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1. 1. 19. 선고 2019노4409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및 법리오해

1)

추행 당시의 상황에 관한 피해자 진술이 수차례 번복된 점, 피고인이 앉은 자리에서 허리를 굽혀 손을 뻗더라도 피해자가 앉은 자리에 손이 닿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점, 피해자 C이 피고인을 고소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보면 원심 판시 범죄사실에 관한 피해자 진술은 믿기 어려우며, G, H의 각 원심 법정진술 및 G이 작성한 확인서는 피해자로부터 들은 말을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하여 신빙성이 낮으므로 원심 판시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로 삼을 수 없다.

2)

설령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하여도, "나이 더 들기 전에 살을 뺴야 하지 않느냐, 물을 많이 마셔라"라고 말 하면서 두꺼운 옷을 입고 있던 피해자의 배를 1회 만진 것을 두고 형법 제298조의 추행행위로 볼 수 없으며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죄의 고의도 인정하기 어렵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원심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 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600만 원, 40시간의 이수명령)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해자, G, H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판단

가)

제1심이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한 뒤 그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논리성·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다른 증거들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된다. 이에 비하여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에 대한 항소심의 신빙성 유무 판단은 원칙적으로 증인신문조서를 포함한 기록만을 그 자료로 삼게 되므로, 진술의 신빙성 유무 판단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진술 당시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을 그 평가에 반영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 종결 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9. 7. 24. 선고 2018도17748 판결 참조).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에는, 경험칙상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려지는 것이 일반적인 점, 범죄행위의 피해자로서는 법정에 출석하여 피고인이나 변호인으로부터 추궁을 당하게 되면 과연 자신의 기억이 맞는지에 관하여 의심을 품게 되고 이에 따라 단정적인 진술을 피하고 모호한 진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하여,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표현상의 차이로 인하여 사소한 부분에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거나 최초의 단정적인 진술이 다소 불명확한 진술로 바뀌었다고 하여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될 것이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참조).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해자, G, H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관한 원심의 판단을 뒤집을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으므로 피해자, G, H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원심 판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피고인 및 변호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고인 및 변호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무죄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피해자, G, H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한 뒤 피해자, G, H 진술 자체의 합리성, 논리성, 모순 또는 경험칙에의 부합 여부, 피고인의 진술 내용과의 모순점 등은 물론 법관의 면전에서 선서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한 다음,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②

피해자는 2018. 7. 18. "(피고인이) 손으로 저의 복부를 쓰다듬었습니다."는 내용이 있는 성추행 진술서를 작성하였고(증거기록 3쪽), 2018. 7. 20. 경찰 1회 조사에서 "오른손을 뻗어서 제가 손을 내리고 앉아 있는데 손바닥으로 배 중앙 부위를 주무르듯이 만졌어요."(증거기록 27쪽)라고 진술하였으며, 2018. 7. 25.자 고소장에는 "오른손을 뻗어 저의 복부를 쓰다듬었습니다."(증거기록 2쪽)라고 피해 당시의 상황을 기재하였다. 이후 2018. 10. 23. 경찰 2회 조사에서 "손바닥을 가로로 저의 상복부에 대고 잡았기 때문에 니트에 얇은 티까지 입었는데도 뱃살을 움켜잡혔습니다."(증거기록 284쪽), 2018. 12. 19. 검찰 대질신문에서 "허리를 숙여서 앞으로 손을 뻗은 자세였습니다. 복부 중앙부위를 손바닥으로 살짝 잡듯이 만졌어요."(증거기록 618, 619쪽)라고 각 진술하였다. 위 각 피해자 진술과 "갑자기 손을 쫙 뻗더니 정확하게 배 복부를 잡고 놓으면서 '이게 뭐냐?'라고 하고 다시 자기 자리로 몸을 뒤쪽으로 하더라고요"(소송기록 71쪽)라는 피해자의 원심 법정진술은 표현상의 차이로 인해 피고인이 만진 배 부위나 방법에 대하여 사소한 부분에서 진술이 바뀌었을 뿐,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추행행위에 대한 묘사가 구체적이다.

