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판결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2. 4. 29. 선고 2020가합2366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 등의 지위

1)

원고는 2017. 5. 26.부터 2019. 4. 25.까지 주식회사 F(이하 ‘F’라 한다)가 피고 회사에 파견한 근로자로 근무하였다.

2)

피고는 2001. 4. 2. 전력자원의 개발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으로서 상시 약 10,0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발전업 및 전력설비건설업 등을 영위하고 있고, F는 1990. 10. 8. 설립된 회사로서 상시 약 11,0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근로자파견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나.

파견용역계약 및 근로계약의 체결

1)

F는 2017. 4. 21. 피고와 사이에 계약기간을 2017. 4. 25.부터 2019. 4. 24.까지로 하여 피고에게 운전원 12명을 근로자로 파견하는 내용의 ‘본사 임원 및 업무용 차량 운전원 파견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이후 위 파견용역계약은 2019. 4. 25.부터 2019. 12. 23.까지 3차례에 걸쳐 각 3개월 단위로 연장되었다).

2)

원고는 2017. 5. 24. F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회사에 파견되어 근로를 제공하였다.

다.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및 관련 조치사항

1)

대한민국 정부는 2017. 7. 20. ‘비정규직 근로자의 열악한 고용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대 사용자인 공공부문 또한 비정규직 확산에 책임이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하 ’이 사건 정부 지침‘이라 한다)을 발표하였는데, 위 지침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2)

고용노동부장관은 2017. 8. 10. 피고 등 공공부문 855개 기관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계약기간 만료 도래자에 대한 조치요령‘을 시달하였다.

3)

그 밖에도 고용노동부장관은 이 사건 정부 지침과 관련하여 ’노·사 및 전문가 협의회에서 전환 여부 등이 결정되기 전 파견근로자의 계약기간(2년) 만료가 도래하는 경우‘, 파견기간 2년에 도달하기 전 전환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환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부득이하게 2년이 초과되는 경우에는 파견업체로 복귀시키되 반드시 향후 전환협의 대상에 포함하고 경쟁채용인 경우 채용절차에 참여하도록 관련 내용을 안내하여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내용의 조치방안을 수립하였다.

라.

근로계약의 갱신 및 변경 용역계약의 체결

1)

원고는 2018. 5. 26. F와 기존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기간을 2018. 5. 26.부터 2019. 4. 24.까지로 정하고, 피고 회사에 계속 파견되어 근무하였다.

2)

F로부터 피고 회사에 파견된 운전원 12명 중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운전원들은 피고 소속 임원차량 또는 축구단 버스 등 특정 차량의 운전업무를 주로 수행한 반면, 원고는 전속 운전원이 있는 위 차량들을 제외한 업무용 차량 9대에 대한 주유, 세차, 열쇠 관리, 차량 이상 유무 확인 등 관리업무를 주로 수행하였는데, 피고는 2019. 4. 18. F에 아래와 같이 업무차량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파견인력을 감축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계약연장을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2019. 4. 24. F와 변경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2>

마.

정규직 전환 채용 절차의 시행

1)

피고는 이 사건 정부 지침에 따라 근로자 1명, 회사 측 2명, 회사 노조 1명, 전문가 1명 총 5명으로 구성된 노·사 및 전문가 협의회(이하 ‘이 사건 협의회’라 한다)를 구성하였는데, 이 사건 협의회는 2019. 7. 4. 제4차 회의를 통해 파견근로자인 운전원들에 대하여 원고를 포함한 정규직 전환 대상자 21명의 명단을 작성하였다.

2)

이 사건 협의회는 2019. 8. 28.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3)

피고는 2019. 10. 21.부터 2019. 11. 1.까지 12일간 위 합의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정규직 운전원 채용을 공고하면서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채용정보시스템(JOB-ALIO) 및 회사 홈페이지에 채용 모집 요강을 게재하였고, 2019. 11. 9. 필기시험을 시행하는 등 경쟁채용절차를 진행하였다.

4)

피고의 파견근로자 운전원 중 근로자 대표인 I은 피고의 요청에 따라 2019. 10. 23. 전환 대상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위 채용 공고 알림 및 지원 독려문자를 보냈다.

5)

피고는 위 경쟁채용절차를 진행한 결과 2019. 12.경 I, J, H, L을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하였는데, 원고는 피고가 공고한 위 채용절차에 지원하지 않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6 내지 8, 10 내지 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4, 7, 9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주위적 주장

원고는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피고로부터 직접적인 지휘, 감독을 받았으며, 실질적으로 피고로부터 임금을 지급받는 등 사실상 피고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었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고, 원고는 이 사건 정부 지침에 따라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있었음에도 피고는 원고를 제외한 정규직 전환 대상 파견근로자들에 대한 계약을 모두 연장하면서 원고에 대하여만 계약 연장을 거부하였는바,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와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따라 여전히 피고 근로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그 확인을 구한다.

나.

제1 예비적 주장

가사 원고와 피고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F가 피고에게 파견한 근로자로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정부 지침에 따라 정규직 전환 기대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만 계약연장을 거부하였고, 이후 진행된 채용절차에 대하여도 원고에게 아무런 통지를 하지 않아 원고는 채용절차 응시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하였다(I이 보낸 단체 문자메시지는 원고가 I의 전화번호를 차단하여 수령하지 못하였다). 이는 피고가 원고를 사실상 부당해고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을 구한다.

다.

