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 주식회사 B은 경북 영덕군 D 소재 E정수장 제2 여과지 교체작업현장에서 영덕군과 여과지교체공사계약을 체결한 후 위 공사 중 일부를 F 운영의 G에 도급준 사업주이고, 피고 A은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로 일하면서 위 E정수장 제2 여과지 교체작업현장 소속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제반사항을 총괄·관리하는 자이다.
피고인 A
피고인 A은 2011. 8. 30. 08:10경 위 E정수장 제2 여과지 교체작업현장에서, 위와 같이 수급인 F으로 하여금 여과지교체공사를 진행하면서 H 운전의 기중기를 사용하여 여과사로 쓰이는 자갈(약 1,300kg)이 들어 있는 가로, 세로 각 1m 길이의 포대를 여과지 밖에서 여과지 안으로 옮기고, 이후 여과지 안에 대기하고 있던 인부 I로 하여금 포대 밑 부분을 찢어내어 자갈을 뿌리고 고르는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경우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사업의 일부를 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사업주는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작업인부들에게 사전에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아니하고, 중량물 취급작업 계획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으며, 신호수를 지정하여 작업지휘를 하지 아니하고, 기중기로 이동 중인 자갈 등 화물이 근로자의 머리 위로 통과함에도 근로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하거나 출입을 통제하는 등의 낙하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A은 위 작업현장에서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 I로 하여금 기중기에 연결된 포대가 찢어져 쏟아지는 자갈에 깔리게 하고, 같은 날 13:49경 포항시 남구J에 있는 K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다가 두개기저부골절 및 과다출혈로 인한 저혈량쇼크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주식회사 B
피고인 주식회사 B(이하, 'B'이라 한다)은 위 가.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 B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A이 피고인 B의 업무에 관하여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 I로 하여금 물체가 떨어지는 등 산업재해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하도록 하였음에도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위 I가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들 및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고인 B은 F 운영의 G에 E정수장의 제1, 제3 여과지 교체공사 중 여과사 투입 및 고르기 작업을 하도급주었을 뿐이고 제2 여과지 교체공사 중 여과사 투입 및 고르기 작업을 하도급주지 아니하였다.
하도급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① 여과사 투입 및 고르기 작업은 여과사 철거 및 부대공사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독립된 공사여서 사업의 일부를 도급준 사업주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② 피고인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2항 소정의 '사업주'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없었으며, 안전조치 없이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도 없었고, ③ F이 여과사 투입 및 고르기 작업을 할 당시 피고인 B의 직원은 모두 철수한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들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형사처벌받는 것은 부당하다.
판단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B은 2011. 6. 7. 영덕군으로부터 E정수장 여과사 교체공사(제1 및 제3 여과지)를 도급받고 2011. 6. 13. 무렵부터 공사를 착공한 사실, 위 E정수장 여과사 교체공사 내용에는 '여과사 투입 및 고르기' 작업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 영덕군은 2011. 6. 3. G을 운영하던 F(계약상 명의자는 L이나 L은 F의 처이고, G의 실질적 운영자는 F이다)으로부터 위 제1 및 제3 여과지 내 여과사 교체공사에 필요한 여과사 및 여과사리를 매수한 사실, 피고인 B은 위와 같이 제1 및 제3 여과지 내 여과사 교체공사를 도급받은 직후 위 F에게 제1 및 제3 여과지 내 여과사 교체공사 중 '여과사 투입 및 고르기' 작업을 1지 당 150만 원으로 정하여 하도급준 사실, 피고인 B은 2011. 8. 5. 위 제1 및 제3 여과지 내 여과사 교체공사를 준공한 사실, 여과지 내 여과사 교체공사는 여과지 내에 있던 기존 여과사 및 여과사리를 모두 들어낸 후 여과지 내부 방수 및 도색 작업을 한 다음 바닥에 블록을 깔고 배수로를 만드는 기초공사가 마쳐지면 그 후 여과사와 여과사리를 채우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위 제1 및 제3 여과지 내 여과사 교체공사를 하면서 피고인 B은 여과사 및 여과사리 철거, 배수로를 만드는 기초공사를 담당하였고, 방수 및 도색작업은 별도의 업체가 담당하였으며, 여과사와 여과사리를 채우는 작업을 F 운영의 G이 맡은 사실, 영덕군 상하수도사업소 상수도담당 M과 영덕군 상하수도사업소 E정수자 소장 N는 2011. 7.경 피고인 A에게 위 도급계약에서 제외되었던 E정수장 내 제2 여과지 내 여과사 교체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고 피고인 A은 이를 거절하였으며, 그 이후 M과 N는 피고인 B의 위 제1 및 제3 여과지 내 여과사 교체공사의 현장소장이었던 O에게 이 사건 공사를 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고 현장소장 O으로부터 그 요구를 전해들은 피고인 A은 이 사건 공사를 하기로 하였던 사실, 이 사건 공사는 제1 및 제3 여과지 내 여과사 교체공사와는 달리 영덕군 내에서의 계약체결을 위한 절차가 마무리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구두로 이루어졌고 2011. 7.경에는 계약서가 작성되지 아니하였던 사실, 피고인 B은 제1 및 제3 여과지 내 여과사 교체공사를 준공한 후 이 사건 공사를 시작하였고, 피고인 B의 직원들은 2011. 8. 29. 여과사 및 여과사리 철거, 기초공사를 마치고 E정수장 내 공사현장에서 모두 철거하여 2011. 8. 30. 당시 피고인 B의 직원들은 위 공사현장에 없었던 사실, 위 F은 N로부터 이 사건 공사에 사용될 여과사 및 여과사리를 납품하여 줄 것을 요구받고 2011. 8. 26.경 여과사 및 여과 사리를 위 E정수장 내에 적재하여 둔 사실, F은 2011. 8. 30. I 등의 인부와 함께 이 사건 공사 중 여과사 투입 및 고르기 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I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 및 위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B이 G의 실질적 운영자인 F 사이에 이 사건 공사 중 '여과사 투입 및 고르기' 작업을 도급주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제1 및 제3 여과지 내 여과사 교체공사 당시에는 피고인 B과 F 사이에 '여과사 투입 및 고르기' 작업을 여과지당 150만 원에 하기로 구두계약이 체결되었으나, 이 사건 공사 당시에는 피고인 B과 F 사이에 계약체결과 관련된 어떠한 교섭이나 구두합의도 존재하지 아니하였다.
