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2. 8. 9. 선고 2021고단4106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경산시 B에 있는, C물류센터 소재 ‘D’ 경산지점의 작업반장으로 근무하면서, 위 사업장에서 2017. 7. 18.부터 2021. 2. 16.까지 근로하다가 퇴직한 근로자인 피해자 E(남, 47세, 지적장애 3급)을 지휘·감독하는 등 사업주인 F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아 사업주를 위해 행위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사고의 발생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을 하지 못한다.

1.

중감금, 근로기준법 위반

피고인은 2020. 9. 7. 09:00경 경산시 B 소재 ‘D’ 직원용 컨테이너 주변에서, 지게차 리프트 위에 위 피해자를 태운 후 지상에서 약 4m 상당 리프트를 들어 올려 피해자가 위 리프트 위에서 폐기물 작업을 마친 화물차 적재함의 사진을 촬영하는 작업을 마쳤음에도, 피해자가 타고 있는 리프트를 약 3분 동안 아래로 내려주지 않은 채 리프트를 앞뒤로 흔들어 피해자가 리프트를 잡고 울고 빌자 비로소 내려주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리프트를 앞뒤로 흔드는 등 근로자에게 폭행을 가함과 동시에 피해자를 위 리프트에서 내리지 못하도록 감금하고 리프트를 흔들어 피해자에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정신적 고통을 주어 가혹한 행위를 하였다.

2.

강제추행, 근로기준법 위반

가.

피고인은 2020. 9. 7. 12:30경 위 컨테이너 주변에서 위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며 바지와 팬티를 허벅지까지 내리도록 한 후 길이 50cm 상당의 나무 막대기로 피해자의 성기를 때리고 찔러 근로자에게 폭행을 가함과 동시에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나.

피고인은 2020. 10. 12. 12:30경 위 같은 장소에서 위 피해자에게 바지를 벗으라고 하였는데 따르지 않자 위 나무 막대기로 피해자의 머리와 어깨를 때려 피해자로 하여금 바지와 팬티를 허벅지까지 내리도록 한 후 위 나무 막대기로 피해자의 성기를 때리고 찔러 근로자에게 폭행을 가함과 동시에 강제로 추행하였다.

2.

판단

가.

관련법리

1)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등 참조).

2)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있어야 한다. 특히 오로지 피해자의 진술에만 터잡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력이 있어야 하고, 이러한 증명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가 한 진술 자체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은 물론이고 피해자의 지적능력, 성품 등 인격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해자가 진술한 피해 사실 중 일부에 위와 같은 증명력이 없고 허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나머지 피해 사실에 관한 진술만은 진실하다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 진술내용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 등을 치밀하게 검증하여 그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증명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구체적 범죄사실, 특히 공소사실에 특정된 범죄의 일시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의 주된 대상이 되므로 위와 같은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있어야 하고, 그러한 증거가 부족한데도 다른 시기에 범행하였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다고 쉽게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5도17518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고,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증거는 피해자와 G의 수사기관과 이 법정에서의 진술들뿐이다. 그런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와 G의 각 진술은 형사재판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1)

먼저 이 사건 공소사실 제2의 나.항에 관하여,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은 2020. 10. 4.경 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다발골절상, 외상성 혈기흉 등의 상해를 입어 2020. 10. 5.부터 2020. 10. 31.까지 병가를 신청하고 출근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이 2020. 10. 12.에 근무장소에서 공소사실 제2의 나.항과 같은 범행을 저질렀을 수 없음은 명백하다.

2)

피해자의 진술은 범행일시가 구체적이지 않고 범행 수법에 관한 내용 등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①

피해자가 제출한 고소장에 첨부된 범죄일람표 중 이 사건 공소사실과 유사한 것은 연번 15(공소사실 제1항), 16, 17(공소사실 제2항)인데, 이중 연번 15는 2019년 이후 계속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특정이 어렵고, 연번 16, 17은 2020년 초순경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이 부분 공소사실의 범죄일시(2020. 9. 7. 및 2020. 10. 12.)와 다르다. 또한 위 연번 16, 17 범행의 태양에 관한 기재와 아래 ②항과 같은 피해자의 이 부분 범행에 관한 진술도 이 사건 공소사실 제2항과는 큰 차이가 있다.

②

피해자는 경찰에서 위 고소장 범죄일람표 연변 16, 17에 관하여 ‘2020. 초순경 오전 쉬는 시간에 공터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피고인이 갑자기 다가와서 저를 밀어 뒤로 눕게 한 다음 자신의 다리를 저의 다리 위에 얹어 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고, 이어 저의 바지와 팬티를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저의 생식기를 잡아 2~3회 표피를 벗기는 등 성적 수치심을 주었습니다. 그때 저는 저항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이에 수사관이 피고인이 양손으로 피해자의 바지와 팬티를 벗겼다면 피해자의 손이 자유로운 상태였을 텐데 막지 못했느냐고 묻자, ‘먼저 팬티를 벗겨놓고 피고인이 양손으로 저의 양손을 잡고 눌러 제가 움직이지 못하였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가, 수사관이 다시 피고인이 양손으로 피해자의 양손을 눌렀다면 누가 성기의 표피를 벗겼다는 것인지 묻자, ‘피고인이 양손으로 손을 누르고 있을 때 저도 반항을 하였고, 그 사이 한손이 풀렸는데 그때 피고인이 손으로 저의 성기를 만졌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즉 피해자의 위 피해진술은 그 자체로 모순이 있고, 수사관이 이를 지적하자 즉석에서 진술이 변경되었다. 한편 피해자는 이 모습을 G가 목격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G는 2020. 9. 4.부터 피해자와 같이 근무하였으므로 피해자가 특정한 2020. 초순경에는 이를 목격할 수 없었다.

