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허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 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성립하는바, 공모자 중구성 요건 행위 일부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은 자라도 경우에 따라 이른바 공모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질 수도 있는 것이기는 하나, 이를 위해서는 전체 범죄에 있어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해볼 때,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 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도 235 판결,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도1623 판결,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995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 허이 서울도시철도공사노동조합(이하 '도시철도노조'라고 한다)이 소속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이하 '공공연맹'이라 한다) 운수분과 집행위원장의 지위에 있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파업 당시 공공연맹으로부터의 지침 전달이나 의사합치가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아니하고, 또 이 사건 파업이 전국궤도노동조합연대회의(이하 '궤도연대'라고 한다) 공동투쟁본부의 총괄적 지휘 아래 도시철도노조의 독자적 의사결정에 의해 이루어졌을뿐 피고인 허이 그 파업여부와 파업방법 등의 결정에 관여하였다거나 도시철도노조 간부 또는 그 조합원들과 공모하여 파업에 가담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허에게 업무방해죄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죄의 공동정범의 죄책을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상고논지는 이유 없다.
피고인 허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 사실들을 토대로 하여, 피고인 허이 도시철도노조가 중재회부여부와 그 결과에 관계없이 정부가 대정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파업에 돌입하기로 미리 이 사건 파업여부와 일시를 정해놓고 교섭에 임하고 이를 전제로 한 궤도연대의 공동투쟁본부출범식, 기자회견 등 사전절차를 진행하는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뜻에 동조하여 공공연맹 운수분과 집행위원장의 지위에서 교섭, 면담, 지원업무를 하고, 파업의 사전절차격인 집회참여 및 연설, 성명서 발표나 기자회견 등 대언론홍보지원을 함으로써 요구사항을 쟁취하지 못했을 경우 파업에 돌입하려는 도시철도노조원들의 결의를 강화하고, 노조전임자이기는 하나 파업 현장에 직접 동참함으로써 이 사건 파업을 정신적으로 지원하여 이를 용이하게 하였다고 판단하여, 업무방해죄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피고인 허을 위 죄들의 방조범으로 처벌하였다.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그 심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방어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가벼운 범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범죄사실을 방조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5도45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피고인 허이 이 사건에서 업무방해죄 등의 공동정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방해죄 등의 공동정범으로 공소제기된 이 사건의 심리과정에서 단 한번도 언급된 바 없음이 기록상 분명한 업무방해 등의 방조사실을, 법원이 공소장의 변경도 없이 그대로 유죄로 인정하는 것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1991.5. 28. 선고 91도676 판결, 대법원 1996. 2. 23. 선고 94도1684 판결 등 참조).
또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그 방조는 유형적, 물질적인 방조뿐만 아니라 정범에게 범행의 결의를 강화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무형적, 정신적 방조행위까지도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1982. 9. 14. 선고 80도2566 판결,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도242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이 인정한 판시 사실관계 및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 즉 피고인 허이 노조전임자로서 공공연맹에 파견되어 운수분과 집행위원장으로 근무하였을 뿐 도시철도노조의 노조업무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파업개시 전에 궤도연대 등이 주최하는 공동투쟁본부 출범식과 조합원 결의대회 등에 단순 참관만 하였으며, 또 파업에 임박해서는 주로 파업을 회피하기 위해 관련기관의 담당자를 만나 노조측의 입장을 전달하는 등 교섭창구 역할을 하였고, 파업 개시 후에도 비슷한 활동을 하다가 파업종료 하루 전에 비로소 파업집회장소로 이동하여 파업참가 조합원들과 함께 있으면서 노조간부들에게 다른 노조의 파업 상황과 관련 기관의 동향에 대해 설명해주었다는 점, 그 직후 함께 파업에 참가한 서울 지하철노동조합이 파업을 철회하였고, 도시철도노조도 그 다음날 집회장소를 옮기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노조원들이 대오를 이탈함으로써 조직력이 급격히 약화되어 노조위원장에 의해 파업철회가 선언되었다는 점, 파업개시 후 도시철도노조의 지도부회의나 간부회의가 개최된바 없었고, 한 시간 가량의 야간집회에서도 피고인 허이 조합원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판시와 같은 사실들, 즉 피고인 허이 공공연맹 운수분과 집행위원장으로서 관련 기관 등과 사이에 교섭창구 역할을 하였고, 파업개시 전에 궤도연대 공동투쟁본부 출범식과 조합원 결의대회, 기자회견 등에 참석하였으며, 파업개시 후에는 관련기관 실무자를 만나거나 혹은 공공연맹 사무실에서 궤도연대 소속 노조의 파업상황과 정부 측의 대응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가 파업종료 하루 전부터 파업집회장소로 이동하여 파업 참가 조합원들과 함께 머물면서 도시철도노조 위원장 등을 만나 공동총파업에 참가한 다른 노조의 파업상황과 관련기관의 동향에 대하여 설명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도시철도노조의 간부 또는 조합원들의 이 사건 파업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정신적 방조행위를 한 것이라고 쉽사리 단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그러하다면 원심이 피고인 허에게 이 점과 관련한 충분한 방어의 기회도 주지 아니한 채 공소장 변경도 없이 피고인 허이 이 사건 파업과 관련된 업무방해 등의 행위를 방조하였다고 단정하고 만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그릇 인정하였거나 업무방해죄 등의 방조범에 관한 법리 오해로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 허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 허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박시환(주심) 김용담 박일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