③

피해자는 위 성추행 진술서, 고소장, 경찰 1회 조사, 검찰 대질신문 및 원심 법정진술에서 범행 직전의 상황에 관하여 "피고인이 2018. 1. 중순경 사무실로 호출하여 사무실로 갔는데, 정작 피고인은 업무 관련 이야기는 하지 않고 '시집도 안 간 여자가 이렇게 살이 쪄서 걱정이 된다. 나이 더 들기 전에 살을 빼야 하지 않겠냐, 물을 많이 마셔라, 나는 자기 전에도 물을 많이 마셔서 아침에는 오줌을 푹 눈다."라면서 살이 쪘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비난하다가 갑자기 '니 뱃살 봐라, 이렇게 해서 되겠냐'라고 하면서 피해자의 배를 만졌다."라는 취지로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고, 자연스러우며,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 및 변호인이 주장하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당시 동선,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2018. 1. 중순경 피해자를 사무실에 오게 하였을 시간적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고 인정되므로 이를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④

또한 피해자의 당시 직장상사였던 G은 이 사건 범행 직후인 2018. 1. 중순경에, 삼촌 H은 2018. 2. 15.~18.경 설 명절에,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이 사무실에서 자신의 배를 만졌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는 G, H의 원심 법정진술["저는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사장실에서 보고를 마치고 나와 얼굴 표정이 안 좋게 '사장님이 배를 만져서 기분이 나빴다'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기억합니다"(G의 원심 법정진술, 소송기록 100쪽)와 "조카가 성추행을 당했고, 허리뿐만 아니라 배에까지 손이 왔다고 들었던 것으로 기억해요"(H의 원심 법정진술, 소송기록 106쪽)], "피고인이 평소에도 피해자에게 지나가는 이야기로 살 좀 빼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는 G의 원심 법정진술(소송기록 95쪽), 본부장인 자신은 보통 피고인의 왼쪽에 앉는다는 G의 원심 법정진술(소송기록 99쪽) 등은 피해자의 진술과도 부합한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심증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인바, G, H의 위 각 진술 등은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추행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취지의 전문진술이나 그 전문진술을 기재한 서류가 아니라, 아래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가 서로 고소를 하게 되는 문제적 상황이 발생하기 훨씬 이전인 2018. 1. 중순경 내지 2018. 설 명절 전후에 이미 피해자가 G, H에게 이 사건 범행을 언급하였다는 것 및 평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도 살을 빼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진술로서 위 각 진술들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강화하는 것이거나 피해자, G, H의 각 진술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을 모순 없이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과 달리 원심판결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⑤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가부좌를 트고 앉은 상태에서 갑자기 손을 쫙 뻗더니 정확하게 배 복부를 잡고 놓으면서 '이게 뭐냐?'라고 하고 다시 자기 자리로 몸을 뒤쪽으로 하더라고요."(소송기록 71쪽)라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참고자료의 영상(증거기록 90쪽)에 의하면 현재 피고인의 사무실 구조에서는 위 진술과 같이(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이 오른손을 뻗었다는 취지이나, 위 참고자료의 영상은 피고인이 왼손을 뻗었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사무실 가운데 위치한 소파에 앉은 채로 손을 뻗어 그 왼쪽 편 소파에 앉은 사람의 복부를 만지기가 다소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사무실 구조나 소파의 무게 등을 고려하면 소파의 위치를 조금씩만 옮긴다면 위 피해자 진술대로 복부를 만질 수 있는 구조로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할 것이고 [피고인 및 변호인은 2018. 8. 28. 찍힌 사진들의 영상에 의하면 소파의 위치 등이 변경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2018. 8. 28.은 이미 피고인과 피해자가 서로를 고소한 지한 달이나 지난 시점이고 {변호인은 항소이유서(9쪽)에서 위 사진들이 피해자가 이 사건 형사고소를 하기 전에 찍힌 것이라고 주장하나, 위 사진들은 대구동부경찰서에서 2018. 8. 28. 고소인(이 사건의 피고인)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촬영한 것으로(소송기록 116쪽) 위 2018. 8. 28.은 피해자가 피고인을 고소한 시기인 2018. 7. 25. 이후이고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경찰에서 피의자신문조사를 받은 2018. 8. 14. 이후이다(증거기록 103쪽)}, 피해자가 피고인의 강제추행 사실을 언급한지 2달은 지난 시점이므로 위 사진들의 영상 등에 의한 소파의 위치 등이 이 사건 범행 당시 그대로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소파를 옮기는 일이 어려워보이지도 않는다. 피고인은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로서 위 사무실을 혼자 이용하고 있으므로 사무실 내 소파 위치를 변경할 시간적인 여유도 충분하였다. G은 원심 법정에서 "도면이나 영상에 의하면 사무실의 내부구조 및 소파의 위치가 바뀌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도 "사장님 쇼파 자리와 여직원이 앉아 있던 직원들이 앉는 자리가 그 정도로 멀었는지, 아니면 동영상에 찍힌 것보다 조금 더 가까웠는지에 관해서는 제가 판단하기 어렵다" (소송기록 102-103쪽)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아서도 현재 피고인의 사무실 구조 및 소파의 위치만으로 피해자의 위 진술이 그 자체로 모순되거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

