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레미콘 제조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피고 소속 근로자로서 레미콘차량 운전 등의 업무를 수행하다가, 2001. 2. 2.경 퇴직한 뒤 곧바로 다시 피고와 운반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계속해서 레미콘차량 운전기사로 일하다가 2019. 3. 1. 퇴직하였다.
[인정사실]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증인 C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형식상 피고와 운반도급계약을 작성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피고에 종속된 근로자로서 일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778 판결 등 참조).
갑 제1 내지 21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증인 C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에 종속되어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라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퇴직금 청구는 이유 없다.
원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이전에는 피고 소속 근로자로서 레미콘차량을 운전하였는데, 근로자인 운전기사들이 현장에서 신속히 복귀하지 않는 문제점 등이 발생하자, 피고는 운전기사들의 신속한 복귀와 운행횟수 증대 등을 유도하기 위하여 원고를 비롯한 일부 운전기사와 고용계약을 종료한 뒤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운행횟수와 운반량에 따른 운임을 지급하였다. 이와 같이 고용계약에서 도급계약으로 전환된 경위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도급계약은 원고의 근무형태, 운임 지급 방식 등에 관하여 기존 고용계약 체결 당시와는 달리 운영할 목적으로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원고에게 운반할 레미콘의 양과 운반 장소, 운반 시간(출퇴근시간)을 지정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레미콘 운반 작업의 특성상 레미콘을 제조하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근무시간과 장소에 맞추어 업무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도급계약상 의무를 확실히 수행하기 위해 마련한 계약내용에 불과할 뿐 피고가 사용자로서 원고의 업무를 지휘·감독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원고에 대하여는 다른 근로자들과 달리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았고, 원고가 무단결근을 하거나 운행을 거부하더라도 계약 해지 등의 불이익을 받을 뿐, 이를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이 사건 도급계약 제10조). 또한 원고는 부득이한 경우 피고의 승인을 받아 일정 기간 대리운전자를 내세울 수 있고(이 사건 도급계약 제3조 제7항), 계약기간 중 유사한 업종과의 계약 체결이 금지될 뿐 유사한 업종이 아닌 한 다른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금지되지 않았다(이 사건 도급계약 제8조).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운임은 원고가 제공하는 근로의 질이나 양에 비례하여 결정된 것이 아니고, 오로지 운반한 물량이라는 객관적으로 수행된 업무 실적의 결과만에 의하여 산정되었다(이 사건 도급계약 제4조). 또한 원고에 대하여 근로소득이 신고되고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기는 하였지만 위 근로소득은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실제 소득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신고되었고, 4대보험 중 일부인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에도 가입되었으나 위 보험료 중 사업주 부담분까지 전액이 원고의 운임에서 공제되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보험의 혜택 등 원고의 이익을 위해 협의 하에 사업소득이 아닌 근로소득으로 신고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원고가 운행하던 레미콘 차량이 피고의 소유이기는 하나 피고는 원고가 출근하지 않더라도 원고에게 배정된 레미콘 차량을 타인으로 하여금 운전하도록 하지 않았다. 또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운행한 레미콘 차량에 대하여는 구입대금과 보험료, 세금, 수리비, 소모품 교체비용 등을 모두 피고가 부담한 반면, 원고가 운행한 레미콘 차량의 수리비, 윤활유와 타이어 등 소모품 교체비용은 원고가 부담하였다.
원고의 휴무일이 다른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비수기인 겨울에 집중되어 있기는 하나, 이는 앞서 본 것처럼 레미콘 운반 작업이 레미콘을 제조하는 다른 근로자들의 근무일과 맞추어 진행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이러한 사유만으로 원고가 다른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피고의 허가를 얻어야만 연차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원고는 피고 소속 다른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휴가비를 지급받았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지급받은 휴가비는 원고에게 지급할 운임에서 ‘기타’ 항목으로 공제되었으므로 원고가 피고로부터 운임비 외에 별도로 휴가비를 지급받았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피고 소속 다른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명절휴가비와 경조사비도 지급받았다고 주장하나, 위 명절휴가비와 경조사비 역시 원고의 운임에서 ‘기타’ 항목으로 공제되었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이정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