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등법원판결

대구고등법원 2024. 12. 20. 선고 2024누11397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 경위

가.

원고는 1999. 9. 4. 순경으로 임용(공채)되어 2016. 6. 30. 경감으로 승진한 뒤, 2022. 2. 4.부터 2022. 9. 4.까지 경상북도경찰청 C부서관리계 서무팀장으로 근무한 경찰공무원이다. 피해자 I(이하 ‘피해자’라 한다)은 2020. 2. 3.부터 원고와 같은 C부서관리계 서무로 근무한 경찰공무원으로서 2022. 9. 20. 당시 계급은 경위였다.

나.

피고는 2022. 9. 2. 피해자로부터 ① 원고가 피해자의 주거지인 아파트 공동현관 앞에서 피해자를 강제로 끌어안는 신체접촉, ② 원고가 회식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내 잘 안아주지 않는데 지난번에 집 앞에서 특별히 너를 안아줬다’고 한 발언, ③ 원고가 피해자에게 한 아래와 같은 발언(이하 ‘이 사건 징계사유’라 한다)에 대한 성희롱 신고를 받았다. 피고는 조사결과 위 ①, ② 언행에 대해서는 성희롱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불문종결 처리를 하였고, 이 사건 징계사유에 대해서는 성희롱 혐의를 인정하여 2023. 4. 5. 경상북도경찰청 경찰공무원 보통징계위원회에 원고에 대한 경징계 의결을 요구하였다.

다.

경상북도경찰청 경찰공무원 보통징계위원회는 2023. 4. 12. 이 사건 징계사유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 제63조(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같은 법 제78조 제1항 제1호 및 제3호에 따라 원고에 대해 ‘감봉 1월’을 의결하였다. 피고는 2023. 4. 19. 위 의결에 따라 원고에게 ‘감봉 1월’ 처분을 하였다.

라.

원고는 2023. 5. 9.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위 처분의 취소 또는 감경을 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하였고,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는 2023. 7. 11.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 처분을 불문경고로 변경하는 재결을 하였으며, 피고는 2023. 7. 21. 위 재결에 따라 위 처분을 불문경고로 변경하는 인사발령통지를 하였다(이하 인사혁신처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변경된 불문경고 처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7 내지 12호증, 을 제10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3.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본안전 항변 요지

불문경고처분은 그 경고를 받은 날부터 1년이 경과한 때에 경고 처분대장에 등재되었던 기록이 말소된다. 이 사건 처분은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처분을 한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한 2024. 4. 19. 기록이 말소되었고 그로 인하여 원고의 법률상 이익이 침해되고 있지 않으며, 불문경고처분으로 인하여 포상의 추천 등에 제한이 있다는 점만으로 법률상 이익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소는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판단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문은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도 그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의 경우’에는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이미 효과가 소멸된 행정처분에 대해서도 권리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취소소송의 제기를 허용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권리보호의 필요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한 헌법 제27조 제1항의 취지와 행정처분으로 인한 권익침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하려는 행정소송법의 목적 등에 비추어 행정처분의 존재로 인하여 국민의 권익이 실제로 침해되고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권익침해의 구체적·현실적 위험이 있는 경우에도 이를 구제하는 소송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요청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5두3485 판결 참조).

(경찰청) 경고·주의 및 장려제도 운영 규칙 제7조 제2항에 의하면 불문경고로 부과된 벌점은 해당 계급에서 1년간 효력을 가지고, 제10조 제1호에 의하면 불문경고를 받은 날부터 1년이 경과한 때는 경고 처분대장에 등재된 경고 기록을 말소하고 비고란에 그 사유를 기재하여야 한다.

경찰공무원 징계령 세부시행규칙 제8조에 의하면, 징계의결이 요구된 자가 정부 표창 규정에 의해 표창을 받은 공적 등이 있는 경우에는 징계양정 감경기준에 따라 징계를 감경할 수 있으나(제1항), 당해 공무원이 징계처분이나 징계위원회의 권고에 의한 경고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이나 경고처분 전의 공적은 감경대상 공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항). 한편 경찰표창 및 경찰공무원 기장 수여 등에 관한 규칙 제9조 제1항 제3호 및 제3항에 의하면 불문경고처분을 받고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사람은 표창 대상자 추천에서 제외되고, 제9조 [별표1]에 의하면 불문경고의 집행이 종료된 날부터 경찰서장 표창은 1개월, 시·도 경찰청장 표창은 3개월, 경찰청장 표창은 6개월이 경과하여야 각 표창을 받을 수 있고 주요비위(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에 따른 성희롱을 포함한다)로 불문경고처분을 받은 경우 정기표창은 위 각 제한기간의 4배(시·도 경찰청장 표창은 3배, 경찰서장 표창은 2배), 수시표창은 위 각 제한기간의 3배(시·도 경찰청장 표창은 2배, 경찰서장 표창은 1배)에 해당하는 기간이 경과하여야 각 표창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 을 제20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정부포상 업무지침은 징계 또는 불문경고(징계위원회 의결에 의한 불문경고에 한함) 처분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공무원 포상 및 모범공무원 선발에 추천 제한을 받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가 2023. 4. 19. 이 사건 처분을 받은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고, 그로부터 1년이 경과하였음이 명백하므로 경고 처분대장에 등재된 이 사건 처분기록은 말소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앞서 본 각 규칙이나 정부포상 업무지침 등은 법규명령이 아니라 행정조직 내부에서 행정의 사무처리기준으로 제정된 일반적·추상적 규범인 행정규칙이어서 일반 국민이나 법원에 대한 대외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행정조직 내부에서는 구속력 있는 규범으로 적용되고 있고, 그 내용에 따르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차후 다른 징계처분이나 경고를 받게 될 경우 징계감경사유로 사용될 수 있었던 표창공적의 사용가능성을 소멸시키는 효과와 표창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효과 등의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기록이 경고 처분대장에서 말소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한 불이익이 남아 있으므로, 원고에게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원고 주장 요지

