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참고서면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이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해고예고수당, 연차휴가수당 등의 산정기준 및 평균임금의 최저한으로 규정하고 있는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인 소정근로(도급근로자의 경우에는 총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말한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정기상여금과 같이 일정한 주기로 지급되는 임금의 경우 단지 그 지급주기가 1개월을 넘는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에는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뿐만 아니라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도 포함되고, '일정한 조건'이란 고정적이고 평균적인 임금을 산출하려는 통상임금의 개념에 비추어 볼 때 고정적인 조건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정적인 임금이란 임금의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 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을 말하므로,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되어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된 임금은 고정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조건은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 그 성취 여부가 아직 확정되어 있지 않은 조건을 말하므로, 특정 경력을 구비하거나 일정 근속기간에 이를 것 등과 같이 위 시점에 그 성취 여부가 이미 확정되어 있는 기왕의 사실관계를 조건으로 부가하고 있는 경우에는 고정성 인정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통상임금의 개념, 요건 및 범위에 관한 대법원판례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1)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이라고 한다)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802 판결, 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3다18401 판결 등 참조).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그러한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한다고 하여 그 노사합의의 무효 주장에 대하여 예외 없이 신의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본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춤은 물론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그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임금협상 실태를 보면, 기업의 한정된 수익을 기초로 노사가 상호 적정하다고 합의한 범위에서 임금 총액을 정하는데, 그 임금 총액 속에는 기본급은 물론일정한 대상기간에 제공되는 근로에 대응하여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 기간마다 지급되는 상여금(이하 '정기상여금'이라고 한다), 각종 수당, 그리고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되는 법정수당까지 그 규모를 예측하여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방식의 임금협상에 따르면, 기본급, 정기상여금, 각종 수당과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되는 법정수당 등은 임금 총액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노사 간에 합의된 임금 총액의 범위 안에서 각 임금 항목에 금액이 할당되고 그 지급형태와 지급시기 등이 결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임금협상 시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는 실무가 일반화되어 관행으로 정착되어 왔는데, 상여금의 연원이 은혜적·포상적인 이윤배분이나 성과급에서 비롯된 점, 상여금이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성과급이나 공로보상 등의 차원에서 지급되는 경우도 있고 그 성격이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도 있는 점,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이 1988년 1월 제정된 이래 일관되게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여 온 점,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91046 판결 이전에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대법원판결이 없었던 점 등이 그 주요 원인이 되어 노사 양측 모두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받아들여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만약 노사가 임금협상 당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다면, 해당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됨을 전제로 기본급과 수당 등의 인상률을 조정하고 지급형태나 조건 등을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 총액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가 없도록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노사 양측이 합의 당시 상호 공통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법리적 사유를 들어 사용자에게 정기상여금이 포함된 통상임금을 토대로 한 추가적인 법정수당 지급의무를 부과한다면, 근로자 측은 한편으로는 임금협상 당시 노사가 서로 양해한 전제나 기초 아래 기업의 한정된 수익을 감안하여 결정된 임금을 모두 지급받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전제나 기초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기업의 한정된 수익을 넘는 추가적인 법정수당을 지급받게 되고, 반면에 사용자 측은 노사합의를 신뢰하여 이를 기초로 수지 균형을 맞추며 기업을 경영하여 오다가 예측하지 못하였던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되고, 그로 인하여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 이는 상호 신뢰를 기초로 하여 노사합의를 이루어 자율적이고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 온 노사관계에 있어 예기치 않은 사유로 서로 간의 신뢰기반을 깨뜨리고 노사가 지향해 온 상생관계를 해치는 행위로서 궁극적으로는 근로자의 근로환경이나 근로조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재정적 파탄으로 이어져 일자리의 터전을 상실할 위험도 초래하는 등 노사 양쪽 모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은 방식의 임금협상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노사합의에서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오인한 나머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근로자 측이 앞서 본 임금협상의 방법과 경위, 실질적인 목표와 결과 등은 도외시한 채 임금협상 당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유를 들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 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종국적으로 근로자 측에까지 그 피해가 미치게 되어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히 반하고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경우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과 기록을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피고는 2009. 1.부터 2010. 2.까지 한시적으로 관리직 직원에 대하여 이 사건 상여금을 매월 지급하였던 것을 제외하고는 상여금지급규칙에 따라 관리직 직원과 생산직 직원 모두에 대하여 동일한 지급률과 지급기준을 적용하여 이 사건 상여금을 지급하였다.
