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유한회사 E(이하 'E'이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버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을 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 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이하 '공공운수노조'라고 한다) F본부 G으로부터 2011년도 단체협약 체결을 위하여 (1) 2012. 4. 3.부터 2012. 11. 9.까지 총 33회, (2) 2012. 11. 16.부터 2013. 2. 18.까지 총 49회에 걸쳐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교섭을 요구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였다.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줄 수 없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공공운수노조 F본부 전북지부 E분회(이하 '이 사건 노조'라고 한다) 소속 조합원으로서 E의 정비직 근로자인 I 등 18명이 2012. 3. 13.부터 2012. 7. 2.까지 파업에 참여하여 그 기간 쟁의행위로 인하여 E의 정비업무가 중단되자 2012. 3. 28.경부터 2012. 5. 23.경까지 3개 정비업체에 쟁의행위로 중단된 정비업무를 도급주었다.
단체교섭 거부로 인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검사의 증명이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단체교섭 거부로 인한 노동조합법 위반죄의 죄책을 묻기 위하여는 피고인이 공공운수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없음을 인식하면서도 거부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피고인이 일정한 사정의 인식 여부와 같은 내심의 사실에 관하여 이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 내심과 상당한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고, 그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원심판결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E 소속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유일한 교섭단체였던 한국노총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전북지역자동차노동조합(이하 '전북자동차노조'라고 한다)은 2010. 8. 3. E과 사이에 협약기간을 2012. 6.까지로 정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공공운수노조는 2010. 9. 6. E 소속 일부 근로자들의 가입을 승인한 후 그 산하 지회로 이 사건 노조를 편제하였고, 2010. 9. 13.부터 E에 이 사건 노조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E으로부터 단체교섭을 거부당하였다.
공공운수노조는 E을 상대로 단체교섭응낙가처분을 신청하여 2010. 12. 8 "E은 2010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공공운수노조의 단체교섭 청구에 성실하게 응하여야 하고,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위반행위 1회당 10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가처분결정(이하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라고 한다)을 받았고, 2012. 1. 12.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 확정되었다.
E은 공공운수노조와 사이에 이 사건 가처분결정 발령 이후 확정 이전인 2011. 4. 21. 임금조건, 근로조건, 복리후생조건과 관련하여서는 새로운 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E과 전북자동차노조 사이의 2010. 8. 3.자 단체협약을 준용하기로 합의하였고, 2011. 11. 8.에는 2011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하여 본교섭과 실무교섭을 진행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기본합의서를 작성하였다.
E은 이후 공공운수노조와 사이에 2011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하였는데, 2012. 4. 2.경 전북자동차노조로부터 새로운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받자, 공공운수노조에게 2011. 7. 1.부터 시행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줄 것을 요구하면서 교섭 중단을 선언하였고, 2012. 5.경 소속 근로자 과반수가 속한 전북자동차노조를 대표 노동조합으로 공고한 뒤 전북자동차노조와 단체교섭을 진행하였다.
공공운수노조는 E에 "2012년도 임금협약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의하더라도,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은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2012. 4. 3.경부터 2013. 2. 18.경까지 총 82회에 걸쳐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E으로부터 거부당하였고, 2013. 4. 무렵 2012. 4. 5.부터 2013. 2. 19.까지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거부당한 68회 의무위반행위를 이유로 간접강제결정의 집행을 위해 집행문을 부여받았다.
이에 E은 공공운수노조를 상대로 위 간접강제결정의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하였고, 대법원은 E이 공공운수노조의 단체교섭 청구에 성실하게 응하여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쉽사리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E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6다14966 판결).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공운수노조는 2010. 1. 1. 법률 제9930호로 개정된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2011. 7. 1. 이전 E과 2011년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으므로, 전북자동차노조가 2012. 4. 2.경 E에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공공운수노조의 2011년 단체협약에 관한 단체교섭권이 소멸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E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공공운수노조의 단체교섭요구를 거부한다는 인식 하에 그 요구를 거부하였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공공운수노조와 단체교섭 청구에 성실하게 응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 2012. 1. 12. 확정되었으므로, 피고인이 그 이후 이 사건 가처분결정에 반하여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공운수노조의 단체교섭 청구를 거부할 이유나 동기를 찾기 어렵다.
실제로 피고인은 이 사건 가처분결정 이후 그 가처분결정이 확정되기 전에도, 공공운수노조를 교섭당사자로 인정하여 이 사건 노조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2012. 4. 2.경 전북자동차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 청구가 있게 되자 비로소 공공운수노조와의 단체교섭을 중단하게 되었고, 그 무렵 공공운수노조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피고인은 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개시 이후 2012. 5.경 다수노조인 전북자동차노조를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공고한 뒤 전북자동차노조와 단체교섭을 진행하였다.
대법원은 2012. 11. 12.자 2012마858 결정을 통하여 노동조합법이 2010. 1. 1. 법률 제9930호로 개정된 후 2011. 7. 1. 시행되기 전 단체교섭을 진행한 노동조합의 경우 2011. 7. 1. 이후에도 교섭당사자로서의 지위가 유지되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존의 단체교섭을 계속할 수 있다고 선언하였는데, 위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는 이 사건 노조와 같이 2010. 1. 1. 이후 설립된 복수노조의 경우에도 단체교섭권이 유지되는지에 관한 해석이 통일되어 있지 않았다.
비록 피고인의 단체교섭 거부행위가 위 대법원 2012마858 결정이 내려진 2012. 11. 12. 이후에도 계속되기는 하였으나, 피고인이 그 즉시 위 결정 내용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고, 개정된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이후인 2011. 7. 1. 이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개시된 경우 단체교섭권의 유지 여부에 관하여 법리가 명확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개시 이후 공공운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이 존속함을 인식하였다고 선뜻 단정하기 어렵다.
E은 이 사건 가처분결정에 터 잡은 간접강제결정의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2017. 3. 30.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E이 공공운수노조의 단체교섭 청구에 성실하게 응하여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쉽사리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받았다.
그런데도 원심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개시 이후에도 공공운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이 존속한다는 이유만으로, 만연히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공공운수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였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단체교섭 거부로 인한 노동조합법 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중단업무 도급으로 인한 노동조합법 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정당한 이유 없이 공공운수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다는 인식 하에 그 요구를 거부하였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음은 앞서 판단한 바와 같다. 한편 피고인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개시 무렵 공공운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이 존속한다고 인식하지 못하여 그 쟁의행위가 적법한 주체에 의한 것임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변소하고 있다.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적법한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외부 업체에 도급준다는 인식이 있었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중단업무 도급으로 인한 노동조합법 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이동원(주심) 조희대 민유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