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15. 6. 12. 선고 2014나305376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2.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4.

소송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 A는 2011. 3. 1. 피고가 운영 중인 경주시립화장장에 무기계약근로자로 입사하여 근무하던 사람이고, 원고 B는 원고 A의 배우자이며, 원고 C, D는 원고 A의 자녀들이다.

나.

근무현황 및 업무내용

1)

원고 A는 경주시립화장장에 입사하여 매일 07:30경 출근하여 16:00경까지 근무하였고, 1년에 이틀(설날과 추석)만 쉬고 매일 근무하였다.

2)

원고 A는 경주시립화장장에서 화장 전반과 화장 중 화구의 상태 점검 및 화장 완료 후 유골을 빗질하여 유골함에 넣는 업무를 주로 담당하였다.

3)

원고 A는 1일 평균 4구의 시신을 화장하였는데, 시신 1구를 화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이다.

4)

경주시립화장장은 만들어진지 오래되어 다른 화장장에 비하여 시설이 많이 노후화되어 있고, 그에 따라 근무환경이 상당히 열악한 상태였다.

5)

경주시립화장장에는 원고 A가 화구의 상태 점검 등을 함에 있어서 화구의 고열을 피할 수 있는 특별한 장비나 시설 등이 없었다.

다.

이 사건 재해의 발생

1)

원고 A는 2012. 2. 4. 오전경 정상 출근하여 근무하던 중 어지럼증을 느껴 경주시 소재 E의원에 내원하였는데, 「이석증」으로 진단되어 이에 대한 치료를 받았다.

2)

원고 A는 2012. 2. 5. 15:00경 동국대학교 경주병원 응급실로 내원하여 다음날까지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았는데, 2012. 2. 7. 23:15경 증상이 재발하여 동국대학교 경주병원 응급실로 내원하여 진료를 받았고, 검사 결과 「척추동맥의 혈전증에 의한 뇌경색(이하 '이 사건 재해'라고 한다)」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3)

이후 원고 A는 2013. 9. 30.까지 입원 내지 통원치료를 받았다.

라.

보험급여

1)

원고 A는 이 사건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에 보험급여신청을 하였다.

2)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장은 대구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이 사건 재해가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심의를 의뢰하였고, 대구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2. 6. 7. 이 사건 재해가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판정하였다.

3)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는 원고 A에게 2012. 2. 5.부터 2013. 9. 30.까지(604일)의 요양기간 동안의 휴업급여로 35,660,650원, 장해급여로 33,486,840원 합계 69,147,490원(35,660,650원 + 33,486,84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제6호증의 2, 3, 을 제2, 4호증, 제6호증의 3 내지 14, 20, 제12, 15, 16호증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화장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원고 A는 위 1. 나. 항에서 본 것과 같이 장기간 휴일 없이 매일 업무를 수행하였고, 노후한 경주시립화장장의 시설 및 장비들로 인해 업무과정에서 극심한 과로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3.

판단

1)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청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가 원고 A가 수행하는 근로로 인하여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한다.

우선 원고 A의 근로 내용이나 여건이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열악한 것이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피고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정도인지에 관하여 본다.

위 1. 나. 항에서 본 것처럼, 원고 A는 1년에 이틀밖에 쉬지 못하는 등 장기간 휴일 없이 매일 업무를 수행하였고, 노후한 경주시립화장장의 시설 및 장비들로 인해 업무 과정에서 다른 화장장들보다 힘든 여건이었을 것임은 추단되나, 원고 A의 하루 업무시간이 법정 근로시간보다 많지는 않았으며, 담당업무 내용이 극심한 육체적 피로를 불러올 정도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을 제7호증의 1, 제13호증, 제14호증의 2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와 같이 일하고 있었던 G는 2004. 4. 1.부터 원고 A가 입사하기 전까지 혼자서 경주시립화장장에서 근무를 하였음에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그 이유가 G가 평균적인 근로자 이상으로 육체적·정신적으로 강건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증거도 없다. 또 일반적으로 육체적 과로 등이 혈전증에 의한 뇌경색 발병의 전형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가 원고 A에게 위와 같이 근로를 명함으로 인해서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피고가 당연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원고 A에게는 입사 당시 당뇨병이 있었고(을 제4호증, 제6호증의 20의 각 기재 및 제1심 법원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주지사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원고 A의 이 같은 특별한 사정이 과로와 겹쳐 이 사건 재해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원고 A의 이 사건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특별사정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고가 원고 A에게 당뇨병이라는 특별사정이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을 제4호증 및 제6호증의 15, 16, 17, 20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기가 없다. 오히려 을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A가 입사 당시에 제출한 일반 채용시 건강진단 개인표에 혈당 항목만 공란으로 되어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이에 의하면 원고 A는 입사 당시 자신에게 당뇨병이 있다는 사실을 피고에게 숨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로와 당뇨병, 그리고 이 사건 재해로 이어지는 인과관계에 대해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피고가 당뇨병이 있는 원고 A에게 위와 같이 근로를 명함으로 인해서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피고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나아가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상의 연장 근로시간 상한선을 초과하여 근무한 경우에도 근로자의 동의를 얻은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과로로 인한 발병에 대하여 사용자측에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다33491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에도 원고 A는 토요일 및 일요일에도 근무를 하였지만 이는 적어도 원고 A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고 보여지므로 이 사건 재해 발생에 대해 피고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데,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성수(재판장) 김수홍 이정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