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3. 6. 1. 선고 2022노3489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어 신빙성이 있고, 이에 부합하는 증거들(상해진 단서, F, E의 각 진술 등)도 있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위험한 물건인 불펜을 손에 쥐고 피해자의 얼굴 부분을 수회 찌르는 등 폭행하여 피해자에게 입술 좌상 등의 상해를 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멱살을 잡아끄는 등 폭행을 한 사실은 충분히 인정됨에도 이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고 이 사건 공소사실 전체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공소장 변경에 따른 심판대상의 추가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원심이 무죄를 선고한 특수상해의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예비적으로 죄명을 ‘폭행’, 적용법조를 ‘형법 제260조 제1항’, 공소사실을 아래 제4의 가항 기재와 같이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추가되었다.

이러한 예비적 공소사실의 추가에도 불구하고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먼저 검사의 항소이유에 관하여 살펴본다.

3.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안동시 B에 있는 C 약제부장으로서 일반 병원업을 경영하는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2021. 9. 28. 09:30경 안동시 B에 있는 C 약제실에서, 직원인 피해자 D(여, 26세)가 “퇴직일 전까지 남은 연가를 모두 사용하겠다”고 말하였다는 이유로 화가 나 “나는 니 얼굴만 보고 뽑았는데, 니 인성이 그렇게 개차반인 줄 몰랐다. 니까짓게 뭘 할 수 있겠냐”고 말하며 위험한 물건인 볼펜을 손에 쥐고 피해자의 얼굴 부분을 수회 찌르고, 손바닥으로 왼쪽 어깨를 1회 밀치고, 주먹으로 오른쪽 어깨를 1회 때리고, 손으로 멱살을 잡아끄는 등 피해자를 폭행하여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입술 좌상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함과 동시에 근로자를 폭행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당시 C 약제실에는 피고인, 피해자, E(C 약제부 직원) 및 F(C 약제부 직원 겸 피해자의 연인) 4명이 있었는데, 피고인 및 E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바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② 피해자는 위 공소사실 기재 행위가 이루어진 순서에 관하여, 피고인이 볼펜으로 피해자가 착용한 마스크 부위를 찔렀고, 왼쪽 어깨를 1회 밀쳤으며, 오른쪽 어깨를 1회 때리고, 멱살을 잡아끌었다고 진술하였는데(2021년형제4534호 수사기록 제15, 94쪽), 이 사건 행위 전 과정을 목격하였다고 주장하는 F은 그 순서에 관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의 왼쪽 어깨를 1회 밀쳤고, 오른쪽 어깨를 1회 때렸으며, 볼펜으로 피해자가 착용한 마스크 부위를 찔렀다고 진술하여(2021년형제4534호 수사기록 제42쪽), 피해자가 주장하는 순서와 일치하지 않는 점, ③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착용한 마스크 부위를 볼펜으로 찔러 입술이 찢어지고 피가 났다‘라고 진술하였는데(2021년형제4534호 수사기록 제95, 96쪽, 2022년형제888호 수사기록 제10, 12쪽), 피해자의 마스크에 볼펜 자국이 존재하지 아니하고(2021년형제4534호 수사기록 제89쪽, 다만 피해자의 왼쪽 팔에 볼펜 자국이 존재할 뿐이다), 피해자의 입술 부위가 찢어져 발생한 상처도 외관상 확인되지 않는 점(2021년형제4534호 수사기록 제24쪽), ④ 이 사건 행위 중 왼쪽 어깨를 밀고, 오른쪽 어깨를 때리고, 멱살을 잡아끈 부분과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멍 또는 피부가 붉어지는 등의 피해가 외관상 확인되지 않는 점, ⑤ F은 이 사건 다음 날인 2021. 9. 29. 피고인에게 자신이 오해를 하여 경찰에 신고하였다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한 점(2021년형제4534호 수사기록 제64쪽, 2022년형제888호 수사기록 제130쪽)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판단

가.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안동시 B에 있는 C 약제부장으로서 일반 병원업을 경영하는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2021. 9. 28. 09:30경 안동시 B에 있는 C 약제실에서, 직원인 피해자 D(여, 26세)가 “퇴직일 전까지 남은 연가를 모두 사용하겠다”고 말하였다는 이유로 화가 나 “나는 니 얼굴만 보고 뽑았는데, 니 인성이 그렇게 개차반인 줄 몰랐다. 니까짓게 뭘 할 수 있겠냐”고 말하면서 손으로 피해자의 팔을 잡아당기고, 볼펜을 손에 쥐고 피해자에게 삿대질을 하고, 피해자의 멱살을 잡아끄는 등 피해자를 폭행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근로자인 피해자를 폭행하였다.

