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12,264,6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3. 6. 11.부터 2004. 11. 1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주위적 청구 및 나머지 예비적 청구를 각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이를 2분하여 그 1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마취전문의로서 을 거쳐 1999. 10. 25.부터 원고가 운영하던 에서 마취과장으로 근무하다가 2001. 10. 25. 퇴직하였는데, 2003. 5. 20. 에 원고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했으니 이를 지급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을 한 사실, 원고는 위 진정에 따른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03. 6. 10. 의 권고에 따라 피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12,264,600원을 지급한 사실, 한편 원고는 피고의 재직기간 동안 피고에게 지급한 보수에 관한 근로소득세 및 주민세 합계 24,357,890원을 피고 대신 납부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 제3호증의 각 1 내지 3, 제4호증의 1, 2, 제5, 제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당사자의 주장 및 쟁점
원고의 주장
원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에 대하여 부당이득으로서, 주위적으로는 원고가 대납해 준 근로소득세와 주민세 24,357,890원의 반환을 구하고, 예비적으로는 피고가 이중으로 지급받은 퇴직금 12,264,600원의 반환을 구한다.
전문의들은 언제든지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병원으로 쉽게 옮기거나 개업할 수 있어 이직률이 매우 높은 편이고, 원고가 운영하는 등에 고용된 전문의들의 평균 재직기간도 불과 1년 2개월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전문의들이 등 지방 소재 중소병원을 기피하는 성향이 있어 병원이 전문의를 골라서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초빙해야 되고 그 때문에 근무조건이나 급여 등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병원경영자보다는 전문의가 우월적 지위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병원에 고용된 전문의는 종속노동관계에 있는 일반근로자와 다른 특수한 지위를 향유하고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전문의인 피고와 병원경영자인 원고 사이의 퇴직금 등 보수지급방식과 근무조건 등 계약관계는 반드시 근로기준법의 강행법규성에 구속될 필요는 없고,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합의가 존중되어야 한다.
원고가 채용 당시 피고에게 의료계의 일반적인 관행에 따라 기존 진료과장들과 동일하게 '퇴직 시에 별도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대신 퇴직금에 상당한 금액을 포함한 일정액을 월급여로 지급하고, 이에 상응하여 피고가 부담하여야 할 근로소득세와 주민세를 원고가 대납한다'고 설명하자 피고가 아무런 이의 없이 이를 수용하였고, 그 후 개최된 전체 진료과장회의에 퇴직금을 지급하는 안건이 상정되었지만, 당시 재직 중이던 피고를 포함한 대부분의 진료과장들의 반대로 채택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원, 피고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위 급여방식에 대한 합의가 성립되었다.
원고는 위 합의에 따라 피고가 재직하는 동안 급여와 관련된 근로소득세 및 주민세 24,357,890원을 대납하였음에도, 피고가 퇴직 후 위 합의를 무시하고 퇴직금을 요구하여 원고로부터 이를 수령함으로써 퇴직금을 받지 않기로 한 약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였다.
위와 같이 피고가 퇴직금을 받지 않기로 한 약정을 파기한 이상, 이와 상호견련관계 또는 조건관계에 있는 원고가 피고의 세금을 대납하기로 한 약정도 자동적으로 효력을 상실되었으므로, 결국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원고가 대납한 근로소득세 및 주민세 상당액의 이득을 얻었고,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로 하여금 위 합의에 따라 지급할 의무가 없는 퇴직금 12,264,600원을 지급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위 퇴직금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피고의 주장
이에 대하여 피고는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가 퇴직금을 수령할 적법한 권리가 있으므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피고는 자신의 진료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근무조건에 대하여는 병원장의 업무상 감독과 지시를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종속관계에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피고가 채용될 당시 명시적으로든 묵시적으로든 원고와 사이에 퇴직금을 받지 않기로 약정한 적이 없다.
설사 피고가 퇴직금을 지급받지 않기로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퇴직금포기와 원고의 세금대납 사이에는 어떠한 견련관계나 조건관계도 성립하지 않으므로 원고가 대납한 세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고, 또한 원고의 퇴직금지급은 도의관념에 적합한 변제이거나 비채변제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퇴직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상실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
쌍방의 주장을 정리하면, 원, 피고 사이에 퇴직금을 받지 않기로 한 합의가 성립되었는지 여부, 나아가 위와 같은 합의가 근로자의 퇴직금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는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제34조에 저촉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피고처럼 병원의 진료과장으로 채용된 전문의가 근로기준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라고 할 것이다.
