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법리오해(범인도피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은 자신이 회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주식회사 F(이하 ‘F’)의 회장인 D, 그의 장남인 E 및 차남인 H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의 혐의에 관하여, 경찰에서 2회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C 주식회사(이하 ‘C’) 포항사무소에 소속된 검사원인 B으로부터 D, H 등이 모르게 개인 계좌로 검사수수료를 송금해 주면 1,50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승낙한 후, 그 대가로 현금 500만 원을 받았습니다.”라는 취지로 허위의 진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① 수사기관은 B과 F에 대한 계좌조회 등으로 F에서 B의 개인 계좌로 입금된 돈의 흐름을 전부 파악하고 있었던 점, ② D은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도피하여 수사를 거부하거나 지연시킨 사실이 없었고, B에게 지급된 돈이 F 명의의 통장에서 지급된 것임을 인정하고 있었던 점, ③ 비록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 이후 D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되어 경찰이 피고인의 주거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보완수사를 함으로써 수사가 지연되었으나, 수사기관은 참고인의 진술 여하에 불구하고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제반 증거를 수집ㆍ조사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보완수사를 하는 것도 수사기관의 의무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부분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만하여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범인의 발견 또는 체포를 곤란 내지 불가능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① 경찰은 D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던 중 피고인에 대한 2회 참고인 조사 및 제3회 참고인 조사(대질)를 마쳤는데, 피고인은 위 2회 참고인 조사 시 원심 판시 2022고단86호 건의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허위로 진술한 사실, ② 그 후 경찰은 2021. 4. 13.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에 D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사실, ③ 영장 담당검사는 2021. 4. 14. 피고인의 번복된 진술이 허위진술임이 명백히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피고인이 F에서 근무한 경력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위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한 사실, ④ 그 후 경찰은 보완수사를 위해 피고인의 주거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의 허위진술로 수사가 상당 부분 지연되는 등 국가 형사사법 작용에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보아,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형법 제151조에서 규정하는 범인도피죄는 범인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범인에 대한 수사, 재판 및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방법에는 어떠한 제한이 없고, 또한 위 죄는 위험범으로서 현실적으로 형사사법의 작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같은 조 소정의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라 함은 범죄의 혐의를 받아 수사 대상이 되어 있는 자도 포함하고,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자에 대한 인식은 실제로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범한 자라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족하고 그 법정형이 벌금 이상이라는 것까지 알 필요는 없으며(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도4078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도피하게 한 경우에는 그 자가 당시에는 아직 수사 대상이 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범인도피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도4533 판결 등 참조).
범인도피죄는 직접 범인을 도피시키는 행위 또는 도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한정되는 것인바, 어떤 행위가 직접 범인을 도피시키는 행위 또는 도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범인도피죄의 구성요건적 행위가 정형화되어 있지 아니한 점을 고려한다면, 피고인이 범인의 처지나 의도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었는지, 그에게 범인을 은닉 내지 도피시키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를 함께 고려하여 살펴보아야 할 것이고, 단순히 피고인이 한 행위의 밖으로 드러난 태양만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8226 판결 등 참조).
한편,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그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ㆍ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 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심이 설시한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F의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부장인 피고인은 D, H 등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등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범한 자들로서 이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임을 인식하면서도 D 등의 도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려는 의사로 수사기관에서 마치 이들과 관계없이 단독으로 B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취득한 배임수재 범행을 범하였다고 허위로 자백하였는바, 이러한 피고인의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등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들인 D 등에 대한 수사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범인도피죄를 구성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⑴ 피고인은 2000년경 D이 운영하던 주식회사 BQ에 입사하여 회계업무를 담당하다가 2005년경 위 회사가 부도나자, 2009. 8.부터 2010. 초순까지 위 회사의 자회사이자 D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주식회사 BE의 관리부장으로 이직하여 근무하였고, 2010. 11. 12. 위 회사의 명의상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근무하였으며, D이 2012. 8. 27.경 장남 E을 대표이사로 하여 F를 설립한 뒤에는 F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부장으로 일해 왔다. 특히, 피고인이 주식회사 BE의 명의상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부터는 근로기준법위반죄, 수질및수생태계보전에관한법률위반죄, 농수산물의원산지표시에관한법률위반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고, F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부장으로 근무하던 시기에도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처벌받은 사실이 확인된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근무이력 및 범죄경력을 고려하면, 피고인과 D은 단순한 상급자와 하급자 관계 이상의 매우 각별한 인적 관계인 것으로 보인다<1>.
