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비트코인 채굴기를 수입하여 판매한 것일 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투자하라고 말한 사실이 없고, 이 사건 계약서의 원금보장 약정은 채굴기를 되팔아 원금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으로 채굴기를 아직 판매하지 아니하여 원금을 보장해주지 못한 것이다. 피해자는 채굴사업을 통하여 얻은 수익에 대하여 전혀 피고인에게 알린 바 없고,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을 봤을 때 이미 그 피해를 모두 회복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편취 범의가 없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년 및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하며 사기죄의 본질은 기망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고,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함을 그 요건으로 하지 아니하는바, 일반적으로 상거래에 있어 다소의 과장, 허위가 수반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결여된다고 하겠으나 거래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거래상의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1992. 9. 14. 선고 91도2994 판결, 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도5789 판결,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4378 판결 등 참조).
투자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에 있어 투자약정 당시 투자받은 사람이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지급받아 투자자에게 설명한 투자사업에 사용하더라도 일정 기간 내에 원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마치 일정 기간 내에 투자자에게 원금을 반환할 것처럼 거짓말을 한 경우에는 투자를 받는 사람과 투자자의 관계, 거래의 상황, 투자자의 경험, 지식, 성격,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에 비추어 투자자가 원금반환 약정을 전적으로 믿고 투자를 한 경우라면 사기죄의 요건으로서 기망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이때 투자금 약정 당시를 기준으로 피해자로부터 투자금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3631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위와 같은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원심 판결문 중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보태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J사 K 판매계약 등, 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은 기본적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J 사의 K 장비(코인 채굴기, 이하 ‘이 사건 채굴기’라고 한다)를 수입하여 공급하고, 이를 유지․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그 대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계약이다. 그런데,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채굴기를 이용하여 코인 채굴 사업을 하면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 사건 계약 체결에 이른 점, 이 사건 계약서 제6조에 의하면 채굴기 설치 후 7개월 안에 채굴 사업을 통해서 피해자가 원금 회수를 하지 못할 경우 피고인은 채굴로 인하여 얻은 수익에 대한 원금의 부족분을 피해자에게 제공하기로 정하고(이하 ‘원금보장 약정’이라 한다), 기존 pool을 통해서 코인을 채굴하는 방식이 아닌 hash를 임대해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도록 하여 위 방식보다 10~15% 정도 수익을 더 발생할 수 있도록 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약은 그 문언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투자약정으로서의 성격 역시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비트코인 시세의 경우 그 변동가능성이 커 장래의 손익을 결코 장담할 수 없는바, 피해자가 7개월 안에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피고인이 원금 부족분 상당의 금전을 지급한다는 취지의 원금보장 약정은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는데 핵심적인 요소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피해자 역시 원금보장 약정이 없었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원금보장 약정을 이행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편취의 고의를 인정하긴 어려우나, 피고인이 약정 시부터 이를 이행할 의사가 없거나 그 능력이 없는데도 원금을 지급할 수 있을 것처럼 가장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편취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1>.
피고인은 이 사건 계약 체결 무렵 피고인이 운영하던 회사의 직원들에게 임금,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 등으로 처벌받고, 국민연금 보험료를 미납하여 국민연금법위반으로 처벌받았으며, 자동차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아니한 채 차량을 운행하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위반으로 처벌받았음이 확인되고, 또한 당시 피고인의 신용등급은 9등급으로 확인되며, 피고인의 계좌 내역 등 자료를 보더라도 원금보장 약정의 이행에 재원이 될 만한 자산이나 안정적인 수입 등이 있었다는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와 이 사건 채굴기를 재판매하여 그 대금으로 원금보장 약정을 이행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그와 같은 약정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기계 노후화, 비트코인 반감기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의 사유로 설령 이 사건 채굴기를 재판매한다고 하여도 이것이 원금보장 약정 이행의 재원이 될 만한 자산이 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당시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는 실정이라서 저 또한 수익은 분명히 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쳐서 고소인에게 원금보장 약정을 제안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원금보장 약정 이행 계획과 관련하여, “계약 당시 손실 나면 채굴기계팔고, 코인정리하면 충분히 원금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보장해주지 못하였다”라고 진술하였는바, 피고인은 원금보장 약정의 이행을 요구받는 경우가 없을 것을 전제하거나, 설령 요구받더라도 그 약정을 이행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생각 하에 위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피고인은 피해자가 7개월 후 원금 손실 금액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려준 바 없어 원금보장 약정을 이행하지 못하였다거나, 현재 비트코인 가격으로 봤을 때 피해자의 피해가 모두 회복되었을 것이므로 편취 범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 사건 사기 범행은 처음부터 이행할 수 없었을 원금보장 약정을 제시함으로써 피해자로부터 매매대금 상당의 자금을 편취하였다는 데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범죄는 코인 수익 여부 및 원금 손실 여부와 무관하게 피해자로부터 매매대금을 지급받을 무렵 이미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와 같은 주장은 모두 범행 성립 이후의 사정들에 불과하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특별한 사정변경은 보이지 않고, 나아가 원심이 양형의 이유에서 밝힌 사정들과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에 이른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원심 판결문 3면 아래에서 5행의 ‘고믜’는 ‘고의’의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의하여 이를 경정하기로 한다).
판사 김형한(재판장) 권재호 안정현
각주1) 이와 유사한 취지로 대법원은 차용사기와 관련하여, “민사상 금전대차관계에서 채무불이행 사실을 가지고 바로 차용금 편취의 고의를 인정할 수는 없으나 피고인이 확실한 변제의 의사가 없거나 또는 차용 시 약속한 변제기일 내에 변제할 능력이 없는데도 변제할 것처럼 가장하여 금원을 차용한 경우에는 편취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8. 8. 1. 선고 2017도20682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