③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바지를 내리라고 하여 피해자가 스스로 바지를 내린 적이 한번 있는데 이는 피해자의 입사 초기, G가 입사하기 전이고, 피고인이 직접 바지를 손으로 잡고 끌어내린 것은 G가 직접 목격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이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기재된 범행태양과 다르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협박에 스스로 바지를 내렸다는 취지의 G의 진술과도 다르다.

3)

G의 일부 진술은 객관적인 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의 고소장이나 피해자의 수사기관 진술로는 범죄일시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G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범죄일시를 2020. 9. 4. 및 2020. 10. 12.로 특정하였다.

G는 경찰의 참고인진술에서 공소사실 제1항 및 제2의 가.항에 관하여는 ‘2020. 9. 4. 첫 출근을 한 뒤 토, 일요일 쉬고 월요일(2020. 9. 7.)에 출근을 하여 오전근무를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 쉬는 시간에 보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제2의 나.항에 관하여는 ‘방금 전에 휴대폰을 보니 당시 한 3일 정도 쉬고 와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10. 9.(금요일)이 한글날이라서 쉬고, 10. 12.(월요일)에 출근하여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진술하였으며, 이 법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②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2020. 10. 12. 출근하지 않았고, 따라서 근무장소에서 범행을 목격하였다는 G의 진술은 사실과 다르다.

③

한편 G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매우 여러 번 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날짜를 특정해 구체적인 일시를 말하기가 어려웠고, 수사관이 지적하는 대로 날짜를 특정하여 진술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설령 수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범행 일시 특정에 관하여 어느 정도 개입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G가 위와 같이 구체적인 사정을 들어 날짜를 특정한 것을 보면, 위 진술이 수사관에 의해 오염된 진술이라거나 진의에 의한 진술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

④

G는 또한 이 법정에서 범행 빈도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10월에 1, 2번, 11월에도 1, 2번 등 퇴사할 때 까지 달에 1, 2번씩은 그런 일이 있었다’라는 취지로 답변하였는바, 수사기관에서 단순히 날짜를 착각하여 위와 같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G는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4)

기상정보에 따르면 2020. 9. 7. 경산지역에는 05:00부터 17:00까지 태풍경보가 발효되어 있었고, 07:00부터 10:00까지는 시간당 9㎜ 내지 12㎜의 비가 내리고 있었으며, 12:00에도 소량이나마 0.5㎜의 강우가 있었다. 위와 같이 비가 오는 상황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야외에서 중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폐기물 처리 작업을 하였거나, 야외에서 휴식을 하던 중에 위와 같은 범행이 있었을지 의문이고, 만약 그렇다면 상당히 기억에 남을만한 일임에도 피해자와 G는 비가 오는 상황에 관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5)

D에서 관리팀장으로 근무한 증인 H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이 피해자와 별 문제 없이 근무하였으며, 피해자가 다른 직원과 문제를 일으켜 퇴사가 거론될 때에도 피고인이 피해자가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건의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2020. 3.경부터 2020. 7.경까지 피해자들이 작업한 폐기물이 실린 화물차 적재함을 운송하는 업무를 하였던 I 소속 기사 J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기존에 가르쳐 준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에도 ‘좀 정상이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모자라는 사람인데 누가 받아주겠냐’라며 일을 계속 설명해 주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76쪽). 그 밖에 기록에 나타난 사정을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는 표면적으로 별다른 문제없이 원만한 관계로 지내왔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H는 이 법정에서 ‘피해자가 업무 외에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거부하지 못하거나, 부당한 일을 시켰을 때 그냥 따르는 성향이 있지 않았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은 다 알아서 하고 다른 사람에게 따질 것은 따졌다.’라고도 진술하였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고소장에 기재한 것과 같이 다양하고 중한 폭력과 추행 등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당하면서 피고인 또는 회사 상급자에게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표면적으로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였다는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6)

피해자는 장애등급 3급의 지적장애인이므로 그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피해자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고,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다거나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신빙성이 없다고 보는 것에는 신중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피해자는 분열성정동장애 진단을 받기도 하였는바, 분열성정동장애는 조현병의 주요 증상과 기분장애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질환이고, 그 구체적인 증상에는 망상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피해자의 특성을 앞서 본 사정들과 종합하여 보면, 오히려 피해자의 진술이 피해자의 정신질환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서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만 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김형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