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0. 12. 23. 선고 2018가단121575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 회사는 주식회사 F으로부터 G공사를 수급하여 2018. 3. 26. 그 중 녹생토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H 주식회사(이하 ‘H’이라 한다)에 하도급하였다.

나.

H은 2018. 4. 3. 이 사건 공사 중 녹생토(PVC 능형망) 납품 및 설치를 ‘I’을 운영하는 망 J(이하 ‘망인’이라 한다)에게 재하도급하였다.

다.

피고 회사 또한 2018. 4. 4. 망인과 PVC 능형망 기반재를 납품받는 자재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라.

망인은 2018. 4. 9. 10:00경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PVC 능형망(더미당 1.2톤 가량)을 포크레인에 적재한 후 포크레인을 운전하여 위 채석단지에 배치하는 작업을 하던 중 경사로 아래 비탈로 추락하여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마.

피고 회사는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나,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또는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안전․보건시설의 설치 등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이 사건 공사현장의 진입경사로에 안전난간 등의 방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기소되어 2019. 10. 29. 벌금 2,000,000원을 선고받았고(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19고단199),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바.

원고 A는 망인의 배우자이고, 원고 B, C은 망인의 자녀이다.

[인정근거] 이 법원에 현저하거나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9 내지 14, 1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피고 회사는 이 사건 공사의 사업주로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아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났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망인으로부터 상속받은 손해배상금과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원고들의 청구는 피고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여 부과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취지이다.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 제29조(도급사업에 있어서의 안전․보건조치)는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토사 등의 붕괴, 화재, 폭발, 추락 또는 낙하 위험이 있는 장소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안전․보건시설의 설치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사업주에게 위와 같은 의무를 부과하는 목적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사업주가 위와 같은 의무를 부담하는 상대방은 사업주 자신이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이므로, 그의 수급인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안전․보건에 관한 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1다57532 판결 참조).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망인은 H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 중 일부를 수급한 수급인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 회사의 피용자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하는 사항을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피고 회사에 사용자책임을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피고 회사의 이 사건 공사 현장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K 또한 피고 회사와 함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기소되어 벌금 2,000,000원을 선고받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바로 피고 회사를 상대로 일반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비록 피고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형사처벌을 받았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산업안전보건법이 위 조항을 위반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산업재해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사업주 등이 위 조항에서 정한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어서, 근로자의 사망 또는 부상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령상의 산업재해예방미조치 사실 그 자체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가 성립하므로(대법원 2008. 8. 11. 선고 2007도7987 판결 참조), 피고 회사가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사실이 이러한 판단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원고들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영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