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판결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19. 10. 25. 선고 2019가합15093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는 C법 등 관계 법령의 규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C법 제2조 제2항 소정의 D이다.

2)

원고는 2000. 6. 5. 피고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피고의 직원으로 계속 재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2019. 1. 11.자 기준으로 원고의 소속 및 직위는 '제1지점 전무'이고, 그 직급은 '1급'이다.

나.

원고에 대한 인사처분

피고는 2019. 1. 11. 원고에 대하여 별지 1 목록 기재와 같이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처분(이하 '이 사건 인사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피고가 밝힌 이 사건 인사처분의 근거규정은 피고의 인사규정(이하 '이 사건 인사규정'이라 한다) 제57조 제1항 제5호 및 제58조 제1항 제1호이다.

다.

관련 민·형사사건의 진행 경과

1)

피고는 2019. 1. 11. 수사기관에 원고를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고소하였고,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 검사가 2019. 7. 25. 원고에 대하여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하였으나, 피고는 2019. 8. 26.경 위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검찰청법 제10조에 따른 항고를 제기하였다.

2)

또한, 피고는 2019. 1. 15. 원고를 상대로 하여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19가단30286호로 업무상횡령에 따른 손해배상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현재 그 소송이 진행중이다.

3)

한편, 원고는 2019. 1. 16. 피고를 상대로 하여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이 사건 인사처분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하였으나, 위 법원은 2019. 2. 15. '원고는 이 사건 인사규정 제57조 제1항 제5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법·부당행위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에 대한 수사 등이 진행중인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 인사처분은 사용자의 인사명령에 관한 재량을 넘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위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는 결정(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19카합10004)을 하였다.

라.

관련 규정

C법과 이 사건 인사규정, 피고의 여신업무방법서(이하 '이 사건 여신업무방법서'라 한다) 중 이 사건과 관련 있는 내용은 별지 2 규정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3, 18, 20 내지 2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 주장의 요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아래와 같은 취지로 주장하면서 청구취지와 같은 판결을 구하고 있다.

1)

원고는 2000. 6. 5.부터 2018. 8. 24.까지 피고의 실무책임자로 근무하면서 피고의 자산증가를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피고는 2018. 6. 29. 임시이사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하여 감봉 3월의 징계의결을 하였고, 또 2018. 8. 26.경에는 원고의 실무책임자로서의 직위를 박탈하고 제1지점장으로 인사발령을 하였는바, 그 주된 이유는 원고가 E단체로부터 교부받은 공제지원금을 적정하게 회계처리하지 않았고, 또 그 공제지원금 중 36,673,800원을 부적정하게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2)

그 후 피고는 2019. 1. 11.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인사처분을 하였으나, 위 인사처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효이고, 원고로서는 그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①

원고는 이 사건 인사규정 제57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위법·부당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②

가사 원고가 피고의 주장과 같은 '위법·부당행위'를 한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위 인사규정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규정일 뿐 아니라, 업무배제의 필요성에 관하여 피고의 이사장에게 독단적인 판단권을 부여하고 있고, 또 필요적으로 직원의 직위를 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심하게 형평에 어긋나는 규정으로서 그 법적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③

피고의 이사장 F은 이사장 선거과정에서 자신에게 협조하지 않은 원고를 업무에서 배제시키기 위하여, 위 인사규정을 남용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이 사건 인사처분을 하였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아래와 같은 취지로 주장하면서 이 사건 청구의 기각을 구하고 있다(피고는 이 사건 인사규정 제57조 제1항 제5호가 유효한 규정이라는 전제하에 아래와 같은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1)

원고는 다음과 같이 이 사건 인사규정 제57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위법·부당행위'를 하였다. 따라서 원고에게 위 인사규정에 정한 직위해제사유가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①

E단체는 2008. 7. 22.부터 2018. 6. 16. 사이에 피고에게 공제지원금을 교부하였는데, 원고는 담당 직원인 G와 공모하여 위 공제지원금 중 164,905,630원을 G의 배우자인 H 명의 계좌(계좌번호: I)에 입금하여 이를 보관, 사용하는 방식으로 부적정한 회계처리를 하였고, 또 그 중 36,673,800원은 피고의 전 이사장 J의 환갑 지원금, J와 그 배우자의 북해도 여행경비 등 부적정한 용도로 사용하였다.

