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판결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21. 5. 25. 선고 2020고단1438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8. 9. 6. 불상의 장소에서 피해자 B에게 피해자가 포항시 북구 C에 신축하는 축사공사 중 철 구조물 공사와 관련하여 “공사비 선급금을 지급하면 그 돈으로 철 구조물 공사를 완료하여 주겠다.”라고 거짓말 하였다.

사실 피고인은 철 구조물 공사를 해 본 경험이 없었고, 다른 사람에게 공사를 하도급 준 후 선급금 중 일부를 공사비가 아닌 개인 용도로 사용할 의사였을 뿐 처음부터 선급금을 받더라도 피해자의 철 구조물 공사를 완료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자신의 아들 D 명의 E은행 계좌로 2018. 9. 7. 1,500만 원, 2018. 9. 11. 500만 원을 각 송금 받아 합계 2,000만 원을 지급받음으로써 이를 편취하였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철 구조물 공사 경험의 존부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① 피고인이 철 구조물 공사를 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고, ②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철 구조물 공사의 경험‘을 언급한 후 이를 전제로 공소사실 기재 공사와 관련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며, ③ ’철 구조물 공사’의 내용・특성에 비추어 시공 경험이 없더라도, 이를 이행할 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이상, 공소사실 중 이 부분은 어느 모로 보나 피고인의 기망행위 또는 편취 의사를 추단케 하는 간접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피고인이 다른 사람에게 공사를 하도급 하였는지 여부

증인 F・B는 이 법정에서 마치 ‘피고인이 F에게 철 구조물 공사를 하도급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아래의 법리와 기록에 따른 사정에 비추어 믿을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피고인이 F을 근로자로 채용하여 철 구조물 공사를 시공한 것으로 보일 뿐이므로, 공소사실 중 이 부분도 피고인의 기망행위 또는 편취 의사를 추단케 하는 간접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

①

형사재판에서 관련된 다른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고, 당해 형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관련 형사사건 확정판결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택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이를 배척할 수 있다.

②

피고인은 F 등의 형사고소에 따라, 이들을 근로자로 채용한 후 철 구조물 공사를 시공하였음에도 ‘임금’을 미지급하였다는 취지의 ‘근로기준법위반죄’의 범죄사실로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다. 즉, 피고인・F의 법률관계는 ‘하도급관계’가 아니라 ‘근로계약관계’라는 사실이 확정판결로 인정되었고, 이는 해당 사건의 수사・공판 과정에서도 피고인・F 사이에 다툼 없이 인정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비추어 위와 같은 형사 확정판결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택하기 어렵다고 볼 만한 별다른 사정도 없다.

③

F은 피고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1심 계속 중인데, 이 역시 피고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전제로 ‘근로자’로서 ‘임금’을 청구하는 내용이다.

④

B는 피고인・F 사이의 법률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단지 ‘피고인이 F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그 중 2,500만 원을 대여금 형태로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을 뿐이어서 ‘피고인이 다른 사람에게 본건 공사를 하도급 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도 객관적인 증명력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

다.

피고인이 선급금 중 일부를 개인 용도로 사용할 의사였는지 여부

기록에 따른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할 당시부터 선급금 중 일부를 공사비가 아닌 개인 용도로 사용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그 중 일부를 공사비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러한 사정을 피고인의 기망행위 또는 편취 의사를 추단케 하는 정황으로 볼 수는 없다.

①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철 구조물 공사를 도급받았으나, 지급받은 공사대금 전액을 공사비에 모두 지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즉, 약정한 공사대금에는 피고인이 본건 공사를 통하여 취득할 ‘이익・이윤’까지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바, 지급받은 공사대금 중 일부는 지출하지 않고 자신이 보유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지급받은 공사대금 중 일부를 공사비에 지출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기망행위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②

피고인은 선급금 중 1,500만 원을 지급받은 다음날인 2018. 9. 8. 그 중 400만 원을 토목공사 인부 G에게 송금하였고, 2018. 10. 4. F에게 100만 원을 송금함으로써 공사비로 지출하였다. 이는 피고인이 선급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돈을 공사비를 지출하고 있었던 대표적인 정황이다.

③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일시 이후인 2018. 10. 11. 및 2018. 10. 23. 피해자로부터 추가로 합계 600만 원을 지급받은 후 이를 2018. 10. 11. 및 2018. 10. 24. 곧바로 F에게 모두 송금함으로써 공사비로 지출하였다.

④

본건 공사대금은 5,690만 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 정해졌으나, 실제로는 자재비 4,120만 원 및 인건비 약 3,500만 원 정도가 발생하였다. 즉,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더라도 공사대금은 6,259만 원에 불과함에도 실제 소요된 공사비는 약 7,620만 원인바, 피고인・피해자 사이에 이에 관한 추가 약정이나 공사비 정산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상, 사후적으로 공사비가 예상과 달리 증가한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피고인・피해자 사이에 민・형사상 여러 분쟁이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라.

피고인이 철 구조물 공사를 완료할 의사・능력이 없었는지 여부

기록에 따른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사도급계약 체결 당시부터 철 구조물 공사를 완료할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①

피고인이 철 구조물 공사를 완료할 ‘능력’의 부존재 사실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만한 별다른 증거가 없다. 특히 앞서 본 바와 같이 ’철 구조물 공사’의 내용・특성에 비추어 보면, 시공 경험이 없더라도 이를 이행할 능력이 없다고 볼 수도 없고, F을 고용하여 실제로 철 구조물 공사가 완공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더욱 그러하다.

