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징역 7년에 처한다.
사건정보
대구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0고합129
판결선고
2010. 9. 28.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중국 소재 D의 회사원이다.
피고인은 2004. 12.경 대구 남구 E이라는 대부업 사무실에서 대출금을 수금하는 업무에 종사하던 중 당시 커피배달을 하고 있던 피해자 F(여, 21세)를 만나 사귀게 되었고, 2005. 1. 초순경부터 대구 남구 G건물 201호에 있는 피해자의 집에서 함께 동거를 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평상시 피해자가 칵테일바에 근무하며 다른 남자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피고인은 2005. 1. 22. 21:00경부터 다음날인 23. 01:00경까지 대구 남구 H 주점과 I 주점에서 피고인의 친구인 J 등 5명과 함께 술을 마신 다음 같은 동에 있는 K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긴 후 2005. 1. 23. 02:26경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여 위 노래방으로 와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고 위 노래방에 오지 않자 피고인은 화가 나서 피고인의 친구들에게 제대로 작별인사도 하지 않은 채 위 노래방에서 나와 2005. 1. 23. 02:40경 피해자와 동거하던 피해자의 집에 귀가를 하여 잠을 자고 있었다.
이후 같은 날 04:30경 피해자가 술에 취한 채 동료인 L과 함께 귀가를 하였고, L은 피해자를 피해자의 집 안에 들여놓고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피해자가 집에 들어오는 소리에 잠이 깬 피고인은 피고인이 노래방으로 와줄 것을 요청하였음에도 피해자가 오지 않고 오히려 술에 취하여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며 피해자와 다툼을 벌였다.
위와 같이 다툼을 벌이던 중 화가 난 피고인은 2005. 1. 23. 07:00경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의 머리를 벽에 찧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폭행하고, 이로 인하여 그 무렵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이후 2005. 1. 27. 저녁무렵 이전까지 사이 불상의 시간에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사체를 들고 나가 불상의 장소에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M, N, O, P, Q, J, R, S, T, U의 각 법정진술
제3회 공판조서 중 증인 U, L의 각 진술기재
V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각 수사보고(루미놀 시약검사, 앞산수색, 방송보도, A 출국 관련, G건물 임장, 사건 당시 사진 출력, W 전화조회 결과 및 참고인 N 특정과정, G건물 건축물 도면 및 201호 내부도, F 모친 T 전화진술 청취, 금융계좌 압수수색영장 집행 및 결과)
가출인발생보고, 탐문수색 결과보고서,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 가출인 F의 주거지 수색에 대한 수사보고, 용의자 A 당일 행적, 감정의뢰회보, 개인별출입국현황, 실황조사서, 요양급여내역 요청에 대한 회신, 각 사실조회 (SK텔레콤 대구중앙지점, SKT, KT, LGT)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262조, 제260조 제1항, 259조 제1항(폭행치사의 점), 형법 제161조 제1항(사체유기의 점)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폭행치사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위 두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내에서)]
미결구금일수의 산입
형법 제57조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인 2005. 1. 23. 02:40경 술에 취한 상태로 귀가하여 피해자를 기다리다가 잠이 들어서 같은 날 11:00경 잠에서 깼는데, 잠자는 사이에 피해자가 집에 들어왔었는지 여부는 전혀 알지 못하며, 따라서 2005. 1. 23. 05:00경부터 07:00경 사이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조차 없으므로 피고인이 위 일시에 피해자를 폭행하여 사망하게 하고,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하였다는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할 수 없다.