1)

절차적 하자

피고는 이 사건 징계사유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외부 전문가의 자문의견이 서로 달라 성희롱·성폭력 성립 여부에 대한 전문적 판단이 필요하였으므로 「구 경찰청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2차 피해 방지와 그 처리에 관한 규칙(2024. 6. 13. 경찰청훈령 제11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경찰청 성희롱·성폭력 예방규칙’이라 한다)」이 정한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성희롱·성폭력 성립 여부에 대하여 심의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피고는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고 피고의 감찰조사 기록에만 근거하여 원고에 대한 징계를 의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

2)

징계사유 부존재

원고는 이 사건 징계사유 중 제2발언과 관련하여 이 사건 당시 함께 동석했던 계장이 전화를 받고 나가는 모습을 두고 피해자에게 ‘계장 애인 있나’, ‘경찰관 중에 애인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관사에 보면 부인인지 애인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나도 찾아오는 사람 있다’는 정도의 말을 한 사실은 있지만, 나머지 제1, 3발언을 한 사실은 없다. 그러므로 원고가 이 사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발언을 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재량권 일탈·남용

원고는 피해자와의 분리조치로 인한 징계성 인사발령을 받아 G에서 근무하는 불이익을 받은 점, 성비위 징계로 인해 앞으로 승진과 보직에 있어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침해되는 원고의 불이익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처분은 징계양정이 과중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

나.

판단

1)

절차적 하자 주장에 대한 판단

구 경찰청 성희롱·성폭력 예방규칙 제12조 제2항은 ‘신고센터장은 성희롱‧성폭력 및 2차 피해의 공정한 처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제13조에 따른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에 상정하여 처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14조 제1항은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의 회의는 신고센터장이 요청하거나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위원장이 소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의 문언과 내용에 의하면, 성희롱‧성폭력 행위에 대한 징계절차에 있어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의 개최와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심의할 것인지는 신고센터장 또는 위원장의 재량 판단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경찰청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에 의하면, 외부 전문가의 자문의견 상이 등 성희롱·성폭력 성립 여부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경우를 신고센터장의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 개최 요청 사유의 하나로 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 매뉴얼은 경찰청 내부의 사무처리지침에 불과하여 법규로서의 효력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위 매뉴얼 내용에 의하더라도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의 개최를 요청할 것인지는 신고센터장의 재량 판단에 의하여 결정하는 것일 뿐 외부 전문가의 자문의견이 상이하다고 하여 반드시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를 필요적으로 개최하여야 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징계사유 부존재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므로, 징계사유인 성희롱 관련 형사재판에서 성희롱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5, 6호증, 을 제1 내지 9, 13, 14, 18, 1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징계사유 중 제2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제2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며, 이는 국민의 수임자로서 특히 경찰이라는 직책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공직의 신용, 체면, 위신을 저해한 것이라 볼 수 있으므로, 징계사유인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2022. 6. 29. 피고에게 이 사건 징계사유 중 제1, 3발언을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1)

원고가 이 사건 당시 함께 동석했던 계장이 전화를 받고 나가는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우스갯소리로 ‘계장 애인 있나?’, ‘경찰관 중에 애인 없는 사람이 어디있냐?’, ‘관사에 보면 부인인지 애인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나도 찾아오는 사람 있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해자에게 제2발언과 같은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제2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①

원고와 피해자는 같은 C부서관리계에서 근무하였던 점, 원고는 공식 직함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서무팀장으로 불리면서 C부서의 서무를 담당하고, 피해자는 관리계의 서무를 담당하고 있었던 점, 원고의 직급·경력·나이 등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가 직접적으로 피해자를 지휘·감독하거나 피해자를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원고의 계급은 피해자보다 더 높은 경감이고,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피해자보다 더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평가된다.

