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2. 1. 12. 선고 2021노1519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D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설령 D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영업사원이 퇴직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진정을 제기하였으나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내사종결된 사례가 있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고의가 없거나 법률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서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원심판결문 제3면 제13행 이하에서 자세한 설시를 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였다.

나.

관련 법리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두50168 판결, 대법원 2021. 8. 12. 선고 2021다222914 판결 등 참조).

2)

형법 제16조에서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이고, 이러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의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정황과 행위자개인의 인식능력 그리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3717 판결 참조).

다.

당심의 판단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D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D은 통상 오전 8:20에 피고인의 전시장에 출근하여 매장청소를 하였고 9:00부터는 오전 회의에 참석하였다. D은 당직이 아닌 날에는 18:00에 퇴근을 하였고, 당직으로 지정된 날에는 21:00에 퇴근을 하였다. D을 비롯하여 영업사원들이 위 시간보다 조기퇴근을 할 경우에는 지점장이나 팀장에게 보고를 하였다(공판기록 103면, 수사기록 240면). 출근시간이 명시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었고, 오전 회의에 불참할 경우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명문의 규정이나 계약조건 등은 없었으나, 정상적으로 출근을 못하면 팀장이나 지점장이 이를 확인할 수 있었고(공판기록 73면, 102면), 근무태도가 불량할 경우 당직근무 배정에서 제외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았으므로, D은 자율적인 출퇴근이 보장되지 않았고 사실상 정시 출퇴근 및 오전 회의 참석이 강제되었다고 볼 수 있다.

②

D은 오전 회의가 끝나면 피고인의 사업장 내에 지정된 자리에서 업무를 수행하였고, 당직으로 지정된 날에는 내방하는 손님들에 대한 접객 및 자동차 판매를 하였다. D이 외근을 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외근을 가더라도 활동한 내역 등을 사진으로 찍어 지점장이나 피고인에게 보고하였다(공판기록 91면, 수사기록 60면 내지 125면). 피고인은 ‘영업사원들이 외근을 간다고 하고 외근을 가지 않고 놀러가는 등의 일이 있어 외부영업 활동 결과를 보고하라고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당심 피고인신문 녹취서 8면), 만일 피고인과 영업사원들과의 관계가 단순히 도급이나 위임관계였다면, 근무시간이라는 개념이 있을 수 없어 설령 영업사원들이 근무시간에 일을 하지 않고 놀러갔더라도 이를 비난할 수 없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동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근로제공관계의 실질과 배치된다.

③

피고인은 종종 영업사원들에게 판매 목표를 달성하라는 취지의 전화를 하고, 고객과 통화한 내용과 상담한 내용 등을 카카오톡으로 보낼 것을 요구하였으며, 사업장 내에 설치된 CCTV를 보고 영업사원들의 근태, 복장, 사업장의 청소 상태 등을 지적하였다(공판기록 93면). 또한 피고인은 영업사원들이 주중, 주말에 내근하는 고객들을 상대로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는 당직제도를 운영하였는데, 피고인의 사업장의 경우 내방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판매가 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당직근무는 영업사원들의 소득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중요한 사항이었다. 피고인은 영업사원들이 정한 당직순번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제외시키는 방법으로 당직표를 최종 수정하는 권한을 행사하였고, D은 당직 제외로 인한 소득 감소로 인하여 퇴사를 결심하기도 하였다(수사기록 190면).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영업사원들을 상당한 수준으로 관리․감독하며 통제한 것으로 보여진다.

④

피고인은 D에게 명함, 명찰, 브랜드 뱃지 등을 지급하였고, 피고인의 사업장 내에 근무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지정하여 해당 자리에서 근무하도록 하였으며, 공용프린터를 제공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D으로 하여금 회사의 연락처만이 기재된 회사의 현수막을 게시할 것을 지시하였다(공판기록 72면).