나.

판단

1)

관련법리

폭행죄의 폭행은 단순히 사람의 신체에 행하여진 유형력의 행사이기만 하면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공격이라고 볼 수 있는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대법원 1986. 10. 14. 선고 86도1796 판결, 헌법재판소 2013. 10. 24. 선고 2013헌마513 결정 등 참조), 이때 불법한 공격인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 2015. 6. 25. 선고 2014헌마818 결정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폭행죄에 있어서의 ‘폭행’에 해당할만한 유형력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고, 당시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신체에 불법한 유형력 내지 고통을 가할 의도나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우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①

피고인은 이 사건 전날인 2021. 9. 27. 오전에 피해자를 약제부장실로 불러서 “2021. 10. 19.까지 계약기간인데 갱신 안 하고 계약이 종료되었다”고 통보하였다(2021년형제4534호 수사기록 92쪽).

②

피해자가 2021. 9. 28. 09:30경 약제실에서 피고인에게 남은 연차를 전부 쓰고 퇴사하겠다고 말하자, 피고인이 병원 입장도 생각해 달라고 얘기하였으나, 피해자는 결국 휴가를 다 쓰겠다고 말하고는 약제실 내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였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하는 중에 어디를 가느냐”고 소리를 크게 냈다(공판기록 109쪽, 2021년형제4534호 수사기록 49쪽).

③

그러자 E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서 피고인을 바라보고 피해자를 등진 상태로 둘 사이의 다툼을 말렸고, 이후 E은 피고인을 몰아서 피고인의 사무실(약제부장실)로 데리고 갔다(공판기록 112쪽).

④

E이 피고인을 몰아서 약제부장실로 데리고 가기 시작한 시점부터 피고인이 약제부장실에 도착한 시점 사이의 어느 시점에 피고인이 E의 팔 밑으로 손을 뻗었으며(2021년형제4534호 수사기록 51쪽), 마찬가지로 위 두 시점 사이의 어느 시점에 피해자가 한 번 “아” 소리를 냈다(공판기록 116쪽).

⑤

E이 피고인을 몰아서 약제부장실로 데리고 가서 약제부장실에 도착하자, 그 동안 피해자는 E 뒤로 와 있었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약제부장실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고 말하면서 피해자를 잡았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의 반팔 소매를 잡아끌었다고 진술하였고, E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을 잡은 정도라거나(공판기록 112, 115쪽), 피해자의 팔 부분을 잡아당겼다고 진술하였으나(2021년형제4534호 수사기록 49~50쪽), 피해자는 이를 두고 피고인이 자신의 멱살을 잡아끌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⑥

피고인은 위 ②항 기재 상황 직전에 업무를 위해 볼펜을 들고 있었으며, 위 ② 내지 ⑤항 기재의 과정 동안 위 볼펜을 계속 손에 쥐고 있었다(공판기록 112쪽, 2021년형제4534호 수사기록 51쪽).

⑦

이와 같은 이 사건의 경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가한 유형력의 정도, 이 사건 후의 경과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볼펜을 손에 쥐고 있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태도에 대하여 큰 소리로 질책하고, 자신의 사무실(약제부장실)에서 이야기하자고 말하면서 피해자를 잡아당긴 것을 두고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공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5.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되,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원심에서 피고인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이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를 제기한 다음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범위 내에서 예비적으로 공소사실을 추가하였으나 원심의 결론과 동일하므로, 주문에서 따로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은정(재판장) 김경훈 정석원

각주1) 검사는 당심 제2회 공판기일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도 형법상 폭행과 근로기준법위반의 상상적 경합으로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취지라고 진술하였다. 즉, 변경된 공소사실은, 주위적 공소사실은 특수상해죄와 근로자기준법위반죄의 상상적 경합이고, 예비적 공소사실은 폭행죄와 근로자기준법위반죄의 상상적 경합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