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하여 원고에게 2,375,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9. 22.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의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 중 9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제1심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여 피고에게 2,652,844원(= 안전교육일 임금80,000원 + 퇴직금 277,844원 + 숙소지원비 2,295,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제1심판결 중 퇴직금 277,84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2,375,000원(= 안전교육일 임금 80,000원 + 숙소지원비 2,295,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에 대하여만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위와 같이 피고가 불복한 2,375,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에 한정된다.
기초사실
피고는 울산 C 소재 D, E호기 원자력발전소 주설비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하도급받아 수행하는 건설업체이고, 원고는 2022. 8. 18.부터 2023. 9. 7.까지 피고에게 고용되어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케이블 설치 등 전기공으로 근무하였던 근로자이다.
원고는 2022. 8. 18. 08:00부터 11:30경까지 이 사건 공사의 시공사인 F 주식회사(이하 'F'이라 한다)가 주관하는 안전 및 보안교육(이하 '이 사건 안전교육'이라 한다)을 이수하였고, 같은 날 피고와 근로계약기간을 '2022. 8. 18.부터 2022. 11. 15.'까지로 정한 건설일용직 근로계약서(을 제2호증)를 작성하였다.
이후 원고는 2023. 3. 1.경 피고의 관리직원들(G 부장, H 차장)로부터 '숙소비 :17,000원'이 기재된 새로운 건설일용직 근로계약서(을 제4호증)를 교부받았으나, 위 계약서의 '현장대리인' 란에는 피고 측 현장소장의 서명이나 날인이 되어 있지 않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5, 6, 11 내지 13호증, 을 제1 내지 4,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
2022. 8. 18. 실시된 안전교육은 피고 사업장의 근로자로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절차였고, 근로계약서상 계약기간도 당일부터 시작되므로 해당 교육 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교육 시간에 해당하는 임금 8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② 피고의 관리직원들(G 부장, H 차장)이 작성·교부한 2023. 3. 1. 자 근로계약서에 숙소지원비(17,000원)가 명시되어 있으므로, 설령 계약서에 현장대리인의 서명이 없더라도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법리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가 원고의 동료 I에게는 동일한 조건(서명 누락)임에도 숙소지원비를 지급하였는데 원고에게만 지급하지 않는 것은 형평에도 반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023. 3.분부터 2023. 8.분까지의 미지급 숙소지원비 합계 2,295,000원(= 17,000원 × 135일)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안전교육일 임금과 관련하여, 해당 교육은 시공사인 F이 주관하는 채용 전 보안및 적격성 심사 절차이고, 피고는 시공사의 승인이 있어야 원고를 채용할 수 있으므로 위 교육시간 동안 피고와 원고 사이의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해당 교육 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② 숙소지원비에 관하여, 2023. 3. 1. 자 근로계약 체결권자인 피고 현장대리인 J의 서명·날인이 누락되어 있어 근로조건 변경계약이 성립하지 않았고, 원고에게는 위 실무자들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표현대리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I의 경우 'K 팀'이라는 지원 대상 팀에 배속되었기에 숙소지원비가 지급된 것이므로 원고와 사정이 다르다.
판단
안전교육일(2022. 8. 18.)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안전교육 시간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안전교육은 국가 1급 보안시설인 원자력발전소에의 출입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 필수적인 보안 및 적격성 심사(신원조회, 건강검진 포함) 절차로, 피고가 아닌 시공사인 F이 주관하여 실시한 것이다.
원고는 위 교육을 이수하고 시공사로부터 현장 출입 승인을 얻은 후인 2022. 8.18. 오후 무렵에야 비로소 피고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바, 위 교육 이수 및 승인 여부는 피고가 원고를 채용하기 위한 전제 조건(선발 과정)의 성격이 강하다.