판단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나,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가 있다(대법원 1999. 10. 22. 선고 99도3273 판결 등 참조). 다만 시체가 발견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범행 전체를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살인죄의 죄책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망사실이 추가적·선결적으로 증명되어야 함은 물론, 그러한 피해자의 사망이 살해의사를 가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임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고(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도10754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폭행치사죄에 있어서도 마찬가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 피고인이 이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 피해자가 사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 피해자의 사망이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 ㉱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차례로 살펴본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위 각 증거에 의하면 ① 피해자의 직장동료인 L은 일을 마치고 피해자와 같이 소주 2병 정도를 함께 마신 후 2010. 1. 23. 04:00경 당시 L의 남자친구였던 S이 운전하는 차로 피해자를 판시 G건물 앞에 내려 주었는데, 피해자가 넘어져서 울기에 한동안 피해자를 달랜 다음 위 G건물 201호 집 안까지 데려다 준 사실, ② L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방문이 열려있어 피고인이 나체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것이 보였으므로, L은 집안까지 들어가지는 않고 피해자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온 사실, ③ 피해자의 앞집인 205호에 살고 있던 N은 2010. 1. 23. 04:00경 여자가 우는 소리 등에 잠이 깨어 창문으로 내다보니 G건물 앞 노상에서 한 여자는 울고 한 여자는 달래고 있었는데, 30분 이상 그런 상황이 지속되다가 두 여자가 빌라 안으로 들어와 2층 계단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났고, 201호로 들어가더니 한 여자는 간다고 인사하고 내려갔는데, 그 후 10분 정도 지난 후부터 약 2시간 가량 201호에서 여자가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리고 남자가 "씹할년아" 라고 하며 뺨을 때리는지 찰싹찰싹하는 소리도 나고 무언가를 벽에다 부딪히는 것처럼 둔탁하고 무거운 쿵쿵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비명소리도 들렸는데, 소리가 거의 그칠 때쯤 여자가 구토하는 소리도 들리기에 신고를 하고 싶었으나 자신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기소중지 상태였기 때문에 하지 못하고 다른 집에서 신고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였던 사실, ④ 당시 피해자의 옆집인 203호에 살고 있던 M, O은 2010. 1. 23. 05:00경 201호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악에 받힌 목소리로 "이 씹할년아" 하며 고함을 지르고 벽에 무언가가 쿵쿵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비명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려서 잠에서 깼는데, 07:00경까지 그러한 소리가 지속되어서 혹시 저러다가 사람 죽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신고를 해야 할지 고민하였으나 괜히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 같아서 신고는 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귀가한 이후인 2010. 1. 23. 05:00경부터 피해자와 피고인이 동거하던 G건물 201호에는 피해자와 피고인 둘만 함께 있었다고 할 것이고, 피해자가 들어오는 소리에 잠에서 깬 피고인이 피해자가 술을 먹고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격분하여 욕설을 하고 2시간여에 걸쳐 피해자의 신체를 벽에 부딪치는 등의 방법으로 폭행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피해자가 사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위 각 증거에 의하면, ① 피해자의 집에서 나던 남자의 욕설과 고함소리, 무엇인가를 벽에 부딪치는 듯한 둔탁한 소리, 여자의 비명소리와 울음소리 등은 사건 당일 07:00경 그쳤고 그 후로는 잠잠해진 사실, ② 이 사건 발생일시 이후 피해자가 사용하던 휴대폰으로 통화가 이루어진 내역이 없고(피해자의 휴대폰으로 발신이 이루어진 내역은 전혀 없고, 다만 역발신 내역에 의하면 2005. 1. 24.부터 2005. 1. 29.경까지 사이에 피해자의 언니인 U, 어머니인 T, 직장동료인 L으로부터 각 통화시간 10여초 내외의 착신내역이 있기는 하지만, 역발신 내역의 경우 수신자와 직접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발신자가 음성메시지를 남기면 착신기록이 남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위 증인들의 법정진술 및 위 착신통화의 시점, 통화시간, 통화상대방 등에 비추어보면 이는 실제로 발신자와 피해자 사이에 통화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연락이 두절되자 걱정이 된 친구와 가족들이 연락을 해달라는 취지로 음성메시지를 남긴 내역으로 보인다), 가족이나 친구들과도 연락이 두절되었으며 피해자의 행적을 알 수 없게 된 사실, ③ 이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에게는 급작스럽게 가족들 및 가장 친하게 지냈던 직장동료인 L에게까지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하여야만 할 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었던 사실, ④ L이 사건 당일 새벽 피해자를 집안까지 데려다 준 이후 피해자가 집안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위 집밖으로 나간 흔적도 전혀 없으며, 피해자가 실종된 이후 자신 명의의 은행예금 등을 인출해서 사용한 내역도 전혀 없는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살아있다면 이 사건 당일 새벽에 귀가한 이후 갑작스럽게 연락이 두절되고 그로부터 5년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 행적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상태로 지낸다는 것은 경험칙상 있기 어려운 일이고 피해자가 그와 같이 행동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그 같은 사정에다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2005. 1. 23. 아침에 피해자를 폭행하여 피해자에게 해를 입혔음이 분명함에도 이를 부인하면서 오히려 당일 새벽에 피해자가 집에 들어 온 것을 보지 못하였다고 변명하고 있는 사정까지를 보태어 보면, 피해자의 시체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일시경 자신의 집안에서 사망한 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
