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0. 7. 3. 선고 2019노3981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E은 거래처를 물색하고 계약을 성사시키는 영업행위에 관한 업무 전체를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상당한 정도의 재량과 권한이 주어져 있었고, 피고인으로부터 일방적인 지시·감독을 받았던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인과 E 사이에 어떠한 사용·종속관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E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근로자에 대한 위 여러 징표 중 일부 사정이 결여되었거나 다른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5두524 판결,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0다57459 판결 등 참조).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 법리를 토대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들어, E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D회사의 사업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가)

E은 2016. 1.경 D회사의 영업 및 기타 관리업무 등을 수행하는 대가로 매월 600만 원의 정액의 보수를 받을 것을 피고인과 약정하였고, 피고인은 위 약정에 따라 2016. 1.부터 같은 해 2016. 8.까지 E에게 매월 600만 원을 지급하였다. 피고인은 E과 2016. 11. 23.경 협의하여, 2016. 12.부터는 E의 보수를 매월 기본급 300만 원에 영업을 통한 이익금의 50%를 부가하여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이에 관하여 피고인은 기본급 없이 단지 이익금의 50%만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E의 입장에서 기본급도 없이 기존의 보수약정을 본인에게 현저히 불리하게 변경할 이유가 없어 보이고, D회사 측이 작성하여 관리해 온 급상여 대장에 E의 2017. 1.부터 2017. 4.까지의 월 급여가 300만 원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까지 보태어 보면, 2017. 1.부터는 E의 기본급이 월 300만 원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E은 2016. 1.경부터 2017. 4. 29.경까지 외근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평일에 D회사 사무실에 08:00경 출근하여 18:30경 퇴근하였고, 업무에 필요한 집기는 피고인 측이 제공한 것을 사용하였다. 위 기간 동안 E은 D회사 영업활동을 위한 카탈로그 제작 및 배포, 실용신안등록 내지 특허출원 업무, 외부영업, 수금업무, 구인업무, 직원들 외근 관리업무, 기타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업무 등을 담당하였다.

피고인은 E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E이 수행한 업무의 성격(특히 수금업무, 구인업무 및 직원들 외근 관리업무를 피고인의 지시 없이 E이 독자적으로 수행하였다고는 보기 어렵고, E도 피고인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수행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이나 E과 피고인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설계, 견적, 도면, 물품 구입 등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E에게 검토를 요청하는 내용이 확인되고, 그러한 내용의 메시지가 2016. 12.경 이후에도 여러 차례 오갔던 사실이 인정된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편 피고인은 E이 실제로 수행한 업무의 수준이나 실적이 피고인이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으나, 그러한 사정을 들어 E의 근로자성이나 피고인의 임금 지급 의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

D회사 측은 E에 대한 급여를 다른 근로자들에 대한 급여와 별도로 관리하지 아니하고 동일한 급상여대장에 포함하여 같이 작성·관리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E의 2016년 급여에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기도 하였으며, 2016. 9. 1.경 E을 상시직으로 하여 고용보험 및 국민연금보험에 가입시킨 바 있다. 피고인은 2017. 4. 29.자로 국민연금 공단에 E의 국민연금 자격 상실을 신고하였다). 이러한 사실들은 E이 근로자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정황들이다.

라)

E이 처음에 피고인으로부터 받기로 한 보수액이 월 600만 원으로 상당히 큰 금액이기는 하다. 그러나 E의 진술 및 고용보험 가입내역에 의하면 E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종업계에 종사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와 같이 높은 급여는 E의 전문성이 반영된 금액으로 볼 수 있고, E이 높은 급여를 받는다는 사실이 E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거나 EO D회사의 사실상의 임원이었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위와 같은 사정들에 같은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E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가)

E은 자신의 업무에 관하여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카탈로그, 특허자료를 만들었고, 배포할 수 있도록 봉투를 붙이는 일을 한 적이 있으며 피고인이 거래처에 수금을 하는데 E을 앞세워서 간 사실이 있고(공판기록 51면), 피고인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창원으로 외근을 가 사고를 수습하는 것과 같이 직원 관리 업무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66면), 또한 피고인과 E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내역에 따르면 피고인은 E에게 설계에 관한 사항을 알아봐달라고 하거나 (증거기록 19면), 견적 의뢰와 관련하여 거래처에 전화를 할 것을 지시하고(증거기록 21면), 스토퍼 사이즈와 치수를 구해달라고 하였으며(증거기록 44면), 도면의 검토를 요청한 사실이 있고(증거기록 48면), E은 피고인에게 실용신안등록결정이 되었다는 사실을 보고하고(증거기록 20면), 납품과 관련된 문제를 문의하는 피고인에게 새벽에 출근하여 생산스케줄을 짜고 있다고 답변한 사실이 있다(증거기록 41면), 또한 피고인은 구체적인 업무의 종류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수사기관에서 E을 채용하고 작업지시를 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였다(증거기록 55, 56면). 그렇다면 E은 피고인이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이 영업행위만을 독립적으로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회사의 각종 업무를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처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E은 피고인과 업무 대가로 월 600만 원을 고정적으로 받기로 약정하였고 2016. 1.경부터 같은 해 8.경까지 실제 매월 6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있다. 또한 E은 2016. 11. 23.경 2016. 12.부터는 성과금으로 영업에 따른 이익금의 절반을 받기로 합의하였으나 여전히 월 300만 원의 급여는 고정적으로 받기로 하였다고 진술하였고(공판기록 50면), 피고인의 급여에 관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증거기록 27면), 각 급상여대장(증거기록 29-32면)의 기재내용이 위 E의 진술에 부합한다.

