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등법원판결

대구고등법원 2007. 4. 5. 선고 2006노595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B, D에 대한 유죄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A을 징역 3년에, 피고인 B, D를 각 징역 2년 6월에 처한다.

원심판결

선고전의 구금일수 140일을 피고인 A에 대한 위 형에, 138일을 피고인 B에 대한 위 형에, 134일을 피고인 D에 대한 위 형에 각 산입한다.

판결선고

2007. 4. 5.

다만, 이 판결확정일로부터 피고인 A에 대하여는 5년간, 피고인 B, D에 대하여는 각 4년간 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A에 대하여 2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피고인 A, B, D에 대한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1 내지 11, 13 내지 20, 22 내지 35, 37번 기재 공갈의 점은 각 무죄.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B, D에 대한 무죄부분과 피고인 C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각 기각한다.

이유

.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의 항소이유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피고인 A, B, D의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1 내지 11, 13 내지 20, 22 내지 35, 37번 기재 각 공갈죄 부분)

피고인들이 몸담고 있는 E노동조합(이하 'E노조'라고 한다)은 이동성이 높은 현장 건설일용근로자들의 특성에 따라 지역별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었으므로, 건설현장에서 현장소장을 통하여 전문건설업체인 하수급업체 등에 소속된 건설일용근로자들을 지휘·감독하고 근로조건에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 결정적인 영향력 내지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업체가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서의 지위에 있는 사용자에 해당하고, 따라서 E 노조의 간부들인 피고인들은 원청업체의 대리인인 현장소장들과 사이에 적법하게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으며 원청업체와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인 점, 피고인들이 체결을 요구하였던 단체협약은 건설일용근로자들의 작업환경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으며, 그 중 노조 전임자 활동비 지급약정 부분은 노조에 대한 편의제공의 일환에 불과한 것인 점, 건설현장의 환경이나 산업안전은 조합원들의 안전 및 근로조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서 그 기준을 준수하도록 감시·감독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기본업무에 속하므로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건설현장의 환경과 산업안전에 대하여 법률적 책임이 있는 현장소장에게 기준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이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법규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소정의 절차를 밟아 시정하도록 하는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데, 노동조합에 비하여 절대적 우위에 있는 원청업체들이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현장 안전 미비사항에 관한 고소·고발 등에 위협을 느껴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고, 더구나 교섭과정에서 위와 같은 고소·고발을 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바도 없으며, 피고인들이 단체협약 체결을 전후하여 일부 건설업체를 고발하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고발행위와 단체협약 체결은 서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E노조의 간부들로서 노동조합의 전임자에 해당하는 피고인들이 원청업체의 현장소장들로부터 단체협약 내용 중의 하나로 되어 있는 노조 전임비를 지급받았다고 하여 공갈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임에도, 원심이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1 내지 11, 13 내지 20, 22 내지 35, 37번 기재 각 공갈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주장(피고인 A)

이 사건 각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2006. 5. 11.부터 진행되었다가 중단된 E노조와 전문건설업체들과의 단체교섭이 이 사건 쟁의행위 과정에서 재개되어 2006. 7. 1. 타결됨으로써 이 사건 쟁의행위가 마무리된 점, 피고인이 앞으로 성숙한 노사관계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며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피고인 A에게 선고한 형(징역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의 항소이유

(1)

사실오인 주장(피고인 A, B, D의 무죄부분)