위 각 증거에 의하면, ① 피고인은 사건발생 당일 오후에 L으로부터 피해자를 찾는 전화를 받고 피해자가 그 날 새벽 집에 들어왔는지 여부를 모른다고 대답한 이후로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해자가 들어온 사실조차 모르고 아침까지 계속 자고 있었다고 진술한 사실, ② 하지만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피해자의 집에 이웃한 집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피해자가 집안으로 들어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05:00경부터 피해자의 집에서 나는 남자의 욕하는 소리, 여자의 비명소리와 울음소리, 무엇인가가 벽에 부딪히는 쿵쿵거리는 둔탁한 소리 때문에 07:00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고 진술한 사실, ③ 피고인은 사건발생 당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피해자가 없고 부재 중 전화가 20통 가까이 와 있으므로 피해자에게 전화를 수회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으나 연락이 없어서 괘씸한 생각도 들고 피해자에게 별 미련도 남지 않아서 같은 날 16:00 경 자신의 옷을 챙겨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고 진술한 사실, ④ 그러나 사건발생 당일 새벽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부재중전화를 20통 가량 하였다는 사실에 관하여는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피고인은 경찰에서 자신이 피해자로부터 부재중전화가 온 기록을 지워서 남아있지 않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과 함께 일하던 X은 사건 당일 아침 피고인이 사무실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동거하던 피해자가 없어졌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8통이나 와 있었다며 휴대폰을 보여주었으나 피고인이 정확하게 보여주지 않아 부재중전화가 왔는지 확인하지는 못하였으며, 수금하러 가는 차 안에서도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부재중전화가 왔었다는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난다고 진술한 사실, ⑤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통신내역조회 결과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기록이 나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였는지 여부는 부재중 전화의 경우 기록에 남지 않기 때문에 통신내역조회로는 확인할 수 없다)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사건발생일 다음날부터는 피해자에게 어떠한 연락도 시도해보지 않은 채 L에게도 더 이상 자신에게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묻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사실, ⑥ 피고인은 사건발생 전날 밤 친구인 J 등과 함께 술을 마셨는데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하여 "이게 또 술 마시고 있겠네, 전화도 안오고, 술 마시면 혼자 먹겠냐, 딴 남자하고 먹겠지"라는 취지로 이야기한 후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말도 없이 집에 가버렸고, 사건 발생일인 2005. 1. 23. 10:00경 피고인이 피고인의 휴대전화가 아닌 다른 번호로 J에게 전화를 걸어 사무실에 나왔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더니, 오후에 다시 전화를 하여 답답하니 팔공산 드라이브나 가자고 하여 J은 피고인의 부모님 집 근처에서 피고인을 만나 팔공산 드라이브를 다녀온 사실, ⑦ 피고인은 이 사건에 관하여 용의자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던 중인 2005. 4. 13. 돌연 중국으로 출국하였는데, 출국 전날 친구 J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도 중국으로 간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다음날 공항에서 J에게 전화하여 지금 중국에 일하러 간다는 짧은 말만 하고 그 후로 연락이 두절되었다가 여권의 기간만료일인 2010. 3. 11.이 다가오자 2010. 3. 1. 귀국하여 경찰에 자수서를 제출하였으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범행은 여전히 부인하고 있는 사실, ⑧ 피고인은 예전에도 사귀던 여자친구를 폭행한 적이 있고, 친구들 사이에서 평소 여자를 때린다는 소문이 있으며, 피해자도 2005. 1. 11.경 피고인으로부터 맞아서 눈이 부어 출근을 하지 못한 적이 있는 사실, ⑨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혈흔반응을 측정한 결과 침대커버와 방문 유리창에서 혈흔 양성 반응이 나오고 피고인의 운동화에서는 피해자와 피고인의 유전자가 혼합된 혈흔 반응이 나왔으며, 사건 발생 며칠 후 피해자의 언니와 경찰관이 피해자의 집에 갔을 때 한겨울인데도 침대에 홑이불만 깔려 있는 것이 이상하여 장롱을 열어보니 세탁을 하고 덜 마른 상태에서 넣은 것처럼 느껴지는 이불이 들어있었고 화장실만 유독 깨끗이 청소되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사건 당일 자신의 행적에 대하여 L 및 이웃들의 진술과 전혀 양립할 수 없는 거짓임이 명백한 주장을 하고 있음이 분명한데, 이는 피해자와 싸우다가 격분하여 피해자의 머리를 벽에 부딪치는 등의 방법으로 때리다가 피해자가 사망하자 피고인은 사건 당일에 피해자가 아예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처럼 하여 범행을 은폐하려 하였으나, 이는 L 및 이웃들의 진술에 의하여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주장임이 밝혀졌고, 그럼에도 당초의 진술을 번복할 수가 없어 당초와 같은 