피고인은 원심에서부터 300만 원의 기본급 없이 단지 영업을 통한 이익금의 50%만 지급하기로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E은 2016. 12. 1. 이후로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생산스케줄을 짜거나, 스토퍼를 구입하는 등 여전히 영업과 무관한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있는데 E이 아무런 대가 없이 위와 같은 회사 업무를 처리하였으리라 보이지는 않는다.

다)

E은 특허자료를 내러가거나, 특허 대행 업무를 결제하고 영업하는 데 필요한 상품권을 구입하는 등의 용도로 회사카드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점(공판기록 61, 62면). 피고인 역시 수사단계에서 E이 카드로 상품권을 사서 250만원을 썼고 100만원을 마트에서 사용한 적이 있다고 하여 E이 회사카드를 이용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증거기록 58, 59면) 및 E이 회사카드를 사용한 것에 대하여 피고인과의 사이에 정산이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E은 자신의 업무처리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을 회사 카드로 지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라)

피고인은, E이 피고인에게 업무를 지시 하거나 피고인이 E에게 업무 관련 사항을 보고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근거로 E이 피고인과 상호 대등한 지위에 있었고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E의 지시나 피고인의 보고는 자료 공유, 사진 촬영, 물품 수령, 수리 등에 관한 것으로 D회사가 사원이 3~6명에 불과한 소규모 사업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록 피고인이 대표라고 하더라도 E이 근로자의 지위에서 업무 협조를 부탁할 수 있는 사항으로 보이고 그러한 업무 협조만으로 E이 피고인과 대등한 지위에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마)

피고인은, E이 다른 근로자들에 비하여 고액인 600만 원의 보수를 받고 있었다는 점, 2016. 12.부터 피고인과 E이 영업에 따른 이익과 판공비를 절반씩 나누기로 약정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피고인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E의 진술(공판기록 66면) 및 고용보험 가입내역(증거기록 33면)에 따르면 E은 과거 기계설계 관련 업무에 오랜 기간 종사하여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이는바 피고인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비교적 높은 급여를 주었을 가능성이 크고 별다른 영업 실적도, 영업에 관한 경력도 없는 E에게 영업을 일임한 대가로 8개월에 걸쳐 위와 같이 높은 보수를 감액 없이 지급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이 오히려 경험칙에 반한다.

또한 영업 이익 및 판공비를 나누기로 한 약정과 관련하여, 앞서 본 것과 같이 2016. 12. 1. 이후에도 E의 업무가 이전과 달라졌다고 볼만한 사정은 없고 E은 여전히 피고인으로부터 300만원의 고정적인 급여를 받기로 하였으며, "사장님이 저한테. 협의라기보다는 서로 이렇게 하자. '600만 원이 많으니까 300만 원으로 하고 성과급으로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어요."라는 E의 진술(공판기록 59면) 및 위 약정 이전에 E에게 별다른 영업 실적이 없었고 약정 이후에도 E이 새로운 영업에 성공하여 피고인에게 그 이익의 분배를 요구한 사실도 없는 점을 고려하면 위 약정은 피고인이 E의 업무 성과 부진을 이유로 E의 보수를 감액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도 있는바 위 약정으로 인해 E의 근로자 지위에 어떠한 변화가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

바)

E이 자신의 영업 실적, 근무 방식 등에 대하여 다소 과장하거나, 불명확하게 진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E의 진술이 모두 허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급상여대장 등 객관적인 자료나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적어도 E의 진술 중 업무 내용, 보수 등에 관한 부분은 신뢰할 수 있다고 보인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에게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전력도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반면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 피고인이 체불한 임금의 합계액이 2,990만 원에 이르는 점, 피고인의 임금 체불로 E이 상당한 경제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과 기록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양형은 적정하며,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3.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영수(재판장) 김태천 김정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