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자의 통근행위는 노무의 제공이라는 업무와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통근 방법과 그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유보되어 있다면 사업주의 지배ㆍ관리 하에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업무수행성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고, 다만 사업주가 제공하는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ㆍ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
근로자가 회사가 제공한 출퇴근 및 업무용 차량으로 출근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출퇴근 최적경로를 이탈하였던 경우라도 근로자의 출퇴근 경로를 사용자가 예상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로 내에서 발생한 사고라면 사용자의 지배ㆍ관리 하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 원심판결 : 대구지방법원 2007.9.12. 선고 2006구합3119 판결
* 원고, 항소인 : ○○○
* 피고, 피항소인 : 근로복지공단
주문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06.9.6.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4호증, 갑 제5호증의 1, 2,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1, 2, 을 제3, 4, 8,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모아 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갑은 2005.5.17. 주식회사 △△(이하 ‘△△’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 창녕공장에서 영업ㆍ관리이사로 근무하였고, 그 해 9.1.부터 △△ 계열사에서 근무하였다가 2006.3.1.부터는 다시 경북 고령군 쌍림면에 있는 △△ 고령공장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갑은 2006.7.10. 07:25경 △△ 고령공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 소유의 그랜져 승용차(이하 ‘사고차량’이라 한다.)를 직접 운전하여 자신의 주거지인 대구 달서구를 출발해서 화원인터체인지(IC)를 거쳐 그 날 07:40경 대구 달성군 논공읍 금포리 88고속도로를 대구 방면에서 고령 방면으로 진행하던 중 빗길에 갑자기 미끄러지면서 중앙선을 넘어가 그 때 마침 을이 운전하여 맞은편에서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일으켜 늑골골절, 다발성 타박상, 기흉, 혈흉, 폐부종 등의 상해를 입고 보광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그 날 08:20경 뇌간기능정지(추정)로 사망하였다(이하 위 사고를 ‘이 사건 교통사고’라 한다.).
원고는 갑의 처로서 2006.9.6. 갑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유족보상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하였는데, 피고는 그 날 갑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유족보상 및 장의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내용의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 사건 처분의 적법여부
당사자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이 관계 법령에 따른 것으로서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갑이 △△에서 출ㆍ퇴근용으로 제공한 사고차량을 이용하여 정상적으로 출근하던 중에 일어난 이 사건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사망하였으므로, 갑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갑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유족보상 및 장의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정 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6, 8 내지 12호증, 갑 제13호증의 1, 2, 을 제4, 5, 7호증, 을 제11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와 을 제6호증의 일부 기재 및 제1심 증인ㆍㆍㆍ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모아 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듯한 갑 제7호증의 기재와 을 제6호증의 다른 일부 기재는 이를 믿기 어려우며, 그 밖에 달리 반증이 없다.
△△은 2005.5.17. 갑을 영업ㆍ관리이사로 채용하면서 출ㆍ퇴근 및 업무용차량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하였고, 그에 따라 그 해 5.23. 사고차량을 구입하여 갑에게 이를 위 용도로 제공하였는데, 사고차량에 관한 유류비, 보험료, 세금 등 유지비용도 △△이 부담하였다.
갑은 가끔 △△ 고령공장 직원들로 하여금 그 업무를 위해 사고차량을 이용하도록 하였지만, 주로 사고차량을 자신의 출ㆍ퇴근 및 △△의 현장관리 등에 사용하였는데, 갑을 제외한 나머지 △△ 고령공장 직원들 중 출퇴근을 하는 직원들은 모두 자신들의 차량으로 출ㆍ퇴근을 하였고, 업무용으로 자신들의 차량을 이용할 때에는 △△으로부터 유류비를 보전받았다.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의 업무용 차량으로는 사고차량과 포터 트럭 1대가 전부이고 △△에서 관리하는 작업현장이 50여 군데가 넘는데, 갑은 △△의 영업 및 관리이사로서 현장 관리를 위하여 거의 매일 현장출장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사고차량이 그의 업무수행에 필수적이다.
한편 갑은 2005.5.23.경부터 사고차량을 운전하여 △△ 및 그 계열사의 회계처리를 담당하는 대구사무실을 들러 △△ 관련 서류를 전달한 후 △△ 창녕공장이나 고령공장으로 출근하기도 하였고, 2006.3.1.부터 △△ 고령공장으로 출근하면서 드물기는 하지만 자신의 주거지 인근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등교시킨 후 △△ 고령공장으로 출근하기도 하였다.