⑤

영업사원들이 고객들에게 차량을 판매하면서 고객들로 하여금 캐피탈회사의 캐피탈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주선한 경우, 영업사원들은 캐피탈회사로부터 별도의 수수료를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는 자동차 판매 영업활동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고, 고객의 요청에 부응하여 자동차 판매를 원활하게 함으로써 피고인의 수익창출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D이 캐피탈회사로부터 부수적 수입을 얻었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영업사원들이 캐피탈회사로부터 지급받는 수수료를 주기적으로 수집․확인하였고(수사기록 235면, 237면), 이를 근거로 영업사원들을 질책하기도 하였는바(수사기록 223면), 이는 피고인이 C 주식회사 내 영업사원들을 근로자로 간주하여 이들에 대한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에 해당한다. ⑥ 피고인은 영업사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비용으로 제3자를 고용하여 영업행위를 하도록 허락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D이 소속되어 있던 C 주식회사의 영업사원들 중 다른 3자를 고용하여 그로 하여금 자신의 업무를 하도록 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이고(당심 피고인신문 녹취서 10면), 달리 C 주식회사의 영업사원이 경쟁업체의 차량을 판매하였다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자신의 업무를 대신하도록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

⑦

D에게 지급되는 보수의 액수가 자동차 판매실적에 따라 좌우되는 사정은 있었으나, 이로 인하여 근로의 대가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고, 직급에 따라 기본급 110만 원 내지 150만 원이 지급되고 있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으며, D이 자신의 판매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회사를 위한 업무(현수막 게시)를 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D이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급여의 성격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2)

고의가 없거나 법률의 착오에 있어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인정되는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되고, 피고인이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①

피고인은 2017. 8. 24. C 주식회사를 인수하였다. C 주식회사는 판매사원들을 근로자로 채용하여 4대 보험(국민연금보험,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 이하 ‘4대 보험’이라 한다)을 적용해주고 있었는데, 피고인은 C 주식회사를 인수하면서 영업사원들의 4대 보험 가입을 제외시켰고, 한 달에 3대를 판매하지 못할 경우에는 기본급이 삭감되는 급여 체계를 도입하고, 차량 판매시 지급되는 인센티브를 축소하기로 하였고(수사기록 221면, 222면), 이에 동의하지 않는 영업사원들에 대하여는 퇴사 조치를 취하였다(수사기록 221면). 그러나 피고인이 C 주식회사를 인수하기 전에 영업사원들이 하는 업무와 인수한 후에 영업사원들이 하는 업무 사이에는 차이가 없었다(수사기록 332면).

②

한편, 피고인은 C 주식회사를 인수하면서 영업사원들과의 관계가 근로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노무법인 등 전문가의 법률자문을 구하지 않았고(수사기록 332면),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기존에 다른 사업장에서 늘 하던 방식을 C 주식회사에도 그대로 적용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332면).

③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통상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 함은 4대 보험에 가입된 사람이 근로자라고 생각합니다. D이 입사할 당시에 근로자가 아니라고 고지하였고, D도 근로기간 동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주장한 사실이 없으며, 영업사원들의 주된 수입원이 기본급이 아닌 차량판매 수수료 내지 캐피탈회사 수수료이므로, 영업사원들은 근로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34면).

④

이상의 사정들, 즉 ㉠ 피고인이 C 주식회사를 인수하기 전에는 영업사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피고인이 이러한 사정을 알고 C 주식회사를 인수한 점, ㉡ 피고인도 인수 전후로 영업사원들의 업무가 바뀐 것은 없다고 인정하고 있는 점, ㉢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요소로 고려했던 항목들(4대 보험 미적용, 기본급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근로자 아님을 고지)은 전부 사용자가 우월적 지위에서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적용할 수 있는 조건들인 점, ㉣ 피고인이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 C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는 영업사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진지한 검토를 하거나 위법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이 기존 사업체에서 운영하던 방식 그대로 적용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막연히 믿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인에게 자신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믿음에 있어 정당한 이유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⑤

한편 피고인은 다른 영업사원이 노동청에 제기한 진정에서 내사종결 처분을 받았으므로(공판기록 115면), D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위법하지 않다고 인식하였고, 그렇게 오인함에 있어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의 내사종결 처분은 그때까지 수집된 증거와 이를 기초로 구성된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므로, 제한된 증거나 사실관계를 토대로 한 내사종결 처분만으로는 종국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판단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수사기관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형법 제16조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5. 12. 9. 선고 2005도7120 판결,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8도11679 판결 등 참조).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성열(재판장) 인자한 이준영

각주1) 다만 피고인은 영업사원들이 한 달에 3대를 판매하지 못할 경우 기본급을 50% 삭감하여 지급하였는데 이는 사용자인 피고인 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급여 지급방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수사기록 301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