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 C은 중학교 선배인 피고 B의 명의를 빌려 2012. 9. 5. 주식회사 D(대표이사 E, 이하 'D'이라 한다), E과 사이에 D의 자산(경영권 포함)과 주식 및 D이 운영하던 대구 남구 F호텔(이하 '이 사건 호텔'이라 한다)에 관한 일체의 권리(토지 및 건물에 관한 소유권, 경영권 등)를 대금 12,700,000,000원[계약금 500,000,000원(지급기일 2012. 9. 5.), 중도금 1,200,000,000원(지급기일 2012. 9. 5.), 잔금 11,000,000,000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양수도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피고 C은 2012. 9. 5. E에게 이 사건 양수도계약의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액면금 800,000,000원, 어음번호 G인 약속어음 1장 및 액면금 700,000,000원, 어음번호 H, 발행일 2012. 9. 5., 지급기일 2012. 11. 8.인 약속어음 1장(이하 위 약속어음 2장을 통틀어 '이 사건 약속어음'이라 한다)을 교부하였다. 이 사건 약속어음은 D으로부터 이 사건 호텔을 임차하여 예식장 및 식당을 운영하고 있던 원고가 발행한 것으로, 피고 C은 원고 대표이사인 I으로부터 이 사건 약속어음을 교부받아 피고 B로부터 배서를 받은 후 E에게 교부하였다. 이 사건 약속어음은 나중에 I에 의하여 모두 결제되거나 회수되었다.
피고들과 원고는 다음과 같은 차용증 2장(이하 위 차용증 2장을 통틀어 '이 사건 차용증'이라 한다)을 작성하였다.
피고들은 2012. 11. 8.경 원고와 "쌍방은 협의에 의하여 이 사건 양수도계약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2012. 11. 8.부로 원고에게 양도하고, 어떠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으며 일체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매매계약권리양도 각서(이하 '이 사건 인증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D은 2012. 10. 23. 이 사건 양수도계약이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J 등과 D의 주식, 이 사건 호텔 부지 및 건물에 관한 소유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한편, 이 사건 호텔 부지 및 건물은 2000. 8. 10. D의 K 주식회사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주식회사 L(이하 'L'이라 한다)에 담보신탁되어 있었는데, D이 2012. 6. 11. 이후의 원리금 변제를 지체하여 2012. 10. 10.부터 공매절차가 진행되었으나 8회에 걸쳐 유찰되었다. 이에 L은 2013. 1. 25. 주식회사 M(이하 'M'라 한다)에 이 사건 호텔 부지 및 건물을 매도하고, 2013. 6. 5.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D과 E이 이 사건 양수도계약상의 채무를 불이행하자, 피고 C이 주위적 원고, 피고 B가 예비적 원고가 되어 D과 E 등을 상대로 계약해제로 인한 원상회복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위 소송의 제1심(대구지방법원 2013가합6678)에서 2015. 5. 28. 'D과E은 연대하여 피고 C에게 계약금 및 중도금 반환금 1,600,000,000원, 손해배상금 100,000,000원 합계 1,7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피고 B는 계 약당사자로 볼 수 없어 피고 B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었고, 그 항소심(대구고등법원 2015나1940)에서 2016. 8. 24. 위 제1심의 인용금액에 추가하여 'D과 E은 연대하여 피고 C에게 손해배상금 4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확정되었다(이하 위 소송을 '관련 민사소송'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가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원고는 2012. 9.경 피고들에게 약속어음 액면금 합계 15억 원을 대여하면서 피고들과 이 사건 차용증을 작성하였다. 피고 C이 이 사건 약속어음 회수 과정에서 N에게 1억 원을 지급하였으므로, 남은 대여원금은 14억 원이다.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14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들
원고의 대표이사인 I은 이 사건 호텔을 인수하고자 하였으나 E이 I에게 매도하는 것을 꺼리자 친구인 피고 C을 통해 이 사건 호텔을 인수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피고 C이 신용불량자여서 선배인 피고 B에게 계약 명의를 빌려줄 것을 요청하여 피고 B 명의로 이 사건 양수도계약이 체결되었다.
이 사건 차용증은 L과 M 사이에 이 사건 호텔 부지 및 건물에 관한 매매계약이 체결된 이후 M에 대하여 자신의 채권을 주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서류라고 하면서 작성해줄 것을 요구하여 적어도 2013. 1. 25. 이후에 작성일자를 소급하여 작성한 것이므로, 이 사건 차용증상의 대여금약정은 민법 제107조의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설령 위 약정이 유효하더라도, 피고들이 이 사건 인증서에 따라 I에게 이 사건 양수도계약상 권리를 양도함으로써 그 대여금채무는 면제되었다.