F 품질관리팀장으로 근무했었던 AW은 경찰 조사에서 ‘피고인은 오래전부터 D 회장님이 대구에서 BQ이란 회사를 운영할 당시부터 데리고 있었고 철저히 예스맨으로 D의 지시사항이나 의중을 배신할 사람은 절대로 아니고 피고인이나 현재 Z 이사도 D 회장의 심복 중에 심복들로 보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2>, AW의 위 진술은 위와 같은 피고인과 D 사이의 매우 각별한 인적 관계를 뒷받침한다.
⑵ D 등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D의 차남 H는 2020. 9. 14. 경찰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경주로 사업장을 옮기고 난 뒤에 B은 자신의 담당 구역에서 경주로 이동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특히 2018. 6.부터 회사 내에서 보안 관리 차원에서 외부 USB를 차단했다. 그리하여 B은 본인에게 소형 및 소구경(둘레가 작은 롤러)의 롤러의 경우에 자분탐상검사(MT) 및 액체침투탐상검사(PT)는 검사 방법이 쉬우니 대신 검사를 해달라고 하였다. 결국, 저는 B을 대신하여 검사하고, 검사결과 이상 없을 경우에 B에게 전화로 이상 없다고 말을 하면, 메일로 검사보고서를 받았다. 저는 그동안에 B을 대신해 검사한 사실을 Z 이사와 부친 D에게 가끔씩 보고를 드렸다. 항상 Z 이사와 D은 너가 B을 대신하여 검사를 하더라도 항상 정확히 검사를 하라고 지시를 했다. 2018. 6.부터 최근까지 B에게 메일로 받은 자료는 거의 B이 해야 할 검사를 제가 대신하고, B으로부터 검사보고서를 이메일로 받은 것이다. 2018. 6.부터 최근까지는 저는 B에게 거래명세서는 월말 기준으로, 검사보고서는 그때그때 메일로 받았다. 그중에 B에게 받은 거래명세서 등은 회계 담당인 피고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전부이다. 저는 B에게 견적서를 요청했지만 단 한 번도 견적서를 보내주지 않았고, 세금계산서는 저의 업무가 아니어서 잘 모른다.’라고 진술하였다<3>.
그러나 H는 2021. 2. 5.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면서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는, 위와 같은 진술을 번복하면서 ‘2016. 9. W 공장이 경주로 이전된 후 B의 거점인 포항시와 거리가 멀어지자 B으로부터 소형 및 소구경 롤러에 대해 대신 검사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제가 직접 자분탐상 및 액체침투탐상검사를 수행한 후 B으로부터 검사보고서를 이메일로 받았다고 진술한 것은 잘못 진술한 부분이다. 그 당시 약 1주일간 가출해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특히 월요일에 조사를 받아 처음 경찰 조사를 받다 보니 경황이 없어 진술을 잘못한 것 같다. 그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전회 진술 이후에 W의 회장, 대표 등과 대화를 해보니 W 측에 불리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고 뒤늦게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잘못 진술하였다. 위와 같이 잘못 진술한 부분에 대해 회장님이나 대표님께 미리 말씀드리거나 상의를 한 적이 전혀 없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4>.
이때, H와 함께 동석한 변호인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가 완료된 피고인의 2020. 12. 17.자 경찰 진술(1회)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며, 피고인에 대한 추가 조사를 요청하였다<5>.
⑶ 피고인은 2021. 2. 17. 경찰 조사(2회)에서 2020. 12. 17.자 경찰 조사(1회)에서 진술한 내용을 번복하면서<6>, 피고인이 B으로부터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었고 5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 E에게 검사수수료를 B의 개인 계좌로 송금한다는 사실을 보고 드리지 않았다. 2016. 2. 말경에 B이 F를 찾아와서 저에게 “할 얘기가 있다”고 하여 사무실 공터 뒤편에서 이야기를 하던 중, B이 “앞으로 진행하는 C의 비파괴검사 수수료를 C 법인 계좌로 입금하지 말고 개인 계좌로 입금을 해 주면 그 대가로 1,500만 원을 주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게 가능햐나”고 거절하니까 B이 “내가 C의 소사장이고, 내가 직접 검사도 할 것이고, 기존에 해 왔던 대로 거래명세서와 검사성적서가 C 명의로 발부되니까 걱정할 게 없다”고 하였다. 저는 B에게 C의 비파괴검사 수수료를 B의 개인 계좌로 송금해주고, 저는 B으로부터 약속받은 현금 1,500만 원을 개인적으로 착복하겠다는 취지이다. 이후 2016. 3. 18.경 B으로부터 현금 500만 원을 받았다. F의 회장 D, 대표이사 E, 비파괴검사 담당자 H는 본건 B의 사문서위조 및 사기 범행에 아무런 관여가 없었다. 제가 B의 개인계좌로 검사수수료를 송금한다는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D 회장님 등은 아무 것도 모른다. 제가 처음에 허위로 진술한 부분으로 인해 죄도 없는 D, E, H가 저의 죄를 뒤집어쓰는 것 같아서 지금이라도 그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 변호사님에게 허위진술을 했으니 경찰에 사실대로 진술하고 싶다고 하니, 변호사님이 추가 조사를 요구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이하 ’피고인의 허위진술‘)<7>.