F은 N 소장으로부터 피고인 B이 2011. 8. 29. 기초공사를 마친다는 사실을 듣고서 2011. 8. 30. '여과사 투입 및 고르기' 작업을 하였고, 그 작업일정을 결정함에 있어 피고인 B과 어떠한 협의 또는 요구하거나 통보를 받은 적이 없었다.
F은 N로부터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여과사 납품, '여과사 투입 및 고르기' 작업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여과사를 납품하고 '여과사 투입 및 고르기'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N는 피고인 B로부터 'G에게 위 작업을 맡겨달라'를 요청을 받은 적이 없었고, F 역시 위 1) 기재와 같이 위 작업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었다. N가 피고인 B의 요청 없이 F에게 위 작업을 맡기고, F이 피고인 B의 요청이나 협의 없이 위 작업을 맡기로 한 것은, 제1 및 제3 여과지 내 여과사 교체공사와 동일하게 이 사건 공사에서도 위 작업을 F 운영의 G에서 맡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F의 G에서 제1 및 제3 여과지 내 여과사 교체공사 중 '여과사 투입 및 고르기 작업'을 할 당시에는 피고인 B의 직원들이 공사현장에서 사진을 찍는 등 그 작업과정에서 관여를 하였으나, F이 2011. 8. 30. 이 사건 공사 중 '여과사 투입 및 고르기' 작업을 할 당시에는 제1 및 제3 여과지 내 교체공사 때와는 달리 피고인 B의 직원들이 공사현장에서 모두 철수하여 위 작업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아니하였다.
G의 명의상 대표자인 L은 I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난 다음날(2011. 8. 31.)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에 중대재해발생신고를 하였는데, 그 신고서의 '공사개요'란에 '원도급업체 : G, 공사명 : 여과사 교체 공사'로 기재되어 있다. G 측에서 피고인 B로부터 이 사건 공사 중 '여과사 투입 및 고르기' 작업을 하도급받은 것이라면 원도급업체인 피고인 B이 중대재해발생신고를 하여야 하고, G 측에서도 신고하면서 원도급 업체를 G으로 기재하지는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2011. 11. 4. 영덕군과 피고인 B 명의로 '공사도급표준계약서'가 작성되었고, 그 계약서상 피고인 B의 도급받은 내용에 '여과사 투입 및 고르기' 작업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위 계약서가 작성된 것은 이 사건 공사보다 약 2~3개월 정도 지나서 작성된 것이고 공사대금 지급 문제 또는 I의 사망과 관련한 산업재해보상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편의적으로 작성된 것(제1 및 제3 여과지 내 여과사 공사와 관련하여서는 위 공사 진행 중에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었으나,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피고인 B이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신고를 하 것은 2011. 11. 15.이며, I의 유족들이 재해보상보험금 지급신청을 한 것은 2011. 11. 29.이다)으로 볼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위 계약서의 내용을 통하여 피고인 B과 F 운영의 G 사이의 하도급 계약관계 존재 여부를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가사, 피고인 B과 F 운영의 G 사이에 이 사건 공사 중 '여과사 투입 및 고르기' 작업에 대한 하도급계약관계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피고인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검사는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구 산업안전보건법(2011. 7. 25. 법률 제10968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 제68조 제2호, 제29조 제2항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8조 제2호, 제29조 제2항의 처벌대상이 되는 '사업주'는 영덕군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도급받은 피고인 B이고, 그 대표이사인 피고인 A은 위 조항에서 처벌대상으로 하는 '사업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4도66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인 A을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8조 제2호, 제29조 제2항에 의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
다만, 피고인 A은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8조 제2호, 제29조 제2항에 따라 이를 처벌할 수 있는데(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7834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사업장에서 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피고인 A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지, 단지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9도1251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위 가. 및 나.항에서 인정한 사실 및 여러 사정 등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이 사건 공사 중 '여과사 투입 및 고르기' 작업을 F 운영의 G이 맡아서 하게 된 경위, 그 작업과정에서의 피고인 B 직원들의 무관여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이 위 작업현장에서 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피고인 A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위와 같이 피고인 A을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8조 제2호, 제29조 제2항 소정의 안전상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행위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를 전제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의 양벌규정을 적용한 피고인 B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역시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염경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