인정사실
다음 기재 사실은 갑 제1호증의 1 내지 36, 제4호증의 1, 2, 제7, 제8호증, 제9호증의 1 내지 5, 제10호증의 1 내지 51, 제11호증의 1 내지 5, 제12, 제13호증, 제14호증의 1, 2의 각 기재, 증인 , 의 각 증언, 이 법원의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에 대한 조흥은행 안동지점장의 회보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1999. 10.경 의 마취과장으로 근무하던 소외 이 개업을 위해 퇴직하자, 퇴직 등의 사유로 결원된 의사를 새로 충원할 필요가 있을 때는 공개경쟁모집을 하지 않고 퇴직한 전임의사가 소속된 진료과 또는 그 전임의사가 수련의 과정을 마친 의국이 추천하는 전문의를 후임으로 선발하는 채용관행에 따라, 마취과장인 소외 은 그와 같은 출신인 피고를 후임 마취과장으로 추천하였다.
당시 병원장이던 소외 이 피고를 면접함에 있어 보수액이나 그 지급기준에 관하여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지만, 피고는 추천과정에서 으로부터 미리 이 받던 보수액과 아울러 진료과장들의 경우 근로소득세 등을 병원이 부담하는 대신 퇴직금이 없다는 내용의 보수지급기준을 전해듣고도 이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위 지급기준에 의하여 과 동일한 금액의 보수를 받는 조건으로 채용되었다.
원고의 보수지급기준에 의하면 진료과장들에게 지급하는 보수는 고정급 형태로 책정되는 기본급(2001년의 경우 530만원), 연차수당(최저 10만원부터 최고 200만원까지 근무연수에 따라 증가됨), 박사학위수당(월 20만원), 학회비(4월과 11월에 각 50만원씩 지급), 회의수당(2001년부터 신설되어 매월 30만원을 지급하되 매월 개최되는 진료과장 회의, 확대간부회의, 직원월례회에 불참하면 그 횟수마다 7만원을 공제), 1년에 4회(구정, 어린이날, 추석, 성탄절) 지급되는 정기상여금(매회 270만원)과, 이와는 별도로 진료과 및 진료과장 개개인의 진료업무실적을 일정한 기준에 의해 평가한 결과에 따라 차등배분되는 성과급(통상 수술과 진료를 많이 하는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가장 많은 금액이 배분되고, 마취과나 임상병리과 등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는 분야의 전문의에게 가장 적은 금액이 배분되는데, 2001년 1, 2분기의 경우 최고액은 약 1,600만원, 최저액은 약 30만원이었다)이 포함되어 있다.
원고는 위와 같이 책정한 보수에서 국민연금, 의료보험금, 고용보험금, 산재보험금 중 본인부담금, 직원들의 경조사비, 의사회비만 공제한 금액을 매월 1일 진료과장들에게 지급하면서, 위 보수에 대한 근로소득세와 주민세를 원천징수하지 아니한 채 원고가 이를 모두 부담하였다.