⑷ 이후 경찰은 B, D, E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실시하였다. B은 2021. 2. 18. 경찰 조사(4회)에서 ‘피고인의 진술과 같은 내용의 제의를 한 사실이 절대로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8>.
그러나 D은 2021. 3. 5. 경찰 조사(2회)에서 ‘저나 E, H는 B이 C 몰래 검사보고서를 작성하여 F에 발급해 준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검사성적서를 발급받아 왔다. 피고인이 왜 그렇게 기존과 달리 B의 개인 계좌로 송금해 주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최근 피고인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피고인이 B의 개인 계좌로 송금해 주는 대가로 500만 원을 받았다고 시인하였다. 그래서 제가 많이 질책을 하였다. 다른 직원이 없어 퇴사시키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9. 10.경에 알고 보니 F가 C나 B으로부터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아니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저는 C로부터 거래명세서가 들어오다 보니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았는지 그런 실무적인 부분은 몰랐다. 저는 관리부장 피고인을 믿고 세금계산서가 당연히 발행되고 있는 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함으로써 피고인의 허위진술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하였다<9>.
또한, E도 2021. 3. 9. 경찰조사(2회)에서 ‘저, D, H는 B이 C 몰래 검사보고서를 작성하여 F에 발급해 준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검사성적서를 발급받아 왔다. 검사수수료가 그동안 C의 법인 계좌로 송금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2019. 9.∼10.경 검사성적서 진위 문제가 불거질 당시에 확인 결과 검사수수료가 B의 개인 계좌로 송금된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는바, 이는 피고인의 허위진술 내용에 부합한다. 나아가 E은 ‘2016. 1.경부터 C의 법인 계좌가 아닌 B의 개인 계좌로 검사수수료가 지급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지 않았나요?’라는 경찰의 질문에 대하여는 ’그 당시 문자메시지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 B의 개인 계좌로 검사수수료가 지급되는지 몰랐다.‘라고 대답하였고, 경찰이 ’2016. 1.∼3.분 검사수수료에 대하여 C의 법인 계좌가 아니라 B의 개인 계좌로 지급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긴 피고인이 작성한 지출결의서에 대표로서 서명한 경위‘에 대하여 확인을 구하자, ’제가 지출결의서에 결재를 할 당시 꼼꼼히 확인하지 못하여 B의 개인 계좌로 지급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라고 진술하였다<10>.
⑸ 경찰은 위와 같이 피고인과 B의 진술이 엇갈리자, 2021. 4. 7. 피고인과 B을 상대로 대질 조사(3회)를 실시하였다. 피고인은 3회 조사를 받으면서도 2021. 2. 17.자 경찰 조사(2회)에서 진술한 내용이 맞다고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B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11>.
이후, 경찰은 피고인이 B으로부터 뒷돈을 받았을 뿐 F의 경영진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처럼 주장을 하고 있어 D 등이 불구속 상태로 수사 및 재판을 받게 되면, 꾸준히 말을 맞추면서 피고인의 단독 범행으로 몰고 가려는 등 증거 인멸의 우려가 높아 그 신병을 확보하여 서로 분리해 놓을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2021. 4. 12. D, E, H에 대하여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영장담당 검사는 2021. 4. 14. ’피고인의 번복된 진술이 허위진술임을 명백히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피고인이 F에서 근무한 경력, F 측 D 등과의 관계, 수사 이후 F 측 D 등과의 연락 내용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위 구속영장 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다<12>.
⑹ 경찰은 보완수사를 위해 피고인을 D, H 등에 대한 범인도피 혐의로 입건하였고, 2021. 6. 29. F 내 피고인의 사무공간 및 피고인이 전속으로 운행하는 자동차((차량번호 1 생략) 흰색 아반떼)를 압수수색하여 피고인으로부터 납품명세서 파일, 업무노트(2020∼2021 사용), 회의 시 작성한 서류파일 등을 압수하였다. 이후 피고인에 대하여 추가로 경찰 및 검찰 조사가 이루어졌으나, 피고인은 기존의 허위진술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⑺ 경찰은 2021. 8. 30. ’경찰의 수사가 D 등을 지목하게 된 배경‘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수사보고서를 작성하였다<13>.
