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판결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1도12575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1.

헌법상 보장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권리를 의미하므로, 일정한 경우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여야 할 국가의 의무에는 형사소송절차에서 단순히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실질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업무 감독과 절차적 조치를 취할 책무까지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항소심 소송절차에서 항소이유서의 작성과 제출이 지니는 의미와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항 소심 소송절차에서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경우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는 공판심리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항소이유서의 작성·제출 과정에서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피고인을 위하여 선정된 국선변호인이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면 이는 피고인을 위하여 요구되는 충분한 조력을 제공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런 경우에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만한 아무런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항소법원이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본문에 따라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면, 이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위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조치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이 모두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데 대하여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있음이 특별히 밝혀지지 않는 한, 항소법원은 종전 국선변 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다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함으로써 새로운 국선변호인으로 하여금 그 통지를 받은 때로부터 형사소송법 제361조의3 제1항의 기간 내에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2. 16.자 2009모1044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원심법원에 항 소한 사실, 원심은 피고인의 국선변호인 선정청구에 따라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 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였으나 위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으며, 피고인도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야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사실, 원심은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데 대하여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만한 사유가 있는지 확인하거나 고려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과 국선변호인 모두 그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제1심판결에 직권조사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에 의하여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되, 결정이 아닌 판결로 이를 선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으로서는 국선변호인이 그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데 대하여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만한 사유가 특별히 밝혀지지 아니한 이상,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이 그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할 것이 아니라, 위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함으로써 피고인을 위하여 새로운 국선변호인으로 하여금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에 관한 헌법 및 형사소송법상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3.

그러므로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박보영(주심) 이인복 김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