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피고인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및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유죄판결을 선고하고, 횡령의 점의 대하여는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 검사는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에 대하여 사실오인을 이유로만 항소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검사가 항소하지 아니한 위 유죄판결부분은 그대로 분리·확정되었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에 한정된다.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체결된 건축가설재 임대차계약서에 의하면, '피해자의 동의 없이 건축가설재를 다른 현장으로 이동할 수 없다.'라는 규정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동의 없이 건축가설재를 다른 공사현장에 임의로 반출·보관하였고, 임의 반출된 건축가설재가 다른 공사현장에 있던 기존 건축가설재와 구별될 수 있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피해자가 실제로 피고인에게 임대해 준 건축가설재 일부를 반환받지 못한 결과가 초래되었다. 이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사실상 처분한 것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인정된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와 같은 사실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이 건축가설재를 다른 공사현장으로 반출하고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일부를 반환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임차인의 의무를 위반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공사를 포기하면서 시공사 측에 건축가설재의 반환을 부탁하였고 실제로 각 현장의 골조공사가 완료된 후 그 곳에 남아 있던 건축가설재가 현장소장 등을 통해 피해자가 운영하는 H(주)에 반환 또는 회수된 이상, 일부 반환하지 못한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일부 건축가설재를 피고인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할 의사로 그 반환을 거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고, 달리 피고인이 불법영득의 의사로 일부 건축가설재를 은닉하거나 유용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적용 법리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불법영득의 의사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여야 한다. 여기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한다. 그리고 횡령죄에서 '반환의 거부'라고 함은 보관물에 대하여 소유자의 권리를 배제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뜻한다. 따라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단순히 반환을 거부한 사실만으로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반환거부의 이유 및 주관적인 의사 등을 종합하여 반환거부행위가 횡령행위와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어야만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1도7637 판결, 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7도10005 판결 등 참조).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다는 점은 어디까지나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257 판결 등 참조).
판단
원심 설시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반환거부행위가 횡령행위와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J현장의 시공사인 ㈜Q의 현장소장 N은 원심법정에서 "피해자가 납품한 건축가설자재(유로폼)는 아파트 지하층하고 1층 세팅할 때까지만 쓰기 때문에 다음 3층부터는 필요가 없습니다. … 그런데 저희가 아파트 1동만 있는 게 아니고 옆에 빌라도 있고 그랬었기 때문에 그 자재를 반품을 하지 않고 빌라현장 거기에다가 야적을 해 놨었습니다. … 그런데 그 야적을 한 현장자체가 좁은데다가 그 야적해 놓은 양이 많기 때문에 그게 한 두 번인가 해가지고 물건을 일단 뺐었거든요."라고 진술하였고(공판기록 160, 161면), 위 N이 작성한 확인서(수사기록 2권 35면)에도 "피고인이 2016. 3. 1. 공사현장 부지에 야적된 유로폼자재를 갱폼과 케이지 발판의 작업공간확보를 위하여 현장에서 반출한 것을 확인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원활한 공사진행을 위한 시공사의 요청에 따라 건축가설재를 다른 장소에 임시적으로 옮긴 것으로 보일 뿐이고, 피고인이 횡령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 의사를 가지고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고소대리인 P은 원심법정에서 "피고인이 공사를 중단한 것을 알지 못했고, 건축가설재 임대차관계에 관한 인수인계를 하지 않았다."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건축가설재를 반환하여야 함에도 횡령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이를 반환하지 아니한 채 임의로 처분하고 반환을 거부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 J현장의 시공사인 ㈜Q 운영자 M은 수사기관에서 "2016. 5.경 피고인이 위 공사현장의 공사를 중단하였을 때 기존 설치된 건축가설재를 철거하면 공사를 진행할 수가 없어 피해자로부터 이를 계속 임차하였고, 2017. 2.경 공사가 끝나면서 건축가설재 일체를 반환하면서 임차료를 정산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1권 30면), "피고인이 위 공사를 포기할 때 피고인이 임차하였던 건축가설자재의 반환의무는 ㈜Q에 있다."라고 진술하였으며(수사기록 2권 80면), 원심법정에서도 "H(주) 입장에서는 피고인이 타절을 하니까 그럼 돈 받을 데가 없으니까 그럼 나중에 임대료 부분은 ㈜Q에서 해결해 줄 수 있겠냐 이래가지고 그 부분을 제가 서로 간에 얘기한 부분은 있는 것 같다."라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164면).
㉡ 고소대리인 P도 경찰 및 검찰조사 당시 "J현장에 관한 건축가설재 임대차계약서의 납품 한도금액이 2016. 6. 27. 8,000만 원으로 증가된 것은 2016. 5.경 위 공사현장을 피고인과 타절하면서 위 공사를 진행하던 ㈜Q에서 기존 설치된 건축가설재와 앞으로 필요한 건축가설재에 대하여 새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Q에서 임차를 하고 연대보증인으로 위 M을 기재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권 57면, 2권 9, 19면).
㉢ 피고인은 유치원 공사현장의 공사를 중단하였을 때 위 공사현장의 시공사인 ㈜R의 L 소장에게 피해자의 건축가설재 반환 부분을 충분히 전달하였다고 주장하고, 고소대리인 P도 경찰조사 당시 "유치원 공사현장에서 피고인이 도급계약 해지 이후 ㈜R이 위 유치원 공사를 직접 시작한 때부터 공사를 마칠 때까지 ㈜R의 L 소장이 조금씩 돌려주었다."라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2권 14면).
피고인과 ㈜R 사이의 2016. 5. 27.자 공사포기각서 내용에 의하면 '공사마무리 전에 H(주)에서 임대한 자재는 반출시킨다.'는 내용이 정산내역에 기재되어 있다(수사기록 2권 74면).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의하여 직권으로 원심판결문 제3면 제2행의 '근로기준법'을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으로 고친다 .
판사 김성열(재판장) 황윤철 박가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