제2 예비적 주장

원고는 피고 회사에서 근로를 제공할 당시 차량운전업무가 아닌 차량관리업무를 주로 수행하였는데, 파견법 제5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별표 1의 각 규정에 의하면 한국표준직업분류(통계청고시 제2000-2호) 분류코드상 “842 자동차 운전종사자의 업무”는 파견대상 업무에 해당하나 ‘차량 관리만을 하는 업무’는 파견대상 업무가 아니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로 하여금 차량관리업무를 수행하게 한 것은 파견법을 위반한 것으로서 피고는 파견법 제5조 제1항 및 제6조의2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원고를 직접 고용하였어야 하므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을 구한다.

3.

판단

가.

주위적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으려면, 원고용주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 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제3자이고, 또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9. 7. 12.자 99마628 결정,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7누19946 판결, 2008. 7. 10. 선고 2005다75088 판결,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두4367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갑 제1, 5, 11호증, 을 제1,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원고와 피고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주위적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1)

원고용주인 F는 상시근로자 약 11,000여 명을 사용하여 파견법 제7조에서 정한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고 근로자파견사업을 하는 파견사업주로서 서울 강남구 M건물, 11층에 본점 소재지를 두고, 피고와의 파견용역계약과 관련하여 파견사업관리책임자로 안전관리사업본부장 N을 직원으로 두고 있었다. 또한 F 소속 팀장 O이 2019. 4. 24.부터 같은 달 25.까지 원고 및 피고 직원들과 만나 근로계약 문제 등을 논의하면서 F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하고, 소속 팀장 P가 2019. 10. 2.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 F의 대리인으로 출석하는 등 일정한 조직과 인력을 갖추고 독자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2)

원고에 대한 채용 당시 파견사업주인 F가 모집공고 및 면접 등을 통해 우선순위 후보자를 선정하고 명단을 작성하여 사용사업주인 피고에게 제공하면, 피고가 명단에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채용절차가 진행되었다. 위와 같은 채용절차에서 모집공고, 면접, 우선순위 후보자 선정 및 명단 작성 업무는 실제로 F 소속 직원들이 수행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 소속 직원들이 그 업무를 대신하였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

3)

원고와 F 사이 근로계약서에 의하면 원고는 F로부터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받고(근로계약서 제4조, 제9조, 이하 이 항에서는 같다), F는 원고에 대하여 인사이동 명령권을 가지며, 해고 권한을 보유하였다(제3조, 제5조). F는 위 근로계약서상 원고에 대한 지휘감독권(제10조), 징계권(제11조)도 보유하였다.

4)

파견근로자들이 피고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고 파견사업주인 F가 근로제공 다음 달 1일을 기준으로 사용사업주인 피고에게 파견 대가를 정산·청구하면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사용사업주인 피고는 세금계산서 발행일로부터 5일 이내에 F에 위 기성대 청구에 따른 용역비를 지급하였다(을 제5호증 용역시방서의 Ⅱ.용역계약 특수조건 중 제8조 참조). 이에 따라 원고는 F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았다.

5)

원고는 피고로부터 업무용 차량 관리업무와 관련하여 지휘·감독을 받았고, 피고는 원고의 채용, 임금, 계약의 갱신 등 근로관계에 있어서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사정은 존재한다. 그러나 파견근로관계에서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것으로서 오히려 파견근로관계의 본질에 부합하는 사정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나.

제1 예비적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의 제1 예비적 주장은 ‘원고에게는 이 사건 정부 지침에 따른 정규직 전환 기대권이 인정되고, 위 기대권이 침해될 경우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별도로 정규직 전환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더라도 원고가 정규직의 신분을 취득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각 증거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정부 지침은 기본원칙으로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기관 단위에서 기관별 특성을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고 규정하여 사용자의 정규직 전환행위를 예정하고 있는 점, ② 원고에게 피고에 대한 정규직 전환 기대권이 인정되더라도 단지 파견사업주인 F와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였다가 그 기간이 만료된 것에 불과한 원고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던 피고와 사이에 근로계약 체결 등 별도의 행위 없이 곧바로 피고의 근로자가 된다고 볼 근거가 없는 점, ③ 이 사건 협의회의 합의서에 의하더라도 원고를 비롯한 전환 대상자가 곧바로 피고 근로자 지위를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적성시험, 인성검사, 심리건강진단, 면접 등으로 구성된 제한 공개채용경쟁 절차를 통해 최종적으로 채용될 기회가 부여되고, 그 채용 절차에서 가점 10%의 혜택을 받는 것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원고에게 이 사건 정부 지침에 따른 정규직 전환 기대권이 있고 그 기대권이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더라도 곧바로 원고가 피고와 근로관계를 형성하여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제1 예비적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제2 예비적 주장에 대한 판단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1호는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업무와 관련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의 취지와 내용 등을 고려하면, 위 규정에 해당하는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고,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으며, 그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239024, 2016다239031(병합), 2016다239048(병합), 2016다239055(병합), 2016다239062(병합) 판결 참조].

이에 따르면 설령 피고가 파견법을 위반하였더라도 원고는 파견법에 의해 피고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하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직접고용관계가 성립될 뿐,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창설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점을 전제로 피고 근로자 지위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제2 예비적 주장도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윤(재판장) 강민기 김재승

각주1)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본점 소재지는 ‘경주시 C’이나 ‘D’의 행정구역 명칭이 2021. 4. 1.부터 ‘E’으로 변경되었으므로 위와 같이 수정 기재한다.

각주2) 피고는 파견 운전원 12명 중 2018. 11.경 H, 2019. 2.경 I, J, 2019. 3.경 K을 각 기간제 근로자로 직접 고용하였으므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8명을 의미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