원심이 무죄로 인정한 3개 업체(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12, 21, 36번)로부터 E노조가 노조 전임자 활동비 명목으로 금원을 교부받게 된 경위와 교부방법 등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34개 업체와 동일하며, F, G은 수사기관에서는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 고발이나 공사방해 등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꼈다고 진술해 놓고도 원심법정에서는 출석해 있는 노조관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일부 진술을 번복하였고, H는 수사기관에서 노조원들이 건설현장을 방문하였을 때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흉내를 낸 적이 있고, 공사현장에 노조 사람들이 방문함으로 인하여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꼈다고 진술하였는데도 전체적인 사건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노조에 일부 유리한 취지로 언급한 진술부분만을 취신하고 이에 반대되는 진술부분은 배척함으로써 피고인 A, B, D의 위 3개 업체에 대한 공갈죄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주장(피고인들 모두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E노조의 간부들로서 이 사건 불법집단행동을 사전 계획에 따라 반복하여 저질렀고, 특히 피고인 B은 피고인 A과 상의하에 노조원 80여 명을 이끌고 I이 신축중인 고층 아파트 32층을 13일간이나 무단 점거하는 극단적인 행동까지 한 점,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수십 명의 경찰, 피해업체 근로자, 일반 시민 등이 중경상을 입었고 재물손괴액도 수억 원에 이르며, 그 외에 장기간의 불법파업 및 업무방해 행위에 따른 공사지체로 인한 피해, 지역경제의 위축, 일반 시민들의 불편 등의 간접적인 피해 등을 아울러 고려하면,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 A, B, D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노동조합 관련 법 규정의 내용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29조 제1항},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그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되고, 정당한 이유없이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거부하거나 해태하여서도 아니되며(법 제30조 제1항, 제2항),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법 제3조), 형법 제20조의 규정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법 제1조의 목적(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적용된다(법 제4조).

또, 구 노동조합법(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폐지)은 1987. 11. 28. 법률 제3966호로 개정된 이래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를 기업별조직으로 제한하지 아니하여 노동조합의 조직을 기업별, 산업별 또는 직종별로 할 것인가를 근로자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고 또 노동조합의 조직범위에 지역별 제한을 두는 관련규정도 없는 이상, 일정 지역 내의 동일직종 또는 동종의 직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지역 노동조합도 다른 관계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이상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할 것이고(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누7122 판결 참조), 이는 현행 법 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2)

E노조의 성격

대부분의 건설일용근로자들은 특정회사에 전속된 것이 아니라 팀장을 중심으로 수시로 건설현장을 옮겨 다니면서 근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계로 건설일용근로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은 기업단위나 사업장 단위로 구성되기는 어렵고 지역단위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증거서류등(검사)(21책 12권 1921)과 피고인들의 변호인이 원심에서 제출한 참고자료(제3의 1 내지 8) 및 당심에서 2007. 3. 7.자로 제출한 참고자료를 비롯하여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여러 증거들에 의하면, E노조는 1998. 2.경 건설노동자의 노동3권을 비롯한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고, 생활임금 확보, 노동시간 단축, 고용안정 쟁취, 사회복지 확대 등을 통한 건설노동자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의 강령을 채택하고, 대구경북지역 건설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건설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이루어내기 위하여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단결하여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향상, 도모함을 그 목적으로 대구경북지역에 거주하는 건설노동자를 조합원으로 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으로서(규약 제2조), 기관으로 총회와 대의원대회, 운영위원회, 상무집행위원회, 현장조직위원회, 직종별 분회를 두고(규약 제13조), 사무국과 조직국, 회계감사 등의 직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년 사업보고 및 결산승인을 받고 분기별로 회계감사원이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면, E노조는 법 제2조 제4호에 규정된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질적 요건(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된다.

위와 같이 E노조는 일종의 지역별·산업별 노동조합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노동조합으로서의 일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고, 조합활동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법 제3조, 제4조)과 정당한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체결권 등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3)

원청업체의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지위 여부

현행 근로기준법은 도급사업 즉, 사업이 순차의 도급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경우에 하수급인이 직상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때에는 그 직상수급인이 당해 수급인과 연대하여 책임을 지고(제43조 제1항), 재해보상에 대하여는 원수급인을 사용자로 본다(제93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고,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은 도급사업의 사업주에 대하여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동일한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보건관리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은 도급사업의 경우에 원수급인이 그 건설공사의 사업개시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공제에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법규정에다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근로자의 단결권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근로기준법보다 근로자개념을 더욱 확대하고 있는 점, 단체교섭의 당사자로서의 사용자라 함은 근로계약관계의 당사자로서의 사용자에 한정되지 않고 비록 근로계약관계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구체적·실질적 영향력 내지 지배력을 미치는 자도 단체교섭의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 점, 현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건설근로의 경우 그 특성상 원청업체와 건설일용근로자들과의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통상 원청업체는 이러한 근로자들의 노무 제공의 모습, 작업 환경, 근무시간의 배정 등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등으로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고용주인 하도급업자, 재하도급업자 등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를 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의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대구·경북지역에서 건설일용근로자들과 형식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아니한 원청업체들도 위 일용근로자들과 사이에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를 맺고 있는 당사자로서 전문건설업체 등 하수급업체와 중첩적으로 사용자로서의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고, 특히 법률상 원청업체의 책임이 인정되는 임금지급에 대한 연대책임, 산업안전·보건관리에 관한 조치의무와 산재보험의 적용, 퇴직공제가입 등에 대한 부분과 원청업체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최소한 원청업체에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4)

