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재심대상판결 및 재심개시결정의 확정
피고인은 1981. 4. 7. 별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국가보안법 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대구지방법원은 1981. 8. 27.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10월 및 자격정지 10월, 이 판결 선고 전 구금일수 중 170일을 위 징역형에 산입, 압수된 메모 B 10매, 메모 C 10매, 메모 D 8매, E 1권 658매를 몰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대구지방법원 81고단1009).
이후 피고인 및 검사가 위 판결에 각 항소함에 따라 대구지방법원은 1981. 11. 12.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8월 및 자격정지 1년, 원심판결 선고 전 구금 일수 중 180일을 위 징역형에 산입, 압수된 도서 F 1권, 도서 G 1권, 도서 H 자료집 1권, 팜프렛 I 1권, 메모 B 10매, 메모 C 10매, 메모 D 8매, E 1권 658매(이하 '이 사건 인쇄물'이라 한다)를 몰수하는 선고하였고(대구지방법원 81노1710), 1981. 11. 19. 피고인의 상고포기로 위 판결(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피고인은 2022. 9. 26. 재심대상판결에 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고, 이 법원은 2022. 11. 10.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2조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그 후 항고기간의 도과로 재심개시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사실오인)
피고인은 야학근로자들을 상대로 노사분규를 선동하는 등으로 북괴의 대남전략과 민중 봉기를 통한 남한적화통일노선에 동조하여 반국가단체인 북괴를 이롭게 할 범의는 없었고, 다만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야학근로자들과 노동문제를 좀더 깊이 있게 연구해 보고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그들에게 근로자들의 법적권리와 노동문제에 대한 사례를 자료를 통해 아는대로 말해주었던 것일 뿐이었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인이 그 판시와 같은 행위를 하여 북괴를 이롭게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검사(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0월 및 자격정지 10월)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직권판단
피고인과 검사의 각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원심 판결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의 원심판시 각 행위에 대하여 구 반공법(국가보안법이 1980. 12. 31. 법률 제3318호로 전부개정됨에 따라 위 국가보안법에 통합되어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조 제1항, 구 국가보안법(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조 제5항, 제1항을 각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10월 및 자격정지 10월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형법 제4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면, 자격정지의 기간은 1년 이상 15년 이하로 되어 있으므로 그에 관하여 작량감경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한 피고인에게 자격정지 10월의 형을 선고할 수 없다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아무런 조치를 취함이 없이 그 기간을 벗어난 자격정지 10월의 형을 병과하였음이 분명하므로 원심판결은 이점에서 법령적용을 잘못한 위법을 저질렀고 이는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어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판단한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에서 검사는 ① 검사 및 경찰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② 검사 및 경찰 작성의 J에 대한 각 진술조서, ③ 검사 및 경찰 작성의 K에 대한 각 진술조서, ④ 경찰 작성 L에 대한 진술조서 및 L이 작성한 자술서, ⑤ 경찰 작성 M에 대한 진술조서 및 M이 작성한 자술서, ⑥ 경찰 작성 N에 대한 진술조서 및 N이 작성한 자술서, ⑦ 경찰 작성 O에 대한 진술조서 및 O이 작성한 자술서, ⑧ 피고인이 작성한 자술서, ⑨ P이 작성한 자술서, ⑩ 압수목록 및 압수물(증 제1 내지 12호증), ⑪ 원심 증인 K, J, M, P의 각 법정진술을 증거로 제출하였다.<1>
원심은, 피고인에 대해 유죄로 인정하면서 판결문의 '증거'란에 '피고인의 이 법정에서의 판시사실에 일부 들어맞는 진술', '증인 K, J, M의 이 법정에서의 판시사실에 들어맞는 각 진술', '검사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 중 판시사실에 들어맞는 진술기재', '검사의 K, J에 대한 진술조서 중 판시사실에 들어맞는 진술기재', '사법경찰관 사무취급 작성의 K, J, M 등에 대한 각 진술조서 중 판시사실에 들어맞는 각 진술기재', '압수된 이 사건 인쇄물의 각 현존'을 기재하였다.