②

피고는 2015. 3. 17. K, L과 그 계약기간의 종기를 2017. 3. 16.로 정하여 각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K, L은 위 계약기간 종기일 이후 더 이상 피고의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으나, 원고는 허위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K, L에게 총 13,648,000원의 급여를 부당지급하게 하였다.

③

피고는 2010. 2. 24. 구미시 M 임야 11,901m²(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관한 제1순위 근저당권을 담보로 제공받고, N에게 3억 5,000만 원을 대출(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 한다)하였다. 피고는 2014. 1. 6. 이 사건 대출원리금의 회수를 위해 위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신청을 하였는데, 원고는 2014. 7. 30.경 N의 연체이자 42,955,330원을 임의로 감면하게 한 뒤 위 임의경매신청을 취하하게 하였는바, 만일 위 임의경매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면 피고는 위 연체이자까지도 전부 상환받을 수 있었다. 또한, 이 사건 여신업무방법서 제210조 제2항 제2호에 의하면, 연체이자 감면액이 500만 원을 초과하는 때에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원고는 그와 같은 이사회의 승인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2)

피고는 위의 사유를 들어 원고를 상대로 형사고소 및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는바, 그 민·형사사건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원고를 업무에서 배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인사처분은 인사권자의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서 정당하게 이루어진 것으로서 적법·유효하다.

3.

판단

가.

이 사건 인사규정 제57조 제1항 제5호의 효력 유무

1)

기업질서는 기업의 존립과 사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것이므로, 사용자는 이러한 기업질서를 확립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한 근로자의 기업질서 위반행위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등의 관련 법령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규율하는 취업규칙을 제정할 수 있고(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두4672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의 하나인 인사규정의 작성·변경 역시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3두8210 판결 등 참조).

2)

① 이처럼 인사규정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이 원칙적으로 사용자인 피고에게 있는 점(위 대법원 2003두8210 판결 등 참조), ② 직위해제나 대기발령은 당해 근로자로 하여금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할 경우 장래에 있어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잠정적 조치로서의 보직의 해제를 의미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해서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는 점(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두1460 판결의 취지 등 참조), ③ 이 사건 인사규정의 문언 및 그 체계(이 사건 인사규정 제57조 제1항 제5호는 같은 항 제1 내지 4호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기타의 직위해제사유를 일반적·추상적으로 규정하면서 '위법·부당행위의 존재'와 '업무배제의 필요성'을 그 요건으로 삼고 있는바, 직위해제사유의 다양성, 부정형성과 사용자의 인사재량권 등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일반적·추상적 규정 방식을 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위 인사규정 자체를 무효로 볼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인사규정 제57조 제1항 제5호는 해당 직위해제사유가 있을 경우 필요적으로 직위를 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위 직위해제사유의 존재 여부에 관한 판단과정에서 개개 사안의 구체적 형평을 충분히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④ 또한, 피고가 그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이 사건 인사규정 제57조 제1항 제5호에 근거한 직위해제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구체적 사실관계와 형평 등을 감안한 사법적 사후통제가 가능한 점(즉, 해당 인사규정이 피고의 이사장에게 사법적 사후통제에 구애받지 않는 자의적인 인사재량권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인사규정 제57조 제1항 제5호가 그 자체로 당연 무효인 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3)

따라서 이 사건 인사규정 제57조 제1항 제5호가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 인사처분의 정당성에 관한 판단

1)

직위해제사유의 존재 여부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증거들에 을 제5 내지 17, 19, 25, 2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에게 이 사건 인사규정 제57조 제1항 제5호에 정한 직위해제사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갑 제4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다(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피고가 검찰청법 제10조에 따른 항고를 제기한 사실은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다).

①

E단체 경북지역본부는 2018. 7. 17. 기준으로 피고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피고에 대하여 '공제지원금 차명계좌 관리' 및 '공제지원금 목적(용도) 외 사용'의 건과 관련하여 주의조치 또는 시정조치가 내려졌는바, 그 주된 요지는 아래와 같다.

