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볼트 · 넛트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1993. 11.1.경 피고에 입사하여 근무한 사람이다.
원고는 2023. 8. 16. 09:10경 피고의 공장 내 천장주행크레인(이하 '이 사건 크레인'이라 한다)의 호이스트를 수리하기 위하여 H빔 좌측 기둥의 횡 지지대를 밟고 올라가던 중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외상성 대뇌 출혈, 외상성 거미막밑 출혈, 머리내 열린 상처가 없는 미만성 뇌 손상, 상세불명의 골반 부분의 폐쇄성 골절, 첫 번째 늑골을 포함하는 폐쇄성 다발골절, 흉강내로의 열린 상처가 없는 외상성 기흉, 흉강내로의 열린 상처가 없는 폐의 기타 손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휴업급여로 54,323,110원, 요양급여로 152,120,440원을 지급받았다.
크레인 등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위험기계 · 기구 안전인증 고시(고용노동부고시 제2023-46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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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7, 10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H빔 기둥에 안전난간이나 방호망을 설치하여 추락위험을 방지하는 등 근로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작업하도록 해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1,336,579,148원(= 일실수입 242,907,301원 + 기왕 및 향후 개호비 976,339,885원 + 직불치료비 3,447,400원 + 향후치료비 13,884,562원 + 위자료 100,000,000원)을 지급하여야 하나, 500,000,000원만의 지급을 구한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
관련 법리
보호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 통상의 채무불이행과 같이 채무자가 그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자기에게 과실이 없음을 주장 ·증명하지 않는 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나, 채권자로서도 그 급부의 불완전에 관한 주장 ·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구체적인 보호의무의 존재와 그 위반사실을 주장 · 증명하여야 하며(대법원 1997. 10. 10. 선고 96다47302 판결의 취지 참조), 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다44506 판결 등 참조).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28, 29호증, 을 제1 내지 5, 7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당해 근로로 인하여 원고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나 근로자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손해의 액수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산업재해보상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지만, 원고가 이 사건으로 구하는 손해배상책임은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임을 인정받아 보험급여를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사용자인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거나 추정되지는 않는다.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장소로서 당시 원고가 이 사건 크레인을 수리하기 위해 올라가고 있던 H빔 좌측 기둥에 설치된 횡 지지대가 근로자의 수직 이동을 위해 설치된 사다리라고 볼 별다른 증거가 없는 반면, 우측 기둥에는 작업발판, 안전난간, 고정식 사다리 등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다. 이 사건 크레인은 이 사건 사고 약 4개월 전인 2023. 4. 29. 관련 법령에서 정한 안전검사에 합격하였고(유효기간은 2025. 4.28.까지이다), 이 사건 사고 직후 노동청의 재해조사 결과 안전상의 결함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증거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가 좌측 기둥으로 올라가서 수리하려고 한 이 사건 크레인의 호이스트가 좌측 기둥의 상단 부근에 위치해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 크레인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아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크레인은 이중 거더가 레일을 따라 좌우 방향으로 수평이동하고, 거더 사이에 있는 호이스트(양중장치)는 거더를 따라 앞뒤 방향으로 수평이동하며, 호이스트에 연결된 와이어로프와 훅 등의 달기 기구가 바닥에 있는 중량물을 수직 방향으로 들어 올리거나 내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나아가 이 사건 크레인의 거더에는 근로자의 점검 · 보수 작업을 위한 통로와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그렇다면 원고로서는 제어기 등을 이용해 이 사건 크레인의 거더를 좌측 기둥 쪽에서 안전난간 등이 설치된 우측 기둥 쪽으로 수평이동시킨 뒤, 우측 기둥으로 안전하게 올라가 거더 위에서 호이스트를 수리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상태였고(당시 이 사건 크레인의 수리가 필요했던 이유는 호이스트에 연결된 와이어로프가 수직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일 뿐이므로, 거더의 수평이동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원고가 좌측 기둥으로 올라가야만 했던 불가피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 사건 사고 직전에 원고의 상급자가 원고에게 좌측 기둥을 통해 이동하여 이 사건 크레인을 수리할 것을 독촉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이 사건 사고 이전에 근로자들이 좌측 기둥을 이용하여 수직 통행을 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 또한 일부 근로자들이 좌측 기둥을 이용하여 수직 통행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을 피고가 알고 있었다거나 예측할 수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위와 같은 사정이 증명되지 아니한 이상 피고에게 안전난간 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좌측 기둥이 수직 이동을 위한 통로로 사용될 것까지 예상하여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스스로 피고 공장의 안전관리 감독자였음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이 보다 안전한 우측 기둥을 이용하지 아니하고,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안전모, 안전대 등 안전장구를 착용하는 안전조치를 취하지도 아니한 채 좌측 기둥을 이용하여 수직으로 이동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바, 이와 같은 행위는 상식적으로 보아도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찬영
각주1) '거더(girder)'는 천장주행크레인의 레일을 지지하는 큰 대들보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