당심의 판단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하여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근간을 선언한 헌법과 이를 이어받아 실체적 진실 규명과 개인의 권리보호 이념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절차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규범력은 확고히 유지되어야 하므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물론이거니와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또한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등 참조).
한편, 임의성 없는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는, 허위진술을 유발 또는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진 진술은 그 자체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오판을 일으킬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진술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 부당한 압박이 가하여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피고인이 입증할 것이 아니고 검사가 임의성의 의문점을 해소하는 입증을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4도517 판결 참조). 나아가 피고인이 검사 이전의 수사기관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고 그 후 검사의 조사단계에서도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되어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하였다면 검사의 조사단계에서 고문 등 자백의 강요행위가 없었다고 하여도 검사 앞에서의 자백도 임의성 없는 자백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1603 판결 등 참조).
증거판단
검사 및 경찰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피고인이 작성한 자술서
피고인은 1981. 2. 9.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라 한다) 소속 사법경찰관들에게 강제 연행된 이후 검사에게 인치되어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때인 1981. 3. 7.까지 약 4주간 적법한 구속영장 없이 안기부 춘천대공분실, 대구대공분실, 대구 남부경찰서 유치장 등에 불법으로 구금되었다. 위와 같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는 헌법상의 중대 원칙인 영장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여 획득한 것으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
한편, 피고인은 당심 피고인신문과정에서도 안기부에서 조사 당시 수사기관으로부터 고문 등 가혹행위를 받거나 거짓진술을 강요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고, 거의 하루 종일 조사를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다(당심 피고인신문 녹취록 14 ~ 16쪽).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정식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1981. 3. 7. 이전에 작성된 피고인이 작성한 자술서는 피고인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로 임의성 없이 자백하는 취지로 작성되었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들고, 이후에 작성된 검찰 수사단계의 피고인 진술은 피고인이 불법구금으로 말미암아 경찰에서 임의성 없는 진술을 한 후 그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검찰 조사에서도 계속된 상태에서 동일하게 자백하는 취지로 진술했을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검사가 위와 같은 임의성의 의문점을 해소할 정도의 증명을 하지도 못한 이상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09조 및 제317조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다.
압수목록 및 압수물(증 제1 내지 12호증)
앞서 본 바와 같이 안기부 수사관들이 피고인을 영장 없이 불법으로 연행하여 조사하였던 점, 안기부는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불법 감금 상태에서 수사를 하였는데, 압수목록 및 압수물들은 피고인이 불법으로 구금되어 있던 시기 혹은 그 영향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압수된 것으로 보이는 점<2>, 이러한 압수와 관련하여 사전 또는 사후에 영장이 발부된 적이 없는 점, 피고인이 이를 임의로 제출하였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압수물들은 수사기관의 불법구금 과정에서 터 잡아 강제로 수집한 증거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영장 없이 압수가 이루어졌고, 사후에 적법한 시간 내에 지체 없이 압수영장이 발부되지 않았으므로, 해당 압수물과 압수목록은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여 수집되거나 그에 기초한 증거로서 그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할 것이어서(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4376 판결 등 참조),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
L, N, O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중 피고인의 원심 법정진술과 배치되는 부분
피고인은 위 각 증거들 중 피고인의 원심 법정진술과 배치되는 부분에 대해서 부동의 하였다. 그런데 원진술자들이 원심 또는 당심 법정에 출석하여 그 진정성립을 인정한 사실이 없으므로, 위 각 증거들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에 의하여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M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중 피고인의 원심 법정진술과 배치되는 부분
