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들
피고인들은 노동조합의 조직 또는 운영에 지배·개입하기로 공모한 사실이 없고, 2011. 6.경 파업에서 복귀한 노조원들에 대한 면담 과정에서 O, P으로 하여금 노조원 Q, R에게 조합탈퇴를 강요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음에도 원심은 신빙성 없는 Q, R의 진술을 받아들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검사
원심이 피고인 A에게 선고한 형(벌금 30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판단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혹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등 참조).
피고인들이 원심에서 이 사건 항소이유와 같은 주장을 하여 원심은 판결문에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이라는 제목 아래 피고인들의 주장과 이에 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면담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관하여 Q, R의 진술이 일부 일관되지 못한 점은 인정되나, Q, R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파업 복귀 후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O, P으로부터 조합탈퇴를 강요받았다'는 취지로 주요 내용에 있어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바, 원심이 자세하게 설시한 여러 정황이 이에 부합하여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들이 당심에서 제출한 증거들과 당심 증인 AE, BE의 각 진술만으로는 이를 뒤집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배척할 만한 추가적인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위 각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원심의 판단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만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다.
피고인들은 조합탈퇴 강요의 직접 행위자인 P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증 제26호) O에 대하여는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제기는 공범이론에 배치되어 부당한 것이고, 이는 P, O가 조합탈퇴 강요행위를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록에 의하면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이 2014. 12. 22. P에 대하여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 불기소처분의 피의사실은『P은 2011. 6. 13. I지회 노조원 AN와 면담하면서 AN에게 희망퇴직을 권유하는 듯한 발언 등을 하여 AN에게 불이익을 주고 I지회의 조직 또는 운영에 지배, 개입하였다』는 것으로, 이는 'O, P으로 하여금 노조원 Q, R에게 기존 조합탈퇴를 강요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조직 또는 운영에 지배, 개입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P의 실행행위와는 다른 독립된 별개의 행위에 대한 것이어서, P에 대하여 위와 같은 불기소처분이 있었다 하여 이 사건 공소제기가 공범이론에 배치되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I 회사에서의 P, O의 지위에 비추어 볼 때 위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P, O의 실행행위와 관련하여 수사기관이 P, O에게 별다른 형사처분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P, O가 위 실행행위를 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음으로, 피고인들은 '희망퇴직 강요'와 '조합탈퇴 강요' 중 노사관계에서 더 중대범죄로 취급되는 것은 '조합탈퇴 강요'이고, 따라서 만약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조합탈퇴 강요'가 있었다면 고소인 노동조합이 회사 측 부당노동행위에 관하여 문제를 제기할 때 당연히 '조합탈퇴 강요'를 우선하였어야 할 것인데, 파업 종료 후 복귀 조합원에 대한 면담이 진행될 무렵 고소인 노동조합이 관할 노동청에 제기한 민원이나 고 소, 고발 내용에 '희망퇴직 강요'는 있으나 이 사건 '조합탈퇴 강요'는 빠져있고, 이 사 건 면담일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2011. 9. 27.경 대구고용노동청 국정감사에서 BF 의원이 '인력구조조정로드맵'이라는 문건을 공개한 이후 진행된 2011. 10. 11.자 노동청조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조합탈퇴 강요' 문제가 등장한 사정 등에 비추어 Q, R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장이 작성한 각 사실조회 회신서에 의하면, 회사 측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하여 2011. 6.경 고소인 노동조합이 관할 노동청에 제기한 민원에 '희망퇴직 강요'는 그 내용이 있으나, 그 무렵 '파업 복귀 조합원들에 대한 면담 과정에서 회사 관리자가 조합원들에게 조합탈퇴를 권유하거나 강요하였다'는 내용의 민원이 있었는지에 관하여는 이를 알 수 있는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 또한, 이 사건 2011. 8. 16.자 고소장 및 2011. 8. 31.자 고소인 진술조서에서도 고소인 노동조합은 '회사가 고소인 노조에 대하여는 용역을 동원하여 노조활동을 감시하고 방해하며 사내 인트라넷 사용을 금지하는 한편, 신설 노조에 대하여는 전임자의 노조활동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여 임금을 지급하고, 선전물 배포나 현수막 설치를 허용하는 등 그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문제 삼았을 뿐이고, '조합탈퇴 강요'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며, 관할 노동청 역시 2011. 10. 11.에 이르기까지 회사 관리자의 '조합탈퇴 강요' 문제에 관하여 별다른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로자나 노동조합 입장에서 반드시 '희망퇴직 강요'보다 '조합탈퇴 강요'가 더 중대한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운바(근로자 처지에서 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이 사건 파업 및 복귀 과정에서 퇴직한 근로자가 144명에 이르고, 특히 고소인 노동조합이 파업을 철회한 2011. 5. 25.경부터 회사 측이 복귀 조합원에 대한 교육 및 면담을진행한 2011. 7. 29.경까지 사이에 희망퇴직한 근로자가 42명에 이르므로(증거기록 2권 559쪽), 조합가입 근로자의 처지를 대변해야 하는 고소인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그 무렵 직면한 다수 근로자의 퇴직 이슈(issue, 쟁점)를 관할 노동청에 우선하여 민원제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또한, 고소인 노동조합이 2011. 8.경 고소 내용으로 삼은 회사 측 부당노동행위의 세부 내용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이는 주로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거나 비교적 외부에서 식별하기 용이한 것인 반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조합탈퇴 강요' 행위는 조합원과 회사 관리자 사이에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면담 과정에서 은밀히 이루어지는 특성상 '인력구조조정로드맵' 등의 문건이 공개되어 회사 측의숨은 의도가 드러나기 전에는 조합원이나 고소인 노동조합이 그 행위가 있었음을 자각하거나 포착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원심의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자세히 살펴보면 O, P이 Q, R에게 조합탈퇴를 강요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에 대해서는 회사의 노무를 담당하고 있던 피고인들의 지시가 있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되며,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문건들이 단순히 I 지회의 현재 동향 및 향후 예상되는 상황을 정리한 자료 또는 조합원들의 문의에 따라 절차를 안내한 자료일 뿐이거나, 조합원들의 I지회 탈퇴 및 신 노동조합 설립에 회사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범행은 노사 간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하여 은밀한 방법으로 헌법에 보장된 근로자의 단결권 등을 침해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몰각하는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점, 피고인 A는 자신의 범행을 극구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 A는 벌금형 2회 처벌받은 외에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고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도 없는점, 고소인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였고, 조합원 중 고소인 노동조합의 방침이나 노선에 반대하는 세력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인 A의 나이,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참작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윤직(재판장) 문현정 이용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