거짓 주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또한 사건 발생 당일에 피해자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왔다면서 회사동료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여주는 시늉을 한다든지, 전날 함께 술을 마신 친구에게 전화하여 뜬금 없이 자신이 사무실에 나왔다거나 드라이브를 가자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행위는 이례적인 것이어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이후 당황한 마음에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하여 그러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피해자에 대하여 별다른 미련이 남아있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진술과 달리 피고인은 평소 동거하던 피해자가 칵테일바에서 일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였고 사건 발생 전날에도 피해자가 술을 마시고 연락이 없는 것에 대하여 화가 나서 친구들에게 말도 없이 돌아갔는데 그런 피고인이 피해자가 연락이 되지 않음에도 피해자를 기다리거나 찾기 위한 노력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하루만에 자신의 짐을 챙겨 피해자의 집에서 나가버린 것은 피해자가 이미 사망한 사실을 알고 있기에 자신이 의심받지 않을 방안을 강구하는 와중에 하게 된 행동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이에 더하여 이전에도 사귀던 여자친구를 폭행하여 왔던 피고인의 평소 성행과 2005년 당시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에 중국으로 도망한 점,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많은 양이 아니기는 하지만 피해자와 피고인의 혈흔이 발견된 점 등 기타 간접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하였는지 여부
범죄의 일시·장소와 방법은 범죄의 구성요건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를 구체적으로 명확히 인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소 개괄적으로 설시하여도 무방하므로(대법원 1986. 8. 19. 선고 86도1073 판결 참조),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인이 2005. 1. 23. 07:00경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를 폭행하여 사망하게 한 사실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사체가 집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면 이는 필연적으로 피고인이 그 무렵 피해자의 사체를 불상의 방법으로 불상의 장소에 유기하였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것이어서 사체유기죄 역시 유죄로 인정된다(사체유기죄와 관련하여, 공소장에는 범행일시를 '이후에'라고만 표시하고 있으나, 직장동료인 L이 피해자의 집을 방문하여 피해자의 부재 사실을 확인한 것이 2010. 1. 27. 저녁 무렵인 것으로 보이므로 범행일시를 그 이전까지로 제한하여 인정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취지의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무죄부분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앞서 본 범죄사실과 같은 경위로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2005. 1. 23. 07:00경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의 머리를 벽에 찧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살인죄에서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되는 것인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범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9867 판결 등)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와 동거한지 한 달 남짓된 사이로서 피해자가 칵테일바에서 일을 하고 다른 남자들과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온다는 이유로 화가 나 다툴 수는 있지만 그러한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고는 보기 어렵고,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 또한 피고인이 흉기 등을 준비하여 피해자를 찌른 것이 아니라 화가 나 피해자를 때리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벽이나 침대 모서리에 머리 등 급소를 부딪혀서 우발적으로 사망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범의를 가지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위 주위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예비적 공소사실인 폭행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동거하던 피해자가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온다는 이유로 화가 난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무엇보다 존엄한 가치인 인간의 생명을 앗아간 것일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즉시 병원으로 후송하는 등의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하여 결국 현재까지 그 사체를 찾지 못하게 함으로써 유족들에게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피고인은 당시 경찰에서 조사를 받던 중 중국으로 도망하여 5년이 넘게 도피생활을 하다가 여권의 유효기간 만료일이 다가오자 어쩔 수 없이 입국하여 이 사건에 관한 재판을 받게 된 것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도 자신의 범행을 뉘우치지 아니하고 계속하여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피고인에게는 더욱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
다만, 피고인이 아무런 범죄경력 없는 초범인 점과 그 밖에 이 사건 변론과정에서 나타난 피고인의 성행, 가족관계, 범행 후의 정황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김성수(재판장) 장동민 최선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