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의료기관의 설치운영, 지역영세민 구호 및 무의촌 순회진료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의료법인이다.
원고는 2017. 9. 8. 피고의 이사로 취임하였고, 피고의 임원 중 유일하게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사장으로서 근무하다가 2022. 1.경 퇴직한 자이다.
원고와 C 사이의 약정서 작성 등
원고는 2022. 1. 27. 현재 피고의 대표권을 가진 이사로서 향후 취임하여 피고의 대표권을 가지게 될 이사 C과 원고가 운영하던 피고에 대한 일체의 권리와 의무를 C에게 포괄적으로 승계하여 C이 피고를 원활히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2. 1. 27. 기준 부채현황표에 기재된 채무를 C이 승계하기로 하고, 반면 위 부채현황표에 기재되지 않은 채무는 전임 대표권을 가진 원고가 책임진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을 하였고, 이후 2022. 2. 3.경 원고의 이사 사임및 C의 이사 취임 등기가 각 완료되었다.
관련 형사사건
원고는 2020. 2. 7.경 '원고는 피고의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을 사용하여 의료업을 경영한 사용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2017. 11. 20.경부터 2019. 7.17.까지 피고 소속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52명의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로 기소되었다.
대구지방법원은 2020. 11. 25. 원고에게 '원고가 피고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14명의 임금과 근로자 9명의 퇴직금을 각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 10월 및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2020고단542호).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호증, 을 제1, 2,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단순히 명목상의 대표 업무를 넘어 이사회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구체적인 병원 운영 실무에 깊이 관여하며 업무를 수행하였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았으므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근로자인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원금 및 이자) 1,186,890,617원 및 그중 미지급 임금(원금)1,064,592,581원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9다221352 판결,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그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원고는 이 사건 약정의 내용과 원고의 피고에 대한 임금 청구는 별개이고, 원고의 채권이 근로기준법으로 보호되는 임금채권으로서 제3자와의 약정에 의해 포기될 수 없으며, 이 사건 약정 당시 교부된 부채현황표의 'D병원 직원급여, 퇴직금, 이자' 항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임금채권이 인정되는지에 관하여만 판단하기로 한다.<1>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기초사실에 든 증거들 및 갑 제10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 및 사실들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앞서 기초사실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의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피고의 대표자로서 이사장의 직함을 사용하였다.
피고의 이사회가 근무시간을 지정하여 원고를 구속하였다거나 원고의 경영 또는 수술 등 의료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인 지시를 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
오히려 피고의 현 이사장 C이 원고를 업무상 횡령 등으로 고소한 사건에서 원고는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피고의 사업장에 설치되어 있던 체외충격파치료기, 지속적 수동운동기 등의 기계는 물론 냉난방기 역시 직접 처분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는 이사장으로서 경영적 판단이었다고 진술한 바 있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단순한 근로자가 아닌 임원의 지위에서 대외적으로 피고를 대표하여 여러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관련 형사사건에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사용자'로서 퇴직한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선고받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약정서 제2조 (5)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의 대표로서 법인정관, 인감도장 등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바, 원고는 피고의 대표로서 이 사건 약정을 통해 피고를 C에게 처분하는 결정을 직접 하기도 하였다.
원고는 '2018년 1월부터 6월까지의 수술 통계 자료'를 토대로 원고가 다수의 수술에 집도의로서 참여하였다는 점을 들어 자신이 근로자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위 수술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어떠한 사용자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원고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피고의 이사로 재직하였는데, 원고가 제출한 수술내역은 2018. 1.부터 2018. 6.까지의 내역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볼 때, 원고가 수술을 집도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나 원고에 대한 원천징수가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임금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혜정(재판장) 박재성 정지은
각주1) 원고의 채권이 임금채권이 아니라면, 이 사건 약정에서 부채현황표에 기재되지 않은 채권은 원고가 책임지기로 정한 점, 원고는 소장에서 이 사건 약정으로 임금 및 가수금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가 가수금만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을 변경한 점, 원고는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었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원고에게 채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