행 가처분 결정에 따라 계약기간 2년 중 75%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공사물량을 배정받아 왔으며, 부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작은 규모의 개별 공사를 수행하는 배전공사 전문회사 계약의 특성상 원고의 손해가 극히 미미하므로, 이 사건 계약의 유효성에 대한 분쟁이 원고의 권리나 법률상의 지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으므로, 각하되어야 한다.

(2)

본안에 관하여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사고차량의 후방센서 감지기가 고장이거나 부착되지 않은 상태였고, 신호수를 배치하지도 않았으며, 원고가 안전작업수칙 등을 위반하여 공사현장에 대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귀책사유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계약해지는 정당하다.

3.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확인의 소는 원칙적으로 분쟁 당사자 사이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 허용되므로, 과거의 법률관계는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확정할 이익이 없어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이 원칙이다. 다만 과거의 법률관계가 이해관계인들 사이에 분쟁의 전제가 되어 과거의 법률관계라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 이와 관련된 다수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는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다207967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의 사정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계약의 계약기간은 2023. 1. 1.부터 2024. 12. 31.까지(2년)이므로,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1. 23.을 기준으로 위 계약은 기간만료로 종료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의 계약자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청구는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청구가 항상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할 수는 없고, 일정한 경우 예외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기도 하므로, 단지 이 사건 계약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위 계약에 관한 원고의 계약자 지위 확인 청구가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2)

실제로 원고는 피고의 이 사건 계약해지로 인해 2023년 6월경부터 피고로부터 배전공사물량을 배정받지 못하게 되었다가 선행 가처분 사건을 통해 이 사건 계약에 관한 계약자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하고 위 계약해지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하는 선행 가처분 결정을 받아 2023년 11월경부터 다시 피고로부터 배전공사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선행 가처분 사건이 진행되던 약 6개월의 기간(전체 계약기간 2년 중 약 25%) 동안 위 계약에 따른 배전공사물량을 배정받지 못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의 계약자지위 존부에 관한 확인판결을 받는다면 이를 통해 피고로부터 배전공사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위 기간(약 6개월)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의 이행청구나 그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등 후속분쟁을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단지 원고가 피고의 이 사건 계약해지 이후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배전공사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기간이 전체 계약기간 2년 중 약 25%(6개월)에 불과하다거나 부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작은 규모의 개별 공사를 수행하는 배전공사 전문회사 계약의 특성상 원고의 손해가 미미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청구에 관한 확인의 이익을 부정할 수는 없다.

(3)

더욱이 국가계약법 제7조 제1항 단서는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경쟁참가자의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정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제1호는 기획재정부령이 정하는 금액의 공사계약의 경우에는 시공능력 또는 당해 공사와 같은 종류의 공사실적으로 경쟁참가자의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원고가 이 사건 계약해지로 인하여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공사 수행 실적을 인정받지 못하게 될 경우, 위와 같은 실적 제한 입찰에서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거나 낙찰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향후 피고가 실시하는 배전공사 전문회사 입찰공고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지위에 관한 위험이나 불안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건 계약의 계약자 지위에 관한 확인판결을 받을 필요도 있다.

(4)

아울러 피고는 선행 가처분 사건에서부터 본안사건인 이 사건에서도 이 사건 계약해지가 적법하고 위 계약해지로 인해 계약이 종료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원고의 계약자 지위에 관하여 일관되게 다투고 있으므로, 이 사건 계약에 관하여 원고가 계약자의 지위에 있다는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이나 위험을 제거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다.

소결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업무처리기준이 국가계약법 등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여부

(1)

피고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운영법’이라 한다) 제4조, 제5조에 의해 기획재정부장관의 고시에 의하여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된 공공기관이고,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3항에 따라 제정된 공기업 계약사무규칙 제2조 제1항은 ‘공공기관운영법 제5조에 따른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계약처리에 관하여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이 규칙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으며, 위 규칙 제2조 제5항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계약에 관하여 이 규칙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는 국가계약법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공기업인 피고와 체결한 이 사건 계약에 관하여는 공기업 계약사무규칙은 물론 국가계약법에 관한 법령(시행령, 시행규칙)이 준용된다.

(2)

그런데 공기업 계약사무규칙 제5조 제2항은 ‘기관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 규칙 및 관계 법령에 따른 계약상대방의 계약상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이나 조건을 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고, 국가계약법 제5조 제3항도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을 체결할 때 이 법 및 관계 법령에 규정된 계약상대방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을 정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4항에서 위 규정에 따른 부당한 특약 또는 조건은 무효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어떠한 특약이 계약상대방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어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3>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고 하려면 그 특약이 계약상대방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국가 등이 계약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특약을 정함으로써 계약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계약상대방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인지는 그 특약에 의하여 계약상대방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불이익 발생의 가능성, 전체 계약에 미치는 영향,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체결과정,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5다206270, 2015다206287 판결 등 참조).