⑥

피해자는 추행행위가 있었다고 스스로 진술한 2018. 1.경 이후에도 피해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채 피고인의 아들 D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E의 직원으로 약 6개월을 계속 근무하다가 2018. 7. 17. 피고인으로부터 명예훼손죄 및 무고죄로 고소당한 이후인 2018. 7. 25.경에야 피고인을 고소한바, '피해자는 위 무고죄 및 명예훼손죄 고소에 대응하기 위하여 무고한 피고인을 고소하였다'는 것이 피고인의 주장이다. 그러나 피해자는 2018. 6. 28.경 업무실적이 부진하다며 피해자를 질책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거친 욕설로 맞서는 과정에서 '나에게 성희롱하지 말고 내 배도 만지지 말라'고 강제추행 피해사실을 언급하였고, 이를 이유로 2018. 7. 2. 직위해제 및 자택대기 처분, 2018. 7. 10. 해고 처분을 받고는 2018. 7. 2.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성희롱으로 피고인을 신고하기도 하였다. 이를 고려하면, 피해자는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게 될 것을 우려하여 피고인의 추행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다가, 피고인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피고인이 자신을 무고죄 등으로 고소하기에 이르자 태도를 바꾸어 피고인을 고소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피고인이 피해자를 무고죄 등으로 고소하기 이전인 2018. 7. 2. 고용노동부에 피고인을 직장 내 성희롱만을 문제 삼아 신고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직장 내 성희롱 피해 및 성희롱 피해 호소에 대한 적절한 조치 미이행 등으로 진정한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더라도, 성희롱으로 인한 진정인(피해자)의 고충해소 요청이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사업주의 적절한 조치 의무가 발생하지 않았거나(증거기록 234-235쪽),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서의 가해자는 피해근로자가 속한 사업의 사업주, 상급자, 근로자에 해당한다 할 것으로 주식회사 B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동법의 규율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증거기록 416쪽) 행정종결되었다. 따라서 피해자의 고소 경위는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의심이 가는 사정이 보이지 않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⑦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가 사무실 내 오른쪽 소파에 앉았다가 강제추행을 당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오른쪽 소파는 출입구 반대편에 있으므로 굳이 돌아서 오른쪽 소파에 앉을 이유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피해자가 원심 법정에서 이에 관하여 출입문을 등지고 앉는 걸별로 좋아하지 않고, 본부장이랑 사장실에 갈 때 본부장님은 보통 피고인의 왼쪽에 앉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오른쪽에, 항상 제가 앉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소송기록 80쪽)는 취지로 모순되는 부분 없이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해명한바 있다. 한편 사무실 내에 피고인과 피해자 둘 만 있을 때 기습적으로 복부를 만지는 방법으로 이 사건 범행이 행하여진 점을 고려하면, 사무실 바깥에 있는 직원들에게 추행행위가 노출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았으므로 '반투명유리인 사무실 출입문을 통하여 사무실 안이 들여다보이므로 강제추행이 불가능하다'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2)