②

원고가 제출한 불기소이유통지(갑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도 위와 같은 자금관리 및 금원지출 사실에 대해서는 특별히 다투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 불기소이유통지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직원 전체회의를 통해 H 명의의 차명계좌를 사용하기로 하였으며, 전 이사장 환갑 지원금 역시 포괄적으로 공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용도로 사용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E단체 경북지역본부의 시정지시서(을 제5, 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에게 교부된 공제지원금은 공제사업의 활성화를 위하여 사용하도록 그 용도가 정해져 있는 자금으로 보이고, 또 위 시정지시서에서 지적하고 있는 부적정 사용내역에 '전 이사장 환갑 지원금, 전 이사장 및 그 배우자의 북해도 여행경비 지원금, 전 이사장에 대한 전별금' 등 C조합의 공제사업 활성화와 무관한 내역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③

K, L은 2015. 3. 17.자 근로계약의 종기일인 2017. 3. 16. 이후에도 피고의 시간제 업무보조원으로서 2017년 6월분(2017. 5. 18.부터 2017. 6. 20.까지), 11월분(2017. 10. 16.부터 2017. 11. 15.까지) 및 12월분(2017. 11. 16.부터 2017. 12. 15.까지) 급여를 각각 지급받았다. 그런데 원고가 제출한 위 불기소이유통지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전 이사장 J의 지시에 따라 피고와 K, L 사이에 허위의 2017. 10. 16.자 근로계약서(을 제11호증의 1, 2)가 작성되었고, K, L은 2017. 3. 16.경 이후로는 피고의 사무실에 출근 또는 근무를 하지 않고도 합계 13,648,000원(공제 전 금액)의 급여를 수령하였으며, 원고는 위 급여의 부당지급에 적극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19카합10004호 가처분사건의 심문과정에서 원고가 'K, L이 위 급여를 수령한 기간에도 피고의 사무실에 계속 출근하였다.'는 내용의 출근부를 제출하였으나, 피고는 'K, L이 2017. 12. 20. 피고의 사무실을 방문하였을 때 출근부에 도장을 받으라는 지시가 있어 그때 위 출근부에 도장을 찍었다.'는 내용이 기재된 담당 직원 O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다(을 제22호증).

④

피고는 2010. 2. 24.경 N에게 3억 5,000만 원을 대출하면서 그 담보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4억 9,000만 원의 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받았고, 그 후 2014. 1. 7.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으로부터 위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개시결정(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P)을 받았으나, 원고는 위 임의경매절차가 진행중이던 2014. 7. 30.경 O으로 하여금 N의 이 사건 대출원리금 436,937,040원(= 원금 3억 5,000만 원 + 정상이자 38,242,050원 + 연체이자 42,955,330원 + 비용 5,739,660원) 중 연체이자 42,955,330원을 감면하도록 지시하였고[당시 작성된 피고의 내부문서(을 제15호증)에는 담당 직원(O), 전무(원고), 이사장(J)의 결재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져 있고, O이 작성한 진술서(을 제16호증)에는 '피고가 당시 1순위 근저당권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연체이자를 감면하지 않더라도 이 사건 대출원리금을 회수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고, 또 그 연체이자의 감면을 위해서는 이 사건 여신업무방법서 제210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이사회의 승인절차를 거칠 것이 요구되었다. 이러한 사항을 원고에게 두 차례에 걸쳐 보고하였으나, 원고가 그냥 본인이 지시한대로 처리하라고 하였기에 위 내부문서를 기안하여 원고와 이사장으로부터 순차 결재를 받았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위 연체이자를 감면한 이후인 2014. 7. 31. 위 임의경매신청을 취하하게 하였다. 한편, 원고가 제출한 위 불기소이유통지의 기재에 의하면, N은 당시 J 이사장에게 '이 사건 토지를 5억 원에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니 연체이자를 감면하여 주면 그 매매대금을 전부 C조합에 입금하겠다.'고 제안하였고 피고가 그에 따라 연체이자를 감면하여 주었다는 취지로 수사기관에서 진술하였는바, 그 진술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 토지의 당시 시가는 적어도 5억 원 이상이었을 것으로 보이고(실제로 위 임의경매신청이 취하된 이후 Q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Q은 그 매매대금과 관련하여 2014. 7. 30. 피고의 계좌로 5억 원을 입금하였다), 피고가 위 토지의 1순위 근저당권자로서 그 채권최고액이 4억 9,000만 원이었던 점(이 사건 대출원리금 및 비용 합계 436,937,040원을 상회한다) 등을 감안하면, 피고가 이 사건 대출원리금의 회수를 위하여 굳이 N의 연체이자를 감면하여 줄 필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⑤

