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2. 9. 29. 선고 2020고정1851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대구 동구 B 소재 C(주)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25명을 사용하여 운수업(택시)을 경영하여 온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8. 2. 3.부터 2020. 2. 2.까지 택시기사로 근로하다 퇴사한 D의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1,460,31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근로자 D의 근로기간 동안 30일의 연차유급휴가가 발생하였으나 피고인이 그에 상당하는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근로자 D를 포함한 피고인이 운영하는 택시회사의 근로자는 소위 변형근로에 따라 매월 만근 25일을 기준으로 23일 근무기간 동안 사납금을 모두 납입을 하고, 나머지 2일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따라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여 결근을 하거나 그렇지 않고 근로(만근)를 선택할 경우에는 임의로 차량을 운행하여 취득한 운송수입금 전액을 근로자의 수입으로 하는 방법으로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을 지급받았으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나.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위 각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 참조).

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이 운영하는 택시회사는 매월 ‘25일’을 만근일로 하여 ‘월 운송수입금’에서 ‘월 급여 및 연료비’를 공제하고 남은 금액을 월 사납금으로 정하여 이를 택시회사가 입금 받고, 사납금을 초과하는 나머지 운송수입금을 근로자의 수입으로 하는 정액사납금제 방법으로 택시사업을 운영한 사실, ② 2015. 12. 11. 사용자측 대표와 근로자측 대표가 합의하여 작성한 노사합의서 제3조에 의하면, “변형근로시(25일 이하 약정근로) 25일 만근 기준하여 근로면제일수에 대해 운전자가 매월 연차휴가로 사용하고 휴무하며 운전자가 임의로 근로한 경우 당일 개인운송수입금은 운전자가 취득하되 그 금액 중 연차수당지급으로 대체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위 노사합의서가 시행된 2016. 1. 1. 이후 위 합의내용이 변경되지 아니한 사실, ③ 근로자 D와 택시회사 사이에 작성된 2018. 2. 3.자 촉탁근로계약서 제8조에도, “25일 만근 기준하여 23일 근로형태의 경우 2일에 대해 자율휴무 및 운전자수익으로 보장하므로 연차휴가 수당지급으로 대체한 것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사실, ④ 이에 근로자 D를 포함한 피고인 택시회사 소속 근로자들은 23일의 근무기간 동안 월 사납금을 나누어 납입하는 방법으로 근로를 하였고, 23일의 근무 이후 2일의 추가 근로를 할 경우 그 운송수입금 전액을 자신들의 수입으로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 즉 ① 위 인정사실에서 알 수 있는 택시 근로자들의 임금지급체계, 노사합의서와 개별 근로계약서의 내용 및 경위 등에 비추어, 근로자들은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23일의 근무기간 동안 사납금을 납입하되 나머지 2일에 대하여 휴무를 하지 않고 추가 근로를 할 경우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지급에 갈음하여 그 운송수입금 전액을 자신의 수입으로 하는 방법으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고, 위와 같은 근로조건이 노사합의서와 근로계약서에까지 명시되어 있는 바, 피고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내용의 약정이 근로기준법 규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노사합의서가 작성된 2016. 1. 1. 이후 근로자 D의 퇴사 무렵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근로자들이 위 근로조건에 대하여 어떠한 이의제기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부분에 관한 민사책임 존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고인이 근로자 D에게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그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배관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