갑이 자택에서 △△ 고령공장으로 출근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승용차를 이용하여 88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 대구ㆍ고령간의 국도를 이용하는 것,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것 등이 있는데, 먼저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갑이 관리하는 작업현장이 수십군데에 이르러 사고차량이 없으면 현장관리와 거래처 방문 등의 업무가 곤란해질 뿐 아니라, 자택에서 1.2㎞ 거리의 대구 서부시외버스터미널로 와서 고령읍에 있는 고령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간 다음, 그곳에서 9㎞ 거리를 택시를 타야 하는데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것이어서 현실적으로 선택가능한 방법이라 할 수 없고, 다음 국도를 이용하는 방법은 대구 달성군 옥포면, 논공읍, 경북 고령군 성산면, 고령읍을 거쳐야 하므로 88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과 비교하여 30분 이상 출근 시간이 더 소요되어 합리적인 방법이라 할 수 없으며, 결국 88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고령인터체인지(IC)를 빠져 나와 907번 지방도를 거치는 방법이 최단거리이자 가장 시간이 적게 소요되는 최적경로라 할 수 있다.
이 사건 교통사고는 갑이 △△ 고령공장에 출근하기 위하여 자신의 주거지인 대구 달서구를 출발해서 화원인터체인지(IC)를 거쳐 그 날 07:40경 대구 달성군 논공읍 금포리 88고속도로를 대구 방면에서 고령 방면으로 진행하던 중에 일어났다.
판단
근로자의 통근행위는 노무의 제공이라는 업무와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통근 방법과 그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유보되어 있다면 사업주의 지배ㆍ관리 하에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업무수행성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고, 다만 사업주가 제공하는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ㆍ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07.9.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2.7.9. 선고 2002두3256 판결, 대법원 1999.12.24. 선고 99두902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인정 사실에서 본 다음과 같은 사정, ① 갑이 회사가 출ㆍ퇴근 및 업무용으로 제공한 사고차량을 운전하여 출근하던 중 이 사건 교통사고로 재해를 입은 점, ② △△은 사고차량에 대한 보험료, 수리비, 기름값 등의 유지비용을 모두 부담하였고, 갑은 사고차량을 출ㆍ퇴근과 현장 방문, 거래처 관리 등의 업무에 사용하였으며, 직원들도 갑의 허락 하에 가끔 자신들의 업무용으로 사용하기도 한 점, ③ 갑이 이 사건 교통사고 시 거주지에서 △△으로 출근함에 있어서 선택한 경로는 갑의 거주지와 △△ 사이의 최적경로로서 합리적인 경로라고 볼 수 있는 점(이 점에 대하여 피고는 갑이 88고속도로를 이용하려면 거주지에서 바로 남대구IC를 거치는 방법과 상인네거리를 거쳐 화원IC를 거치는 방법이 있는데, 전자의 경로는 주거지에서 바로 남대구IC로 가는 경로로서 거리는 약 1.96㎞로 확인되고, 후자의 경로는 그린맨션에서 상인네거리를 거쳐 화원IC로 가는 경로로서 거리는 약 7.26㎞로 확인되는바, 갑이 이 사건 교통사고 시 거리가 더 먼 후자의 경로를 선택한 것은 상인네거리에 있는 영남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태워주기 위했던 것으로 보이므로 최적경로라 할 수 없고, 결국 출근경로의 선택이 갑에게 유보되어 있어 사업주의 지배ㆍ관리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각 경로에 따른 거리를 비교한다면 주거지에서 남대구IC를 거쳐 화원IC까지의 거리와 주거지에서 상인네거리를 거쳐 화원IC까지의 거리를 비교해야 하는 점,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최적경로인 88고속도로를 주경로로 이용한 점이 분명한 이상 교통상황을 감안하여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남대구IC를 이용하지 않고 그 다음 인터체인지인 화원IC를 이용하였다고 하여 합리적인 경로 선택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출ㆍ퇴근 시간에는 남대구IC가 인근의 밀집된 아파트 단지와 성서공단에 출입하는 차량 때문에 상습적으로 교통체증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교통사고 시 갑이 아들을 등교시키기 위하여 화원 인터체인지를 이용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한데다가 설사 갑이 아들을 등교시키기 위하여 화원IC를 이용하는 경로를 선택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교통사고가 그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최적경로인 88고속도로를 이미 진입하여 화원IC를 지난 지점에서 일어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갑이 이 사건 교통사고 시 선택한 출근 경로는 사업주가 예상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로로 보인다.) 등을 종합하면, 갑이 사고차량을 이용하여 출근하는 것은 그 자신의 출근의 방법이기도 함과 동시에 그 외근 업무 수행 등에 필수적인 이동수단을 준비하여 업무수행 장소에 도착하는 것으로서 업무의 준비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상황에서 갑이 사로차량을 이용하여 최적경로로 출근하는 과정은 사업주인 △△의 지배ㆍ관리 하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이 사건 교통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갑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원고에게 갑의 사망으로 인한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가 있어 인용하여야 할 것인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한다.
판사 최우식(재판장) 이성복 서경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