피고인은 위 증거 중 피고인의 원심 법정진술과 배치되는 부분에 대해서 부동의 하였다. M은 원심 법정에 출석하여 진정성립은 인정하였으나(증거기록 1권 67쪽), 안기부에서 진술한 내용에 대해서 "말하지 않은 것도 적혀있는데 당시 상황으로서는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답변했고, 강요에 의해 진술했냐는 질문에 "당시 공포분 위기였는데 말 못하겠다."고 답변했고, Q의 변증법적 논리란 글을 읽어 봤냐는 질문에 "조사받을 때 처음 읽어 보았는데 증인이 그전에 읽어보고 깜짝 놀랐다고 진술된 것은 강요에 의해서 작성된 것이다."고 답변한 것을(증거기록 1권 69쪽) 고려할 때, 위 진술이 특신상태에 하에서 진술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위 증거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에 의하여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L, M, N, O, P이 작성한 각 자술서 중 피고인의 원심 법정진술과 배치되는 부분
피고인은 위 각 증거들 중 피고인의 원심 법정진술과 배치되는 부분에 대해서 부동의 하였다. 그런데 원진술자들이 원심 또는 당심 법정에 출석하여 그 진정성립을 인정한 사실이 없으므로, 위 각 증거들은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의하여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공소사실 인정 여부
판단 기준
검사는 별지 기재 공소사실 중 1 ~ 4에 대하여는 구 반공법 제4조 제1항<3>으로, 공소사실 5에 대하여는 구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제1항<4>으로 의율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다.
그런데, 반공법을 통합한 국가보안법이 1991. 5. 31. 개정되면서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제1항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는 제1조 제2항이 신설되었고, 제5조(자진지원·금품수수) 제2항, 제6조(잠입, 탈출) 제1항, 제7조(찬양·고무 등) 제1항, 제8조(회합·통신 등) 제1항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구성요건이 추가되었다. 이는 위 처벌규정이 문언의 다의성과 적용범위의 광범성으로 인하여 형사처벌이 확대될 위헌적 요소가 있으므로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만으로 축소하여 적용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헌법합치적 해석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 결정(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에 따른 것이다.
재심이 개시된 사건에서 범죄사실에 대하여 적용하여야 할 법령은 재심판결 당시의 법령이고, 재심대상판결 당시의 법령이 변경된 경우 법원은 그 범죄사실에 대하여 재심판결 당시의 법령을 적용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재도11 전 원합의체 판결 참조).
구 반공법 제4조 제1항이나 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명문의 요건이 없었고, 1980. 12. 31. 구 반공법 폐지 당시 또는 1991. 5. 31. 구 국가보안법 개정 당시 폐지 또는 개정 법률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는 경과규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조항에는 그 법문의 다의성과 그 적용범위의 광범성으로 인하여 형사처벌이 확대될 위헌적 요소가 있으므로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축소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고, 구 반공법 제4조 제1항이나 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위반 행위 가운데 처벌의 대상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로 제한하여야 하고, 그와 같은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면 처벌의 대상에서 배제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6. 28. 선고 2010도381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별지 기재 공소사실 제1 ~ 4항에 대하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의 찬양죄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하면 성립되는 것으로서, 그 행위에 다른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반국가단체가 이를 우리 내부의 교란책 등으로 악용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우리나라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것에 해당한다(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0도6310 판결). 같은 조문에 의해 금지되는 동조행위는, 같은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것과 같이 평가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자신이 반국가단체 등 활동에 호응·가세한다는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8137 판결).
피고인의 일부 원심 법정 진술, J, K에 대한 각 검찰 및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기재<5>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증거능력 없는 증거들은 제외한다)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피고인은 재심대상사건의 제2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공소사실 제1 ~ 4항과 같은 행위를 사실이 있냐는 검사의 질문에 '단지 노동운동으로 생각한 것이지 북괴를 찬양하는 의미로 하거나 적화 통일노선에 동조 및 북괴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 한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증거기록 1권 33쪽 ~ 38쪽), 피고인이 어떤 방법으로 야학생들에게 노동운동 운운하였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피고인이 북괴를 이롭게 하는 취지로 한 것은 아니고, 합법적으로 노동운동을 해서 권익을 찾아야 하며, 이는 노동조합을 통하여 대화로 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던 것이지 불법적으로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닙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42쪽). 또한 수사기관에서 사회적 혼란의 파급으로 궁극적으로 정보를 기도한 것이 아닌가라는 물음에 답한 것은 사실이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어느 정도 사회적 혼란은 당연하다는 생각은 하였습니다라고 말한 것은 정부 전복이라는 그러한 의미는 아닙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85쪽).