단체협약에 따른 노조 전임비의 성격

법 제24조(노동조합의 전임자)는 "근로자는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계약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또 법 제81조 제4호 본문은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도 부칙 제6조 제1항에서 "이 규정(노동조합의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원에 관한 규정에 한한다)은 2009년 12월 31일까지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에 따른 노조 전임비의 지급은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편의제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고,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사용자에 대하여 '노조 전임비' 내지 '노조 전임자의 활동비' 명목으로 노동조합 전임자의 급여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요구하는 행위는 그 행위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러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한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정당한 권한 범위 내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근로기준법은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에 대하여 국가의 관리·감독에 의한 직접적인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개별적 노사관계를 규율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인 반면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무공급자들 사이의 단결권 등을 보장해 줄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율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 그 입법목적에 따라 근로자의 개념을 상이하게 정의하고 있는 점, 일정한 사용자에의 종속관계를 조합원의 자격요건으로 하는 기업별 노동조합의 경우와는 달리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노동조합 등의 경우에는 원래부터 일정한 사용자에의 종속관계를 조합원의 자격요건으로 하는 것이 아닌 점에 비추어, 법 제2조 제1호 및 제4호 (라)목 본문에서 말하는 '근로자'에는 특정한 사용자에게 고용되어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자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중인 자도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한 그 범위에 포함된다고 할 것인데(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두8568 판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지역별·산업별 노동조합의 성격을 가진 E노조에서 그 구성원으로 특정 건설현장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피고인들을 포함시키고 있다 하더라도, 이들 역시 법 상의 근로자로서 조합원 자격이 인정되는 한 위 노조 내에서 전임자로 활동할 수 있는지 여부는 노조가 자주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5)

이 사건에서 공갈죄의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

공갈죄의 수단으로서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의 방법에 의할 것을 요하지 아니하며 언어나 거동에 의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면 족한 것이고, 또한 직접적이 아니더라도 피공갈자 이외의 제3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으며, 행위자가 그의 직업, 지위에 기하여 불법한 위세를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를 요구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때에는 부당한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야기하게 하는 경우에도 해악의 고지가 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1도6747 판결 참조).

