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등법원판결

대구고등법원 2020. 10. 23. 선고 2019누4678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 3, 14, 15, 26호증, 을 제2호증(특별히 표시하지 않는 경우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1991. 5. 21.부터 H에 있는 B 합자회사(이하 'B'라 한다)에서 택시기사로 근무해왔는데, 2015. 11. 16. 15:00경 택시를 운전하던 중 갑자기 구토, 마비 등의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후송된 후 '급성 뇌경색증'(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았다.

나.원고는 2016. 1. 8.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산업재해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피고는 2016. 3. 30. 원고에 대하여 재해조사를 실시하여 원고의 B 운전기사 근로에 관하여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4주간의 평균 근무시간이 1주당 53시간 20분이고, 발병 전 12주간의 평균 근무시간이 1주당 57시간 13분이라고 확인하고, 2016. 4. 15. 원고에 대하여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

다.

원고는 2017. 4. 6. '원고가 B에서의 운전업무 외에 C(이하 'C콜센터'라 한다)의 사무국장 업무를 수행하느라 과로에 시달렸는데, B 및 C콜센터의 근무를 합산해보면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다시 피고에게 산업재해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피고는 2017. 10. 18. 원고에 대하여 'C콜센터는 회원단체로 B와 동일 사업장으로 볼 수 없는데다가 B와 C콜센터의 근로계약이 불명확하여 협력업무를 근로시간에 포함할 수 없고 업무량이 과중하더라도 근로시간을 합산하여 인정하기 어려워 원고가 과로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이 사건 처분에 관계되는 법령은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B에 소속되어 운전기사 업무를 수행한 것 외에도 B 대표자 I의 지시에 따라 C콜센터 사무국장 업무를 함께 수행하였다.

위와 같이 B와 C콜센터에서 원고가 근로한 시간을 합산하면, 원고는 고용노동부 고시가 정하고 있는 과로 기준을 현저히 초과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피고는 원고의 요양급여 신청을 거절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판단

가.

다수 사업장 근로와 업무상 질병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말하는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의미하는데(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이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6두49372 판결 참조).

근로자가 여러 개의 건설공사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근무하다가 작업 중 질병에 걸린 경우 그 건설공사 사업장이 모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 대상이라면 당해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 그 근로자가 복수의 사용자 아래서 경험한 모든 업무를 포함시켜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2017. 4. 28. 선고 2016두56134 판결 참조). 이는 건설공사 사업장이 아닌 일반 사업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 볼 수 있다.

나.

원고가 C콜센터의 근로자인지 여부

1)

갑 제4,호증, 을 제4, 5, 10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① 2011. 12. 2.부터 2013. 1. 28.까지, ② 2013. 1. 28.부터 2013. 10.경까지, ③ 2014. 2. 1.부터 2015. 11. 16.까지 C콜센터에서 센터장으로 재직한 사실은 인정된다.

2)

그러므로 나아가 원고가 C콜센터에서 I 등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대하여 살피건대, 제4, 11 내지 28호증, 을 제3, 4, 5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반대사정에 비추어 갑 제5, 6, 7, 32, 33, 35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C콜센터는 법인택시사업자 및 택시종사자의 사업권 보호, 회원사의 생활안정 및 복리증진 등을 목적으로 D시 소재 3개 택시회사 운전기사 97명(B 35명, F 34명, G 28명)을 회원으로 하여 설립된 비영리단체로서, 그 설립비용은 시·도 지원금 70%, 택시기사 자부담 30%로 마련되었다.

②

C콜센터의 임직원은 센터장 1명, 감사 2명, 관계 택시회사가 지명한 운영위원 3명, 관제사 4명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센터장 1명, 택시회사 대표 3명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센터장이 구체적인 집행업무를 총괄한다(C콜센터 운영규정 제3조, 제8조).

