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의사표시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그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그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이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다92487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원고는 거래처에 발행한 수표 부도 등으로 그가 운영하던 N회사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되자 2015. 7. 3. 법원에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하는 한편, 2015. 7.경 피고와 사이에 N회사의 자산을 피고에게 매각하고 피고로 하여금 원고의 채무를 인수하게 하는 내용의 협의를 진행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2015. 7.경 위 협상을 마무리하려고 자산양수도계약서까지 작성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가, 당시 작성되었던 자산양수도계약서에 ‘특약사항’을 추가하여 2015. 11. 20. 자산양수도계약을 체결하였고, 2015. 12. 9. 수기로 일부 계약사항에 관한 ‘특약사항’을 다시 추가하였다(이하 특약사항이 추가된 최종적인 계약을 ‘이 사건 양수도계약’이라고 한다).
이 사건 양수도계약서는, 원고가 발행한 가계수표 21매 및 원고의 임직원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 채무 등을 비롯하여 피고가 인수할 부채금액을 합계 29억 70,256,780원으로 정하면서(제3조), 피고가 그 책임 하에 위 가계수표를 회수하고 원고의 임금 등 채무에 관하여 각 채권자들로부터 면책각서를 받도록 하며(제6조), 피고가 인수할 원고의 총 부채액에 관해 피고의 책임 하에 이루어진 부채액 감소 또는 지급시기의 연기는 피고의 이익으로 하도록(제8조 제1항)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양수도계약을 체결하면서 2015. 11. 20. 추가된 특약사항은, “본 계약서는 2015. 7. 말경 상황을 전제로 작성된 내용인바, 위 내용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정, 변경, 추가한다. 본 특약사항이 위 본계약 내용과 배치되거나 상호저촉되는 경우, 본 특약사항을 우선 적용한다.”라고 하면서, 제3조 가.항에서 “원고의 근로자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채무에 관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2015. 9. 22.자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에서 인정된 금액(근로자 18명 중 12명에 대한 금액임)을 기준으로 해당 금액을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특약사항’이라고 한다).
한편 원고는 일부 직원들로부터 근로기준법위반으로 고발당하여 2015. 9. 22.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으로부터 ‘AA 등 12명에 대하여 임금 218,995,600원, 퇴직금 149,676,950원 합계 368,672,550원이 미지급되었으니 시정기한인 2015. 10. 20.까지 법위반사항을 시정하라’는 내용의 시정지시를 받은 바 있다.
원고는 이후 근로자들 일부와 체불된 임금 및 퇴직금의 80%만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는데, 근로자들과의 협의에 따른 위 채무 감액의 이익이 원고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임금 및 퇴직금 채무와 관련한 정산금으로 90,579,333원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근로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감축된 임금액만을 원고에게 지급하면 되므로 더 이상 지급할 채무가 없다고 다투었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특약사항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근로자들에 대한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기로 정한 것은, 피고가 원고의 미지급 임금 채무를 인수하는 대신 그 임금액 상당의 돈을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한다는 취지일 뿐 근로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면제된 부분까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모두 배척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이 사건 특약사항은 “피고는 원고에게 2015. 9. 22.자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에서 인정된 금액(근로자 18명 중 12명에 대한 금액임)을 기준으로 해당 금액을 지급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원고가 2015. 9. 22. 위 안산지청으로부터 ‘AA 등 12명의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 합계 368,672,550원이 미지급되었으니 법 위반사항을 시정하라’는 내용의 시정지시를 받은 이후 이 사건 양수도계약을 체결하면서 추가된 사항이다. 이러한 이 사건 특약사항의 문언의 객관적 의미에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특약사항을 추가한 일시 및 경위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특약사항을 통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위 안산지청에서 근로자 12명에 대하여 인정된 금액 즉 368,672,550원을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구체적인 지급금액의 기준까지 명시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특약사항을 단순히 피고가 원고의 채권자들이 아닌 원고에게 직접 돈을 준다는 데에만 주안을 둔 규정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위 근로자 12명과 협의를 거쳐 해당 근로자들로부터 임금 등 채무 일부를 면제받았다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에게 위 안산지청에서 인정된 금액 전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원심은 이 사건 양수도계약서에서 피고는 원고에 대한 채권자별로 채무금액을 조정할 수 있고(제4조 제1항), 인수될 원고의 총 부채액에 관해 피고의 책임 하에 이루어진 부채액 감액 또는 지급시기의 연기는 피고의 이익으로 한다(제8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는 사정을 들고 있으나, 특약사항이 본계약 내용과 배치되거나 상호저촉되는 경우 특약사항이 우선 적용될 뿐만 아니라, 위 조항들은 피고의 책임 하에 이루어진 부채액 감액 등의 이익을 피고에게 귀속시킨다는 내용인데 이 사건에서의 임금 채무 감액이 피고의 책임 하에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그 밖에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특약사항을 그 기재내용과 달리 단순히 피고가 원고에게 직접 돈을 준다는 데에만 주안을 둔 규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원고의 정산금 청구 중 임금 및 퇴직금 채무 관련 부분을 배척한 원심판결에는 처분문서 및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노정희(주심) 안철상 이흥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