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05. 9. 21. 원고에 대하여 한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8호증, 제9호증의 1 내지 50, 제10, 11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된다.
포항시 B 및 C 일대 해상에는 해양수산부 고시 D에 의거하여 신항만(포항 E 신항 : 2005. 8. 8. 착공하여 2009. 8. 7. 준공예정)을 건설하는 사업이 진행되었는데, 이에 원고는 위 항만의 하역작업을 위한 노무를 공급하기 위하여 2005. 8. 22. 그 설립을 위한 총회를 개최하고, 같은 달 25. 피고에게 명칭을 A노동조합으로,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를 포항시 북구 F로, 조합원 수를 50명으로, 대표자를 위원장 G로 하는 노동조합설립신고서를 제출하였다.
원고의 규약 제5조는 조합의 구성에 관하여 '조합원은 규약을 찬동하는 E신항 내 항만, 창고 등 각 분야 하역 및 운송보관업 이와 유사한 하역과 일용 잡역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설립총회에 참여한 50명의 조합원은 주로 포항시 남구와 북구에 거주하고 있으며, 경주시 H에 거주하는 사람도 4명 정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피고는 2005. 9. 20. 원고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한다.) 제2조 제4호 '라'목(근로자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같은 법 제12조 제3항에 따라 원고의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반려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관계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당사자의 주장
원고
원고와 같은 I조합은 어느 한 하역회사의 노동조합으로서 설립된 것이 아니라 인접지역의 여러 하역회사 혹은 하역회사 연합에 대응하여 그들의 노무공급요청에 응하고 있고 개별 하역회사와 조합원들이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지 않는 등 일정한 지역을 존재 기반으로 하고 항만에서의 하역작업 등 동종 또는 유사한 업종의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지역별, 직종별 노조에 해당되고, 산업별 · 직종별 · 지역별 노동조합은 원래 일정한 사용자에의 종속관계를 조합원의 자격요건으로 하지 않아 위 노동조합의 경우에는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에서 규정하는 근로자에 구직 중인근로자도 포함되며, 따라서 원고가 구직 중인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는바, 그럼에도 피고가 E신항의 하역 관련 개별 사업장이 아직 현실적으로 설립되지 않았다거나 원고의 조합원들이 이미 설립되어 있는 개별 사용자와 개별 · 구체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바 없다고 하여 원고의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반려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
피고는 평택시의 J노동조합 설립신고 당시에는 전혀 문제가 된 바 없는 조직원의 근로자성을 문제삼아 이 사건 반려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행정의 일관성이나 신뢰성, 형평성의 측면에서 비추어 보더라도 위법하다.
피고는 원고가 2005. 8. 24. 제출한 설립신고서를 보완지시나 반려도 없이 지체하여 오다가 한달 여 가까이 지난 2005. 9. 21.에야 이를 반려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단지 고위 공무원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적법한 설립신고를 반려한 것이므로 위법하다.
피고
지역별 노동조합이라고 하더라도 그 설립주체는 근로자이어야 하므로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본문의 규정은 지역별 노동조합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할 것인데, 원고의 규약상 조합원의 요건은 'E신항 내 항만, 창고 등 각 분야 하역 및 운송보관업 이와 유사한 하역과 일용 잡역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원고의 조합원들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원고의 조합원들을 장차 E신항 내에서 위와 같은 업종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구직자들로 본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노무공급의 대상으로 하는 E신항은 이제 막 착공되어 4년 후에나 준공될 예정이어서 그 노무공급의 가능성이 시기적, 장소적으로 구체화되어 있지 아니하고 추상적이므로 현 시점에서는 원고의 조합원들은 노동3권을 보장할 이익이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근로조건의 유지 · 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 · 사회적 지위의 향상'이라는 노동조합의 설립목적은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을 통한 단체협약의 체결로서 구체화되는 것이고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의 체결을 전제로 하지 않는 단결권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므로,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의 범위도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의 가능성 여부에 따라 그 범위가 설정되어야 하는 것인데,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의 상대방으로서의 사용자는 구체적으로 특정되지는 않을지라도 현실적으로 존재하거나 가까운 장래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야 하며, 근로자들의 노무제공에 대하여 지배 · 영향 관계에 있으면서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가 노무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E신항은 아직 건설 중에 있어 항만운송을 행할 항만으로 보기 어렵고,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의 체결 상대방으로서 사용자 지위에 있는 항만운송사업자가 존재하지 않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존재할 가능성도 희박하므로, E신항에 종사하기를 희망하는 실업자 또는 구직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는 근로자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에 해당하므로 노조법 제12조 제3항에 따라 원고의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반려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판단
원고의 첫째 주장에 대한 판단