피고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이라고 한다)은 2008. 10. 8. 체결한 단체협약에서 통상임금에 산입될 임금의 범위를 정하면서, 이 사건 상여금이 근로기준법 소정의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입에서 제외하였는데, 피고와 노동조합은 이전에도 이와 같이 단체협약으로 통상임금의 산입 범위를 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피고와 노동조합은 임금협상을 하면서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기본급 등의 인상률과 각종 수당의 증액, 단체협약 상의 통상임금을 전제로 한 법정수당의 규모 등을 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아닌 관리직 직원들에 대해서도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입에서 제외한 단체협약을 적용하여 이 사건 상여금이 제외된 통상임금을 기초로 법정수당을 산정·지급하여 왔고,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송 제기 전까지는 원고를 비롯한 관리직 직원들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위 단체협약에 따르면 생산직 직원의 경우 통상임금은 기본급에 직책수당, 생산수당, 위해수당 등 제 수당을 합산한 금액으로 산정되고, 짝수달에 지급되는 상여금은 위와 같은 통상임금의 산정 기초 임금에 20,000원과 연장근로 35시간분을 합산한금액의 연 600%로 산정된다. 이러한 통상임금 및 상여금의 산정방식과 그 규모 등에 비추어 보면, 단체협약에서 당초 통상임금 산정시 기초로 삼은 임금에 더하여 이 사건 상여금을 산입할 경우 통상임금의 액수는 단체협약에서 예정한 통상임금의 액수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생산직 직원의 경우 연장·야간·휴일 근로 등 초과근로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짝수달에 지급되는 이 사건 상여금이 단체협약에서 정한 통상임금 산정 기초임금의 연 600%를 넘는 규모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 피고가 추가로 부담하게 될 초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은 임금협상 당시 노사가 협상의 자료로 삼은 가산임금의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고, 근로자들이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받게 될 경우 그들의 실질임금 인상률은 임금협상 당시 노사가 상호 양해한 임금인상률을 훨씬 초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리직 직원의 경우 생산직 직원처럼 상시적으로 초과근로를 하지는 않지만,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에는 간헐적인 초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미사용 연차휴가수당 등의 증가를 가져오므로, 이 역시 전체적으로 피고에게 새로운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이 사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노동조합과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이러한 단체협약에 따른 통상임금 기준을 조합원이 아닌 관리직 직원들에게도 적용하는 것에 대하여 피고와 관리직 직원들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노사합의 내지 관행이 있었으며, 이 사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될 경우 근로자들은 당초 노사간 임금협상 등을 통하여 받은 이익을 초과하는 예상 밖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한편, 피고로서는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되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상당히 드러나 있다.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짝수달마다 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상여금지급규칙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2009. 1.부터 2010. 2.까지 한시적으로 관리직 직원에 한하여 이 사건 상여금을 매월 지급한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위 기간에 한하여 아무런 조건 없이 관리직 직원 전체에 대하여 생산직 직원과 달리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실질임금을 보장해 주려는 의도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 부분에 관하여는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이를 기초로 법정수당을 산정한다고 하여 피고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앞서 본 법리에 기초하여 피고와 노동조합의 임금협상 실태와 피고와 관리직 직원들 사이에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노사합의 내지 관행이 이루어졌는지 여부, 그리고 이 사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될 경우 피고가 부담하게 될 추가 법정수당액과 전년도 대비 실질임금인상률 및 그에 관한 과거 수년간의 평균치, 피고의 재정 및 경영상태, 피고의 관리직 직원들에 대한 이 사건 상여금의 구체적인 지급방식 및 그 변경 내용, 동기 및 경위, 그 변경된 지급방식의 원고에 대한 적용 여부 등을 심리하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는지를 살펴보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들에 대하여 제대로 심리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단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신의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인복(재판장) 고영한(주심) 김용덕 김소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