피고가 위 교육의 내용, 시간, 장소 등을 결정하거나 교육 과정에서 원고를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시공사의 승인이 없으면 채용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상 교육 시간 동안 원고와 피고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비록 관련 형사 약식명령(울산지방법원 2024고약9007)에서 위 임금 미지급 사실이 유죄로 인정되었으나, 민사재판은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변론 과정에서 나타난 위와 같은 교육의 주체, 성격, 계약 체결 시기 등에 비추어볼 때 위 형사 절차의 결론만으로 이 사건 민사 소송에서 이 사건 안전교육 시간을 임금 지급 대상이 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숙소지원비 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 7 내지 10호증, 을 제5, 6, 7, 9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숙소지원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원고가 숙소지원비 청구의 근거로 드는 2023. 3. 1. 자 근로계약서(을 제4호증)에는 원고의 서명만 있을 뿐 근로계약 체결 및 임금조건 변경 권한이 있는 피고의 현장대리인 J의 서명·날인이 누락되어 있어 그 자체로 유효하게 성립된 계약으로 보기 어렵다.
원고는 민법상 표현대리가 성립한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입사 당시 작성한 2022. 8. 18. 자 근로계약서(을 제2호증)에는 피고 현장대리인 J의 서명이 명확히 기재되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원고는 적법한 결재권자의 결재가 있는 유효한 계약서의 형식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는 2023. 3. 1. 자 근로계약서(을 제4호증)를 교부받을 당시 현장대리인의 서명이 누락된 사실을 통해 결정권자의 결재가 완료되지 않았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달리 위 실무자들(G 부장, H 차장)에게 적법한 대리권이 있다고 여길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으므로, 원고가 위 실무자들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선의·무과실)가 있다고 볼 수 없어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원고는 동료 근로자 I의 근로계약서(을 제5호증) 역시 원고의 것과 동일한 형식 (피고 현장대리인의 서명 누락)임에도 그에게 숙소지원비가 지급되었으므로 원고에게 숙소지원비가 지급되지 않는 것은 신의칙 내지 형평에 반한다고 주장하나, I의 노무비대장(을 제6호증)에 의하면 I은 2023. 3. 1. 자 근로계약서에는 숙소비 지급이 기재되어있었음에도 실제 3월분 급여에서는 이를 지급받지 못하였고, 숙소비 지원 대상 팀인 'K 팀'에 배속된 2023. 4.분부터 비로소 숙소지원비를 지급받은 사실이 확인된다. 즉, I에 대한 숙소비 지급 근거는 하자가 있는 위 근로계약서가 아니라 '지원 대상 팀으로 의 배속'이라는 별도의 사실관계에 기인한 것으로 봄이 타당한 반면, 원고가 위 기간 동안 숙소비 지원 약정이 체결된 특정 팀에 소속되어 근무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는 I과 동일한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원고는 피고의 공동대표이사들이 이 사건 관련 노동청 조사 단계에서 원고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3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한 사실이 있으므로 원고에 대한 숙소지원비 지급 의무를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피고의 공동대표이사들이 위와 같은 금액을 제시한 것은 관련 형사사건에서 범죄사실로 인정될 개연성이 높았던 미지급 임금 및 연차수당(합계 약 285만 원)과 퇴직금 등을 변제하고 형사 처벌을 면하기 위한 제안이었던 것으로 보일 뿐, 관련 형사사건의 공소사실에도 포함되지 않은 이 사건 숙소지원비 채무까지 승인하거나 그에 대한 합의금을 지급하려 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또한, 원고는 피고가 2023. 3. 1. 자 근로계약서 작성 이후에도 별다른 이의 없이 원고의 노무를 수령하였으므로 변경된 근로조건(숙소비 지급)을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는 위 기간 동안 원고에게 숙소지원비를 제외한 기존임금만을 지급하여 왔고 피고 현장대리인이 2023. 8. 28.경 원고의 숙소비 지급 요청을 명시적으로 거절하기까지 하였으므로, 피고가 원고의 노무를 수령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무권대리 행위에 의한 근로조건의 변경을 묵시적으로 추인하였다거나 승인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 중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 해당하는 안전교육일 임금 및 숙소지원비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이와 결론을 달리한 부분은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손윤경(재판장) 박형순 김정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