근로기준법은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에 대하여 국가의 관리 · 감독에 의한 직접적인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개별적 노사관계를 규율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인 반면에, 노조법은 "노무공급자들 사이의 단결권 등을 보장해 줄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율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 그 입법목적에 따라 근로자의 개념을 상이하게 정의하고 있는 점, 일정한 사용자에의 종속관계를 조합원의 자격요건으로 하는 기업별 노동조합의 경우와는 달리 산업별 · 직종별 · 지역별 노동조합 등의 경우에는 원래부터 일정한 사용자에의 종속관계를 조합원의 자격요건으로 하는 것이 아닌 점에 비추어,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는 '기업별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사용자로부터 해고됨으로써 근로자성이 부인될 경우에 대비하여 마련된 규정으로서 이와 같은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원래부터 일정한 사용자에의 종속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산업별 · 직종별 · 지역별 노동조합 등의 경우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노조법 제2조 제1호 및 제4호 라목 본문에서 말하는 '근로자'에는 특정한 사용자에게 고용되어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자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 중인 자도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한 그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두8568 판결 참조). 따라서 노조법 제2조 소정의 '근로자가 아닌 자'란 근로의 의사 또는 능력을 가지지 않은 사람(자영업자, 자영농민, 학생 등)을 말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지역별 · 업종별 노동조합의 성격을 가진 원고가 'E신항 내 항만, 창고 등 각 분야 하역 및 운송보관업 이와 유사한 하역과 일용 잡역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그 구성원으로 삼고 있고, 위 항만의 하역 관련 사업장이 아직 현실적으로 설립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원고 조합원들을 근로의 의사나 능력이 없는 자영업자, 자영농민, 학생 등과 마찬가지로 보아 노조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E신항은 4년 후에나 준공될 예정이어서 원고의 노무공급의 가능성이 시기적, 장소적으로 구체화되어 있지 아니하고 추상적이므로 현 시점에서는 원고의 조합원들은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원고의 노무공급 가능성이 아직 시기적, 장소적으로 구체화되어 있지 않고 추상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원고의 조합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없어 위 조합원들이 노조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통상 단계적 준공절차를 거치는 항만공사의 특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항만의 준공예정일 이전이라도 가까운 시일 내에 원고에 의한 노무공급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실제로도 포항지방해양수산청장이 2005. 9. 20. E신항 내의 포항시 북구 K 소재 어선부두 6,000㎡에 관하여 관계 어민단체인 L조합의 동의를 얻어 M 주식회사에게 사용기간을 2005. 11. 11.부터로 하는 항만시설사용허가를 해줌으로써 위 회사가 2005. 11. 14.부터 E신항 내 어선부두를 이용하여 포항공장에서 생산한 선체블록의 출하작업을 하고 있는 사실, E신항 내에 공사 중인 컨테이너 부두는 민간건설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축조 중인 시설물로서 완공시 민간건설업체가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인 사실, 이 사건 처분일로부터 2개월 후인 2005. 11. 21. 위 항만 내에 역무선부두가 준공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4호증, 제17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된다.).
피고는 또, E신항에는 원고 조합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의 상대방으로서 사용자 지위에 있는 항만운송사업자가 존재하지 않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존재할 가능성도 희박하므로 원고 조합의 조합원들이 노조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나, 원고 조합에 대응하는 사용자나 사용자단체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사정은 당해 조합이 단체교섭의 상대방을 누구로 할 것인가의 문제일 뿐, 노동조합 설립의 장애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할 것일 뿐만 아니라(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누7122 판결 참조), 항만운송사업자를 원고 조합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의 상대방으로서 원고의 조합원들에 대한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고(대법원 1998. 1. 20. 선고 96다56313 판결, 1995. 12. 22. 선고 95누3565 판결 등 참조. 원고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의 상대방은 사단법인 N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가사 피고의 주장처럼 항만운송사업자가 원고 조합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의 상대방으로서 사용자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항만 내 일부 부두가 이미 완공된 사실, 위 항만 내 일부 부두를 통하여 출하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 등에 비추어 볼 때 가까운 시일 내에 위 항만 내에 항만운송사업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 조합원들이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님을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노동조합설립신고를 반려한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다른 주장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수학(재판장) 최월영 오문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