원고는 행정직원, 간호사, 약사, 의료기사 등을 포함한 일반직원에 대하여는 취업규칙과 급여규정에 의하여 퇴직금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전문의인 진료과장들의 경우 평균 재직기간이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아 나중에 1개월분 상당의 퇴직금을 받는 것 보다 재직 중 수령하는 월 보수에 퇴직금에 상응하는 금액을 보전해 주는 방식을 더 선호함에 따라 진료과장들에 대해서는 일반직원들과는 달리 퇴직금제도를 시행하지 않았고, 실제로 피고가 재직 중이던 2000. 11.경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진료과장회의에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정식의제로 상정하였으나 대부분 진료과장들의 반대로 퇴직금제도가 채택되지 않았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국·공립병원이나 대도시 소재 일부 대형종합병원만이 소속 전문의들에 대한 퇴직금제도를 시행할 뿐, 대부분의 중소 민영병원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의료계의 관행을 좇아 안동병원과 마찬가지로 전문의들에 대한 퇴직금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원고 산하 병원에서는 입·퇴사한 진료과장이 연 평균 39명에 달하였지만, 최근까지 퇴직금을 요구한 진료과장은 전혀 없었고, 피고도 이전에 근무한 병원에서 퇴직금을 받지 않았음은 물론 안동병원에서 퇴직한 후에도 약 1년 반 동안 퇴직금을 요구하지 않다가 갑자기 에 진정을 넣어 2003. 6. 10. 퇴직금을 수령하였는데,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퇴직한 진료과장들 중 일부가 잇달아 원고를 상대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한편, 원고는 근무형태, 근로시간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과 복무질서, 징계, 승진 등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취업규칙, 복무규정 및 인사규정을 두고 있으나 위 규정들은 일반직원들에게만 적용될 뿐 진료과장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쟁점에 대한 판단
고용의사에 대한 근로자성의 인정 여부
먼저, 피고와 같이 병원에 진료과장으로 근무하는 전문의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여야 하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이러한 사용종속성의 판단에 있어서는 노동관계법에 의한 보호필요성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6. 26. 선고 99다548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원고가 운영하는 에 있어 피고를 비롯한 전문의(진료과장)들과 병원경영자인 원고 사이의 계약관계의 실질을 살펴보면, 위 인정사실 및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 즉 ① 피고를 비롯한 진료과장들에 대하여는 고정급의 형태로 기본급과 정기상여금이 정하여져 있지만, 진료과장들이 수행하는 진료업무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학회비, 회의수당이 포함되어 있고, 위 고정급 외 진료과별 또는 개인별 진료실적에 따라 산정된 성과급이 별도로 지급되는 점, ② 위와 같이 진료업무의 수행으로 발생한 이익의 일정부분이 진료과장들에게 배분됨에 따라 진료과장들이 받는 보수액은 일반직원들이 받는 급여액과 현격한 차이가 있는바, 이는 단순히 일정시간 노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뿐 아니라 생활보장적 요소도 크지 않다고 할 것인 점, ③ 의료보험금 등 사회보장관련보험금은 진료과장들이 직접 부담해 왔으나, 매월 수령하는 보수에 대한 근로소득세와 주민세는 모두 원고가 납부하고 진료과장들로부터 이를 원천징수하지 않은 점, ④ 진료과장들이 담당하는 진료업무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로서 반드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여야만 수행할 수 있고, 위와 같은 특성상 진료과장들이 담당하는 진료업무의 내용은 병원경영자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진료과장들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진료분야에 따라 정하여지는 점, ⑤ 진료과장들이 진료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도 병원측으로부터 진료내용 등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음이 없이 소속 진료과 또는 진료과장 본인 스스로 수립한 진료계획에 따라 자신의 전문적인 판단 하에 독자적으로 진료업무를 수행하면서 단지 같은 시설 내에서 이루어지는 다른 진료과장의 진료업무 및 간호사 기타 의료종사자들의 진료보조업무와의 조정 등 병원 전체 진료업무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하여 행하여지는 진료시간 및 진료장소에 관한 규제를 받고 있을 뿐인 점, ⑥ 원고의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은 진료과장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관계로 진료과장들이 진료업무를 소흘히 하거나 해태하는 등 근무태도가 불량하여도 병원측에서 이를 이유로 한 징계처분을 할 수 없고 실제로 한 적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단순히 병원과의 계속적 계약관계가 해지되는 것에 그친다), 이에 덧붙여 ⑦ 전문의는 사업자로서 독립성 및 전문적 자격을 갖춘데다가 독자적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보다 여건이 나은 다른 병원으로 옮기거나 개업할 수 있고,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지방 중소병원에 있어 병원경영자와 전문의 사이의 계약관계의 성립과 종료는 오로지 병원경영자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전문의의 의사나 개인적인 사정에 의하여 좌우될 때가 많으며, 보수 및 근무조건 등을 정할 때도 전문의가 병원경영자와 적어도 대등한 지위에서 자신의 요구사항을 관철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는 점, ⑧ 보편적인 사회통념에 비추어 전문의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일반근로자에 비해 근로기준법에 의한 보호필요성이 그다지 절실히 요구되지는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를 비롯한 전문의들은 병원경영자인 원고에 대하여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오로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겠다.