(3)

이 사건 업무처리기준이 ‘사망사고 1명 발생 시 계약해지’라는 제재기준을 두면서 안전사고의 귀책사유에 대한 판단근거 및 절차에 관하여 ‘(피고) 안전담당부서의 사고조사에 대하여 계약심의 위원회에서 심의한 결과 전문회사의 귀책사고로 판단하는 경우 위 제재기준을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음은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다. 위와 같이 피고가 이 사건 업무처리기준을 통해 배전공사 전문회사에 대한 안전대책 수립과 시행 및 안전관리 의무 등을 정하면서 배전공사 전문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안전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한 것은 어디까지나 원고와 같은 배전공사 전문회사로 하여금 안전작업수칙 등을 철저히 준수하여 작업이 이루어지도록 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 근거한 것이므로, 피고가 위 업무처리기준을 시행하려는 목적 자체가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피고는 입찰과정에서부터 계약기간 동안 배전공사 전문회사에게 전문기술인력의 보유, 중복낙찰의 금지, 장비 및 야적장 확보에 관한 의무 등을 엄격하게 부과하고 있으므로, 사망사고의 발생으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 해당 회사로서는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된다. 나아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업무처리기준에 관하여 개별적인 교섭을 거치거나 그 내용을 자유롭게 수정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므로, 계약의 해지라는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의 적용기준이나 해지절차 등은 안전사고의 발생 경위와 내용, 귀책의 경중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적정한 수준의 제재가 부과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다.

(4)

그런데 이 사건 업무처리기준은 계약해지 사유를 단순히 ‘사망사고가 1명 발생한 경우’, ‘피고의 사고조사에 대한 계약심의위원회 심의결과 전문회사의 귀책사유로 판단하는 경우’로 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원고와 같은 계약상대방의 예측가능성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사망사고의 발생경위나 그 내용, 귀책의 경중 및 배전공사 전문회사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 공사수행능력 등에 관한 별다른 고려 없이 피고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상당히 불합리하다. 비록 이 사건 업무처리기준에서 원고의 귀책여부를 판단할 때 계약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정하고 있기는 하나, 계약심의위원회는 모두 피고가 선정한 위원들로 구성되고 피고의 내부부서가 조사한 결과(안전사고인지 여부, 배전공사 전문회사의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를 토대로 심의를 하며 이에 대한 불복절차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도 않다. 따라서 이 사건 업무처리기준은 해지사유의 발생 및 그 귀책사유의 유무를 오로지 계약의 일방당사자인 피고의 판단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이므로, 이는 공기업 계약사무규칙 제5조 제2항 및 국가계약법 제5조 제3항이 금지하고 있는 ‘계약상대방의 계약상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이나 조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5)

따라서 ‘사망사고 1명 시 계약해지’라는 제재기준을 정한 이 사건 업무처리기준은 피고가 원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면서 귀책사유의 판단근거 및 절차 등에 관하여 계약상대방인 원고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이나 조건을 정한 경우로 보아야 하므로, 공기업 계약사무규칙 제5조 제2항 및 국가계약법 제5조 제3항, 제4항에 따라 효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소결

결국 피고의 이 사건 계약해지는 무효인 이 사건 업무처리기준에 근거한 것이므로 위 계약해지는 부적법하다. 이처럼 이 사건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원고는 유효한 이 사건 계약의 계약자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고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인다[이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것이므로 이 사건 계약해지가 정당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무효인 이 사건 업무처리기준에 근거한 위 계약해지를 부적법하다고 판단하는 이상, 피고의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만, 선행 가처분 결정에서도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그 상세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는데(갑6의 10쪽 내지 14쪽 참조),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을 검토해보더라도 선행 가처분 결정의 위와 같은 판단을 뒤집을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더욱이 이 사건 사고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수사기관(중부지방고용노동청 및 의정부지방검찰청)의 수사도 이루어졌으나, 2024년 11월경 원고에 대하여 혐의 없음(범죄인정안됨) 의견으로 내사종결 처리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원고가 2025. 1. 22.자 참고서면에 첨부한 사건처리결과 회신 통보서 참조)].

5.

결론

원고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인다.

판사 정영호(재판장) 노창현 김아란

각주1) 활선작업이란 선로가 가압되어 있는 상태에서 수행하는 작업 및 정상적인 정전절차를 거치지 않은 정전된 선로에서의 작업을 의미하고, 배전활선작업은 고압 이상의 전압이 인가된 선로나 기기에서 배전 활선전공이 활선공구 및 활선장비를 사용하여 활선작업공법 및 안전작업수칙에 따라 시행하는 작업이다.

각주2) 절연처리고소작업차는 높은 곳에서 전기 및 통신공사를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사다리 기능과 사람과 장비에게 전기가 통하지 않게 절연 기능을 겸비한 작업차량을 말한다.

각주3) 국가계약법 제5조 제3항, 제4항은 국가계약법이 2019. 11. 26. 법률 제16578호로 일부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항인데, 이는 당초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에서 정하고 있던 내용을 법률 조항으로 승격시킨 것이다. 위 조항이 신설되면서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는 2020. 4. 7. 대통령령 제30597호로 삭제되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