판단
관련 법리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나,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있거나 그 기재 내용과 다른 명시적·묵시적 약정이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 등 그 기재 내용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것으로 볼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증명력을 배척할 수 있다(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57117 판결,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다5661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피고들이 원고에게 이 사건 차용증을 작성해준 사실, I이 피고 C에게 이 사건 약속어음을 교부한 사실, 피고 C이 이 사건 약속어음에 피고 B의 배서를 받아 이 사건 양수도계약의 계약금 및 중도금조로 E에게 교부한 사실은 위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5호증의 3, 을가 제3, 4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법무법인 O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제1심법원의 피고 C에 대한 당사자본인신문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앞에서 인정한 사실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들에게 2012. 9. 5.경 이 사건 약속어음 액면금 상당의 돈을 대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차용증상의 대여금약정은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의 상대방이 알고 있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 결국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차용증에는 변제기, 이자약정 등 통상 차용증에 포함되는 내용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원고는 피고 C의 부탁을 받고 이 사건 약속어음의 지급기일인 2012. 11. 8.을 변제기로 하여 액면금 상당의 돈을 대여해주었다고 주장하나, 피고 C은 신용불량자로 이 사건 양수도계약을 피고 B의 명의로 체결한 점, 피고 B는 피고 C의 중학교 선배로 원고와는 일면식도 없던 사이인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들로부터 아무런 담보도 제공받지 않고 15억 원이라는 거금을 대여해주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선뜻 믿기 어렵다.
원고는 피고들이 이 사건 호텔을 운영하기로 하고 이 사건 양수도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들은 원고가 이 사건 호텔을 운영하기 위해서 피고들을 통하여 이 사건 양수도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한다. I은 이 사건 호텔을 임차하여 예식장 및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던 반면, 피고들은 호텔 운영을 한 경험이 전혀 없었던 점, 이 사건 양수도계약상 매매대금이 127억 원이고, 호텔 운영에 경험이 없던 피고들이 갑자기 이 사건 호텔을 인수하여 경영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 점, 호텔 운영 경험이 있는 I은 이러한 사정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피고 C이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거액을 담보 없이 빌려주었다고 믿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양수도계약 과정에서 I이 피고 C에게 "난 120개에 하고 싶어요.", "어떻게 되었나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 C은 E의 근로기준법위반 등 형사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사건 양수도계약 체결 경위에 대하여 "고향 선배가 호텔 대표이사가 되고 싶다고 해서 B 명의로 체결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위 진술은 이 사건 양수도계약에 실매수인이 따로 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점, N은 위 형사사건의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호텔을 인수할 만할 사람을 물색하던 중 1을 통하여 C을 소개받아 제게 C을 E에게 소개시켜준 겁니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위 진술은 피고 C이 먼저 이 사건 호텔을 인수하기 위하여 I에게 자금 차용을 부탁하였다는 원고의 주장과 맞지 않는 점, 피고 B가 2012. 9. 중순경 자신이 운영하던 부동산 사무소를 이 사건 호텔 별관으로 이전하여 약 3개월간 운영하였으나, I의 요구로 위 사무소를 비워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들의 주장대로 원고가 이 사건 호텔을 운영하기 위하여 피고들을 통하여 이 사건 양수도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원고는 피고 C이 이 사건 양수도계약과 관련하여 1억 원을 투자하였으므로 피고들이 이 사건 호텔을 실제로 운영하려고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와 같은 사정에 아래에서 보듯이 관련 민사소송에서 I이 주도적 역할을 한 사정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 C이 이 사건 양수도계약에 관하여 일부 자금을 투자하였다 하더라도 여전히 원고가 이 사건 양수도계약 체결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들은 아무런 대가없이 이 사건 양수도계약상 권리를 I에게 양도하는 내용의 이 사건 인증서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약속어음의 지급기일이 도래하였는데도 피고들이 대여금을 변제하지 않아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인증서를 작성하였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인증서의 문구와 내용 등에 비추어 위 인증서가 담보 목적으로 작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주장에 따르면 그 대여금채무의 이행기는 2012. 11. 8.이라 할 것인데, 원고는 변제기가 도과한 이후에도 피고들에게 채무를 독촉하는 등 권리행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I은 2013. 12. 10. 피고 B의 대구은행 계좌에 수고비조로 500만 원을 입금한 것으로 보이는데, 대여금을 변제받지 못한 상황에서 채권자인 원고가 채무자인 피고 B에게 오히려 돈을 송금하였다는 점에서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I은 관련 민사소송에서 변호사비용으로 심급당 2,200만 원을 부담하는 등 피고 C을 통해 위 민사소송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 C도 제1심 당사자본인신문에서 관련 민사소송 진행 중 I에게 "제가 승소를 하더라도 I 사장 거니까 넘겨줄게."라고 이 야기를 했고, 이후 위 판결금 채권을 I에게 넘겨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 판결금 채권은 원금만 21억 원 상당인데, 원고도 위 판결금 채권을 양수받은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결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이흥구(재판장) 이현우 홍성욱
각주1) I이 M에 대하여 자신의 채권을 주장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하여 피고들이 작성일자를 소급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차용증을 작성해주었다는 취지의 피고 C의 주장을 위와 같이 선해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