원, 피고 사이의 퇴직금에 관한 합의의 존부
위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전문의인 피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 이상, 원, 피고 사이에 퇴직금과 관련하여 어떠한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위 합의는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제34조의 적용을 받지 않고 그 효력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앞서 보았듯이, 안동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중소 민영병원에서는 전문의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바, 이는 원고를 비롯한 병원경영자가 전문의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그렇게 정한 것이 아니라 장래 수령할 퇴직금보다는 현재 수령하는 월보수액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전문의들의 성향 때문에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의료계의 관행인 점, 피고는 이러한 관행에 따라 종전 근무처에서도 퇴직금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에 지원하기 전 자신을 추천한 으로부터 미리 진료과장에게는 퇴직금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도 이를 수용하여 전임자와 동일한 수준의 보수를 받는 조건으로 채용된 이래 퇴직할 때까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함이 없이 원고가 정한 지급기준에 따라 책정된 보수를 그대로 수령한 점, 원고가 제시한 퇴직금지급 방안이 진료과장회의에서 부결된 2000. 11.경에는 당시 재직 중이던 피고도 참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피고 사이에 퇴직금과 관련한 명시적·개별적 합의는 없었지만, 전체 진료과장들과 원고 사이에는 퇴직금을 따로 지급하지 않는 대신 월 보수액을 책정함에 있어 퇴직금에 상응하는 금액을 보전하기로 한다는데 대한 의사의 합치가 집단적으로 이루어졌고 피고도 위와 같은 합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자발적으로 동참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묵시적으로 원고와 사이에 퇴직금을 따로 받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하겠다.
이 사건 청구에 관한 판단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위적 청구원인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보았듯이 원, 피고 사이에 퇴직금을 받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묵시적으로 성립되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원고가 피고의 근로소득세 등을 납부한 것과 피고의 퇴직금포기가 서로 견련관계 또는 대가관계에 있다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앞서 설시한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의 보수지급기준에서 산정된 금액은 세금을 포함한 금액이 아니라 세금이 공제된 금액 이른바 실수령액을 가리킨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원고가 피고를 비롯한 진료과장들에게 지급한 월 보수에 대한 세금은 원래 원고 스스로 부담하기로 한 것일 뿐 피고 등 진료과장들이 부담하여야 할 세금을 대신 납부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부당이득 반환의무의 발생
앞서 보았듯이 원, 피고 사이에 퇴직금을 포기하기로 합의가 성립되었고, 위 합의가 유효한 이상, 위 합의에 따라 원고는 피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고, 피고도 원고에게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위 합의를 위반하여 노동감독기관의 진정을 통하여 원고로부터 그의 의사에 반하여 퇴직금 명목으로 12,264,600원을 지급받음으로써 법률상 원인 없이 퇴직금 상당액의 이득을 얻었고, 원고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 12,264,600원을 반환 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의 퇴직금지급이 비채변제 또는 도의관념에 적합한 변제에 해당하여 원고의 반환청구권은 상실되었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채무 없는 자가 착오로 인하여 변제한 것이 아니라면 비채변제는 지급자가 채무 없음을 알면서도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만 성립하고 채무 없음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변제를 강제당한 경우나 변제거절로 인한 사실상의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부득이 변제하게 된 경우 등 그 변제가 자기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때에는 지급자가 그 반환청구권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할 것인데(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5541 판결 등 참조), 앞서 보았듯이 피고가 원고의 퇴직금지급을 강제할 목적으로 노동감독기관에 진정을 제출하였고, 위 진정을 접수한 노동감독기관에서 원고의 대표자를 소환하여 수사를 개시하려고 하기에, 원고는 퇴직금의 지급거절로 인한 사실상의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부득이 피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기에 이르렀는바, 위와 같은 지급경위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퇴직금지급은 그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할 뿐 아니라, 원고 자신의 착오에 기인한 것도 아니어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상실되지 않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항변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상당의 부당이득 12,264,600원 및 이에 대하여 피고의 부당이득이 발생한 다음날인 2003. 6. 11.부터 피고가 위 부당이득반환채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선고일인 2004. 11. 10.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원고의 주위적청구 및 나머지 예비적 청구는 각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형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