그러므로,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원청업체의 현장소장 등에게 노동조합 전임자의 활동비를 지급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하면 공사현장의 안전시설 미비점을 찾아 당국에 고발하겠다고 하거나 카메라를 소지하고 공사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안전문제 등을 지적한 후 고발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이거나 또는 일부 현장의 경우 실제로 고발을 한 경우에 그러한 사실만으로 공갈죄의 수단으로서 그 상대방을 협박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첫째, 근로자가 사용자의 위법행위를 고발하겠다고 하는 것은 사용자와 상반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고 정당한 권리행사로 보여지고, 또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통상적인 업무범위 내에 속한다고 할 것이어서 위와 같은 안전문제의 고발 위협을 가지고 협박이라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그러한 요구를 한 자와 요구를 받은 자 사이의 관계와 지위, 위 노동조합의 사회적 영향력, 당사자의 의도와 추구하고자 하는 경제적 이익의 내용, 그러한 요구에 이른 전후 경위, 당사자가 그 과정에서 보인 태도, 고발하겠다거나 실제로 고발한 내용과 그러한 고발이 상대방의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 고발하겠다는 태도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노조전임비로 요구한 금품 사이의 견련성 정도, 불이익을 시사한 구체적인 언동의 존부와 그 내용 등을 두루 심사하여 이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하고, 둘째, 공갈죄에 있어서의 해악의 고지는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공포심을 발생시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해악의 고지가 일반인에 대하여는 공포심을 발생시키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없는 정도이지만 현실적으로 상대방이 공포심을 일으킨 경우에 공갈죄를 구성하는지에 대하여는, 상대방의 특수한 심리상태 등의 개별적 사정을 고려하여 그러한 자를 협박하는 데 적합한 수단인지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보여질 경우에 행위자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 이를 고지한 때에만 협박으로 인한 공갈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E노조가 법 제2조 제4호가 정한 노동조합에 해당함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심증인 10명과 당심증인 J, K는 E노조의 간부들이 건설현장으로 찾아와 단체협약의 체결을 요구하면서 단체협약을 거부할 경우 안전문제 등을 고발하여 불이익을 주겠다고 직접적으로 말한 사실은 없고 과격하거나 불손한 언행을 한 사실도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여러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들이 단체협약의 체결을 요구함에 따라 현장소장이나 관리과장 등 원청업체의 현장대리인이 그 자리에서 즉시 단체협약서에 날인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례는 없고 피고인들이 수개월 동안 여러 차례 현장소장 등을 찾아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협의를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인쇄된 단체협약서의 부동문자 중 회사가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은 삭제하기도 하였고, 현장소장 등도 내부에서 단체협약의 내용에 대하여 검토하고 대부분의 현장에서 이를 본사(원청업체)에 보고하여 승인을 받아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거나 단체협약 체결 후 본사에 보고하여 승인을 받기도 함으로써(공판기록 427, 435, 436) 단체협약 체결시 현장소장들이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당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받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피고인들은 일반 노조에서와 마찬가지로 장기간의 교섭 결과 체결된 단체협약에 현장규모에 따라 액수를 조정한 수십만 원의 금액을 노조 전임비로 명시한 다음 피고인들의 개인 명의 계좌가 아닌 노조 명의의 계좌(증거서류 2책 1권 412)로 매월 일정 금액씩을 입금받음으로써 공개적인 방법으로 노조 전임비 내지 활동비를 지급받았고, 지급받은 돈은 노조 사무실 운영비, 차량유지비, 인쇄비와 간부들의 교통비, 식대, 전임자들에 대한 급여(월 130만원) 등으로 사용함으로써 원래의 용처에 맞게 사용되었다고 보이며(증거서류 2책 1권 111, 130, 167), 전임비를 지급한 현장소장들도 회계처리에서 이를 경비 내지 잡비로 처리한 점(공판기록 454), ③ 피고인들은 단체협약 체결 후 정기적으로 현장에 가서 필요한 시간을 할애해 달라고 하여 안전교육을 시키기도 한 점, ④ E노조에서 이 사건 단체교섭 진행 중에 건설업체 몇 군데를 실제로 고발하기는 하였으나, 건설현장에 따라 고발한 후 수개월이 지나 비로소 단체협약을 체결한 곳도 있고(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33번),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나서 고발을 하기도 함으로써(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2번) 고발 내지 고발태세 자체가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의 주된 동기가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⑤ 단체협약 체결 당시 피고인들이 현장 근로자 중 노조원의 수나 명단, 노조 전임자가 누구인지 등을 특정한 적은 없지만, 현장소장 등도 피고인들에게 이러한 사항에 관하여 밝힐 것을 요구하거나 이를 알려고도 하지 않은 점, ⑥ 노조 전임자나 노조 간부가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 것이 형식적으로 보면 부당노동행위의 하나인 법 제81조 제4호 본문에 해당하는 것 같지만, 위 법조 소정의 부당노동행위의 성립 여부는 형식적으로 볼 것은 아니고 그 급여지급으로 인하여 조합의 자주성을 잃을 위험이 현저하지 않는 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고, 특히 그 급여지급이 조합의 적극적인 요구 내지는 투쟁결과로 얻어진 것이라면 그 급여지급으로 인하여 조합의 자주성이 저해될 위험은 거의 없어 위 법조 소정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1. 5. 28. 선고 90누6392 판결), 이 사건에서 원청업체가 위와 같이 노조 전임여를 지급하여 온 것은 E노조가 자신의 고유업무를 처리할 전임자를 확보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요구한 결과 획득한 것이어서 이를 가리켜 사용자가 노조의 운영비를 지원하는 위 법조 소정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단체협약의 체결에 있어서 피고인들이 건설현장의 환경, 산업안전 등의 문제에 대한 고발 내지 고발태세를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노동조합 활동의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할 단체교섭 및 그에 따른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E노조와 같이 건설현장의 일용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하여 조직된 노동조합의 특성상 근로자들의 안전이나 근로조건의 개선과 직결된 위와 같은 문제를 지적하여 그 시정을 촉구하고 시정되지 않는 부분에 대하여 정당한 절차에 따라 고발하거나 이를 위한 자료수집 차원에서 문제 있는 현장을 촬영한 것으로서, 단체협약의 체결을 요구하는 교섭과정에서 노동조합의 통상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고, 이러한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통상 수반될 수 있는 정도의 재산상의 손실이나 집단의 위력 등으로 인한 위압감은 사회통념상 사용자측이 당연히 수인해야 할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노조의 감시업무를 우연히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수행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공갈죄의 수단으로서의 상대방에 대한 협박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따라서 E노조가 자신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보이는 원청업체와의 사이에 수개 월간에 걸친 단체교섭과정을 거쳐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그 단체협약의 내용 중에 포함되어 있는 노조 전임비를 지급받거나 본사의 방침상 단체협약 체결이 곤란한 경우 노조의 행사지원비 명목으로 돈을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공갈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이와 달리 원심 제3회 공판조서 중 증인 L, M, N, O, P, Q의 각 진술기재와 원심 제4회 공판조서 중 증인 R, S의 각 진술기재, 당심증인 J의 법정진술, 사법경찰리 작성의 T, U, V, W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와 X, L, Y, Z, AA, AB, AC, M, AD, AE, AF, AG, AH, AI, AJ, AK, AL, AM, AN, AO, R, AP, AQ, AR, AS, AT, N, AU, AV, O, S, AW, AX, AY, AZ, BA, BB, BC, BD, Q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와 피해자별 입금내역사본, 2006년도 통장입금내역사본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A, B, D가 U, T 등과 공모 공동하여 노조전임비 등의 명목으로 금원을 갈취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공갈의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6)