2020. 8. 22. B을 조사한 후, 같은 해 9. 11. F의 D, E, H의 사무공간 및 B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였고, 2020. 9. 14. H 참고인 조사(1회), 2020. 9. 17. Z 참고인 조사, 2020. 12. 17. 피고인 참고인 조사(1회)를 하는 등 관련자들을 조사하면서 D 등의 범죄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었다. 그 후, 범죄혐의를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2021. 2. 10. F에서 품질관리팀장으로 근무하였던 AW을 소환조사하여 ’B이 비파괴검사를 하지 않고 검사성적서를 발급하는 것에 대해 H, D과 Z에게 순차적으로 보고하면서 이의제기를 하였으나 D 등은 비파괴검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게 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추가 조사를 요구하여 2021. 2. 17. 기존 2020. 12. 17.자 경찰 조사(1회)에서 진술한 내용을 모두 번복하면서 D, E, H를 도피시킬 목적으로 스스로 배임수재의 범인임을 자처하여 다툼의 여지를 만들어, 경찰은 그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를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진행하였다. 이처럼 본 사건의 진행이 지연된 이유는 피고인이 D 등을 도피시킬 목적으로 배임수재의 범인임을 자처하였기 때문이다.
⑻ 위와 같은 피고인의 허위진술 내용 및 그 전후에 이루어진 수사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D 등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등 피의사건에 대한 주요 참고인이었던 피고인의 허위진술로 인하여, D, H 등은 자신의 범죄혐의를 피고인에게 전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에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허위진술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하여 관련자들을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하였으며, 피고인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였는바, 수사에 상당한 지연이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
⑼ 또한, 피고인은 단순히 D 등의 범죄혐의를 묵비하면서 피고인이 B과 공모하여 배임수재의 범행을 저질렀음을 추상적, 일회적으로 허위진술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B이 소사장이라고 하면서 피고인을 회유했다는 취지로 B의 진술을 상세히 꾸며냈을 뿐만 아니라 검사수수료를 B의 개인 계좌로 입금하게 된 동기, 피고인과 B 사이의 거래관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못한 경위, E이 검사수수료의 송금 내역을 문자로 통지받고, 피고인이 작성한 지출결의서에 서명하였음에도 피고인의 범행을 인식하지 못한 이유 등에 대하여 적극적ㆍ구체적으로 허위진술을 하였으며, 피고인의 진술이 D 등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일관되게 피력하였다.
따라서 이와 결론을 같이 하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 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피고인이 범행도피 범행에 관한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고 있고, 위증범행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위증한 사건이 확정되기 전에 위증 범행을 자백한 점, 피고인에게 이 사건 이전까지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집행유예를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도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반면, 범인도피죄는 실체적 진실발견을 곤란하게 하여 국가의 형사사법 작용을 방해하는 범죄로서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고, 법정에서 위증의 벌을 경고받고도 허위의 증언을 하는 것은 국가의 사법기능을 해할 우려가 있어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는 점, 피고인은 D 등을 위해 경찰에서 허위진술을 하였고, 더 나아가 위증의 벌을 경고받고도 법정에서 허위진술을 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D 등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되는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지연되었는바, 이 사건 각 범행의 경위, 내용 및 그로 인한 형사사법 작용의 방해 정도 등에 비추어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은 점,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일부 부인하며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에 피고인에게 그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보건대, 원심판결 선고 이후에 피고인의 양형사유에 참작할 만한 별다른 사정변경을 찾아보기 어렵고,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피고인의 나이, 성행, 가정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의 조건들을 다시 한 번 종합적으로 고려하더라도,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종한(재판장) 김경민 전제균
각주1) 2022고단86호 사건의 증거기록(이하 ‘증거기록’) 제6권 제4976∼5026쪽 참조.
각주2) 증거기록 제4권 3123쪽 참조.
각주3) 증거기록 제1권 제859∼862, 866, 867쪽 참조.
각주4) 증거기록 제4권 제3020쪽 참조.
각주5) 증거기록 제5권 제3420, 3479쪽 참조.
각주6) 피고인은 2020. 12. 17.경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B이 앞으로 검사수수료를 개인 계좌로 입금해 달라고 하였고, 이를 D 등에게 보고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각주7) 증거기록 제5권 제3438∼3440, 3443∼3445쪽 참조.
각주8) 증거기록 제5권 제3471∼3472쪽 참조.
각주9) 증거기록 제6권 제3988∼3990쪽 참조.
각주10) 증거기록 제6권 제4069∼4070-1쪽 참조.
각주11) 증거기록 제6권 제4364∼4379쪽 참조.
각주12) 2022고단86호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412번 참조.
각주13) 증거기록 제9권 제6812∼6813쪽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