K은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이 북괴를 찬양하는 말을 들어본 일이 있냐는 질문에, "그런 말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이 가르치는 내용에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노동법에서 근로자들이 착취를 당한다고 하는 것이 이상했을 따름이며, 데모해서 때려 부수라는 말은 듣지 못했고, Q에서는 노동법 조문을 읽어주고 공장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서로 토론하거나 공부가 딱딱해서 노래를 부르곤 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56 ~ 57쪽).
J도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이 '이북이 살기 좋은 곳이다'고 한 말을 들어본 일이 있냐는 질문에, "없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1권 62쪽), M은 Q의 목적은 상식정도를 깨우치는 교육 정도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68쪽).
P은 1980. 10. 초순 일자불상경 야학관계로 피고인이 하숙하고 있는 방에 가서, 피고인과 남북전쟁, 미군 관계등에 대해서 이야기 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그런 말들은 한 사실 없고, 주로 야학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의 사상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증인이 생각하기로는 피고인만큼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친구 간에도 나쁜 것도 좋다고 이야기 하면 좋은 일이 아니고, 정확하게 비판해주어야 한다. 국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보람을 느끼고 이 한국을 사랑한다고 늘 말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89, 90쪽).
공소사실 기재 일시 당시 대한민국은 군사정권의 탄압과 독재로 인하여 실질적인 민주화에 대한 염원과 이를 위한 사회 각계각층의 논의가 제기되고 있었고, 피고인이 강의하거나 투고한 글들의 내용이 북한이나 그 주체사상에 대한 찬양이라기보다는 당시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과 노동자의 정치활동 강조에 대한 견해로 보인다.
달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별지 기재 공소사실 제5항에 대하여
구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은 '제1항 내지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행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은 '제1항·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ㆍ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 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1항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 것'을 구성요건에 추가하였다.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표현물의 내용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하고, 표현물에 이와 같은 이적성이 있는지 여부는 표현물의 전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그 작성의 동기는 물론 표현행위 자체의 태양 및 외부와의 관련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7. 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
피고인의 일부 원심 법정 진술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이 같이 100부의 도서를 제작한 행위를 한 사실, 그 내용은 근로자를 위한 교육 자료로서 노동문제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증거기록 1권 40, 108, 113쪽).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증거능력 없는 증거들은 제외한다)만으로는 피고인이 제작한 "R"란 제목의 원고의 내용이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공격적인 것에 이르러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지식층 사이에서 군사정권의 독재에 대한 비판이 빈번하게 제기되어 왔고, 실제 군사정권이 국민들의 자유와 기본권을 억압하였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피고인이 작성한 위 원고는 근로자를 위한 야학 1년 동안의 교육 자료로서, 노동자와 근로자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다루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고,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한다고 볼 만한 견해가 직접적으로 제시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도 원심 법정에서 "100부 도서를 만든 것은 사실이나, 이는 프랑스 노동운동사에서 인용된 것으로, 야학교에 쓰려고 한 것이지 북괴를 찬양하고 노동자를 억압하고 착취한다는 취지의 뜻으로 쓴 것은 아닙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40쪽).
피고인은 당심에서도 '80년도 대구에서 미성년자 여공들이 하루 12시간 이상의 고된 노동과 저임금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런 불합리한 사회를 바꾸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가르치고 싶었고, 그래서 노동자들이 대다수인 야학학생들을 위해 만든 교재가 'R'이라는 책자였고, 그 내용은 북한에 대한 찬양도 이념 서적도 아니다'고 진술하였다.
달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소결론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별지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판단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이영화(재판장) 손대식 이윤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