소결

따라서 피고인 A, B, D의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1 내지 11, 13 내지 20, 22 내지 35, 37번 기재 각 공갈의 점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므로, 위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나.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피고인 A, B, D에 대하여)

원심증인 F, G과 당심증인 J의 각 법정진술에 의하면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12, 21번 기재 현장소장 등이 피고인들에게 노조 전임비 내지 행사지원비를 지급한 것은 피고인들의 협박에 의하여 위협을 느껴 교부한 것이 아니라 지원금 또는 노조를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돈을 준 것이라고 하고 있어 J, F, G의 각 경찰 진술은 믿기 어렵고, 별지 범죄일람표 제36번 기재 협박의 경우에도 H가 경찰에서 건설현장에서 관례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전임비를 지급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어 피고인들이 관리차장 H에게 전임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해악을 가하겠다고 고지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은 원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고, 여기에다가 앞서 본 피고인 A, B, D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서 설시한 내용을 더하여 보면, 원심이 이 부분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므로, 이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다.

다.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피고인 C에 대하여)

이 사건 시위 과정에서 나타난 불법성 및 폭력성의 정도, 피고인 C의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와 경위, 피해결과, 위 피고인의 가담정도와 역할, 시위 참여횟수, 그밖에 위 피고인의 나이, 성행, 직업, 환경 등 원심 및 당심 변론과 기록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모두 참작하면, 원심이 위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은 적정하고, 그것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 A, B, D의 공갈죄 중 유죄부분에 대한 각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 A의 양형부당 주장과 검사의 피고인 A, B, D에 대한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는 피고인 A, B, D에 대한 유죄부분을 전부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고,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B, D에 대한 무죄부분과 피고인 C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한다(다만, 원심은 피고인 C의 범죄사실 중 특수공무집행방해의 점에 대한 적용법조인 형법 제144조 제1항, 제136조 제1항의 기재를 누락하였으나, 이러한 잘못은 판결결과에 영향이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