②

피고인은 본건 공사현장의 태양광 설비를 위한 하중설계・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고, 본건 공사를 이행하기 위해 여러 차례 근로자를 채용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으며, 단가가 맞지 않아 적임자를 찾지 못하다가 결과적으로 F 등 15명의 근로자를 채용하여 본건 공사를 시공하였다. 즉, 이와 같은 피고인의 공사 진행 과정에서의 역할・노력 등은 피고인이 철 구조물 공사를 이행・완료할 ‘의사’가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일 뿐 그와 반대로 위 공사를 완료할 의사가 없었던 점에 관한 정황으로 볼 수는 없다.

③

공사도급계약의 형식・내용 및 이행 과정을 보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약정한 공사대금 중 절반 이상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철 구조물 공사에 적절한 자재의 공급은 필수적인데, 피해자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공사대금의 대부분을 지급받았다면 그 중 상당 부분을 자재대금으로 지출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지급받은 돈은 총 2,600만 원에 불과한바, 이는 피고인이 채용한 근로자들의 인건비는 차치하고서 실제 소요된 자재대금 4,120만 원에도 턱 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본건 공사현장에 자재를 공급한 H는 피고인이 아니라 피해자의 지불각서 없이 이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하였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지불각서를 작성한 후 자재비를 H에게 직접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피고인이 본건 공사현장에 자재를 구매・공급하지 않은 원인이 피고인이 철 구조물 공사를 완료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사후적으로 자재 공급업체의 의견에 따라 발생하게 된 결과에 불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④

피고인이 F 등 근로자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지 못한 사정 역시 철 구조물 공사를 완료할 ‘의사’가 없었던 점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볼 수 없다. 즉,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총 2,600만 원을 지급받은 후 이미 그 중 1,100만 원을 본건 공사와 관련한 비용을 지출하였는데, F 등 근로자들이 본건 공사를 모두 완료한 후 지급받아야 할 임금은 약 3,500만 원 정도였고, 그 중 3,000만 원 정도가 지급되지 않은 상태였다.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추가적으로 공사대금을 지급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미 지급된 공사대금보다 많은 임금을 현실적으로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사정은 피고인의 근로자들에 대한 민사책임을 뒷받침하는 것일 뿐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공사를 완료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는다.

⑤

I은 피고인의 노력으로 피해자로부터 주식회사 J 명의로 축사 신축공사 및 태양광 설치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인에게 그 대가로 ‘영업비’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주식회사 J는 ‘축사 신축공사’를 이행할 능력이 없어 이 부분 공사에 대해서만 도급계약을 해지함에 따라 피해자가 이 부분 공사를 담당하였고, 그 중 ‘철구조물 공사’만 피고인이 도급받았다. 한편, I은 피해자로부터 선급금 3,000만 원을 지급받은 후 도급계약의 일부 해지에 따라 그 중 2,000만 원을 반환하였고, 피해자는 공소사실과 같이 그 돈을 피고인에게 지급하였다.

㉮

피고인・피해자・I 사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지급받은 2,000만 원의 법적성격에 관하여 의견・인식이 일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피해자 사이에 본건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I은 영업비의 비율・범위・지급 시기 등에 관하여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고, 여기에 감정적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분쟁이 표면화 되었다.

㉰

피고인이 채용한 F 등 15명의 근로자들의 임금 약 3,000만 원의 미지급과 관련하여 고소가 제기되자, 피고인・피해자 사이에서 잔존 공사대금의 범위・액수에 관한 의견의 불일치가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즉,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지급한 선급금 2,000만 원을 모두 인건비로 지급할 것을 요구한 반면,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나머지 공사대금을 지급받은 후 지급할 것을 주장하였다.

㉱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지급받은 총 2,600만 원 중 1,100만 원을 본건 공사비로 지출한 이상, 피고인에게 남은 선급금은 최소 900만 원 내지 최대 1,500만 원이다.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자재비・인건비까지 예상과 달리 증가된 상황에서, 본건 공사대금에 관한 추가 약정 또는 정산 없이 자신에게 남은 선급금을 초과한 2,000만 원을 인건비로 지급하라는 피해자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⑥

결국 피고인의 임금・자재비 미지급 및 피해자의 이에 대한 직접 지급, 이를 둘러싼 피고인・피해자 사이의 분쟁, 이로 인하여 공사계약 이행 과정 및 이행 여부에 관하여 의견이 대립되었으나, 이는 본질적으로 본건 공사계약 체결 이후에 표면화된 피고인・I 및 피고인・피해자 사이의 권리・의무관계의 존부와 이행여부에 관한 의견의 불일치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민사책임이 문제될 소지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이러한 정황을 피고인이 본건 공사계약 체결 당시부터 편취 의사・범의가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볼 수는 없다.

마.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되,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는 않는다.

판사 최누림

각주1)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1도15653 판결 등 참조

각주2) F에게 철 구조물 공사에 관한 자재만 적절하게 공급되면 이를 완공하는 것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철 구조물 공사를 완료할 ‘능력’ 자체가 문제될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각주3) 피고인은 임금체불 관련 조사 초기에 ‘선급금 2,000만 원은 영업비이다.’는 주장을 명시적으로 하지 않다가, 추후에 이를 명시적으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위 주장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인의 입장의 핵심은 ‘피해자로부터 나머지 공사대금을 지급받은 후 체불된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어서 위 주장 여부나 그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각주4) = 선급금 2,000만 원 + 추가 600만 원

각주5) 지출된 공사비 1,100만 원이 선급금에서 모두 지출된 경우를 의미한다.

각주6) 지출된 공사비 1,100만 원 중 500만 원은 선급금에서, 나머지 600만 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추가로 지급받은 600만 원으로 지출된 경우를 의미한다.

각주7) 다만, 피해자는 F에게 대여금 형식으로 임금을 지급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