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2. 6. 17. 선고 2021고단4506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대구광역시 남구 B. 2층 소재 C(주)의 대표로서 상시 3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조경, 토목건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 및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01. 6. 1.부터 2019. 5. 31.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근로자 D의 2018년 6월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1,593,728원, 2019년 6월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3,073,792원 등 합계 4,667,520원 및 퇴직금 28,071,620원을, 2012. 5. 29.부터 2019. 3. 31.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근로자 E의 2018년 5월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1,264,824원, 2019년 4월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459,936원 등 합계 1,724,760원 및 퇴직금 7,353,381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1.

관련 법리

가.

이사의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에 관한 법리

주식회사의 이사는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쳐 임명하고(상법 제382조 제1항) 그등기를 하여야 하며,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업무집행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이사회를 통하여 대표이사 등의 직무집행을 감독하는 권한을 가진다. 위와 같은 등기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되어 회사와 사이에 임용계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이 계약에 의하여 회사와 이사 사이에는 위임관계가 발생하고, 따라서 이사와 회사와의 관계에는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상법 제382조 제2항). 다만 민법의 위임에 있어서는 수임인이 무보수인 것이 원칙이나(민법 제686조 제1항), 이사는 보수청구권을 가지는 것이 보통이고, 그 보수액을 정관에서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한다(상법 제388조). 이러한 주식회사 이사, 감사의 법률상 지위에 비추어 보면 원칙적으로, 주식회사의 업무집행권을 가진 대표이사·이사·감사 등은 그가 회사의 주주가 아니라 하더라도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고, 이러한 회사와 임원간의 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어서 그들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이들이 퇴직한 경우에는 회사의 정관이나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지언정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갖지 않는다.

한편,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만일 어떤 근로자의 직함이 이사라고 하더라도 ① 이사 등 임원의 지위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거나, ② 이사 등의 임원이 회사로부터의 위임사무 처리 이외에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았다면 이들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결국, 회사의 이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이사 등 임원의 형식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근로자 인정에 관한 기준을 참고로 하여 그 실질을 따져서 근로자 여부를 판정하여야 한다.

나.

검사의 입증책임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2.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공소사실 기재 D와 E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인 사실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 점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D에 대하여

이 법원이 채택하여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과 그 외 법정에서 심리한 결과에 의할 때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D는 C 주식회사(이하 ‘C’이라 한다)의 대표이사인 피고인과 남매지간에 있다. D는 C의 건설업 등록 이전부터 창립멤버로서 피고인 및 피고인의 배우자와 함께 위 회사에서 근무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②

D는 C 대표이사인 피고인과 사이에 근로계약 형식의 고용계약서를 작성하였고, C은 D에 대한 고용보험에 가입하였으며, D는 피고인과 사이에 연차휴가 협상, 퇴직금 정산 논의 등 일반적 근로자로서의 근무조건 협상을 계속해서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은 D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서 피고인에게 고용되어 피고인의 사무감독·지휘를 받으며 피고인에게 특정한 노무를 제공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근거 사실이 된다. ③ 그러나 피고인이 공판과정에서 제출한 각종 결재 서류(인사 및 승진, 임금피크제 관련 정관 규정 변경 결재 서류 포함), 업무회의록, 임원회의록 등을 살펴보면, D는 매일 업무회의 및 임원회의를 소집하였는데 위 각 회의에는 대표이사가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업무회의에는 D를 비롯한 E 등 임원들과 실무 담당 직원들이 참석하여 D 등 임원들은 사안 별로 실무 담당 직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중요 사안에 대하여 논의 및 결정, 지시를 내린 점(특히 D는 모든 사안에 있어 주도적으로 결정 및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임원 회의에서는 D와 다른 임원들만이 참석하여 경영 관련 회의를 하고 그에 대해 결정을 내린 점, 업무회의와 임원회의에서 논의된 사안들은 피고인인 대표이사에게 보고되어 결재되었는데 피고인이 회의 논의 사안들을 별도로 심사하고 결정하는 등 직무 관리감독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임금피크제 내지 승진 조건 등 인사 관련 정관 규정을 개정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D는 기안 작성시부터 의사결정과정에 관여하고 감독한 것으로 보이는 점(예를 들어 증거 순번 74번 회사사규자료에 의하면 기안의 협조자로 D가 표시되어 있다) 등이 인정된다.

④

증인 F도 이 법정에서 D가 회사 경영 전반을 관리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직접 하며 직원들을 채용하는 과정에서도 실질적인 허부 결정을 내렸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는데, 위 증인이 피고인 신청 증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D의 업무 관련 진술이 구체적이었고 자신의 채용 과정에 대한 경험을 진술한 것이기도 해서 허위 진술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이와 달리 D는 이 법정에서 자신이 매일 출근하여 일반 직원들과 동일하게 일하였다고 주장하나, D의 진술은 앞서 살펴본 관련 자료들에서 인정되는 내용과 부합하지 않아 믿기 어렵다.

