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6. 5. 6. 선고 2025나304067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제철, 제강, 압연 등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 회사 소속 근로자이다.

나.

원고는 2022. 4. 22. 피고의 창고에서 정리 작업을 하던 중 넘어지는 맨홀 뚜껑 에 손가락이 찍히게 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는 좌측 3수지 심수지 굴곡건 파열 및 결손의 상해(이하 '이 사건 상해'라 한다)를 입게 되었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를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소권 남용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항변 요지

원고는 이미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장해등급기준 미달을 이유로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을 받고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패소하였음에도 체류기간 연장이라는 부당한 목적으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이는 소권의 남용에 해당한다.

나.

판단

살피건대, 을 제2, 3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상해로 인하여 장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대구지방법원 2023구단2413호로 장애급여부지급처분 취소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위 법원은 2024. 4. 17.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쳐 2025. 2. 4. 그대로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산업재해보상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을 하도록 함에 따라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음에 비하여, 과실책임을 원칙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므로 원고가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패소 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민사소송의 제기가 소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달리 이 사건 소의 제기가 소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사용자로서 피용자인 원고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 신체 ·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안전배려의무를 게을리 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재산상 손해배상금 1,800만 원(=일실수입 1,500만 원 + 치료비 300만 원) 및 위자료 200만 원 합계 2,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나.

판단

1)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사고가 발생한 경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다4450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2)

원고에 대한 장해급여사정서(갑 제2호증) 중 '재해경위'란 기재 내용 외에는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나 원인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증거가 전혀 제출되지 않았는데, 위 '재해경위'란의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된 맨홀 뚜껑의 위치나 원고의 작업 내용과의 관계, 맨홀 뚜껑이 넘어지게 된 구체적인 원인 등을 알기 어렵다.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산업재해보상과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므로 근로복지공단이 이 사건 사고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요양급여 등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달리 피고가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을 예측하였거나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원고를 위험한 작업에 노출시켰음을 알 수 있는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이와 전제를 달리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손해액 등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김미진(재판장) 정덕기 이주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