이 사건 여신업무방법서 제210조 제2항 제2호는 회수순위 변경이 없는 대출채권의 연체이자 감면은 그 감면액이 5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이사회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는 위 연체이자를 감면함에 있어 이사회의 승인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구 C법(2014. 6. 11. 법률 제127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5조 제2항 제4호는 C조합의 임직원이 이사회의 의결이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집행한 경우 해당 임직원을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설령, 임의경매절차에서 피고에게 실제로 배당될 금액이 이 사건 대출원리금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정이 있어 원고가 위와 같은 연체이자 감면조치를 취하였다고 보더라도, 위 형벌규정의 입법취지, 이 사건 여신업무방법서의 내용, 원고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를 신뢰를 기초로 한 위임 유사의 법률관계로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형사상 죄책 성립 여부와는 별론으로 위와 같은 업무처리가 정당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⑥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2019. 1. 11. 위의 위법·부당행위와 관련하여 원고를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하였고, 또 2019. 1. 15.에는 원고를 상대로 그와 관련한 손해배상소송도 제기하였다. 원고가 해당 지점의 업무를 총괄하는 지점장의 지위에 있었던 사정을 감안하면, 원고에 대한 수사 및 민사소송이 진행될 경우 원고의 업무수행에 지장이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와 같은 업무수행의 지장으로 말미암아 피고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다. 또한, 위의 민·형사상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원고와 피고 간에 원고의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이해상반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로서는 원고를 그 지점장 업무에서 배제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이 사건 인사처분의 정당성(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가)

관련 법리

①

직위해제나 대기발령은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경우,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중인 경우,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 있어서, 당해 근로자가 장래에 있어서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의 보직의 해제를 의미하므로, 과거의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는 그 성질이 다르다(대법원 1996. 10. 29. 선고 95누15926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86246 판결 등 참조).

②

또한, 취업규칙 등에 직위해제에 관한 특별한 절차규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직위해제를 함에 있어서 징계에 관한 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며, 직위해제의 성질 및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여러 종류의 징계처분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징계의 경우와는 달리 사용자로 하여금 직위해제사유가 존재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직위해제처분 외의 다른 처분을 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점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 대한 직위해제처분의 정당성은 근로자에게 당해 직위해제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나 직위해제에 관한 절차규정을 위반한 것이 당해 직위해제처분을 무효로 할 만한 것이냐에 의하여 판단할 것이고, 단지 당해 직위해제처분이 근로자에게 가혹하고 다른 근로자의 유사한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처분 등에 비추어 형평에 어긋난다는 사정만으로 그 정당성이 없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위 대법원 95누15926 판결 등 참조). 이는 대기발령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위 대법원 2009다86246 판결 등 참조).

③

뿐만 아니라, 직위해제는 징벌적 제재인 징계와는 그 성질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어느 사유로 인하여 징계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직위해제사유로 평가될 수 있다면 이를 이유로 새로이 직위해제를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이는 일사부재리나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30729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의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에게는 이 사건 인사규정 제57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직위해제사유가 있고, 이 경우 피고의 이사장은 필요적으로 그 직위를 해제하여야 하며, 또 직위해제와 함께 대기발령을 명할 수 있다(이 사건 인사규정 제57조 제1항 단서, 제58조 제1항 제1호). 그런데 이 사건 인사규정이나 기타 피고의 취업규칙 등은 직위해제나 대기발령을 함에 있어 특별한 절차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하여 원고의 직위 및 그 직무의 내용, 이 사건 인사처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그 필요성, 이 사건 인사처분의 내용 및 그 성질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 인사처분은 인사권자의 정당한 인사재량권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갑 제3호증의 영상 및 갑 제4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치봉(재판장) 허민 이규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