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판결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17035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근로자와 사용자가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그 근로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될 때에는 근로계약서의 문언과 관계없이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볼 것이나(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1두24361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맺어진 것이라고 봄이 원칙이다.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인정한 다음,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에서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여 원고가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의 근로계약 갱신 거절이 부당해고여서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한 근로계약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며, 근로계약을 갱신 체결하지 못하면 사용자의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와 피고가 작성한 근로계약서 및 피고의 연봉계약직 운영기준에 근로계약 기간을 1년으로 정하여 구체적으로 명시하였으며,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당연히 퇴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 점, 원고가 처음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2007. 2. 1.은 기간제법이 제정된 이후로서 그 시행을 5개월 앞둔 시점이었고, 그 뒤 근로계약은 불과 2회 갱신 체결된 점 등에 비추어, 원고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과 기록에 의하면, 피고의 연봉계약직 운영기준은 재계약 여부를 기간 만료 시점에 결정하도록 하되, 근무성적평가에 관련된 평가항목 및 요소, 평가척도 및 부여점, 평가시기 및 사용목적, 평가자 및 평가방법 등을 자세히 규정하여 근무성적평가를 재계약 여부 및 연봉액 결정 등에 사용하도록 하면서, '근무성적 평가에 따른 성과급 지급 및 재계약 여부 결정 기준'이라는 이름으로 2년 연속 종합평점이 70점 미만인 경우와 반기별 평가점수가 3회 연속 하위 5%인 경우에는 재계약이 불가하도록 정하되, 그 이외에는 일정한 종합평점 구간별로 나누어 재계약 시 연봉조정률과 성과급 지급률까지 자세히 규정하고 있는 점, 원고가 방송에 필요한 상시적·지속적인 성격의 업무를 정규직 근로자와 같이 수행해 왔으며, 원고와 같은 처지의 다른 연봉제 계약직 근로자도 반복하여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왔고 연봉계약직 운영 기준이나 본인의 의사와 달리 갱신 거절이 된 사례를 발견할 수 없는 점, 피고는 상위 직급의 직원 비중이 상당한 인력 구조상 실무 인력이 부족함에도 방송법 및 피고의 정관에 따라 제정된 직제규정상의 정원 제한 문제를 피하고자 정규직 근로자가 담당해야 할 업무를 연봉제 계약직 근로자에게 맡겨 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경위로 연봉제 계약직 근로자는 특별한 사정의 변경이 없는 한 계속 근무가 예정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는 점, 한편 원고가 처음 근로계약을 체결한 시점은 기간제법이 제정된 이후이자 그 시행 이전이었는데, 피고는 별다른 조치 없이 원고에 대하여도 종전과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내용의 연봉계약직 운영기준을 그대로 적용하였고, 그 결과 근무성적 평가나 재계약 여부 결정 기준의 측면에서는 원고보다 근무기간이 훨씬 더 긴 연봉제 계약직 근로자와 원고가 다르지 아니한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를 포함한 연봉제 계약직 근로자들에게는 피고가 정한 근무성적평가 절차를 거쳐 기준 이상의 종합평점을 얻는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때에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 판결에는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2007년과 2008년 연속하여 당기순손실을 입는 등 경영위기 상황에 있었던 점, 이에 피고는 경영위기 극복 차원에서 노동조합과 임금 동결 및 인력 감축 등에 관하여 합의하고 비핵심업무를 외주화하기로 하는 등 일련의 경영합리화 계획을 세운 점, 그에 따라 피고가 원고와 같은 연봉제 계약직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를 자회사 등에 위탁하기로 하여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된 연봉제 계약직 근로자 중 상당수가 외주업체의 정규직 근로자로 취업하는 상황에서 원고 등 일부 연봉제 계약직 근로자는 이를 거부한 점, 원고는 피고의 T팀에서 컴퓨터 그래픽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피고가 관련 업무 분야를 자회사로 이관하면서 원고가 담당한 업무도 자회사로 이관된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가 원고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도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들 즉, 피고는 감사원의 반복된 지적에 대한 대응과 그동안 동결된 수신료 인상의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경영합리화 조치를 추진할 필요가 있었던 점, 그런데 인력 관리 측면에서 수차례 지적된 부분은 상위 직급 직원의 비중이 과도하다는 것이었을 뿐 계약직 근로자의 규모나 업무의 이관 문제는 아니었던 점, 더구나 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피고의 일괄적인 근로계약 갱신 거절 조치는 2009년 이전까지는 그에 관한 어떠한 계획도 발표된 바 없다가 기간제법 시행 이후 총 사용기간이 2년에 이르게 될 계약직 근로자의 처리 문제가 대두한 2009년 상반기에 들어 급히 단행되었으며, 피고가 기획하여 추진한 외주화도 분야별 업무 자체의 위탁이 아닌 연봉제 계약직 근로자만의 이관을 목적으로 하는 수준에 그쳤던 점, 이 과정에서 피고는 업무의 이관 등에 관한 당초 계획을 일부 포기하거나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대상으로 삼았던 계약직 근로자를 재고용 형식으로 복직시키는 등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인 점, 무엇보다도 피고가 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대규모의 근로계약 갱신 거절을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하거나 갱신 거절의 범위를 최소화하고 그 대상자를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에 대한 피고의 근로계약 갱신 거절은 경영합리화에 중점을 둔 것이라기보다는 기간제법 시행으로 2년을 초과하여 계약직 근로자를 사용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어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따라서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의 근로계약 갱신 거절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 거절의 합리적인 이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 역시 이유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김소영(주심) 이인복 고영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