⑤

이처럼 G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서 사용자의 구체적인 사무관리·감독·지휘 아래 특정 노무를 제공하였다기 보다는 대표이사와 함께 경영상 책임을 지며 경영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행사하는 등 임원으로서의 실질을 갖고 C에서 일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들이 제출되었는데,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에는 D의 진술을 제외하고는 위와 같은 사정을 반박하고 D의 근로자성을 입증해내는 구체적 내용들이 담겨 있지 않다.

⑥

결국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들(매일 출근하여 일을 하였고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고용보험에 가입하였으며 근로조건 관련 적용을 받았다는 점)만으로는 D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처럼 대표이사인 피고인 또는 피고인의 특정 직무집행권을 위임받은 특정 임원으로부터 구체적인 사무감독·관리·지휘를 받으며 피고인에게 특정한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E에 대하여

이 법원이 채택하여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과 그 외 법정에서 심리한 결과에 의할 때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E은 2012. 6.경 C에 이사 자격으로 입사하여 2013. 3.경 C의 법인등기부에 이사로 등재되었다. 따라서 E은 등기이사로서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아닌 위임계약을 맺은 이사로 추정된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실제로 E이 이사로서 위임업무를 수행하였는지 아니면 대표이사 등의 사무관리·감독·지휘 아래 특정 노무를 제공하였는지 여부를 별도로 살펴보아야 한다.

②

E도 D와 마찬가지로 C 대표이사인 피고인과 사이에 근로계약 형식의 고용계약서를 작성하였고, C은 E에 대한 고용보험에 가입하였으며, E은 피고인과 사이에 연차휴가 협상, 퇴직금 정산 논의 등 일반적 근로자로서의 근무조건 협상을 계속해서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E과 피고인 사이에 이사로서의 위임계약이 체결된 바 있는지 의문이 들고, E에 대하여 상법상 이사 임기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도 않았다. 나아가 E이 등기부에 이사로 등재되는 과정에 있어 C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E이 C에 있어 상법상 등기이사에 부합하는 지위를 가졌다고 판단되지는 않는다. 다만, E이 상법상 등기이사에 부합하는 지위를 갖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E에 대하여 근로자성이 인정되어야(즉, E이 경영관리 책임을 지는 위임업무 수행이 아닌 대표이사 등 사용자의 구체적 업무지회 아래 특정한 노무를 제공한 사정이 있어야 함) E의 퇴직금 등 지급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이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E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관하여 더 살펴본다.

③

피고인이 제출한 업무회의록 및 임원회의록을 살펴보면, E은 C의 임원으로서 업무회의 및 임원회의에 참석한 점, 업무회의에서는 사안별로 실무를 보고하는 실무책임자의 입장에 있지 아니하였으며 오히려 사안별 실무책임자의 보고를 듣고 이에 관여하거나 의사결정 하는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임원회의에서도 C의 3인의 임원 중 1인으로 참석한 점을 알 수 있다.

④

E, F의 각 법정진술에 의하면, E은 건축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으로 그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으로서 C에 입사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E에게는 명목상 이사로서 사실은 건축기사 관련 실무자로서 C에 노무를 제공하였을 가능성과 실질적 이사로서 건축 관련 사무 전반을 관리감독하고 그 실무는 다른 직원이 담당했을 가능성이 모두 인정된다. 그런데 증인 F의 증언에 의하면, 대표이사인 피고인이나 실질적인 경영 관리감독을 담당한 D는 건축 기술에 관한 경험이나 지식이 전무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H가 건축 기술 관련하여 누군가의 사무관리·감독·지휘를 받으며 특정 노무만을 제공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더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업무회의에서도 E은 특정 사안에 대한 실무책임자의 입장에서 업무보고를 하는 위치가 아닌 특정 사안별 실무책임자의 업무보고를 듣고 그와 관련한 점검을 하거나 의사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E은 D와 달리 C 경영 전반의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임원회의에 임원으로서 참석하고 직원 채용 과정이나 기타 결재 과정에서도 임원으로서 검토 및 결재 업무를 수행하였다.

⑤

이처럼 E이 C의 등기이사로서 건축기술 관련 사안 전반을 관리·감독하고 회사 경영의 전반에도 의사결정권자로서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들이 존재하는데,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에는 E의 진술을 제외하고는 위와 같은 사정을 반박하고 E의 근로자성을 입증해내는 구체적 내용들이 담겨있지 않다.

⑥

결국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들(매일 출근하여 일을 하였고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고용보험에 가입하였으며 근로조건 관련 적용을 받았다는 점)만으로는 E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처럼 대표이사인 피고인 또는 피고인의 특정 직무집행권을 위임받은 특정 임원으로부터 구체적인 사무감독·관리·지휘를 받으며 피고인에게 특정한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바,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류영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