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0. 12. 1. 선고 2019노4362 판결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E, F은 각 피고인과 크레인 운행에 관한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한 사업소득자이어서 이들에게 근로자의 지위가 인정될 수 없고, 설령 근로자의 지위가 인정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임금 차액, 상여금, 해고예고수당 및 퇴직금의 미지급에 관한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나.

검사

B이 서명한 퇴직금정산확인서들과 채무완납(퇴직금 정산) 증명서는 그 진위가 불분명한 것인 점, 피고인과 B 사이에서 퇴직금과 관련된 약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점을 고려하면 B이 피고인으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퇴직금이 존재하며, 피고인에게 위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도 인정된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하고, 그 사용종속관계는 당해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이(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5다64385 판결 참조), 그 실질이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한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근로자에 대한 위 여러 징표 중 일부 사정이 결여되었거나 다른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9. 4. 223. 선고 2008도11087 판결 참조).

임금·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임금·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임금·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고(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도1089 판결 등 참조),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등 참조).

2)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의 사실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은 경북 칠곡군 C 소재 D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7명을 사용하여 건설업을 행하는 사용자이다.

나)

E은 매월 420만 원을, F은 매월 350만 원을 각 피고인으로부터 업무의 대가로 지급받고 사업소득세 3.3%를 공제할 뿐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퇴직금 역시 지급하지 않으며,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며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로 취급하지 아니하는 조건으로 피고인과 크레인운행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E은 2016. 11. 28.부터 2017. 12. 14.까지, F은 2016. 11.경부터 2017. 3. 31.까지 각 크레인 운행 업무를 수행하였고, 휴무일은 공사현장 상황이나 날씨 등을 고려하여 피고인이 정하였다. 위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피고인이 지정한 일시·장소에서 피고인 소유 크레인을 운행하는 것이었고, 크레인 운행과 관련한 연료, 비품, 탁송비 등의 각종 비용은 피고인이 모두 부담하였다. E과 F이 업무수행과정에서 실수를 하여 크레인 운행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이를 E과 F에게 매월 지급하는 금원에서 공제하지는 아니하였다.

라)

피고인은 2017. 12. 14. E에게 업무 관련 문제로 피고인의 아내와 다투었다는 이유로 일을 그만둘 것을 통보함으로써 E과의 업무위탁계약을 해지하였고, 2017. 3. 15.경 F과 거래처 문제로 다툰 후, 같은 날 F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통보하여 F과의 업무위탁계약을 해지하였다.

마)

이에 E은 2017. 12. 18. 해고예고수당, 2017년 12월자 임금 차액, 2017년 1월 분 상여금 및 퇴직금의 미지급을 이유로, F은 2018. 1. 24. 해고예고수당의 미지급을 이유로 각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에 피고인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였다.

바)

E과 F은 피고인의 개인사업체인 D이 법인전환된 주식회사 D(대표이사 피고인)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소송(대구지방법원 2018가소249682호 사건 및 같은 법원 2018가소250279호 사건)에서 주식회사 D이 E과 F에게 청구하는 임금 등을 모두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3)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보면 E, F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죄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가)

E, F은 피고인으로부터 매월 최대한 많은 금원을 받아가기 위하여, 4대보험금 및 퇴직금을 공제한 월급을 받는 대신 위탁대금의 형식으로 급여를 수령하고 이를 사업소득으로 신고하여 사업소득세 3.3%만을 공제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고려하면 E, F은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려 한 것이고, 위탁계약의 내용을 보아도 '취업규칙 등 근로자지위에 따른 규제를 받지 아니하며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로 취급하지 아니함'이 명시되어 있다.

나)

그러나 E, F은 피고인이 매일 문자메시지로 근무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면 그에 따르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피고인이 지정하여 준 날에 휴무하는 등 매월 지급받기로 한 위탁대금을 받기 위하여 피고인에 전속되어 계속적으로 크레인 운행 노무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 스스로 작업 현장을 구하여 자기의 계산으로 크레인 운행 사업을 영위하지 아니하였으며, 작업상의 실수가 있을 경우에도 그 손해는 피고인이 부담하는 것이어서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위탁계약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E, F은 위탁대금의 형식으로 지급된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인에게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한 것이어서 이들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근로자 E에게 퇴직금, 해고예고수당, 미지급 임금 및 상여금을, 근로자 F에게 해고예고수당을 각 사용자의 지위에서 지급할 의무가 있다.

라)

피고인은 E, F이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알지 못하여 임금, 퇴직금 및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이므로, 그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여서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규정하는 임금·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E, F은 근로자에 해당하는 점, 피고인이 E, F과 각 업무위탁계약을 해지한 전후의 상황을 보면 이를 사전 예고 없는 일방적인 해고 통보로 보지 않을 수 없는 점, E과 F이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알지 못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만으로는 해고 당시 피고인에게 E, F에 대한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되지 못하고 달리 그러한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임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고의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나.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 판시 사정들을 위 가.항의 1)에서 본 이 사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와 함께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이 B에게 미지급한 퇴직금이 있다거나 피고인이 고의로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2)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그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원심 판결이유를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다.

○

B은 주식회사 D을 상대로 대구지방법원에 임금청구소송(2018가소250286)을 제기하였고, 위 소송에서 그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받고서 항소(대구지방법원 2020나303340호 사건)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B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대구지방법원 2018가단 106293호 사건)에서 피고인은 B에 대한 청구를 포기하고, B은 위 항소를 취하하기로 하는 내용의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이 있었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인과 B이 이의 하지 않음으로써 위 손해배상청구소송 중 피고인과 B 부분은 2020. 6. 2. 확정되었고, 위 항소사건은 2020. 6. 24. 항소취하로 종결되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각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따라 직권으로 원심판결 주문 중 '퇴직급'을 '퇴직금'으로 경정한다.]

판사 최운성(재판장) 성경희 이영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