③

C콜센터의 센터장은 임기를 2년으로 하여 정기총회에서 선출되고, 어떠한 외부 간섭도 배제되며, 업무위반행위가 있는 경우 총회에서 재적인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아 불신임이 가능하도록 신분이 보장되어 있다(C콜센터 운영규정 제4조 제1항, 제5항, 제9조 제7항). C콜센터의 대표자로 등재된 I 및 J 역시 원고가 선출을 통해 C콜센터의 센터장으로 취임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갑 제4호증, 을 제5, 28호증).

④

C콜센터는 회원들이 납부하는 회비로 운영경비를 마련하여 센터장 수당(월 50만 원) 및 사무실 임대료(연 50만 원) 등을 지출하였고, 소속 직원들 역시 C콜센터를 사업장으로 하여 국민건강보험 등에 가입하는 등 B와는 독립된 조직을 갖추고 별개로 운영되어 왔다. C콜센터가 사업자등록을 하면서 대표자를 B의 대표자인 K, I으로 등재한 것은 C콜센터 회원 중 B에 소속된 회원이 가장 많았기 때문일 뿐이고, 이를 두고 센터장을 포함한 C콜센터의 임직원이 B 대표자 I의 지휘·감독을 받아 근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원인

갑 제29호증의 기재, 이 법원의 L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반대사정에 비추어 갑 제32, 33, 34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B 및 C콜센터에서 수행한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급성 뇌경색은 뇌혈관이 여러 요인으로 급작스럽게 좁아지거나 막혀 뇌혈류량이 감소하고 필요한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아 그 혈관이 지배하는 뇌 영역의 정상 뇌세포가 사망하여 그 기능이 상실되는 것을 말한다.

2)

급성 뇌경색의 원인으로는 모야모야병,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대동맥의 협착이나 폐색에 의한 경우, 심장에서 발생한 색전에 의한 경우, 미세동맥의 막힘 또는 혈액 성분의 이상 등이 있고,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많다. 발병의 위험요인 및 인자로는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일고성허혈, 감염, 고지혈증, 흡연 등이 알려져 있으며, 일반적으로 상당한 정신적, 육체적 과로, 스트레스, 수면부족, 탈수 등도 허혈성 뇌졸중(뇌경색 포함)의 촉발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3)

갑 제32, 33호증(각 확인서)의 각 기재만으로는 C콜센터의 센터장으로서 원고가 근무한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고, 달리 위 근무시간이 얼마인지 확인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원고가 주간에 B 운전기사로 근무해왔던 점에 비추어 C콜센터의 센터장 근무와 관련하여 출퇴근 시간의 제약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4)

원고에게서 뇌경색의 위험요인 및 인자로 알려진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일고성허혈, 감염, 흡연, 비만 등이 구체적으로 발견되지는 않으나, 2012년 및 2014년 건강검진에서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215, 208이고,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128, 134로 높아 고지혈증의 위험인자가 존재하였고, 진료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좌측 뇌실 주위 백질부분에서 기저핵까지 뇌경색이 관찰되고, CT검사상에 좌대뇌 뇌경색 병변이 확인된다.

5)

L병원장은 진료기록 감정결과에서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두루 참작하여 '민원인을 직접 상대하고 민원사항을 해결해야 하는 업무의 성격과 퇴근 후의 휴식시간 및 수면시간 중 대기상태(on call)가 원고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고, 이는 뇌경색의 발병에 기여하는 촉발인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원고의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점, 원고가 고지혈증이 있음에도 적절히 치료하지 않은 점, 경동맥 초음파 검사상 좌측 뇌경색 부위에 상응하는 좌측 경동맥에 석회화된 동맥 경화반이 관찰된 점 등을 종합하면, 뇌경색의 위험요소인 고지혈증이 이 사건 상병의 주된 요인이라 사료되고, 업무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과로나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어느 정도 기여하였더라도 그 기여도는 약 25%로 제한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라.

소결론

원고가 B에 소속된 근로 외에 C콜센터에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은 근로자로서 근무하였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B 및 C콜센터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고의 주장은 결국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김찬돈(재판장) 손병원 원호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