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판결

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4다1691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 공사에서는 늦어도 1988년경부터 1996년까지 당해 연도의 임금협상이 지연되고 그에 따른 보수규정의 개정도 지연되는 경우, 피고 공사가 임금협상 체결일 전일까지 발생한 그 직전 연도의 보수규정에 따라 지급된 임금과 같은 기간 동안 개정된 보수규정에 따라 지급되었을 임금과의 차액(이하'임금인상분 차액'이라 한다)을 임금협상 체결 이후 재직자들에게 소급 정산하여 추가로 지급함과 아울러, 이미 퇴직한 근로자들에게도 임금인상분 차액 및 이러한 임금인상분 차액을 원래의 지급기일에 받았더라면 이를 기초로 산정되었을 퇴직금액과의 차액(이하 '퇴직금인상분 차액'이라 한다)을 추가 지급하여 온 사실이 있었다고 인정한 다음, 1997년에 퇴직한 원고들로서도 피고 공사에 재직할 당시에 존재하던 이러한 노사관행에 기하여 퇴직시에 임금인상분 차액 및 퇴직금인상분 차액에 대한 조건부채권을 취득하였다는 이 사건 주위적 주장에 대하여는, 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라 기업의 내부에 존재하는 특정의 관행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관행이 기업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인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기업의 구성원에 의하여 일반적으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규범의식에 의하여 지지되고 있어야 하는데, 위 주장과 같은 노사관행은 그 성립요건인 규범의식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척하면서도, 다른 한편 그 판시와 같이 피고 공사의 정부투자기관으로서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직전 연도의 임금협약의 효력이 상실되기 전에 해당 연도의 임금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해지자, 피고 공사 노사 간에는 무용하고 소모적인 노사분규를 줄이고 노사 쌍방의 공동이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직전 연도의 임금협약의 효력이 상실된 후에 이르러 해당 연도의 임금협약이 체결되더라도 이를 해당 연도의 임금협약 체결 당시에 계속 근무하는 직원뿐 아니라 그 이전에 퇴직한 직원에게도 소급 적용하게 된 점, 이러한 임금협약의 소급 적용이 다년간 반복하게 되자 피고 공사 노사 쌍방 모두 특별히 명시적인 합의가 없어도 개정된 보수규정이 해당 연도 임금협약 체결 이전에 퇴직한 직원에게도 소급 적용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점, 1997년도 임금협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도 1996. 10. 초순경 임금교섭을 시작하였다가 경상경비절감액이 발생할 경우 이를 인건비 인상재원으로 활용하는 외에는 1997년도 예산은 전년도 수준으로 편성하라는 재정경제원의 1997년도 정부투자기관 예산편성지침으로 인하여 임금교섭을 1997년 상반기 결산 이후로 미루게 된 점, 1997년도 임금교섭이 시작되고 중단되었다가 다시 속개될 때까지도 노사 쌍방은 조만간 1997년도 임금협약이 체결되고 그에 따라 보수규정이 개정되면 당연히 위 임금협약 체결 이전에 퇴직한 직원에게도 소급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임금교섭에 임하였는데, 피고 공사는 1997. 10.경 재정경제원으로부터 퇴직한 근로자에게 임금협약을 소급적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감사원 감사결과 이행촉구 공문을 받고서 그러한 정부의 지시를 어길 수 없어 1997년도 임금협약의 소급 적용을 거부하게 된 점, 그리고 1997년도 임금협약 체결 이전에 퇴직한 직원에게 인상된 1997년도 임금협약 및 이에 따라 개정된 보수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1996. 12. 16. 이후에 피고 공사에 계속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하여 그들로부터 1997년도 임금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위임받아 임금교섭에 임하는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쟁의행위 등의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피고 공사와의 임금교섭을 서둘러 1996년도 임금협약의 효력 상실 이전에 1997년도 임금협약을 체결함으로써 1996. 12. 16. 이후 1997년도 임금협약 체결 이전에 퇴직하는 직원들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여야 하고, 이러한 형태의 임금교섭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정부투자기관으로서의 피고 공사의 특수성에 비추어 보면 피고 공사의 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지적하면서, 피고 공사 노사 쌍방은 1996. 10. 초순경 1997년도 임금협상을 시작하였다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사정으로 그 협상을 중단하면서, 1996. 12. 16.에 이르러 1996년도 임금협약의 효력이 상실되면 그 이후에도 1996년도 임금협약 및 이에 따른 보수규정에 따를 것으로 의도하였다기보다는, 1997년도 임금협약의 체결은 늦어지지만 1996. 12. 16. 이후 피고 공사에 계속 근무하는 직원들의 1997년도 임금 및 퇴직금은 장차 체결될 임금 인상을 포함하는 1997년도 임금협약 및 이에 따라 개정되는 보수규정에 의하기로 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묵시적인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의 이 사건 예비적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 공사는 원고들에게 그 주장과 같은 임금인상분 차액 및 퇴직금인상분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규범의식의 존재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노사관행이 성립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그 주장의 노사관행과 동일한 내용의 묵시적 합의가 성립하였다는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피고 공사와 사이에 성립하였다고 보는 묵시적 합의의 반대 당사자가 노동조합인지 아니면 원고들을 포함한 개별 근로자들인지는 다소 불분명한데, 노동조합 및노동관계 조정법 제31조 제1항이 단체협약은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단체협약의 내용을 명확히 함으로써 장래 그 내용을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고 아울러 체결당사자 및 그의 최종적 의사를 확인함으로써 단체협약의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방식을 갖추지 아니하는 경우 단체협약은 효력을 가질 수 없는 점(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1다15422, 15439 판결 참조)에 비추어 그 판시와 같은 내용의 단체협약이 피고 공사와 노동조합과 사이에 묵시적 합의에 의하여 유효하게 성립할 수는 없는 것이고, 다른 한편 피고 공사와 원고들을 포함한 개별 근로자들 사이에 그러한 묵시적 합의가 성립한 것인지를 살펴보더라도, 묵시적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하기 위해서는 쌍방 당사자들에게 각 서로 대응하는 내심적 효과의사가 존재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명시적 합의에 있어서의 표시에 갈음할 만한 표시적 요소가 존재하여야 하는 것인바, 원심이 지적하는 사정들 및 기타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살펴보더라도 원고들로서는 피고 공사에 재직할 당시 피고 공사가이미 퇴직한 근로자들에게 위와 같이 임금 및 퇴직금인상분 차액을 지급하여 온 사실에 기하여 자기들도 퇴직하게 되면 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는 있을 것이나, 나아가 피고 공사와 원고들을 포함한 개별 근로자들 사이에 각 위 판시와 같은 법률효과를 발생케 하고자 하는 효과의사가 있었다거나 그에 관한 표시적 요소가 존재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1997년도 임금협약 체결 이전에 퇴직한 직원에게도 1997년도 임금협약 및 이에 따라 개정된 보수규정을 적용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효과의사가 당사자들 사이에 존재하였고 또한 그에 관한 표시적 요소 또한 존재하였음을 전제로 판시와 같은 묵시적 합의의 성립을 인정하고 그에 따라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묵시적 합의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고현철(주심) 강신욱 양승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