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12,991,616원 및 이에 대하여 2025. 6. 25.부터 2026. 2. 10.까지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6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C'라는 상호로 운수업을 영위하고, 피고는 화물차 운전기사인 사람이다. (차량번호 1 생략) 화물차(이하 '이 사건 화물차'라 한다)는 주식회사 C 소유로, 원고가 위 회사에 현물 출자한 위수탁 차량이다.
원고는 2024. 8. 1.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화물차에 관하여 프리랜서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갑'은 원고,'을'은 피고를 가리킨다).
피고는 2024. 11. 28. 20:17경 시흥시 계수로 115 소재 도로 5차로에서 이 사건 화물차를 운행하던 중 눈길에 미끄러지며 우측 인도 위에 있는 이정표 기둥을 충돌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화물차의 수리비로 64,958,080원을 지출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책임의 인정
이 사건 용역계약 제13조 제4항(이하 '이 사건 부담약정'이라 한다)은 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고가 자차수리비의 50%를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지출한 이 사건 화물차의 수리비 중 피고의 부담 부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부담약정은 근로자의 과실 여부나 손해의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근로자에게 절반의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으로 위약 예정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반하므로, 같은 법 제15조에 따라 무효라고 주장한다.
근로기준법 제15조는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하고(제1항), 제1항에 따라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제2항)고 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서 더 나아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다. 위 규정의 취지는 그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는 것이다(대법원 2025. 7. 17. 선고 2023다31842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용역계약은 명칭이 '프리랜서 용역계약'이지만, 원고가 피고를 운전기사로 고용하고 피고의 근무조건 등을 정하는 것이 목적이고(제1조),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의 취업관리규칙을 준수해야 하고 정당한 업무지시에 복종해야 하는 점(제7조), 원고는 피고를 해고할 경우 1개월 전에 해고예고 통지를 하여야 하는 점(제12조), 피고는 원고로부터 매월 정해진 날에 일정 금액을 급여 명목으로 지급받는 점(제14조)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를 위하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부담약정은 사고로 인한 자차수리비 중 절반을 피고가 부담한다는 취지이고,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이 아니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는 이 사건 부담약정이 피고의 무지, 무경험 등 상태에서 체결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부담약정이 피고 주장과 같은 상태에서 체결된 것으로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임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5조에 따라 이 사건 화물차의 운행 중에 발생할 사고에 대하여 자기차량손해와 자기신체손해를 담보하기 위해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사용자의 안정배려의무에 해당하는데도, 원고가 그런 보험특약을 가입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피고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그와 같은 보험에 가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근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책임의 범위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피용자의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행하여진 불법행위로 인하여 직접 손해를 입었거나 그 피해자인 제3자에게 사용자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 결과로 손해를 입게 된 경우, 사용자는 그 사업의 성격과 규모, 시설의 현황, 피용자의 업무내용과 근로조건 및 근무태도, 가해행위의 발생원인과 성격, 가해행위의 예방이나 손실의 분산에 관한 사용자의 배려의 정도, 기타 제반 사정에 비추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피용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그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1996. 4. 9. 선고 95다52611 판결 등 참조).
피용자가 업무수행과 관련한 불법행위로 사용자가 입은 손해 전부를 변제하기로 하는 각서를 작성하여 사용자에게 제출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각서 때문에 사용자가 공평의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를 넘는 부분에 대한 손해의 배상까지 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다77053 판결 등 참조).
판단
이 사건 부담약정에서 피고의 책임을 50%로 정하고 있지만, 원고와 피고는 근로계약에 따른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에 있으므로 피고의 책임은 신의칙상 상당한 정도로 제한되어야 한다.
위 인정사실, 앞서 본 증거, 을 제3, 4, 6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 즉 이 사건 사고 당시 야간이고 2일 전인 2024. 11. 26.부터 사고현장 부근에는 눈이 내려 도로가 결빙되었거나 미끄러웠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는 우회전하여 시흥시 마유로에 진입하기 위해 제동장치를 밟았는데 순간적으로 이 사건 차량이 미끄러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는 원고로부터 매월 일정액을 급여로 받는 근로자인데, 2024. 8.부터 2924. 11.까지 약 4개월 동안 원고로부터 14,764,800원을 급여로 받은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의 책임을 자차수리비의 2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12,991,616원(= 64,958,080원 × 0.2) 및 이에 대하여 지급명령 정본 송달 다음 날인 2025. 6. 2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6. 2. 10.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권민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