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3. 1. 18. 선고 2022나310700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기재할 판결이유는, 아래와 같이 제1심판결의 자구를 수정하고, 피고가 항소심에서 강조하는 주장에 관하여 판단을 보충하는 외에는, 제1심 판결 이유의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약어를 포함하여 이를 인용한다.

2.

수정하는 부분

제1심판결

이유 1. 라. 1)항의 '편의상 단체협약 체결자를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이라고만 한다'를 '편의상 단체협약 체결자를 이 사건 사업조합과 노동조합이라고만 한다'라고 고친다. 이에 따라 이후 위 단체협약 체결자를 지칭하는 모든 약어를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에서 '이 사건 사업조합과 노동조합'으로 수정한다.

3.

피고의 항소이유에 관한 보충 판단

가.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에 이 사건 특례조항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는지는 각각의 단체협약마다 판단하여야 한다.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의도로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던 것이 아니고,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들에게 있다.

가)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택시 운행을 지휘·감독 및 통제할 수 없으므로, 택시요금의 인상 및 콜 제도의 정착 등의 사정은 택시운전근로자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을 가져오는데, 실제로 2013년부터 택시요금의 인상과 콜택시 이용객의 증가 및 1인 1차제 보편화 등으로 인해 배회시간 및 대기시간이 감소하는 등 택시운전근로자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변경되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다.

나)

2013년 단체협약 직전 월평균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2013년 단체협약 체결 이후의 비교대상임금은 당해연도의 최저임금을 상회한다.

다)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은 1일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낮게 책정하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자는 택시운전근로자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등 노·사간이 서로의 이익을 서로 형량하여 체결된 것이다.

라)

대구 지역은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09. 7. 1. 시행된 이후 2년여가 지난 2011년 단체협약에서도 소정근로시간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나.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 잠탈 의도로 무효인지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의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에서 본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거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모두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가)

F 등 대구시 브랜드 택시는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이 있기 전인 2007년경부터 이미 도입되었으며, 대구시 택시요금은 2013년 인상된 이후 2018년 다시 인상되기까지 위 기간 동안 요금의 인상은 없었는데, 위 2번의 인상은 유류비 기타 물가상승 등 원가상승으로 인한 택시운송업계의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것으로서, 그와 더불어 사납금도 인상되었으므로 근로시간이 현저히 단축되었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택시 운행의 특성상 승객을 태운 후 주행하는 '영업시간'뿐만 아니라 택시의 차량점검 등 업무개시를 위한 시간, 가스충전이나 청소 등 업무종료를 위한 시간 역시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는데, 위와 같은 시간은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로 인하여 크게 변경되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

(나)

한편, 원고들이 정액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고 있었던 사실,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을 통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순차적으로 일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에서 4시간 30분으로 단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각 단체협약별 고정급, 직전 단체협약연도 대비 최저임금, 단체협약서상 '[운전기사 임금 기준표]' 하단'최저임금산출근거'에 기재된 시급의 각 상승률은 다음과 같다(소수점 둘째 자리 반올림).

위 표에 의하면, 최저임금 상승률은 고정급 상승률에 비해 상당히 낮은 반면 시간당 고정급 상승률은 그와 비슷하거나 상회하기도 하는바, 이에 대해 피고 스스로도 사납금과 고정급의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소정근로시간의 단축은 불가피하다고 역설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 증가가 주된 이유였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다)

2009. 7. 1.부터 이 사건 특례조항이 대구 지역에도 적용되게 되었는데, 그 직후에 2009년 단체협약 체결이 있었고 이어서 2011년 단체협약 체결이 있었으나, 이 사건 각 단체협약서의 '[운전기사 임금 기준표]'에 '최저임금'이라는 표현으로 산출된 시간당 고정급이 당해 연도의 최저임금액을 넘어선 관계로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조정은 없었다.

그 이후 2013년 단체협약에서 비로소 소정근로시간이 처음으로 단축되게 되었고, (2015년에는 비교대상 임금에 해당하는 월 고정급의 시간급 환산금액이 당해 연도의 최저임금액을 넘어선 관계로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조정이 없었으나) 2017년, 2018년, 2019년 각 단체협약에서는 소정근로시간의 단축이 있게 되었는데, 위 산출방식에 따를 경우 직전 단체협약상 산출근거에 기재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모두 당해 연도에 정해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고, 이 사건 각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을 통해 단축된 각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하여 시간급 비교대상 임금을 환산해야 비로소 당해 연도에 정해진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는 결과가 된다. 특히 2018년, 2019년 각 단체협약의 경우에는 각 단체협약에 의하여 변경된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계산된 시간급 비교대상 임금이 당해 연도의 각 최저임금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는 소정근로시간의 단축 없이는 시간당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라)

이에 대해 피고는 위 산출근거에 기재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하는 합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나 위 '[운전기사 임금 기준표]'에 그와 같은 기재를 하게 된 취지를 파악함에 있어 이 사건에 실제 적용되는 소정근로시간이 그와 일치하는지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한편, 이 사건 2011년 단체협약에 따른 월 소정근로시간은 165.4시간(2018. 12. 31.까지)인데, 이에 따라 시간당 고정급을 계산하면 2017년에 최초로 최저임금에 미달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사업조합과 노동조합이 최저임금법의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더라도, 최저임금법 위반의 결과가 당장에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고, 이러한 경우에도 법정 최저임금액이 해마다 인상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머지않은 장래에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잠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이 최저임금법 잠탈의도가 확인된다면, 최저임금법 위반의 결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여 탈법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위 대법원 판례(2016다2451호)도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탈법행위로서 무효라는 취지로 판시하였을 뿐, 실제로 위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결과를 반드시 야기해야 함을 지적하고 있지는 않다.

(마)

헌법 제32조 제1항은 국가에 최저임금제의 실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근로조건인 임금에 관한 규율을 전적으로 노사 간의 집단적 자치 등에 맡겨둘 수 없음을 전제로 입법자에게 이를 강행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고, 이에 따라 입법자는 최저임금법상 이 사건 특례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택시운전근로자에게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이 사건 특례조항은 더 많은 운송수입을 얻으려는 택시운전근로자들의 무리한 운행을 방지하여 일반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고 운송질서를 저해하는 현상을 막고자 하는 목적 역시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를 회피하기 위한 행위를 협약자치 또는 사적자치라는 이유를 들어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러한 규정 체계 및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따라서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근로관계 당사자들 사이의 자발적인 합의에 의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를 회피하기 위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유효라고 할 수는 없다.

(바)

피고는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사납금 인상폭을 낮춰달라는 근로자 측의 요구를 받아들였을 뿐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잠탈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특례조항은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인 초과운송수입금을 비교대상임금에서 제외하여 고정급만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이 지급되었는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잠탈 의도 판단과 관련하여 사납금의 인상폭을 고려하는 것은 이 사건 특례조항의 문언 내용과 이 사건 특례조항을 둔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피고의 위와 같은 주장은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이 명백히 금지하고 있는 방식을 논거로 삼아 강행법규를 회피하는 합의를 유효하다고 하는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고 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미달액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반면, 근로자는 합의 당시 예상치 않았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를 회피한 탈법행위를 통해 초래된 불가피한 결과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서영애(재판장) 김형태 박치봉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