②

원고의 제2발언은 단순히 자신에게 애인이 있다는 내용을 넘어 경찰관들의 숙소인 관사에 자신의 배우자 이외의 다른 여성이 찾아오고 있고, 다른 사람들 역시 배우자 이외의 사람들이 관사로 찾아오고 있다는 의미로서, 배우자 외의 사람과의 성관계를 암시하고 있으므로 이는 성적인 언동에 해당한다. 원고가 피해자의 상급자인 점, 피해자가 원고와 평소 성적인 대화를 나눌 정도로 친밀한 사이가 아니었던 점, 원고와 피해자 모두 배우자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원고의 제2발언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③

원고의 제2발언은 계장이 전화를 받고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두고 우스갯소리로 시작되었으나, 원고는 단순한 우스갯소리를 넘어 별다른 이유나 맥락 없이 자신의 하급자이자 여성인 피해자를 상대로 불필요한 성적인 언동까지 하였다. 이러한 발언 경위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해자는 충분한 불쾌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2)

원고가 제1발언을 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과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들은 참고인 A, D의 진술이 있다(참고인 A, D는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징계사유 중 제1발언에 대해서만 들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참고인 A, D의 진술은 피해자로부터 전해들은 사실을 다시 진술한 것으로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과 같다. 결국 제1발언에 대한 증거는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하다.

이 사건은 원고, 피해자, 계장이 함께 볼링을 치고 F으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시다가, 계장이 전화를 받고 자리를 떠나 원고와 피해자만 있는 자리에서 발생하였다. 원고와 피해자는 모두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데, 그러한 관계에서 원고가 별다른 맥락이나 이유도 없이 제1발언과 같은 말을 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반면에 원고는 이와 관련해서 피해자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 네가 친하게 지내는 여경 R에게 물어봐라. 그리고 나는 여경 H와는 스킨십도 하고 내가 발로 엉덩이도 차고 지내는 사이다’라고 말하였고, 피해자가 ‘팀장님 같은 사람 처음 본다’고 말하자, 원고가 피해자에게 ‘내가 주말에 집에 있어도 니 생각이 난다. 너 때문에 힘들다 스트레스 받아서.’라는 말을 하였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는데, 피해자가 원고의 위와 같은 발언을 제1발언으로 오인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3)

원고가 피해자에게 제3발언을 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증거도 피해자의 진술밖에 없고, 피해자는 참고인 A, D에게 원고의 제3발언에 대해서 별도로 이야기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4)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서도 원고가 제1, 3발언을 하였다는 개연성이 상당히 낮다고 보았고, 달리 원고가 피해자에게 제1, 3발언을 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3)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으며,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하고, 징계권의 행사가 임용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라고 하여도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징계권을 행사하여야 할 공익의 원칙에 반하거나 일반적으로 징계사유로 삼은 비행의 정도에 비하여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거나 또는 합리적인 사유 없이 같은 정도의 비행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적용하여 온 기준과 어긋나게 공평을 잃은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에 위반한 경우에 이러한 징계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처분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1992. 6. 26. 선고 91누11308 판결, 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4두5546 판결 등 참조).

또한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도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3두572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이 사건 징계사유 중 제1, 3발언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인정되는 징계사유인 제2발언만으로도 이 사건 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고,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경찰공무원은 수행하는 업무의 특성상 일반인보다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됨은 물론이고, 경찰의 품위손상행위는 본인은 물론 경찰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보다 엄격한 품위유지의무가 요구된다.

②

경찰공무원 징계령 세부시행규칙 제4조 [별표 1]의 품위유지의무 위반 중 성관련 비위에 대한 징계양정 기준은 [별표 2의2]와 같은데, 같은 규칙 [별표 2의2] 성희롱 중 ‘가목 외의 성희롱’(가목은 ‘반복·상습적이거나 피해자가 다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이다) 유형 및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에는 징계양정 기준이 ‘정직~감봉’으로 되어 있다. 위와 같은 징계양정 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과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합리성이 없다고 볼 근거가 없다.

③

성희롱 행위는 경찰공무원 징계령 세부시행규칙 제8조 제3항 제2호에 따라 징계를 감경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징계사유 중 제1, 3발언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인정되는 징계사유인 제2발언만으로도 위 징계양정 기준상 원고에 대한 징계수위는 ‘감봉’ 이상의 수준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감봉 1월의 원처분을 불문경고로 감경한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으로 인하여 전보인사가 이루어진 점 등 원고가 주장하는 정상 사유가 충분히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④

공무원임용령 제32조 제1항 제2호 등에 의하면, 통상적인 징계처분과 달리 이 사건 처분에 해당하는 불문경고는 일정기간 승진임용에 제한이 있는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또한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처분 이후 1년이 경과하여 경고 처분대장에 등재된 불문경고 기록이 말소됨으로써 위와 같은 승진임용 제한 등의 불이익은 이미 제거된 것으로 보이고, 표창 공적의 사용가능성 소멸 및 표창 대상자 제외 등의 경미한 불이익만이 남아 있다.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직사회의 성희롱 근절 등의 공익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한 원고의 불이익보다 가볍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고,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곽병수(재판장) 왕해진 송민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