원심 판시 범죄사실이 강제추행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

가)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며, 이 경우에 있어서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도1599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강제추행죄에서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나이,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6도17733 판결 등 참조). 한편,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는 고의만으로 충분한데, 위와 같은 고의는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을 행사한다는 인식과 의사를 의미한다고 볼 것이고, 그 외에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까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7도339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증거들로 인정할 수 있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성별, 연령 및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의 구체적인 행위태양,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미쳤을 영향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 보면,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기까지 제출한 증거들과 그 주장의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로서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여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고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평가함이 옳고,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도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해자는 원심에서, '무엇 때문에 피고인이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배를 만졌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대하여 '처음에는 나이 드신 분이니까 진짜 내 살이 걱정되는가 보다 생각했는데 본인이 소변보는 것까지 이야기하면서, 그리고 굳이 업무 시간에 저를 불러서 배까지 만지면서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성적이라고 생각했다'라는 취지로 답변함(소송기록 84쪽)과 아울러, 추행행위 직후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항의하거나 거부의사를 표현한 것은 달리 없으나(소송기록 85쪽), 그냥 황당하고 놀라서 멍하게 가만히 있다가 나가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사무실에서 나갔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소송기록 71쪽). 또한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불편한 감정을, 이 사건 범행 직후에 직장상사 G에게, 2018. 설 명절 전후에 삼촌 H 등에게 토로하기도 하였다.

②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며 그 경우에 있어서의 폭행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함은 앞서 본 법리와 같은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의 배를 손으로 만짐으로써 유형력을 행사하였으며 그 당시 신체적 접촉행위가 필요하였던 상황도 아니었다. 범행 전후에 걸친 피해자의 언동이나 반응태도 등을 감안해 보더라도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를 피해자가 양해하였다고 인식할 만한 근거나 사정 등이 없었다. 따라서 원심 판시 범죄사실은 피고인의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가 되어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③

피해자의 의사, 성별, 나이,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성적 도덕관념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과 피해자의 성별이 다를 뿐만 아니라 사실상의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에 있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나이차가 약 35세 정도로 매우 크므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가 둘 만이 있는 공간에서 "살을 빼라"는 말과 함께 복부를 만지는 행위가 용인될 수 있는 사이로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이후 주변에 성적 수치심을 토로하였으며, 사회일반의 기준에서도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여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인식되기에 충분하다.

④

피고인은 사무실 소파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 몸을 앞으로 굽히고 손을 뻗어 의도적으로 피해자의 배를 만졌으므로 그 당시 피고인에게 피해자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음은 명백하고, 위 인식과 의사만으로 강제추행죄의 고의는 인정되는 것이어서 강제추행죄의 성립을 위하여 피고인에게 성욕을 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있었음이 추가로 입증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옷을 껴입고 있던 피해자의 배 부위를 잡은 것만으로 성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강제추행죄의 성립 여부와 무관하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피고인에게 동종 범죄전력 없는 점, 강제추행의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아니한 점 등)과 불리한 정상(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이 직장 내에서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것으로서 그 죄책이 가볍지 않은 점, 현재까지 별다른 피해회복조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와 같은 형을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

원심이 위에서 인정한 여러 양형사유와 피고인의 나이, 경력,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그밖에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여러 사정, 그리고 당심에 이르러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정한 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정상이나 사정변경도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73세의 고령이고 건축법 위반으로 벌금을 한 차례 선고받은 이외에 다른 처벌 전력은 없는 점 등 당심에서의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참작하더라도 이수명령이 포함된 원심의 양형은 적정하고, 그 재량권을 남용하거나 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판사 성경희(재판장) 이영철 최운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